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고에 직면한 김정은의 새해]
[푸틴, 소련의 6·25 참전 왜 공개했을까]
[‘햇볕정책’에 대한 본심 드러낸 김정은, 애초에 환상이었다]
[불혹을 맞은 ‘아버지 김정은’에게]
[자본주의 vs 공산주의 70년 후...머스크가 올린 한반도 위성사진]
다중고에 직면한 김정은의 새해
[동아시론]
“작년 경제 1.4배 성장”, 통계 조작 가능성 커
한미일 대북억지력 강화 속 북-중 관계는 정체
핵보다 ‘북한판 TSMC 설립’ 선택이 생존의 길
북한이 초조하다. 2023년 연말 노동당 본부 청사에 모여 8기 9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후 내놓은 결과물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더라도 북한이 처한 다중고가 드러난다.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는 양대 기둥은 핵과 경제이다. 2013년부터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추구하다 2018년 4월 ‘결속’한 바 있으나, 김일성 시기부터 국방과 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정책은 상수이다. 금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한 축인 경제 성과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2022년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난국을 우리 힘으로 타개해야 한다”면서 경제 어려움을 인정한 것과 대비된다. 북한은 2023년 한 해 동안 12개 목표(고지)를 “모두 점령”하여 “인민 경제 전반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선전한다. 특히 국내 총생산액이 1.4배 늘어났음을 자랑한다.
2021년 8차 당 대회 때 북한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2026년까지 1.4배 경제 성장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2016년 이래 포괄적 경제 제재로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진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목표라 의아했다. 작년 9월 개최된 14기 7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다시금 목표를 재확인했지만, 북한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요원하다. 북한 경제 통계에 권위 있는 한국은행은 2021년과 2022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0.1%와 ―0.2%로 추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과 건설 분야를 내세워 1.4배 성장을 주장한 이번 전원회의 발표는 목표를 맞추기 위한 정치적 통계일 가능성이 크다. 2021년 8차 당 대회 때 경제 분야 성과가 없음을 인정한 ‘최고 존엄’ 김정은이 2026년 9차 당 대회 때 이를 반복할 수 없는 절박함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우리 통일부가 제시하듯 북한 ‘실물경제’는 바닥으로 인민 생활은 어렵다.
경제 축이 흔들리므로 김정은은 군사 분야 성취에 더 집착한다. 이번 전원회의도 “국방력 강화에서 커다란 성과가 달성”되었음을 자축하는 데 열중한다. 화성-17과 화성-18, 정찰위성, 전술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무인정찰기, 신형 잠수함 등 2023년 한 해 보여준 무기를 나열하면서 “우리 국가의 전략적 힘”으로 자랑한다. 그러나 동시에 김정은은 한미일의 대북 억제력 강화 조치인 “워싱턴 선언” “핵협의 그루빠(그룹)” “한미일 3각 공조체제” “합동군사연습” 등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미국은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지금 이 시각까지도 우리 국가에 대한 각이한 형태의 군사적 위협을 가해” 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제력 조치의 효과성을 판단하는 유효한 방법은 대상의 반응이다. 최고 지도자가 가장 높은 수준의 회의에서 장황하게 한미일 협력을 비판하는 것은 대북 억제력이 작동함을 방증한다.
대외 관계에 대한 제한된 언급도 북-중-러 협력을 연출하려는 북한 노력을 의심케 한다. 2023년 한 해를 결산하면서 최대 업적 중 하나로 내세운 북-러 정상회담은 전원회의 연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회주의 나라 집권당들과 관계 발전에 주력”하고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킨다”는 것이 전부다. 내용이 빈약한 것은 정책이 연속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중-러 삼각 협력이 북한의 “신냉전” “다극 체제 도래” 주장에도 각각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편의에 의한 결합’이라는 분석이 다시금 설득력을 갖게 한다.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조-로(북-러) 관계를 우리 대외정책에서 제1순으로 제일 최중대시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없는 복잡한 북한의 심정이 이번 전원회의 발표에서도 읽힌다.
