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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공세] [스파이 풍선의 부활] [ ..우크라戰 1년.. ] ....

뚝섬 2023. 2. 14. 08:13

[러시아의 대공세]

[스파이 풍선의 부활]

[세계 갈라놓은 우크라戰 1년, 민주진영 더욱 단단해졌다]

[벌써 1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잃은 것]

 

 

 

러시아의 대공세] [스파이 풍선의 부활

 

[임용한의 전쟁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지났다. 이전에 예측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장기 소모전이었다. 이 전쟁은 서방 주요국과 중국, 이란 등 러시아 우방까지 간접적으로 참전하고 있다. 이 방식의 나쁜 점은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서 지원국들은 물리적 충격은 받지 않더라도 심한 내상과 후유증으로 고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이런 특징으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작년에는 러시아의 전략·전술적 오류가 너무 뻔했기 때문에 예측이 쉬웠다. 역사학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은 인류가 역사의 교훈을 통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은 적이 있냐고 말한다. 우울한 얘기지만 작년의 러시아가 그 정수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 땅에서 자신들이 벌인 제2차 세계대전의 교훈까지 무시했다.

이번 공세는 예측이 쉽지 않다. 우선 양측이 전력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다. 더 어려운 부분은 러시아가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이냐는 것이다. 전차를 앞세우고 대병력이 평원을 질주하는 대공세는 공중과 지상, 지원, 병참 능력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30만 명이 대병력 같지만 30만 명으로는 이런 공격을 하지 못한다. 여기에 전술 목표에 집중하지 않고, 공격이 분산되면 더욱더 효과는 떨어진다. 공세의 효과로 초반에는 승리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전쟁 지속 능력과 정교함은 빠르게 추락할 것이다.

 

대공세는 허세고, 특정 전술 목표에 집중한다면 초반에는 우세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전술과 병참 운용 능력은 여전히 미숙할 것이다. 이 능력은 절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 그렇다면 화력과 인해전술로 밀어붙여야 하는데, 이 역시 전쟁 지속 능력을 빠르게 소진시킨다.

제일 오리무중인 것이 러시아의 전략 목표다. 러시아의 일선 지휘관들도 모르는 듯하다. 어쩌면 서방 경제가 주저앉고, 서방 지원이 끊어질 때까지 체력전으로 가겠다는 것이 당장의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은 예측이 어렵더라도 공세가 시작되면 다시 전황은 예측이 쉬워질 것이다. 전 세계가 고통으로 한숨을 쉬겠지만.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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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봇, 출시 사흘 만에 퇴출. “러시아가 우크라 침략” “중국 경제 문제 있다 눈치 없이 맞는 말한 ?

 

-팔면봉, 조선일보(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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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풍선의 부활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이달 초에 미국 상공에서 중국 풍선이 날아다니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스파이 풍선은 세계적 관심거리가 되었다.

 

사람을 태우고 비행하는 풍선은 1783년에 프랑스의 몽골피에(Montgolfier) 형제가 발명했다. 11년이 지난 1794년에 벌어진 프랑스 대 오스트리아-네덜란드 연합군 전쟁에서 프랑스군은 풍선 작전을 담당하는 ‘비행사 편대’를 운영했다. 큰 글씨로 ‘기업가(L’Entreprenant)’라고 적은 풍선을 타고 적을 염탐한 과학자가 첫 공을 세웠는데, 이 덕분에 프랑스군은 플뤼로스 전투에서 승리했다. ‘기업가’라는 글씨는 군사적 정찰이라는 풍선의 진짜 목적을 숨기려는 위장이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동안에 주로 북부 연합군이 풍선을 이용했다. 이때도 북부군은 ‘풍선 비행대’를 만들었다. 한번은 피츠 포터(Fitz Porter) 장군이 풍선을 타고 적진을 염탐하다가 풍선 줄이 끊기면서 적진 상공으로 표류한 적이 있다. 남부군은 총을 쏘아댔지만, 총알이 비껴갔다. 포터 장군이 탄 풍선은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다시 연합군 진영으로 날아가 착륙할 수 있었다.

 

풍선으로 염탐하는 전략을 것은 1 세계대전이었다. 각 군은 상대 진영의 위치와 무기를 파악하고자 풍선을 띄웠으며, 적이 포탄을 쏠 때 적진 위치를 알아냈다. 풍선이 격추되면 풍선에 탄 병사들은 막 발명된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또 1차 세계대전 중에 모터를 이용해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비행선 모양 풍선이 만들어져서, 염탐과 포격에 널리 사용되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주로 적군 비행기의 운항을 방해할 목적으로 풍선을 썼으나, 일본은 미국 투하를 목표로 폭탄을 실은 풍선 9000개를 날려 보내기도 했다.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의 풍선은 별 효과가 없었다.

