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비가 전부는 아니다]
[미사일 11발 중 6발 실패, 45% 성공률로 北 도발 어찌 막나]
[도발을 반복하는 이유]
[베를린 장벽]
[北 NLL 남쪽으로 미사일 발사, 南 내륙 넘기는 도발 가능성 있다]
[北 미사일 공습경보에 우왕좌왕, 울릉도만의 문제 아니다]
[싱크홀에 빠진 대한민국 정치]
북한 대비가 전부는 아니다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 막기에 ‘올 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의 모든 정찰 자산이 북을 향해 있다.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라는 방공망도 북 무기에 맞춰 있다.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수중발사순항미사일, 각종 미사일 섞어 쏘기까지…. 북 미사일 기술·전술력의 급진전에 3축 체계만으론 역부족이란 말도 나온다. 근래엔 레이더에 잘 잡히지도 않는 2m짜리 소형 무인기, 금융 대혼란을 부를 사이버 해킹 등 새로운 형태의 공격도 우리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삼각지는 지금도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지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전쟁이 꼭 한반도에서 발화한다는 법은 없다. 옆집 불똥이 우리 쪽에 옮아 붙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 외교적으로 거리가 꽤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졌는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까지 공개 비난하며 외교 공세도 펴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근육질에 위기감을 느낀 폴란드가 K-2전차, K-9자주포 등 우리의 무기를 싹쓸이하듯 사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미 NBC 방송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 게임(war game) 결과를 설명하는 모습. 중국은 대만을 공습하는 동시에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 주요 기지도 즉각 타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이 개입, 가까스로 대만을 지키지만 중국 못지 않게 미국도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군사력이 빠르게 증강하고 있는 만큼 수년 뒤에는 워 게임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미국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NBC뿐 아니라 다수 미 주요 언론과 싱크탱크가 관련 분석을 내놓고 있다. /NBC 영상 캡처 조선일보
러·우 전쟁의 파장이 이런데, 우리 바로 옆 중국에서 불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기우, 괜한 불안감 조성이라고 하기엔 최근 워싱턴 DC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예사롭지 않다. 미 현역 4성 장군은 군 내부망에 “중국은 2024년 대만 총통 선거와 미 대선의 혼란스런 상황을 기회로 여길 것이다. 2025년 중국이 대만을 칠 수 있다.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주한 대사를 역임한 해리 해리스는 지난 2월 의회 군사위에서 “우리는 이제 44년간 이어온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대만을 무력 통일하려 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략적 명확성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은 대만 파병 필요성까지 띄우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조선일보 DB
중국은 30년간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칼을 갈았다. 시진핑 3연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일사불란한 권력의 전열을 가다듬은 중국이 패권국가로서의 권태기에 빠진 미국의 면전에서 우크라이나보다 폭발력이 갑절은 큰 ‘뇌관’인 대만을 칠지는 시진핑 그 자신도 아직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1954·1958·1996년 등 42년간 3차례 있었던 대만을 둘러싼 미·중 무력시위 사태가 지난해 8월과 이달 초 불과 8개월 사이 2차례 집중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기존 세계 질서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이 먹구름은 김정은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막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조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과 같은 내다봄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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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해커 조직, 인터넷 보안 프로그램도 해킹…. 사이버 공격 전에 겨우 막아. 방심할 틈 안 주는 북한이란 존재.
-팔면봉, 조선일보(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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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11발 중 6발 실패, 45% 성공률로 北 도발 어찌 막나

우리 공군 KF-16 전투기가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공해상으로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을 발사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발 중 한 발은 고장으로 발사되지 못했고, 군은 이 사실을 숨겼다. /합참
최근 북한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미사일이 잇따라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북한이 동해 NLL 남쪽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자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쪽으로 미사일 대응 사격을 했다. 그런데 2발이 오류로 발사되지 못했다. KF-16 전투기가 정밀 유도탄 ‘스파이스 2000′ 두 발을 쏘려 했지만 한 발이 나가지 않았다. 이에 F-15K 전투기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슬램-ER’을 쏘았지만 이 또한 한 발만 발사됐다. 뒤따르던 예비기가 나머지 한 발을 쐈다. 미사일 장착 과정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군은 정밀 타격에 성공했다고만 발표했다.