대남 전략전술도 무모하다. 북한을 최대치로 포용하는 한국 내 이른바 “민주” 세력도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과 함께 싸잡아 비판한다. 한반도 전역의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령토완정”을 이번에는 “핵”을 사용해서라도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한국민의 북한 비호감도가 80%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한국리서치 정기조사) 북한의 전방위적 비판은 대북 억제를 우선시하는 국내 여론을 한층 강화시키는 패착이다.
북한은 경제 어려움, 북핵에 대응하는 억제력의 강화, 피상적인 북-중-러 협력, 무모한 대남 전략전술 등으로 다중고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우선시하는 ‘비핵선경’에 있다. 효용성도 제한되고 돈만 먹는 하마인 핵이 아니라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지식사업인 북한판 TSMC 설립을 선택한다면 김정은의 생존력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 핵을 포기한 북한을 기꺼이 도울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동아일보(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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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소련의 6·25 참전 왜 공개했을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동안 쉬쉬해 왔던(hush up) 옛 소련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처음 공식 인정했다(officially acknowledge for the first time).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세력 다툼에 끼어들겠다는(horn in on geopolitical power struggles)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푸틴은 지난 7월 북한 김정은에게 보낸 ‘전승절’ 70주년 축하 서신(congratulatory letter)에서 “수많은 전투 비행을 수행한(carry out combat flights) 조종사들을 비롯한 소련 장병이 북한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fight shoulder to shoulder) 적 궤멸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make a great contribution to the enemy’s annihilation)”고 언급했다. 비밀 아닌 비밀이었던 소련군 참전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since the Soviet Union’s collapse) 각종 문서와 증언으로 확인되기 시작했지만,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 시인한(publicly admit) 건 처음이다.
소련 조종사들은 중공군 복장을 하고(be clad in Chinese military uniforms) 미그-15기로 6만여 회 출격해(fly MiG-15s in over 60,000 sorties) 공중전을 벌였다(engage in aerial combat). 그러나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시킬 우려 때문에(due to a fear of escalating the warfare into World War III) 당시 소련군 참전은 비밀에 부쳐졌다(be kept secret at the time).
그런데 푸틴이 왜 이제 와서 새삼 그런 사실을 공개한(reveal such facts) 걸까.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전문가들을 인용, “미국이 주도권 차지하는(take the lead) 걸 원하지 않는 러시아가 미국 패권을 방해하기 위해(in a bid to hamper U.S. hegemony) 한반도에 적극 개입할 뜻을 밝힌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같은 푸틴의 의지는 북한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자국을 위한 협상에 끌어들일 기회를 잡게(seize the opportunity to draw Russia into the negotiations for its own sake) 됐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전력 감축을 조건으로(in exchange for a reduction in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demand economic sanctions relief) 협상의 적절한 시기를 노리고 있는(be on the lookout for the opportune moment)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in this context) 김정은은 미국 대선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keeping tabs on the U.S. presidential election).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그와 직접 담판을 짓고, 바이든 현 대통령(incumbent President)이 재선되면 중국·러시아를 등에 업고 다자회담을 도모하려는(pursue multilateral talks) 속셈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푸틴이 6·25 참전 운운하며 한반도 문제에 적극 관여할 의사를 보이는 것이 김정은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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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에 대한 본심 드러낸 김정은, 애초에 환상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유사시 핵무력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교전국 관계”라고 했다. 남북 관계의 민족적 특수성을 부정한 것이다.
김정은이 선대 수령들의 통일 유훈인 고려연방제의 폐기까지 시사하며 대남 핵공격을 위협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북은 입으론 ‘우리 민족끼리’를 말하면서 민족을 공멸시킬 핵무기 개발에 몰두해왔다. 누가 봐도 모순인데 주사파를 비롯한 좌파와 이른바 진보 세력은 ‘대미 협상용’ ‘민족의 핵’이란 궤변으로 두둔했다. 이를 비웃듯 김정은은 지난 몇 년간 대남 공격용 전술핵 개발을 공개 지시하고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헌법화했다. 진작에 ‘우리 민족끼리’의 가면을 벗어던진 것이다. 이번 발언은 이를 재확인한 것일 뿐이다.