 

20세기 후반부터 군사적 정찰과 염탐은 주로 인공위성이 담당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인공위성을 겨냥한 레이저 무기가 개발되면서, 전략가들은 다시 풍선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오래된 기술이지만 풍선은 값싸고 쉽게 날릴 수 있으며,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상대를 교란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조선일보(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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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갈라놓은 우크라戰 1년, 민주진영 더욱 단단해졌다

 

AP 뉴시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으며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1년(24일)을 앞두고 전차와 보병부대를 전선에 대거 배치한 러시아가 본격적인 대공세의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시적인 전과로 개전 1주년을 기념하면서 그 정당성을 홍보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조감이 묻어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막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독재자의 ‘최단기간 승리’라는 착각과 오판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이 되도록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진창에 빠져 있다. 그 참혹한 결과는 전쟁의 야만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군의 사상자는 모두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역이 전쟁의 참화 속에 황폐화됐고, 국민 30%가 난민으로 전락했다. 무차별 폭격과 집단학살이 낳은 민간인 사망자도 부지기수다.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이자 세계 2위의 군사 강국인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막아낸 것은 무엇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였다. 갈수록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는 러시아군이 ‘국민의 군대’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크라이나에 국제사회는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푸틴의 핵전쟁 위협에 직접 개입은 자제하면서도 최근엔 전차까지 보내기로 했다. 전투기 지원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뜩이나 격화되던 신냉전 기류 속에 민주진영 대 독재진영의 대결구도를 한층 뚜렷하게 만들었다. 특히 푸틴의 주권 유린 침략전쟁은 서방 민주진영의 연대와 단결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핀란드 스웨덴 같은 중립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서두르고 있고, 옛 소련의 일원이던 중앙아시아 국가마저 ‘탈(脫)러시아’ 행보를 걷고 있다. 앞으로도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과 전쟁 자원 고갈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곧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무승부’의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푸틴 정권이 붕괴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장기 소모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소련의 붕괴를 가져온 아프가니스탄 10년 전쟁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과 서방의 연대가 계속되는 한 푸틴은 승산 없는 ‘자멸의 전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동아일보(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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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잃은 것

 

지난해 12월 2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오른쪽)과 함께 모스크바 국가방위통제센터에서 회의를 마친 후 걸어나오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는 2월 24일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된다. 러시아는 푸틴 집권 이후 자신들이 일으키거나 개입한 전쟁을 모두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며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예컨대 지난 2000년 푸틴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제2차 체첸전쟁을 마무리하면서 체첸을 러시아에 가장 충성하는 지역으로 바꾸었다. 2008년 8월 7일 발발한 조지아와 친러 성향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 간 전쟁에도 참여하여 5일 만에 승리를 이끌었다. 2015년 9월에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여 아사드 정권이 현재까지 유지되도록 도왔다. 2020년 8월 벨라루스 대선 직후 부정선거와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반발해 벌어진 반정부 시위 역시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잦아들게 되었다. 2021년 12월 말부터 시작되었던 카자흐스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소요사태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러시아 공수부대가 주축이 된 CSTO의 신속대응군이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되어 사태를 종결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어긋난 러시아의 기대

 

