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하자마자 ‘역풍’ 만난 한동훈 비대위]
[떠나겠다는 이낙연, ‘이재명 사당’ 된 민주당의 현실]
[“현역 의원 다시 안 찍어요”… 유권자 심판은 이미 시작됐다]
출범하자마자 ‘역풍’ 만난 한동훈 비대위
[천광암 칼럼]
與 비대위원 노인폄하·막말 논란.. 한동훈 위원장 인선과 검증도 문제
운동권과의 대결, 편 가르기보단 경제·민생 살리기에 매진해야 성공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역풍’을 만났다. 한 위원장이 인선한 임명직 8명의 비대위원 중 2명의 과거 발언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것. 순풍보다는 역풍이 많은 게 세상사라곤 하나, ‘배’가 항구 밖을 나서기도 전에 거센 역풍을 만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우선 민경우 비대위원은 지난해 10월 한 토크콘서트에서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했던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보다 훨씬 고약하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식에서 “우리 당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정당”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이 통째로 무색해지게 됐다.
박은식 비대위원이 과거 자신의 SNS에 올렸다는 “전쟁에서 지면 ‘집단 ㄱㄱ’이 매일같이 벌어지는데 페미니즘이 뭔 의미가 있냐”는 주장도 어이가 없다.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을 맡기에는 인식이나 표현의 수준이 너무 천박하다.
민 위원은 파문이 확산될 조짐에 임명장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사표를 냈지만, 이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한 위원장의 사람 고르는 안목과 검증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한동훈 비대위호’의 뱃머리가 향한 방향이, 불필요한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수여당 비대위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30% 선마저 무너진 위기 상황에서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과감한 차별화와 중도 확장 전략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지나치게 ‘시장지상주의적’인 정강·정책을 ‘공정성’과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보수의 ‘터부’로 통하던 빨간색을 당색(黨色)으로 채택하는 등 중도 확장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당명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그 결과로 패색이 짙던 19대 총선의 판세를 뒤집고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상하관계로 맺어진 ‘인연의 빚’이 있고, 윤 대통령에게는 아직 3년 5개월이나 임기가 남아 있다. 경쟁관계였던 이명박-박근혜의 차별화를 뛰어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한 위원장은 경제·민생 살리기를 통한 중도 확장에 더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중도 확장을 위한 경제·민생 살리기보다는 지지층 다지기를 위한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는 ‘숙주’와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면서까지 386 운동권에 대한 거친 전의(戰意)를 드러내 보였다.
민 비대위원에 대한 인선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한 위원장은 29일 민 위원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기득권과 싸우다 누구보다 견고한 기득권이 돼 버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에 앞장서 주실 분”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동훈 비대위의 임명직 비대위원 8명 중 경륜과 중량감이 있는 경제·민생 전문가로 꼽을 만한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시급한 경제·민생 현안 해결을 제쳐 두고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는 데 대해 지지층은 박수를 보낼지 모른다. 그러나 불경기와 고물가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층이나 총선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386 운동권 정치’는 지난 대선에서 이미 한 차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여전히 그들의 특권정치가 국가의 미래와 민생을 위협하는 문제라면 한 위원장이 앞장서 싸우지 않더라도 현명한 국민이 올해 총선에서 또 한 번 심판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소설 ‘모비딕’을 자신의 최고 애독서로 꼽는다. 소설은 괴물고래 ‘모비딕’에게 한 다리를 잃은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 어린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개인적인 복수에 모든 것을 건 에이허브 선장은 결국 모비딕의 눈에 작살을 꽂아 넣는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자신뿐 아니라 ‘피쿼드’호의 선원 전원(소설 속 화자만 제외)의 죽음이다.
