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헌법 정신에 맞게]
[도이치모터스 1심 유죄… ‘김건희 의혹’도 말끔히 규명해야]
탄핵 심판, 헌법 정신에 맞게
헌법재판소는 위헌 법률 심판뿐만 아니라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있는 굵직한 사건들을 전담한다. 이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중립적이어야 하는 곳이지만 헌법재판관 구성은 그 어느 기관보다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띈다. 총 9명인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고른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의 성향이 같을 경우 기본적으로 6명이 같은 정치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국회가 선출하는 3명 중 최소 1명은 통상 여당 몫이다. 그래서 재판관 7명의 성향이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3.02.09./뉴시스
9명은 많은 수가 아니라서 서로 살갑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각자 일이 바빠 다른 재판관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가끔 다른 재판관 방에 가서 차를 한잔 마시며 대화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얼굴 볼 시간이 없으니 성향이 정반대인 다른 재판관들과 융화되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다른 전직 헌법재판관은 “굳이 다른 성향의 재판관들을 찾아가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의에서 만날 때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정을 내릴 때도 평소 자신의 신념대로 하게 되고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헌재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뒤 180일 안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63일)과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91일)에 대한 탄핵 사건도 이 기간 안에 결정됐다. 헌재는 9일 이 장관 사건의 쟁점과 법리를 검토하는 헌법연구관으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장관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사건도 빨리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책임지라면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명백한 위법 사항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탄핵을 밀어붙인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야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은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이번만큼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보다 국가를 위해 헌법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한다.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우리 헌법 정신에 맞는 결정을 내린다면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이다.
-윤주헌 기자, 조선일보(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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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1심 유죄… ‘김건희 의혹’도 말끔히 규명해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공범 대부분도 징역형에 집행유예다. 전주(錢主) 2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주가를 관리하고 나머지 피고인은 시세 차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가가 급등한 시기에 얻어간 수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손해 본 사람도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이 ‘성공하지 못한 시세 조종’으로 보긴 했지만 유죄 판결을 내린 이상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관여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결론을 내려야 한다. 김 여사의 이름이 공소장에 나오지 않지만 첨부된 범죄일람표에는 거래에 사용된 계좌의 주인으로 289번 나온다고 한다.
2022년 2월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측에 계좌를 맡기고 거래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고 계좌를 회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손해 여부는 유무죄와 상관없다. 검찰은 거래에 사용된 김 여사 이름의 계좌가 단순히 맡긴 것인지 아니면 직접 거래에 사용한 것인지, 또 단순히 맡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다른 약속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김 여사는 2010년 8월∼2011년 3월 다닌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을 통해 당시 현직 도이치모터스 이사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권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시도는 이 무렵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시장법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에 주가조작 사건을 기소했기 때문에 2011년 12월 이전의 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재판부는 2010년 10월부터의 범죄는 하나의 포괄적 죄로 보고 선고했다. 따라서 김 여사 명의의 거래도 공소시효가 일부 남아 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허위 주장이 밝혀졌다”고 했고 민주당은 특검을 벼르고 있다. 야당의 특검 압박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맞불을 놓는 정치적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검찰이 조속히 의혹을 말끔히 규명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력을 낭비할 수 있다.
-동아일보(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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