[시(習)의, 시에 의한, 시를 위한]
[바람이 휩쓸고 간 省察]
[시진핑의 이데올로기 독재]
[西朝鮮(서쪽의 북한)]
시(習)의, 시에 의한, 시를 위한
[특파원칼럼]
中 차기 최고지도부 ‘시진핑 사단’ 될 듯
‘독재자 타도’ 플래카드 걸린 민심 살펴야
공산당이긴 하지만 그래도 중국공산당은 지난 40여 년 동안 나름의 절차에 따라 권력을 이양하고 승계했다. 27년간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 폐해를 절감한 공산당은 덩샤오핑(鄧小平)부터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에 이르기까지 ‘격대지정(隔代指定·차차기 최고지도자를 미리 지명해 권력 승계를 안정화함)’이라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제도를 실천했다.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상무위) 구성원들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5년을 이끌 차기 상무위 윤곽이 드러나면서 중국이 그동안 이뤄낸 정치개혁 성과는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내외신 기자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상무위는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지도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식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홍콩과 대만을 비롯한 서방 언론 분석을 살펴보면 차기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을 제외한 6명 모두 ‘시진핑의 ○○○’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열 1위 총서기는 시 주석이 3연임할 것이 확실시된다. 서열 2위 총리에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였을 때 비서장을 맡았고 지금도 ‘시진핑 비서’로 불리는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3위는 시 주석 핵심 정책인 ‘중국몽(中國夢)’ 등을 설계해 ‘시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王호寧) 중앙서기처 서기, 4위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였을 당시 지역신문 저장일보에 게재한 칼럼 초고를 쓴 ‘시의 필사(筆士)’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가 물망에 오른다.
서열 5위에는 시 주석 정적(政敵) 숙청에 앞장선 ‘시의 칼’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6위는 ‘시 주석 칭화대 룸메이트’인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 7위 상무 부총리에는 시 주석 일정을 관리하는 ‘시의 그림자’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이 임명될 수 있다.
상무위 구성원이 이처럼 모두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으로 채워지게 되면 권력 분점을 위해 만들어진 상무위가 ‘시진핑을 위한’ 보좌기구 내지 거수기구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22일 막을 내리는, 중국공산당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곳곳에서 노골적인 ‘시진핑 찬양’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장에서도 서슴지 않고 “시 주석은 우리 위대한 시대가 낳은 걸출한 인물” “14억 중국 인민 마음속 걸출한 영수(領袖)”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공산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시진핑이 아니라 ‘반(反)시진핑’일지 모른다. 당 대회 기간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반독재’ ‘반핵산(PCR검사)’이라고 적힌 중국 주요 도시의 화장실 낙서 사진이 퍼졌다. 수도 베이징에 ‘시진핑 파면’이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린 사건은 충격적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베이징대 학생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DNA를 지닌 베이징대생들이 조금씩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래카드를 내건 사람을 과거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선 사람에 비유해 ‘제2의 탱크맨’이라고 부른다.
물은 섭씨 99도까지는 잠잠해 보이지만 마지막 1도가 더해지면 펄펄 끓어 냄비 뚜껑을 뒤집는다.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상무위가 그 1도가 될지 모를 일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동아일보(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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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휩쓸고 간 省察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람이 일고 물결이 넘쳤다. 지난 16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이야기다. 풍랑(風浪) 또는 풍파(風波) 등을 곧 마주칠 ‘위기’로 읽는 그 오랜 중국인의 습성은 대회 시작과 함께 이어진 ‘정치보고(政治報告)’에서 곧장 주조(主調)를 이뤘다. 일찌감치 소개했듯 중국인의 관념 속에서 ‘바람과 물결’은 위기 또는 그 전조(前兆)를 가리킬 때가 많다. 전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자주 벌어지고 재난이 다시 그 뒤를 잇는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다져진 뿌리 깊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대회에서 정치보고를 낭독한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먼저 내세우며 “매우 어려운 사명이라 높은 바람에 거센 물결[風高浪急], 심지어는 어마어마한 격랑[驚濤駭浪]을 견뎌낼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강의 추세에 접어든 경제, 미국의 집요한 대중(對中) 제재와 압박, 서방세계와의 소원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 등을 다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바람과 물결’은 그런 국내외의 여러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로 다시 또 각광을 받았다.
그 위기를 넘어서는 방도의 하나는 바람에 올라타 격랑을 헤쳐 가는 일[乘風破浪]이다. 기상 조건이 스스로 좋아져서 바람이 잦아들고 물결이 가라앉는 상태[風平浪靜]를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이번 정치보고를 보건대, 중국 집권 공산당은 그 위기의 요소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데 힘을 집중할 듯하다.
늘 그렇듯 야무진 현실 인식과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전략가의 풍모다. 그러나 요즘 들어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숱한 위기의 상황은 과연 누가 불렀을까. 지나친 대외 확장 정책이 자초한 결과는 아니었나. 그렇다면 공산당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省察)의 힘을 잃은 듯하다. 이번 당 대회에서 또 두드러진, 공산당의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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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이데올로기 독재
“中승리는 필연” 공산주의 교리 통치
공격적 민족주의, 이념전쟁 부채질한다
“시진핑의 부상은 다름 아닌 ‘이념적 인간’의 귀환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시진핑의 세계관(The World According to Xi Jinping)’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이 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머릿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마르크스주의적 민족주의’가 어떻게 통치이념으로 작동하며 중국 사회 전반을 바꿔놨는지 분석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교관 출신으로 곧잘 친중(親中) 논란에도 휘말렸던 러드 전 총리다. 시진핑이 지방도시 부시장일 때 처음 만나 교류를 이어왔고 최근엔 옥스퍼드대에서 시진핑 사상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누구보다 중국을 잘 안다는 그는 어쩌면 뻔할 수 있지만 흔히 간과돼 온 시진핑의 사고 체계, 그것도 오래전 사멸했다고 여겨진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다.
