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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더 이상 湖南을 끌어들이지 말라]

뚝섬 2023. 6. 3. 11:06

이재명 대표, 더 이상 湖南을 끌어들이지 말라

 

[강천석 칼럼]

국가 진로 誤判 번씩송곳니뽑힌 독일 경험 씹어야
민주, 世紀에 있을 국가 進路 논의 참여 자격 갖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2/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7.83%의 표를 얻었다.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 85%, 전남 86%, 전북 83%였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는 37%, 비호감(非好感)이 52%였다. 대선 지지도 50%가량이 연기로 사라졌다.

 

 

이 대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되겠구먼, 다시 내려가 발전기를 돌려야겠네였을까. 아니면 그만 폐를 끼쳐야겠다였을까. 호남에 전기가 나가면 민주당은 현재와 미래가 다 깜깜해지는 구조다. 당사가 암흑 천지인데 당대표실만 비상등을 켠다 해서 어둠이 물러가겠는가. 민주당은 갈수록 의인(義人) 열 사람을 구하지 못해 유황불을 맞고 멸망했다는 옛 도시를 닮아간다. 대표가 () 끌고 침몰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마지막 염치(廉恥) 보여줘야 한다.

 

한때 국가의 키를 잡았던 정치인들은 어떻게 국민 ‘가슴’에 기억되기를 원할까.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 수수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제때 한 사람’이었다. 사실은 큰 욕심이다.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그 일을 제때 하기는 더 어렵다. 1989~1990년 서독이 맞이한 통일 기회를 ‘구름에 가렸던 달이 잠깐 얼굴을 내민 순간’이라고 한다. 서독 총리는 그 ‘순간’을 낚아채 통일로 연결시켰다. 때를 놓쳐 담판(談判) 상대가 고르바초프에서 푸틴으로 바뀌었다면 역사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우리는 해야 일을 제때 하지 않은 대통령과 5년을 지냈다. 국회 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대통령 당은 언제든 법률로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이보다 일하기 좋은 조건은 없다. 당파(黨派)를 넘어선 국가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건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국민연금은 수선해야 했다. 같은 당 출신 전임자들이 다 했던 일이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국가 채무(債務)에 고삐도 채워야 했다. 예산준칙은 유럽 사회주의 정권도 당연시하는 일이다. 시도교육청은 지난 3 중앙정부가 교육교부금 195조원을 흥청망청 뿌렸다. 잔치 뒤에서 전국 대학은 닫을 순서만 기다리고 있다. 지방교육교부금법을 마땅히 개정해야 했다. 전기·가스 요금도 단계적 인상으로 국민 충격을 완화해야 했다. 해야 일을 제때 하지 않는 대통령이 해선 일엔 열심이었다. 원전 폐쇄와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뻥튀기가 그런 사례다.

 

한국은 과거 ‘지리적 위치’ 때문에 늘 험한 일을 겪었다. 동북아 정세의 민감한 곳에 자리하면서도 자신을 지킬 힘이 미약했던 탓이다. 지난 150년 ‘한국 문제’에는 항상 ‘민감한 지리적 위치’와 ‘허약한 국력’이라는 상반(相反)된 요소가 섞여있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독일 문제’가 비슷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너무 강하면 독일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고, 너무 약화되면 러시아를 막는 둑이 무너지거나 프랑스 야심(野心) 불을 댕겼다. 1·2차 대전이 끝났을 때 승전국 미국·영국의 고민은 ‘너무 강해선 안 되고 너무 약해져서도 안 되는 독일’ 처리 방안이었다. 영국 정치가는 이 고민을 ‘독일 송곳니는 뽑되, 다른 이빨은 다치지 않게 하는 고난도(高難度) 정치 수술’이라 했다.

 

한국은 처음으로 ‘지리적 위치’와 ‘강화된 국력’의 결합으로 이웃과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됐다. 과거 강력한 독일 등장에 많은 나라는 불안을 느꼈고 어떤 나라는 더러 독일 손을 붙잡으려 했다. 독일이 겪은 두 차례 대재난(大災難)은 국가 진로 갈림길에서 선택을 그르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독일은 1차 대전에선 공업력이란 송곳니를 뽑히고, 2차 대전에선 전 국토가 잿더미가 됐다.

 

한국 송곳니도 반도체·2 전지 기술력과 공업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나라를 그대로 몰고 갔다면 1986년 일본이 겪었듯 미국이 한국 송곳니를 부러뜨렸을 것이다.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진행 중이다. 중국은 ·· 서클 가운데 한국 고리가 가장 약하다고 보고 실력 행사를 위협한다. 정확한 정세 판단, 강력한 의지, 정밀한 실행 수단으로 국가 진로를 열어야 한다.

 

민주당이 세기(世紀) 한번 있을까 말까 국가 진로 논의에서 3자로 소외(疏外) 훼방만 놓는다면 대안(代案) 정당 자격을 잃게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호남을 또 한 번 끌어들여 발전기를 돌리려 해선 안 된다. 그게 당과 호남에 대한 예의(禮儀) 아닌가. 김남국·민형배 의원 비슷한 사람들과 개딸도 함께 부탁한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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