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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이름 바꿔 달라는 개딸] .... [‘조국의 강’ 건넜다더니.. ]

뚝섬 2023. 12. 12. 09:11

[‘개딸’ 이름 바꿔 달라는 개딸]

[민주당 당략에 예비후보 등록일에도 선거 제도 다 오리무중]

[‘조국의 강’ 건넜다더니 ‘조국의 늪’에 빠진 민주당]

 

 

 

‘개딸’ 이름 바꿔 달라는 개딸

 

몽골은 한자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몽고(蒙古)로 불렸다. 몽골인들은 이 명칭을 싫어했다. ‘몽(蒙)’은 ‘어리석다’는 뜻이니 국호로는 부적절한 게 사실이다. 우리는 “몽골로 불러달라”는 요구를 존중해 1990년대 초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 ‘튀르키예’도 비슷한 사례다. 튀르크는 ‘용맹한 자’에서 유래됐는데 ‘터키’라는 국명은 영어의 칠면조와 발음이 같고 속어엔 ‘멍청한 자’라는 뜻도 있다. 유엔이 요구를 받아들여 국명 변경을 승인했다.

 

▶버마도 1988년 자신들을 미얀마로 불러 달라고 했다. 하지만 여러 나라가 여전히 버마로 부른다.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미권에서 미얀마 군부 통치 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버마라고 부른다. 직업의 명칭을 바꿀 때도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파출부가 가사 도우미로, 운전사가 기사로, 청소부가 환경미화원으로 바뀐 것은 해당 직업 종사자의 요구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스스로 만든 ‘개딸’이란 이름을 파기하고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 바꿔달라고 한다. ‘개혁의 딸’을 줄인 말이라며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자랑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앞으로는 지구상에 있지도 않을 개딸’이라고 단언한다. 이재명 대표도 얼마 전까지 “참 많은 우리 개딸, 개이모, 개삼촌, 심지어 개할머니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난다”며 “개딸님들 사랑한다” 했었다. 의외의 돌변이다.

 

▶개딸은 개명의 이유를 “상대 진영이 우리를 프레임해 선동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딸에 나쁜 이미지가 덧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를 만든 사람들은 다른 누구가 아니라 개딸 자신들이었다. 몇 해 전 서울 서초동 촛불 집회를 주도한 사람들도 처음엔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조국을 돕겠다’는 뜻으로 자신들 이름을 ‘개싸움국민운동본부’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중에 ‘개혁국민운동본부’라고 이름을 바꿨다.

 

▶철학자 야스퍼스는 “말이 들어맞아야 참다운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름을 걸고 지향하는 취지와 실제로 하는 행동이 명실상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입으로는 ‘개혁의 딸’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퇴행적 행태를 거듭한 개딸은 ‘참다운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파 좌표를 찍고 떼로 몰려가 공격하는 행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치’ ‘파쇼’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이 개딸 이름만 바꿔달라고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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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략에 예비후보 등록일에도 선거 제도 다 오리무중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내년 4·10 총선을 120일 앞둔 오늘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작업은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도 없다. 법으로는 선거 1년 전인 지난 4월 끝마쳤어야 하지만 한국 정치권이 이를 지킬 리 없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 논의에 착수한 건 지난 7일이다.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가 지난 5일 선관위안을 국회에 내자 그제야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법정시한이 8개월 지난 뒤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관위안을 “불리하다”며 거부했다.

 

이대로면 총선 40여 일을 앞두고 선거구를 벼락치기로 획정하는 악습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다. 예비후보 제도는 현역 의원에 비해 불리한 정치 신인들에게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최소한의 선거운동을 보장해주기 위해 2004년 도입한 제도이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자신들 문제가 아니니 급할 게 없다. 그러니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선거구 늑장 획정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도 한 이유라는 말이 나온다.

 

선거구 획정만큼이나 급한 게 선거제도 개편이다. 현행 선거법은 4년 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군소 정당들과 함께 강행 처리한 것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핵심이다. 이것을 고치지 못하면 위성정당 난립과 ‘의원 꿔주기’ 같은 난장판을 다시 봐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 휴업 상태다.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민주당은 무슨 입장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전으로 돌아가면 자신들 의석 수에서 유리하지만 범여권 내 이해관계 때문에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입장이 없으니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선거제도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올해 초 제기됐던 중대선거구 도입 같은 정치 개혁 논의는 아예 실종되고 말았다.

 

우리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편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조차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 정치학계의 지적처럼 선거에서 ‘선수’로 뛰는 정당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심판’ 역할까지 한다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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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건넜다더니 ‘조국의 늪’에 빠진 민주당

 

“아마 (조국) 법무부 장관이 안 됐으면 가족이 그렇게 괴로움을 겪지 않았을 텐데, ‘검찰개혁’ 하겠다는 의지로 장관을 맡았다가 고초를 당하시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11월 29일 세종시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을 안 맡았으면 가족의 온갖 비리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장관을 하느라 걸린 것이 안타깝다는 소리로 들린다. 조 전 장관은 올해 2월 1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 7개 중 6개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의 딸도 최근 자신의 입시 비리 혐의 관련 첫 재판에서 혐의 자체는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사실 이 전 대표가 늘 조국 편이었던 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여당 대표였던 2019년 10월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조국 사태’에 대해 뒤늦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성난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치다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에야 부랴부랴 ‘조국 손절’에 나선 것. 이대로 대선마저 질 수는 없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도 태세 전환에 있어선 누구보다 발 빨랐다. 경선까진 친문(친문재인) 눈치를 보느라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 “윤석열의 언론 플레이”라며 조 전 장관을 감싸던 이 대표는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중도층 표심을 계산한 듯 조국 사태를 사과했다. 이처럼 이미 한 차례 줄줄이 조국을 손절했던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조국 타령을 시작한 것이다.

발단은 올해 6월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찾으면서였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조국의 총선 출마 관련 본인 입장을 직접 밝히라’(금태섭 전 의원)는 압박에도 침묵으로 사실상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개인적 미안함이 여전히 크다. 그래서 확실히 도와주려고 평산에서 포옹까지 해준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렇듯 문 전 대통령을 뒤에 업은 조 전 장관은 “돌 하나는 들어야겠다는 마음”(12월 4일) “윤석열 정권에 아부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12월 5일)며 연일 총선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전·현 지도부가 다시 동조하는 것이다. ‘상왕’ 문재인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것도 있을 테고, 내년 총선에서도 꼼수 비례 위성정당이 가능한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면 ‘조국 신당’이 파괴력 있을 것이란 계산도 있을 거다.

결국 지난 대선을 앞두고 뒤늦게 “우리는 ‘조국의 강’을 모두 건넜다”고 선언하던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세진 정권 심판 여론에 취해 스스로 다시 ‘조국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는 듯하다. 또 모른다. 이러다 다시 여론이 나빠지거나 조 전 장관의 재판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손절할지도. 과연 민주당에 진정성이라는 게 존재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선거철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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