지난달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 군이 응징용으로 쏜 ‘현무-2′ 미사일은 발사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 강릉 군부대에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났다. 곧이어 발사한 ‘에이태큼스’ 미사일도 두 발 중 한 발이 비행 도중 신호가 끊겨 실종됐다. 당시에도 군은 “가상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 25발을 쏜 지난 2일 군은 유도탄 사격대회를 열었다. 국산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1′은 발사 후 약 25㎞를 날아가다 교신 불안으로 자폭했다. ‘패트리엇(PAC2)’ 미사일 두 발 중 한 발은 레이더 오류로 아예 발사하지 못했다. 실전 배치된 6발의 미사일 중 2발만 제대로 발사되고 나머지 4발은 오폭·실종·불발된 것이다. 2일 공대지 미사일 실패까지 합치면 총 11발 중 5발만 성공하고 6발은 실패했다. 발사 성공률이 45%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40% 안팎의 낮은 미사일 성공률로 망신을 사고 있는 러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래서 어떻게 북 미사일을 요격하고 응징하겠다는 건가.
발사 실패가 이어지자 군은 9일 예정됐던 2차 유도탄 사격대회를 취소했다. 겉으론 “북의 잇단 도발 상황에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일부 미사일 시스템에서 또 결함이 발견됐거나 발사 실패가 예견됐기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산 요격 미사일 ‘천궁-2′는 아랍에미리트에 4조원대 수출 계약이 체결돼 있다. 잇단 발사 실패가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천궁과 패트리엇 등은 발사에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군의 미사일 관리·운용에 큰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조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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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을 반복하는 이유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처음에 나는 전쟁의 정치적 측면은 무시했다. 그 전쟁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전쟁이었다. 어쨌든 정부 방어선 뒤에서 벌어지고 있던 정당 내부의 투쟁을 파악하지 못하면 첫해 동안에 이 전쟁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도, 정치적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알지도 못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알았지, 어떤 종류의 전쟁인지도 몰랐다.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중에서
북한이 남북 군사 합의를 파기,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을 한 기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40억원. 25발을 쏜 지난 2일엔 북한 주민이 1년간 먹을 쌀을 수입할 수 있는 1000억원 이상을 허공에서 불태운 셈이다. 일당 독재 체제라고는 해도 북한이 경제적 부담과 세계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의 혼란과 국제적 이권이 충돌했던 스페인 내전에서 드러난 건 온갖 이념의 허상이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꿈꾸며 참전했던 조지 오웰이 가장 환멸을 느낀 건 공산주의였다. 같은 편이라 믿었던 공산주의자들은 그들만의 승리를 위해 위선과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 여러 나라도 정치적 계산에 따랐을 뿐, 평화와 자유를 위한 순진한 열망은 없었다.
총부리를 맞대고 전쟁하진 않지만 정치인은 체제와 정당과 이익을 위해 싸운다. 뒤에서는 반갑게 웃으며 악수하는 친밀한 관계인데도 앞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물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유, 북한이 어리석은 듯 보이는 위협을 반복하는 이유도 손해보다 큰 이득이 그들 손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재 필요성이 언급될 때마다 더 많은 원조를 받아온 듯, 북한은 더 큰 힘을 과시하며 더 자주 도발하고 있다. 북한의 건재가 국내외적으로 이익이라는 정치적 판단 때문일지 모른다. 대중은 이제 눈앞의 사고에 분노할 뿐, 더 큰 위험은 느끼지 못한다. 오웰은 예술조차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정치적 욕구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하물며 정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의 세계일까.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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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차현진의 돈과 세상]
금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라고 선언했다. 1963년 6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베를린의 현지 주민 앞에서 “우리 모두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고 연설했던 것의 오마주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은 넷으로 쪼개져 승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관리받았다. 다만 화폐는 라이히스마르크화를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1948년 초 미국, 영국, 프랑스가 각자의 점령지를 서독으로 통합하고, 새 화폐 도이치마르크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화폐 라이히스마르크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동독 경제가 흔들렸다. 위성국가를 돌보는 부담이 커진 소련이 서베를린 봉쇄로 응수했다. 도로와 철도가 끊긴 서베를린에는 40일 치 식량과 석탄밖에 없었다. 물가가 폭등하고 200만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가만있지 않았다. 공군과 해군 수송기를 동원해서 물자를 공수하면서 만약 수송기를 공격하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리고 28만 회에 걸쳐 쉴 새 없이 물자를 실어 날랐다. 323일 만에 소련이 봉쇄를 풀었다.
