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왜 이재명에게 더불어 볼모로 잡혔나]
[대선 패배 직후 주식 투자한 의식 세계]
민주당은 왜 이재명에게 더불어 볼모로 잡혔나
[김순덕 칼럼]
“며칠 일찍 왔다면 여당 후보 바뀌었을 것”
민주당 대선 경선 뒤 ‘대장동 일당’ 토로
잘못을 인정 않는 ‘불굴의 정신’이 무섭다

24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 당대표가 압수수색이 벌어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 찾아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을 감고 있다. 장승윤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수감 중)는 작년 10월 18일 수사를 받겠다고 미국서 제 발로 귀국한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에 며칠만 일찍 들어왔으면 (여당) 후보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네요.”(2월 27일 보도)
남욱 귀국 8일 전, 그러니까 2021년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선출한 상태였다. 누적 최종투표율 50.29%. 8월 말 불거진 대장동 의혹 때문에 이재명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었다. 이낙연 후보 측에선 이재명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의 배임 혐의와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때 남욱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9일 체포돼 사흘 만에 구속됐다. 남욱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다. 그는 벌써 감을 잡았던 거다. 자신이 2021년 4∼8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전달한 8억여 원이 여당 대선 후보 경선에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도 제자리를 찾았다. 남욱의 폭탄선언을 뭉갰던 ‘문재인 검찰’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에 따르면 이재명 대선 캠프 조직을 맡았던 김용이 작년 2월 정치자금 20억 원을 유동규→남욱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남욱이 가만 생각해보니 시기적으로 봐서도 자신이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유동규→김용에게 전달한 돈이 대선 경선에 쓰인 게 아닌가 싶었을 터다.
물론 김용은 자금 수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재명이 24일 검찰의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인 것은 황당하다. 검찰은 여당 대선 후보라고 봐주느라 안 했던 수사를 이제야 하는 것뿐이다.
바로 그 검찰 수사가 두려워 이재명은 대선 낙선 석 달 만에 불체포 특권을 노리고 보궐선거에 나서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고도 민주당을 ‘이재명당’으로 만들어 보호막을 쌓겠다고 당 대표로 나섰고, 검찰이 기소해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방탄 당헌’으로 고쳤다. 국가로 치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개헌을 한 꼴이다.
민주당이 이재명에게 볼모로 잡힌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서깊은 제1 야당이 ‘이재명당’으로 탈바꿈했다. 정당의 사유화다. 2024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사람들은 당 대표의 공천권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은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꾸려 친문 인사들을 대거 배치하기까지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 정권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친명으로 전향해 이재명 자신부터 살려내라는 의미일 터다.
이런 이재명에게 “그만하면 됐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옳은 소리를 한 김해영 전 의원에게는 ‘개딸’들의 욕설이 쏟아졌다. 정말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미 전략사무국이 극비보고서로 발간한 ‘히틀러의 정신분석’을 보면, 아돌프 히틀러는 특히 여성에게 보호본능과 안쓰러움을 자극했던 지도자였다.
이재명이 개딸들에게 유독 신경 쓰는 점이 기이한 것도 이 때문이다. 23일엔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5개월 만에 직접 글을 올려 지지자들에게 결백을 호소했다. ‘화천대유 대선자금이라니, 동기 없는 범죄’라며 “이 터무니없는 음해를 널리 알려 달라”는 거다.
이재명이 동정심을 호소하듯 수시로 눈물을 보이는 것도 히틀러를 연상케 한다. 어린 시절 부친의 폭력에 시달렸고, 선전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인간심리를 꽤 파고들었다는 점도 흡사하다. 이재명은 ‘설득의 심리학’ 등 수십 권의 심리학 책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을 연구했다고 2017년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밝힌 바 있다.
불굴의 정신을 지닌 히틀러처럼 극도로 실패한 뒤에도 바로 재도전하는 이재명이 존경스럽긴 하다.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도 비슷하다면, 앞으로도 이재명은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을 적처럼 비난하며 극단으로 나라를 몰고 갈지 모른다. 검찰이 누가 봐도 공정한 수사로 민주당을 최면에서 깨워주기 바랄 뿐이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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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직후 주식 투자한 의식 세계
[양상훈 칼럼]
공적 헌신, 윤리적 태도, 사적 이익에 초연함….
