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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늦었지만 큰 미래 열 수 있다] ....

뚝섬 2024. 6. 4. 07:03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늦었지만 큰 미래 열 수 있다] 

[어느 아프리카 외교관의 명연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늦었지만 큰 미래 열 수 있다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 앞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오늘과 내일 서울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자 정상회의를 갖는 건 처음이다. 아프리카 55국 중 쿠데타 등으로 제재를 받는 나라를 제외한 48국이 우리나라의 초청에 모두 응했다. 이번 행사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심을 보여준다. 국가원수가 직접 참석하는 나라가 25국이다. 윤 대통령은 25명 전원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랜 기간 아프리카는 원조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가장 젊고 성장 잠재력이 큰 대륙이다. 14억 인구는 중국·인도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3분의 2가 25세 이하다. 전기차 배터리 필수 원료인 코발트의 52%를 비롯해 세계 광물 자원의 3분의 1이 사하라 이남에 묻혀 있다.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 출범으로 GDP 3조4000억달러 거대 단일 시장이 됐다. 2000년 EU와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인도 등이 아프리카와 경쟁적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이유다.

 

이번 정상회의는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만의 강점과 차별성이 있다. 신생 독립국으로 전쟁을 딛고 산업화·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한국의 성공 스토리는 아프리카에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은 공적 개발 원조(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국가다. 수혜국의 심정을 헤아리며 국가 발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 마침 아프리카 국가들은 외부의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 발전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진솔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은 그럴 수 있는 최적의 협력 파트너 중 하나다.

 

그동안 우리 외교에서 아프리카는 변방이었다. 주변 4강 외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아프리카는 국제 무대에서 ‘글로벌 사우스’ 그룹의 핵심이 됐다. 세계가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갈라지면서 유엔 회원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존재감은 매우 커졌다. 한·아프리카 간에 협력할 사항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슬로건은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다. 그 미래의 출발점이 오늘이기를 바란다.

 

-조선일보(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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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프리카 외교관의 명연설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내몰린 군인은 물론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하고 각종 기반 시설이 파괴되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피란민들은 객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떠돌고 있습니다. 저의 ‘풍경이 있는 세상’ 칼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안타까워하는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로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전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기대하면서 칼럼을 썼습니다만, 이렇게 오래 계속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포럼에서 여러 가지 주제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관점과 이와 관련해 한독 양국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논의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전쟁의 피로감 때문인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는 외에,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우크라이나의 EU나 나토 가입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잘못으로 지적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나토의 동진(東進) 정책이 러시아를 자극해 푸틴으로 하여금 전쟁을 일으키게 하였다는 불평까지 나옵니다.

 

후자의 불평에 대해 포럼에 참여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은 단호히 배격하였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대국(大國) 자국의 세력권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 인접한 소국(小國) 영토 주권과 자결권을 유린한 것으로 명백한 기본적 국제규범 위반이며, 또한 냉전이 종식되고 나토가 동진하게 것은 동구권 국가의 대다수 국민이 탈냉전 상황에서 공산주의 독재보다 민주주의를 선택한 으로, 이는 국제적으로 존중받아야 그들의 최종 결정이었기 때문에 근거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주유엔 케냐 대사인 마틴 키마니(Martin Kimani)가 2022년 2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행한 연설을 소개하였습니다.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는 평화를 위해 서구 식민지 기준으로 쪼개진 현재 영토를 받아들이고 있다. 만일 러시아와 같은 방식으로 민족, 인종, 종교적 동질성으로 국가를 수립하려 했다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은 현재의 국경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평화라는 위대한 것을 원해서 러시아처럼 행동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 지도를 보면 가로세로로 잣대를 대고 그은 듯한 국경들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민족, 종교, 자연환경과 관련 없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편의로운 협상에 따라 생긴 국경선을 아프리카인들은 평화를 위해 감내하고 있습나다. 실로 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공감이 가는 명연설입니다. 러시아에 대한 질타의 극치입니다.

 

그렇기에 한국과 독일은 2차 대전 후에 성립된 주권 평등, 영토 주권과 자결권 존중을 내용으로 하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신봉하는 가치 파트너(value-partner)로서 국제 질서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였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푸틴의 실패를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가능하더라도 시간이 걸리면 그동안 적지 않은 희생이 따를 것인데, 하는 마음 약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했던 한네스 모슬러 교수와 협상에 의한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보았습니다. 가령 러시아는 점령지에서 철수하고, 지역에서는 국제기구의 철저한 감시하에 전쟁 발발 거주했던 주민들만의 투표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독일의 자를란트 지역이 1955년 주민 투표로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귀속을 정했던 것처럼. 모슬러 교수는 순진한 양반 보겠네라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면서, 이미 보여준 바와 같은 러시아의 공작에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유 민주 세력의 연대로 푸틴을 굴복시키는 길밖에 없다는 것인데, 해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희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 조선일보(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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