이후 서베를린은 자유와 풍요를 선망하는 동구권 국민들의 탈출구가 되었다. 이탈자가 10만명을 돌파하자 소련이 다시 고민에 빠졌다. 1961년 6월 소련은 동서 베를린 사이에 철조망을 철거하고 높은 콘크리트 장벽을 세웠다. 서베를린에서 서방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며 대치 국면으로 돌입했다. 2차 베를린 위기다. 케네디 대통령은 콧방귀를 뀌었다. 현장을 찾아가 “우리 모두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며 단결을 과시했다.
1989년 오늘 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총과 대포가 아니다. 자유와 풍요다. 체제는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유라는 정신적 가치와 풍요라는 물질적 자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북한은 그걸 모른 채 연신 미사일만 날리고 있다.
-차현진 경제컬럼니스트,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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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 남쪽으로 미사일 발사, 南 내륙 넘기는 도발 가능성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휘, 참관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25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하루 쏜 양으론 역대 최다다. 이 중 한 발은 원산에서 울릉도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 NLL(북방한계선) 남쪽 26km 공해상에 떨어졌다. 속초에서 57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6·2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상 우리 영토를 침범한 것이나 다름없다. 울릉도에는 요격 미사일도 없다.
북한 군부 1인자는 도발 직전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을 비난하며 “특수한 수단들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며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곧바로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동해 완충 구역에 100여 발의 포격을 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최근 북 도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방식도 새로워지고 있다. 북은 지난 9월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을 겨냥한 듯 같은 거리만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4일엔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 쪽으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투기 150대를 한꺼번에 띄우고 동·서해 완충 지대로 수백 발의 포격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한 상선이 백령도 부근 NLL을 고의적으로 침범한 뒤 10여 발의 방사포를 쐈다.
북은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방식의 도발로 우리를 흔들어 놓으려 할 것이다. 우리 상공을 직접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나라 전체에 공습 경보가 울리고 국민들이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백령도나 연평도를 넘기는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불안, 분열, 혼란을 일으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북은 조만간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BC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핵실험은 종전과 같은 방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ICBM 발사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은 이날 북 도발에 대응해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북쪽 해상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북이 도발을 멈출 리 없다. 북이 도발 수위를 점점 높여갈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처럼 북한에 허를 찔려 허둥지둥해선 안 된다. 북이 이럴 수 있는 것은 핵 보유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다. 아무리 도발해도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안보의 이 구조적이고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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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공습경보에 우왕좌왕, 울릉도만의 문제 아니다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2일 오전 8시 51분 원산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하자 경북 울릉군 전역엔 8시 55분부터 사이렌이 울렸다. 군 경보 레이더와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공습 경보를 자동으로 발령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사이렌 소리만 요란했을 뿐 어떤 상황인지 안내가 없었던 탓이다. TV를 보던 일부 주민만 뉴스 자막을 통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반면 울릉군 공무원들은 군 청사 내 지하공간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했다고 한다.
울릉군의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는 경보 발령 20여 분 후인 9시 19분에야 발송됐다. 안내 방송은 9시 40분에야 이뤄졌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한 뒤에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울릉군엔 총 8곳의 지하 대피소가 있고 총 3000여 명 수용할 수 있지만, 평소 민방위 훈련 경험이 거의 없어 대피 장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겨우 대피한 뒤에도 주민들은 4시간 가까이 불안해야 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경계경보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의 도발 상황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안내가 부족했다. 북 미사일이 고장 등으로 통제에서 벗어났다면 울릉도를 덮칠 수도 있었다. 전국에서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자막으로 뜬 공습 경보와 경계 경보에 어리둥절했다.