아마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속전속결로 끝마치고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충실하게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을 마음대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끝내는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작용하여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의 부분동원령 이후에도 전황이 고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난해 10월 푸틴이 참석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다자 정상회담에서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이 전쟁이 어떻게 돼가느냐고 묻자 푸틴이 답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우선 대서양과 유라시아 지역 질서 형성에 있어서는 러시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종결한다면 미·중 전략경쟁에서 존재감이 줄어든 자국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당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보였던 성과들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의 소위 ‘특수군사작전’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면 유라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독보적 위상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마련되리라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전쟁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어긋났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가 매우 강했다. 또 군대를 직접 파병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단계를 높여가면서 첨단 무기를 제공해왔다. 정보자산을 동원하여 군사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해줬다. 서방은 해외자산 압류, 러시아 금융기관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 퇴출, 대러 전략물자 수출 금지, 에너지 수입제한,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시장 철수, 인적교류 제한 및 러시아 문화 지우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무력화하는 조치도 단행하였다.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오랜 기간 중립을 깨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신청하는 역풍도 맞았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자국 이익만 챙기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들은 대부분 중립을 지켰다. 러시아의 지원 덕분에 부정선거 시위로 권좌에서 쫓겨날 위기에서 벗어났던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키이우로 침공할 수 있는 최단 거리의 국경선을 제공하였지만 참전은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반정부 시위를 해결할 수 있었던 카자흐스탄 역시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CICA 정상회담에서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자국이 러시아의 연방이 아닌 독립국가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유엔(UN)의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에 기권하고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는 서구로의 수출이 막히게 된 러시아 에너지를 배럴당 30달러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수입하면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 역시 무기 등의 지원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SCO 시기 개최된 양자회담에서 모디 인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충고하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과 우크라이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상호 지지를 표명하는 선에서 정상회담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던지는 두 번째 메시지는 ‘자원과 식량 수출 대국’ 러시아를 제재하고 고립시킨다면 냉전 이후 형성된 비(非)배타적 자유주의 질서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탈냉전 시기 경제활동의 범위는 전지구적으로 확대되었다. 교통과 통신 비용이 감소하면서 더 많은 국가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하였다.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개도국의 자원과 노동을 결합하여 생산 거점과 소비시장을 이어주는 글로벌 공급망은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제한되지 않은 채 최적화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으로 국가 간 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국가들은 상호의존성을 줄이는 것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러시아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면서 국제사회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냉전 이후 유럽은 러시아와 에너지 및 공산품을 교환하는 최적화된 무역구조를 통해 이익을 누렸다. 당초 러시아는 에너지, 식량, 광물자원 부국인 자국을 배제하면 특히 유럽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면 국제사회로의 복귀가 비교적 빠르게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유럽은 러시아의 기대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러시아와 디커플링되면서 기존 인프라 매몰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두지 않았다. 북반구 항공로의 주요 통로였던 러시아 영공의 이용은 줄었으며, 국제 운송회랑으로 육성하고자 하였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북극항로 이용 횟수도 줄고 있다.

 

러시아와 디커플링 감수하는 유럽

 

특히 공산주의와 계획경제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에 성공하고 유럽연합(EU)과 NATO 회원국이 된 헝가리를 제외한 동유럽 국가들이 반러 전선을 형성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는 것을 목표로 원자력을 청정 에너지로 규정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자유에너지’로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매진하여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도 앞당기려고 한다.

 

냉전 이후 세계경제에 편입된 러시아와 그동안 축적해온 상호연결성을 한순간에 끊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서구는 전쟁이 이어지게 되자 제재를 계속 추가하면서 러시아를 축출하고 있다. 전쟁의 상흔이 깊어지면서 러시아가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로 다시 편입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구는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공세적 대외정책을 꺾기 위해 공급망 교란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국가들은 수축된 공간과 시장을 놓고 국제협력을 해야 하는 제약하에 놓일 전망이다.

 

다만 국제사회가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으로의 여정을 통해 미래로 나가려고 하지만 이번 전쟁은 탄화수소와 자원 없이 미래로의 여정이 순탄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일깨우고 있다. 오늘날 인류문명을 유지하는 데 탄화수소 연료는 여전히 중요하다. 기술혁신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은 신소재 개발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있었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 아직 많은 시일이 요구된다.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부담을 지게 될 국가 간에는 편차가 존재한다. 미국과 EU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거나 줄이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할인된 가격으로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을 놓지 않으려 한다. 결과적으로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러한 공급망 구도에서 취약한 국가는 내려앉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성장하면서 국가 간 상대적 국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요약하자면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는 자국의 동의 없이 대서양과 유라시아 질서의 재편이 가능한지, 신냉전 구조하에서 비배타적 자유주의 질서 유지가 가능한지, 러시아 없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민주주의 진영은 이에 대해 2014년과는 달리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과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맞서 싸우고 있어 러시아는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거주 러시아 ‘디아스포라’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비(非)나치화하겠다는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부분동원령을 내리고 점령지 헤르손, 자포리아,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네 지역을 병합하였을 뿐이다. NATO가 개입하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국제사회를 초긴장 상태로 내몰기도 한다. 이번 전쟁이 언제 종식될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은 지속되고 있지만 서구는 러시아 없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환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다극 체제 구축에 더 주력할 러시아

 