한 위원장은 자신이 모비딕을 향한 에이허브 선장의 싸움처럼 공허하고 무모하면서 값비싼 대가를 필요로 하는 싸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뱃머리를 돌릴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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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겠다는 이낙연, ‘이재명 사당’ 된 민주당의 현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친 뒤 이재명 대표를 응시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못 찾고 헤어졌다.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해 온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서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지지를 얻을 경우 누가 민주당의 적자(嫡子)인지를 놓고 정통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비주류가 당을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 대표 1인을 위한 사당화가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민주당은 2022년 이 대표 체제 출범 전까지만 해도 당내 민주주의가 비교적 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주류가 당의 주류를 비판하더라도 ‘수박’ 소리를 들어가며 모욕당하거나 ‘살해 위협’ 현수막이 등장하진 않았다. 견해가 달라도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적었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당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쓰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은 1인 체제를 떠받드는 조직으로 변질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탄핵시키는 데 당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인 ‘개딸’이 요구한 대로 권리당원 권한이 대폭 강화되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내년 총선의 예비 후보자 심사에서도 반(反)이재명 인사들은 무조건 탈락시키고 있다. 반면 돈봉투 수수 의혹이 있는 현역 의원, 음주 운전 처벌 강화 법안 주도 후 음주 운전한 전 의원, 대통령 관저 선정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전 공무원 등이 모두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며 좌초 가능성을 제기한 이도 영입했다. “(민주당이) 북한식 수령 체제를 닮아간다”는 등, 공산당에 비유하는 지적들이 전·현직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개혁적이거나 민생을 챙겨서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제 역할을 못 하다 보니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잘해주기를 바라며 조금 더 나은 지지를 주었을 뿐이다. 민주당이 1인 체제의 함정에서 벗어나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야당의 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올 수 있다.
-조선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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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 다시 안 찍어요”… 유권자 심판은 이미 시작됐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현역 의원이 다시 출마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동아일보가 총선 D―100을 맞아 진행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서울, 경기, 인천에서 모두 “현역 의원을 뽑겠다”는 응답보다 “다른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서울과 경기에선 “다른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38.2%와 39.9%로 현역을 뽑겠다는 응답(각각 23.0%, 23.4%)보다 높았다. 인천에서도 다른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44.1%로 현역을 뽑는다는 응답(19.8%)의 두 배 이상이었다.
서울, 경기, 인천 유권자들은 “다른 인물을 뽑는다면 어떤 인물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도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과 다른 정당에 속한 인물을 뽑겠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서울에선 전 연령과 성별, 권역별, 직업별, 지지정당별로 ‘다른 정당 소속을 뽑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경기에서도 다른 정당 소속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39.5%로 가장 높았고, 같은 정당 소속을 뽑겠다는 답변은 21.2%로 가장 낮았다.
인천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인물만 보고 뽑겠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만으로 좁혀서 보면 가장 많은 38.4%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인물만 보고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인천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건 송영길 전 대표 등 인천 지역 정치인을 중심으로 터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여파가 적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는 다음 총선에선 철저하게 인물 위주로 평가하겠다는 유권자들의 경고가 담겼다. 여느 선거나 마찬가지이겠지만, 22대 총선 승패의 열쇠도 결국 ‘인물’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까진 여야 모두 이 같은 유권자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한 이후 오히려 ‘찐윤핵관’만 대거 공천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이 취임 첫날 자신의 ‘총선 불출마’ 카드를 던진 것이 도리어 당내 친윤과 영남 중진에겐 이미 사실상의 ‘구조조정’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 상황. 한 비대위원장의 공천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잡음이 생길 경우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상황도 인적 쇄신과 거리가 멀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국민의힘에선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기현 전 대표는 (지역구는 끝까지 포기 못 했지만) 당 대표직이라도 내려놨건만, 민주당에선 이런 가능성조차 감지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로 전환하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요구를 끝내 거절했다. 당내에선 “우리는 ‘고인 물’만 한가득인데 어떡하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진이 다수 포진한 친명 그룹 및 지도부 내에서도 희생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친명’ 간판을 달고 같은 당 ‘비명’ 지역구에 뛰어든 ‘자객 출마’ 논란까지 본격화되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가 밝았다. 앞으로 남은 100일 동안 여야는 치열한 ‘인물 경쟁’을 통해 아직 정치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온몸으로 입증해 보여야 할 것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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