앞으로 어느 곳이 북의 다음 과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방위 훈련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연간 30시간에 달했던 민방위 교육은 2000년대 들어 1~4시간으로 단축됐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유명무실화했다. 현 정부도 국민 부담 경감을 이유로 교육 축소 방침을 밝혔다. 어제와 같은 혼란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조선일보(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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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애도 기간, 연합 훈련 상관없이 NLL 넘어 도발. 핵 가진 자의 만용, 反인륜 행위.
-팔면봉, 조선일보(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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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에 빠진 대한민국 정치
[김도연 칼럼]
북핵 위협에 경제 고통, 국민들 위기 몰렸는데
정치권, 나라이익·국민행복 외면하며 정쟁만
이태원 비극 앞에서 잠시라도 참정치 펼치라
1995년, 삼성의 고(故)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지적했다. 그 후 30년 가까이 지나며 1만 달러였던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가 되었다. 당시 2류였던 기업들 몇몇이 1류 반열에 오른 덕택이다. 그러면 정치와 행정은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특히 정치에 대해선 아쉽게도 매우 냉소적이다. 지하실 바닥 수준으로 알았더니 이제는 싱크홀에 빠져 버렸다는 평가에 더욱 많이 공감할 듯싶다.
올 9월 말부터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을 계속 쏴 올리며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장사정포도 쏘았고 전투기를 150대나 동원한 공중 무력시위도 있었다. 해상에서는 북방한계선(NLL)도 침범했다. 7차 핵실험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끝을 모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국 핵폭탄에 의해 인류 최후의 대전쟁, 즉 아마겟돈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황제의 지위에 오르며 조만간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이런 엄중한 국제 정세를 오히려 이용하고 있는 북한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 핵무기를 지닌 북한의 위협은 한민족 전체의 존망에 연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민족 공멸(共滅)의 단추를 설마 누를까? 그러나 그는 주민들을 굶기면서도 미사일과 핵무기에 막대한 재정을 퍼부은, 이성적인 사고와는 이미 머나먼 절대 독재자다. 최근 핵 선제 타격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는 않겠다던 방어전략에서 이를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이 쏘아 올리는 핵무기는 미국이나 일본으로 갈까? 아니면 대한민국 영토를 향할까?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가 첫째라면 그다음으로 당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다.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수출 주도로 크게 성장했다. 역대 정부가 체결한 60여 개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우리는 수출을 늘려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는 경쟁적으로 자국 중심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수입하는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올 4월부터 매월 계속되고 있는 무역 적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
IMF 사태는 참으로 큰 고통이었지만, 그때는 우리만의 문제였기에 오히려 극복이 용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은 전 세계가 겪을 위기다. 고통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는 지원금을 쏟아부었고 이제는 그 후유증으로 모두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대응 전략으로 성큼성큼 올리는 금리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는 존재는 소위 ‘영끌’해서 아파트를 마련한 젊은 세대들일 것이다. 부동산 문제만은 자신 있다고 공언하던 지난 정부를 탓해 무엇하랴. 이들을 위해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안보와 경제가 모두 긴박한 상황인데,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책임진 우리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정치가 엉뚱한 일에만 매달려 있으니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태평양 쪽으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던 당일 새벽, 일본 홋카이도 지방에서는 경보가 울리고 지하철도 일시 정지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를 호들갑으로만 여기는 듯싶다. 다가올 겨울철 위기에 대비해 유럽에서는 실내 난방온도를 제한하며 에너지 배급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대낮처럼 밝힌 산속에서 야간 골프까지 즐기며 살고 있다.
우리 정치는 오로지 선거에 이겨 정권을 잡는 일만이 전부인 듯싶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선출된 정부도 무너뜨리자고 선동한다. 윤석열 정부 퇴진을 위한 중고등학생 촛불집회까지 예고되어 있는데, 그 포스터에 준비물이라고 크게 기재된 ‘깔고 앉을 공책’에 기가 막힌다. 촛불은 스스로의 육신을 태워 주변의 어둠을 밝히는 유용한 존재다. 상대방을 태워 없애는 해로운 흉기가 아니다.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는 정치를 “변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덜 해롭고, 가장 유용한 일을 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우리 정치인들도 제발 국가와 국민들에게 유용한 일을 하기 바란다.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일을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이태원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잠시만이라도 참정치에 임하길 기대한다. 스러진 젊은 생명들에게 삼가 애도를 표한다.
-김도연 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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