김정은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통일 정책을 싸잡아 “우리를 붕괴시키겠다는 흉악한 야망”이라고 했다. 사실상 햇볕정책에 대한 사망 선고다. 애당초 북에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가설 자체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순진한 발상이었다. 국가의 통일 대계를 우화에서 찾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이런 사람들이 ‘같은 민족에게 핵을 쓸 리 없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대북 퍼주기에 몰두했다. 지난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전 세계를 속이고 트럼프에게 보증까지 섰다. 그 결과가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전술핵의 완성이었다.
대북·통일 정책은 북의 실체를 냉철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유일한 관심사는 김씨 왕조의 영구 집권이고, 이를 위해선 주민에 대한 극도의 감시·통제·억압이 필수 불가결하다. 외부의 위협을 끊임없이 과장·부각하는 것도 내부 결속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다. 북한이 유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고강도 제재로 조여드는 숨통을 틔우거나 핵무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기 위한 위장 평화 공세일 뿐이다. 이런 북한과도 협상을 안 할 순 없다. 다만 ‘남북 쇼’ 하고 ‘눈물 쇼’ 하는 TV용 이벤트가 아니라 김정은이 핵을 고집하면 죽고, 버리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협상이어야 한다.
-조선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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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정권 붕괴 야망은 민주나 보수나 다를 바 없어.” 핵을 손에 쥐니 햇볕정책도 필요 없다는 뜻.
-팔면봉, 조선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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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맞은 ‘아버지 김정은’에게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지난해 2월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서 김정은이 딸 주애가 얼굴을 만져주자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화면 캡처
올해 설날은 김정은에게 예년보다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일주일 뒤면 김정은은 만 40세 생일을 맞이한다. 공자는 마흔을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했지만, 그가 25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현대 사회에 온다면 분명 자기 말을 수정했을 것이다. 요즘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문명을 따라가느라 여든이 돼도 여전히 정신없이 사는 게 당연하다. 공자라고 예외일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자가 세상을 다니다가 북한에 이른다면 너무 익숙한 풍경들이 많아 분명 크게 반길 것 같다. 거기선 소가 밭을 갈고, 논에 사람들이 한 줄로 늘어서 손으로 잡초를 뽑는다. 여인들이 얼음을 깨고 손빨래를 하며 물동이를 이고 다닌다. 밤엔 등잔 기름도 없어 관솔(소나무 옹이)불 아래서 옥수수밥을 허겁지겁 먹는다.
공자가 사회주의란 요상한 이름을 대하고 갸웃거릴 순 있어도, 거기엔 분명 ‘왕족’이 살고 있고 이에 반항하면 멸문지화를 당하는 시스템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해 낯설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이 김정은이 다스리는 북한의 현실이다. 김정은은 이미 인생의 절반을 살았고, 자식들도 두었다. 설날에 김정은은 아버지로서 딸 주애의 미래를 생각하길 바란다.
김정은에게도 인민을 잘살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가끔이긴 하지만 인민들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며 보인 눈물이 모두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통치 12년 동안 인민들의 생활 형편은 더 어려워졌고,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가 세계 최악의 고립 지역을 자청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자신의 안녕과 인민의 행복이 존재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동안 수많은 숙청으로 통치 기반을 공고히 했음에도, 여전히 ‘제로섬(Zero-Sum)’ 통치를 고집하고 있다. 내가 안전해지려면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더 많이 뺏어야 하고, 인민이 부유하고 행복해지면 내가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통치의 결과로 북한이 점점 파멸의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인다.
마흔을 넘긴 김정은에게 이제 ‘윈윈’의 통치 방식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찾으면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한때 비슷한 길을 걸었던 이웃 나라들만 봐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을 보라. 거의 반세기 전에 개혁 개방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공산당은 여전히 굳건하다. 수천 년 동안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 인민은 지금 배고픔이 뭔지 모르고, 외국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고 있다.
러시아를 보라. 경제 개방은 물론이고 다당제까지 허용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은 20년 넘게 권좌를 지키고 있고, 아마 죽을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이다. 러시아 인민들의 삶도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하다.
