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일상의 흔적]
[쿠폰 쓰는 것도 머리 아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냉장고 속 일상의 흔적

LG전자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 파워'가 발표한 ‘2025 가전제품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프렌치도어 냉장고 ▲양문형 냉장고 ▲건조기 ▲레인지 총 4개 부문 1위에 올랐다./LG전자 제공
하루에 몇 번이나 냉장고 문을 열고 닫으시나요? 그 횟수를 정확히 세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냥 닫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행동이 사실은 우리 마음 상태와 연결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 들어보셨나요.
최근 KAIST 연구진이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냉장고 문을 여는 빈도와 사람의 스트레스 수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에도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청년 1인 가구 20가구를 대상으로 4주간 실험을 했습니다. 냉장고를 비롯해 집 안 곳곳에 설치된 가전제품, 수면 매트, 조명, 온도 센서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자들의 일상 패턴과 정신 건강의 변화를 함께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냉장고 문을 더 많이 열고 닫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불안과 긴장을 달래려는 심리적 반응이 아니었을까요.
이 연구와 조금 다른 관점이기는 한데, 냉장고 앞에서 사람의 심리 상태가 잘 드러나는 순간 다이어트를 결심한 뒤 그 앞에서 갈등할 때가 아닐까요.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뭔가 입에 넣어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은 기분. 그러다 열지 말아야 할 냉장고 문을 결국 열었다는 경험담을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냉장고는 사용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품고 있습니다. 냉장고 속 음식만 봐도 그 사람의 식성과 생활 습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죠. 단백질 음료가 채워져 있다면 건강이나 체형 관리에 관심이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약이 있다면 건강상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겠네요. 정갈하게 정리된 반찬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면 주인 성격이 어떨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나 먹다 남은 음식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면 조금은 무심하거나 바쁜 생활이 느껴집니다.
KAIST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 평소 무심코 여닫기만 하던 냉장고가 달리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음식뿐 아니라 우리 생활의 흔적과 마음의 작은 조각들도 담겨 있으니까요.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그 짧은 순간에도, 우리의 하루와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김승범 기자, 조선일보(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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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쓰는 것도 머리 아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살림하는 중년 남자]
인터넷 약정이 끝나서 다른 회사 인터넷으로 바꿨더니 상품권을 줬다. 자동차 보험 만기가 가까워져 이곳저곳에서 자기네 회사로 바꾸라고 문자가 오는데, 어느 회사는 보험료 계산만 해봐도 상품권을 준다기에 또 챙겼다. 이렇게 저렇게 챙긴 상품권과 쿠폰들이 2000원짜리부터 몇 만원짜리까지 여러 장이다.
무슨 카드로 월 얼마 이상 쓰면 준다는 쿠폰이나 이벤트에 응모하면 추첨해서 준다는 상품권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전화 걸고 문자 보내 귀찮게 하는 대신 준다는 쿠폰도 받은 적 없다. 필요한 걸 샀을 때 주는 것들만 챙겼는데도 공짜로 쓸 수 있는 바코드가 꽤 여럿 쌓였다.

이 상품권이나 쿠폰들은 모두 문자로 보내오는 모바일 상품권이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함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어 제때 쓰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그러니 이걸 챙겨두고 유효기간 지나기 전에 쓰는 것도 아주 일이다. 휴대폰은 식재료가 썩어가는 또 하나의 냉장고가 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못 쓰고 버린 상품권들이 더러 있었다. 잔돈이거나 커피 한 잔 교환권 같은 것이어서 없는 셈 치고 넘겼다. 친구 하나는 그런 상품권 깜빡하고 유효기간 지나면 짜증 나는 게 싫어서 아예 쿠폰 종류는 일절 받지 않는다고 했다. 몇 천원 아끼려다가 정신 건강 해친다는 이유다.
어느 날 작심하고 문자를 싹 뒤져서 상품권과 쿠폰, 교환권들을 긁어모았다. 모두 다운받거나 화면을 캡처해 휴대폰 앨범에 저장했다.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커피숍, 주유소, 마트까지 실로 다양했다. 커피 한 잔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다가 아차 쿠폰, 하고 생각해 보니 쿠폰 쓸 수 있는 가게는 멀리 떨어져 있어 관뒀다. 3000원짜리 주유소 쿠폰을 쓰려고 보니 다른 주유소 기름값이 더 쌌다. 비싼 주유소에서 3000원 쿠폰을 쓸 것인가, 쿠폰 없이 싼 주유소에 들를 것인가 머리를 굴리다가 주유소를 지나쳐 버렸다. 혹시라도 상품권을 쓰고 나면 잊지 말고 앨범에서 바로 지워줘야 한다. 안 그러면 이게 쓴 건지 안 쓴 건지 알 수가 없다. 상품권 가계부라도 써야 하는 건가.
얼마 전 마트에서는 제대로 상품권을 썼다. 2000원짜리부터 7만원짜리까지 골고루 갖고 있어서 다 털어 쓰고 남은 금액은 카드로 계산했다. 포인트 적립도 하고 현금영수증도 챙기고 제대로 알뜰한 쇼핑을 한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별 필요도 없는 물건 집으면서 상품권 있으니까, 했다. 그럼 그렇지, 상품권 쓰려면 그 마트에 가야 하고 마트에 가면 안 봐도 되는 걸 보게 되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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