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갑질을 특허 낸 듯 하는 일부 국회 위원장]
[그날 문신들은 장군의 뺨을 때리고 수염을 불태웠다]
[쳐다보기 민망했던 채 상병 청문회]
[일상에서 군인 헌신에 감사하는 풍토, 이것이 보훈이고 국방]
막말 갑질을 특허 낸 듯 하는 일부 국회 위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선서문을 제출할 때 인사를 하지 않고 가자 다시 불러 얘기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상임위에서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막말과 갑질에 대해 “인민재판 아닌가”라고 묻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말은 박 의원의 배경을 조롱하고 인격을 훼손한 명백한 차별과 혐오 발언이다. 전체주의 북한을 탈출한 사람에게 할 말인가. 더구나 때마다 북한 김씨 정권을 옹호하는 정당에서 할 말은 더욱 아니다.
최 위원장은 나중에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과거 탈북민 출신 태영호 전 의원에게 “빨갱이” “부역자”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정반대로 “극우”라며 혐오 발언을 해왔다. 이번 일은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 일부의 탈북민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차별과 혐오 발언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이진숙 후보자를 손가락으로 부르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이 후보에게 “몇 살이냐”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했다. 비판이 일자 “전혀 취소할 생각이 없다. 뇌 구조 발언은 사고방식이 이상하다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했다. 기업에서 다른 사람에게 ‘뇌 구조’ 운운했다면 당장 막말과 갑질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을 언급하며 의원들과 증인의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에서는 군복을 입고 출석한 장성을 포함한 3명에게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며 10분간 퇴장시켰다. 국회법 145조 2항은 상임위원장이 의원들의 발언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도록 했지만, 앞서 145조 1항은 위원장의 경고나 제지를 따르지 않을 경우를 퇴장의 전제로 하고 있다. 제 기분대로 퇴장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회법 146조와 147조는 모욕 발언과 발언 방해를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의 갑질은 국회법에 근거한 게 아니라 반대로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국한될 뿐이다. 탈북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발언은 상임위원장 직무와 아무 상관이 없다. 2007년 대법원은 “직무와 관련 없음이 분명하거나,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막말 갑질을 특허낸 듯 하는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의 자중을 바란다.
-조선일보(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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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문신들은 장군의 뺨을 때리고 수염을 불태웠다
거란과의 전쟁 승리한 고려… 평화 지속하자 장군들 멸시해
제복의 명예와 자부심 빼앗고 나라 지켜달라고 할 수 있나
대하 사극 '고려거란전쟁'에서 양규 장군이 거란군과 싸우다 전사하는 장면. /빅웨일엔터테인먼트
고려는 거란이 세운 요와 세 번 싸웠다. 그중 수도 개경이 불탔던 2차 여요 전쟁이 가장 큰 위기였다. 절체절명에서 나라를 구한 장수가 양규였다. 수많은 전공을 세운 뒤 나선 마지막 전투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맞고 선 채로 전사했다. 그의 희생 덕에 고려는 기사회생했다. 여요 전쟁 이후 고려는 200년 넘는 장기 평화를 누렸다. 하지만 평화에는 기강을 허무는 독성이 내재해 있다. 그 독이 가장 먼저 공격한 대상이 아이러니하게도 고려에 평화를 가져다준 군인이었다. 전몰장병과 그 유족을 숭모와 보훈의 예로 대우하던 나라가 군인을 멸시하고 희롱하는 나라로 타락했다. 그러다가 맞은 것이 무신의 난이었다.