대통령의 덕목이 이 대표에겐 별것 아닌가
대입 실패한 수험생도 몇 달은 자중한다
필자가 만나 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놀랍도록 유연한 사람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인 대목도 있었다. 이미 당시에 대장동 의혹, 권순일 대법관과의 재판 거래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였지만 이 모든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해 보였다. 신뢰할 수 있는 민주당 의원이 그를 보증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행정에도 ‘유연성’을 발휘해 거침없이 의사 결정을 하다가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지금 대장동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 대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만약 대장동 일당에게서 흘러나온 돈이 민주당 내 경선에 쓰였다거나 이 대표 본인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밝혀지면 이 대표는 더 이상 정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 진상은 모르며 시간이 지나면 가부간에 검찰이 밝힐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필자가 이 대표에 대해 갖게 된 새로운 의문은 최근 언론에 작게 보도된 뉴스였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에 주식을 샀다는 기사였다. 누구는 주식 투자는 누구든 할 수 있고 대선 후보라고 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한다. 이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또 어떤 이는 방위산업 주식을 산 이 대표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들어간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것도 문제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말했듯이 대선 패배 후 이 대표를 지지한 절반 가까운 국민이 충격과 상실감에 ‘널브러져’ 있는데 누구보다 죄스럽고 무거운 마음이었을 대선 후보가 그 판국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골라 주식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정치를 오랫동안 봐 온 필자도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할 것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수험생도 몇 달은 스스로를 추스르며 보낸다. 그런데 어떻게 대선이란 전 국가적 시험대에서 실패한 사람이 곧바로 주식을 사는가. 속칭 ‘강철 멘털’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선거에 진 사람을 많이 봤다. 한번은 지하철에서 낙선한 전 의원을 우연히 만났는데 도저히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췌했다. ‘건강이 안 좋으시냐’고 물었더니 “죽지 못해 삽니다”라고 했다. 술 한잔을 걸친 듯한 그의 어두운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른 한 사람은 매일 악몽을 꾸는데 그 악몽은 자신이 당선되는 꿈이라고 했다. 깨 보면 차가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심하지는 않다 해도 누구에게든 낙선은 큰 타격이 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한 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와신상담했다. 김영삼은 민정당이란 호랑이굴로 걸어들어갔고, 김대중은 중앙정보부 창시자인 김종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주식을 샀다. 그것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직전이었다. 그때 이미 당 대표 출마 결심도 굳혔을 것이다. 그런 중대한 정치를 앞둔 사람이 얼마나 돈을 벌겠다고 주식 투자를 하나. 이 대표를 묻지 마 지지하는 사람들을 빼고 이 대표를 찍은 수많은 사람들도 대체 무슨 생각이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도 이 대표 특유의 ‘유연함’인가 하고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이 대표는 ‘주식을 다 팔았다’고만 할 뿐 말이 없다.
민주당이라는 최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 대선에서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사람, 그리고 다음 대선에 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정치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사적 이익과 결별해야 한다. 속마음까지 결별이 힘들다면 처신만이라도 결별한 것처럼 해야 한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에도 자신이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에 큰 이익이 될 결정을 내렸다. 보통 사람은 못하는 일이다. 이 대표에게는 이런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대통령 출마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사업이나 게임이 아니다. 이 대표는 마치 한 판의 게임에 진 사람이 곧바로 다른 소소한 게임을 한 것 같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것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적 헌신을 하고 이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반적 기준 이상의 윤리적인 태도, 사적 이익에 초연함, 오해받을 수 있는 처신에 대한 경계 등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표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이런 덕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역사 앞에 마주 선 듯한 중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막대한 득표를 한 이 대표도 그런 역사의 무게를 느껴야 마땅하다. 한국 정치가 산업화 민주화 다음에 선진화가 아니라 저질화로 가고 있다지만 이것은 대체 무슨 경우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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