쿠바를 보라. “원하면 언제든 쿠바를 떠나라”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피델 카스트로는 반세기를 통치했고 동생에게 권좌를 물려주었다. 그 동생이 13년을 통치하다가 혈통이 아닌 사람에게 권력을 물려주었지만,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다.
사회주의가 아니더라도 권력을 유지하면서 세습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싱가포르의 리콴유도 있다. 그 외에도 세계를 돌아보면 김정은이 참고할 나라는 참으로 많다.
김정은이 발상만 바꾸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진 한국도 적극 도울 것이다. 한국은 위협이 아니다. 남쪽의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한 북한을 먹여 살리는 책임을 떠안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남북은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윈윈할 수 있다. 북한이 매년 10%의 경제성장만 이루면 인민은 ‘김정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선전으로 이러한 북한의 급속한 번영은 오직 김정은만 이룰 수 있다고 세뇌시킬 수도 있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나라가 분단돼 비극이 온다는 공포를 끊임없이 주입해 장기 집권에 성공한 중국과 러시아를 본받아도 된다.
그러나 경제가 끝없이 추락해 인민이 빈궁의 원인을 오로지 김정은 집권에서 찾게 된다면 강력한 철권통치도 더는 안 먹히는 날이 온다. 이미 북한은 임계점으로 가고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버지의 미덕이 아니던가. 주애에게 비극의 말로를 물려줄지, 밝은 미래를 물려줄지는 오로지 김정은에게 달렸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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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vs 공산주의 70년 후...머스크가 올린 한반도 위성사진
‘낮과 밤의 차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1일(현지시각) 엑스(옛 트위터)에 한반도를 찍은 위성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이달 초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찬반 논쟁에서도 한 차례 소환된 바 있는데, ‘정반대인 두 선택을 했을 때 각각 벌어질 결과’를 비유해 보여주기에 적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가 엑스(트위터)에 올린 한반도 야간 위성 사진. /엑스
머스크가 엑스에 올린 사진을 보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빛이 환한 한국과 평양으로 보이는 일부 지역 외에는 암흑으로 뒤덮인 북한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이 사진에는 ‘미친 아이디어 : 한 국가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반씩 쪼개 70년 뒤 모습을 확인해보자’라는 문구가 달렸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약 70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남북한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은 북한의 전력난을 보여주는 대표적 이미지로 꼽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 촬영한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의 전력난은 아직 큰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한 바 있다.
머스크는 엑스에 한반도 위성사진을 올린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사진은 3500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 엑스 이용자는 이 게시글에 댓글로 북한, 한국이라 쓰인 도시의 가상 이미지를 올리고 “한국과 북한의 차이를 보세요”라고 썼다. 한국 이미지에는 고층 빌딩이, 북한 이미지에는 저층 서민 아파트가 담겨있었다.
미국의 유명 언론인 브라이언 크라센스타인은 “공산주의자는 (70년 뒤)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술(발전)은 공산주의 존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본가는 공산주의자를 멸종시키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자본주의가 기술에 적응해 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지 않고 기술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한반도 야간 위성 사진은 이달 초에도 엑스(옛 트위터)에 등장한 적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AI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서 ‘AI 예찬론’을 펼치는 엑스 계정 ‘베프 제이조스’(@BasedBeffJezos)에 똑같은 사진이 올라온 바 있다.
‘베프 제이조스’는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스트로픽(Extropic) 대표인 기욤 베르동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름을 패러디해 만든 계정으로, 효과적 가속주의(Effective Accelerationism)를 주창하고 있다. 이는 ‘모든 첨단 기술은 세상에 이로우며, 기술의 고속 발전을 위해 모든 규제와 안전장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베프 제이조스 계정에는 지난 10일 “SK(South Korea·한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란 설명과 함께 이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의 한국 쪽엔 ‘e/acc(효과적 가속주의)’, 북한엔 ‘Decel(감속주의·Decelerationism)’이라고 적었다. AI 개발을 가속화하면 한국처럼 밝은 미래가, 이를 막으면 북한처럼 어두컴컴한 미래가 온다는 비유로 보인다. 기욤 베르동은 포브스 인터뷰에서 “엔지니어와 서비스 개발자, 그리고 영웅들을 위한 이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혜진 기자, 조선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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