덩샤오핑이 1981년 “이념 논쟁은 집어치우라(不爭論)”라고 일갈한 이래 중국은 비(非)이념의 실용주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낡은 공산주의 교리를 부활시켜 중국을 통치하는 이념적 토대로 삼았다. 그런 이념은 정치에선 사회 구석구석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레닌주의 좌파, 경제에선 국유기업을 되살리고 민간 영역에까지 제한을 가하는 마르크스주의 좌파, 외교에선 공격성을 노골화하는 민족주의 우파 정책으로 나타났다.
시진핑은 역사적 유물론과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라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이 자본주의 미국의 쇠퇴를 수반한다며 역사는 중국 편에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승리는 필연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역사의 종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상 아래 공산당은 규율과 교리의 전위대가 됐고, 개혁개방 경제는 국가 통제에 자리를 내줬다. 외교마저 ‘늑대전사’의 무대가 됐다.
향후 시진핑 체제에 대한 러드의 전망은 암울하다. 시진핑은 올해 69세. 그의 어머니는 96세이고 그의 아버지는 89세까지 살았다. 가족의 장수를 감안하면 시진핑은 그 직함이 뭐로 바뀌든 2030년대 후반까지 최고지도자로 남을지 모른다. 러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국이 이념적 프리즘으로 국제 정세까지 평가할 위험성이다. 즉 역사는 중국 편이라는 결정론에 입각해 무력 충돌도 불사한다는 무모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러드는 중국 문제라면 빠지지 않는 단골 논객으로 중국의 강압적 행태를 거세게 비판해 왔다. 다만 서방의 거친 공세에 대해서도 “불에 기름을 부어선 안 된다”며 ‘관리된 전략 경쟁’을 제안한다. 외교 경제 이념적으론 치열하게 경쟁하되 군사적으론 명확한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권국과 도전국 간엔 불가피하다는 ‘예정된 전쟁’에 대응해 러드는 ‘피할 수 있는 전쟁(The Avoidable War)’이란 책도 냈다.
하지만 미중은 충돌 쪽으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지난주 미국 백악관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탈냉전의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신냉전 개시, 봉쇄전략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군사 경제 기술 전 분야에 걸친 전략경쟁은 이미 한창 진행 중이다. 그 모든 격전지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이념전쟁이다.
전방위 대결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 공급망 분리는 당장 한국에도 탈(脫)중국시장을 강요하고 있다. 이젠 출혈을 최소화하는 출구 전략도 강구할 때다. 사실 한중 이념전쟁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6·25전쟁을 두고 “항미원조의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던 시진핑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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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朝鮮(서쪽의 북한)

미국 뉴욕타임스 최근 기사에 ‘서조선(西朝鮮)’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 기획 보도에서 ‘전면적인 통제의 시대(Era of Total Control)’가 도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온라인에선 중국이 서조선, 즉 ‘서쪽의 북한(the North Korea to the west)’이란 닉네임으로 불린다고 썼다. “시진핑은 걸출한 인민 영수” 등 ‘시비어천가’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온라인에선 중국이 ‘북조선’을 닮아가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조선이란 말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10년 전 일본 누리꾼들이 먼저 자국을 비하하는 의미로 동조선(東朝鮮)이란 신조어를 썼고, 중국 누리꾼들도 따라 했다. 억압 정치, 민주주의 결핍, 서방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북한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을 풍자한 조어다. 서(西)의 발음이 시(習)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다는 점에서 ‘시황제의 중국’이라는 의미도 깔려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베이징은 중국인들이 접할 정보, 말할 수 있는 정보를 거의 절대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광활하다. 인구도 14억이 넘는다. 북한처럼 철저히 외부 세계와 단절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도 완벽히 통제 사회를 구현하려 한다. 대체 이는 어떻게 가능한가. 각종 첨단 기술을 동원한 ‘디지털 법가’의 세상을 만든 것이다.
▷중국은 만리장성과 같은 ‘성벽’을 사이버 공간에도 구축했다.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수 있지만 중국 인터넷은 외국과 연결될 때 검열 기능이 있는 스위치, 라우터를 경유해야 한다. ‘디지털 요새’를 만들어 놓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수만 명을 고용해 공산당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포스팅을 올려 여론을 조작한다. 건당 50센트를 준다고 해서 ‘50센트 공산당’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중국은 아울러 최고의 디지털 감시 시스템인 ‘톈왕(天網)’을 가동하고 있다. 해외 도피 인사까지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하늘의 그물을 만든 것이다. 톈왕의 그물코는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최첨단 안면인식 장비, 4억만 개가 넘는 감시 카메라, 감시 드론,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을 결합한 최고의 감시 시스템이다. 인민 개개인의 생채 정보까지 정부 데이터에 쌓이고 있다.
▷북한을 빗대 ‘서조선’이란 조어가 나왔지만 이쯤이면 북한은 ‘아날로그 전체주의’, 중국은 ‘디지털 전체주의’로 규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 ‘공동부유’를 내세운 시 주석의 노선에 동조하는 인민도 적지 않다지만 이런 빅브러더의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용관 논설위원, 동아일보(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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