올 한 해 러시아는 전쟁으로 흐트러진 위상을 만회하기 위해 우선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비판하면서 중국, 인도, 제3세계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다극 체제를 추구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1년 다보스 연설에서 경제 불평등, 외교 포퓰리즘, 공세주의 증가 등으로 군사 충돌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2021년 수립한 러시아 국가 안보전략에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중심적 국가 중 하나로서 자국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러시아는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가치와 발전 방식에는 다양성이 존재함에도 미국과 서방이 이를 무시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고유한 문명적 가치를 유지해온 국가들을 정치와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주권, 독립, 영토적 통합, 정치 간섭 배제라는 러시아의 원칙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러시아가 제시하는 다극 질서에 대해 제3세계 국가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주저하는 이유가 된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근외 국가에 대해서도 공을 들일 것이다. 러시아 대외 정책에서 유라시아 근외 국가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다. 긴 국경을 가진 러시아는 자신들의 외교 안보 자원을 국경을 맞닿은 국가에 많이 투입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국가 통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로 합의한 벨라루스를 제외한 모든 근외 국가들은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9월 5일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라는 개념에 기초한 외교정책 독트린을 승인하였는데 유라시아 근외 국가들에는 위협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러시아는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러시아 문화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공표하면서 디아스포라 동포들과의 유대를 통해 ‘반서방 다극 세계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국제 무대에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밖에 살게 된 약 2500만 러시아인의 비극적 운명을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푸틴이 강조한 것을 외교정책의 독트린으로 삼은 것이다. ‘루스키 미르’는 러시아 디아스포라를 품으면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러시아 없는 질서 수립이 불가하다는 것을 재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러시아 디아스포라에 대한 푸틴의 천착

 

하지만 이러한 논조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발트 3국,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디아스포라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는 위협적인 발언이다.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근외 국가의 원심력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이 가진 구심력을 유지하려 하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원심력과 구심력 간 균형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러시아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계속 던져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푸틴 체제의 안정성 유지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전쟁의 길어지면서 병사들의 희생이 계속 커진다면 푸틴을 지지하는 권력 엘리트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의 부분동원령은 턱없이 부족한 병력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던 군부와 강경파의 요청을 푸틴이 수용한 결과이다. 아직 반(反)푸틴 야권 세력은 현재의 푸틴 체제를 무너뜨리기에는 미약하고 권력 엘리트 내 푸틴에 대한 도전이 강하지 않기에 푸틴 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제재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점차 증가하게 되면 러시아의 역사적 경험으로 봐서는 푸틴 체제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전쟁을 통해 이루고자 하였던 전략적 성과 달성과 체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많은 당근과 채찍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적 보상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아태지역으로의 에너지 수출 확대 역시 다시 적극 도모할 전망이다. 서방이 대러 제재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급격하게 줄임에 따라 러시아는 새로운 에너지 판매처로서 아태지역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이 아태지역으로 에너지 수출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하였으나 현재로서는 유럽으로의 수출 능력에 비해 아태지역으로의 에너지 수출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극동 및 북극의 열악한 기후조건은 에너지 수출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한다. 그동안 러시아는 유럽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면서 비교적 용이하게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인프라 투자, 국방 현대화, 복지 비용으로 나누어 지출하면서 연방정부의 국정 장악력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태지역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인프라 투자에 할당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럽과의 에너지 협력이 원활하던 시기에도 국제 자본을 유치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전쟁으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 상태라 국제자본 유치도 쉽지 않다. 이는 아태지역 에너지 수출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아태지역 수출과 기술주권에 주력할 듯

 

러시아는 기술주권 확보에 의한 생산능력 복원도 주요한 과제로 설정할 전망이다.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자국의 생산력이 크게 위축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 ‘기술주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7일 제25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기술주권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산업정책을 친시장 정책에서 기술주권 확보 정책으로 변경하였다. 제약, 바이오, 화학, 기계장비, 원자력, 우주, 항공, 조선, 전자, 방산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기술주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어떤 국가라도 현대문명을 주도하는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혼자서 도맡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제조 공정이 미세해지면서 생산 과정은 복잡해지고 각 과정에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고가의 첨단 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모든 생산 과정을 하나의 국가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해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대만, 영국, 네덜란드 등 많은 국가가 참여해야만 가능하다. 서방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추구하는 반도체 기술주권 확보는 달성하기 힘든 과제이다. 물론 러시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8nm 팹이 범용 반도체라는 점에서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국제협력을 시도할 것이다.

 

전쟁을 일으켰기에 이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러시아가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 전쟁이 푸틴의 권력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국제사회는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제안보 이슈 등으로 만들어지는 셈법에 따라 다층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의 위상을 다시 정립하는 기회를 계속 찾을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솔레다르에서 패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서구는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와 에이브럼스 전차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무고한 희생을 줄이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지 않도록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부담이 커지게 되면 우리를 포함한 세계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개도국의 자원과 노동을 최적으로 결합시켜 경쟁력을 가진 생산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에너지, 식량, 광물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경쟁국에 비해 더욱 취약한 경제안보 구조를 가진 입장에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와 광물자원 수입을 완전히 절연하는 것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더욱 큰 실정이다. 또한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으로 많은 위협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중과 연대하여 안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파국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 정도 한·러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균형외교를 추구하기에 국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북한,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형식적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바뀐 러시아’가 한국 외교에 유리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상준 국민대 러시아ㆍ유라시아학과 교수, 전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주간조선(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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