무신의 난으로 쫓겨난 의종은 놀기 좋아하는 왕이었다. 개경 주변 30여 곳에 놀이터를 짓고 싸울 일 없어진 장군들을 광대놀음에 동원했다. 나라 지키려고 연마한 무예를 한낱 왕과 문신의 볼거리로 삼았다. 놀이판의 최고 가치는 재미다. 대련을 하던 장군 하나가 밀리는 것을 본 어느 문신이 달려들어 뺨을 때리자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그날 밤 무신의 난이 발발했다. 난리 통에 죽은 문신 중에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도 있었다. 무신의 난 여러 해 전, 정중부 장군의 수염에 재미로 불을 붙였던 자다. 장군들은 평화로운 고려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잃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나라 지키는 이들에 대한 존중을 잃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휴전 70년의 평화가 군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를 만들어서인가. 어제 아침 출근하다가 동네 네거리에 채수근 해병 1주기를 맞아 민주당 쪽에서 내건 플래카드를 봤다. ‘끝까지 진상을 규명하여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채 해병의 죽음은 안타까운 비극이다. 사고 책임자를 밝혀 엄중히 문책하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나. 그러나 한편으론 ‘민주당이 언제부터 군인의 죽음에 관심을 가졌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민주당은 북한이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 46용사의 목숨을 빼앗은 것에 대해 북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때 일부 의원은 반대하기까지 했다. 전직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와 연평해전 전사 장병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 이러니 민주당은 책임을 묻는 것도 선택적으로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쳐놓고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인민군과 중공군 전몰자 위령 행사에 간 이도 있다.
6·25 당시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다부동 전투는 우리 국군의 큰 자부심이다. 미군 장성들도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장군 생전에 그를 만날 때면 무릎 꿇어 존경을 표했다. 그런데 한국의 어느 국회의원은 그 전투를 패전이라고 깎아내려 군의 명예에 상처를 냈다. 6·25 때 조국 수호 제단에 피를 뿌린 육군사관학교를 향해선 ‘나라 팔아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성장하지 않았나’라고 막말했다. 명예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장군의 뺨을 때리고 수염에 불을 지른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욕을 가했다.
‘핵 가진 북한과 잘 지내겠다’는 인사가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다. 70년 유지된 우리 안보에 중대한 변화가 올지도 모르는데 우리 국회에선 군복 입은 장군들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한다. 일부에선 지난달 채 상병 특검 청문회장에서 치욕을 겪고도 감내한 장군들을 기개 없다고 나무란다. 그러나 군인의 기개와 용기는 적과 싸울 때 발휘하는 것이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국민이 지켜주지 않으면 군은 명예를 지킬 길이 없다. 명예를 잃은 군인에게 누가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달라고 할 수 있는가.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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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보기 민망했던 채 상병 청문회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경북경찰수사관과 해병대수사관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1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국회 법사위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원래 특검은 사법기관 수사 후 미진한 것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만, 두 야당은 아직 경찰·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특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며 법안을 강행하고 나섰다. 이 특검법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 임명되도록 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를 특검에 앉히려고 작정한 것이다.
야당은 특검법 처리에 앞서 국방부와 해병대, 대통령실 관련자들을 법사위로 불러 청문회도 열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수사 중임을 이유로 증언 선서와 답변을 거부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키는 등 횡포에 가까운 청문회 진행으로 일관했다. 이 전 장관이 “답변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정 위원장은 자기 말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퇴장을 명령하며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거들었다. 마치 초등학생을 훈육하는 듯했다. 만일 검찰이나 경찰이 이런 갑질이나 인격 모독 행위를 했다면 당장 처벌을 받게 된다. 퇴장 명령을 받거나 조롱당한 인사들은 재판은커녕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부하들을 지휘해 당장에라도 적과 싸워야 할 현역 장성이다. 국회에 인권침해 권한이라도 부여했나.
증인으로 불려나온 전직 국방장관 등과 현역 해병대 장성들은 증언 선서를 거부하거나 답변을 기피해 마치 잘못을 숨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 다수는 특검법의 문제점과 야당의 고압적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해병대원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내길 원하고 있다. 순직 해병대원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용민 중령은 “왜 당신은 책임을 회피 않느냐. 해병대 정신이 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전우를 지켜줘야 그게 바로 해병대”라고 답했다. 왜 전직 국방장관과 제복의 군인들이 운동권 출신 야당 의원들에게 해병대 정신을 지적당하고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사건의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늘고 있다.
-조선일보(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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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군인 헌신에 감사하는 풍토, 이것이 보훈이고 국방
한겨울 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초병은 잠들지 않는다. 강원도 철원군 6사단 육군 청성부대 최전방 초소를 지키는 병사들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철책선 위로 어둠을 밝히는 경계등의 불빛이 눈부시다. /김지호 기자
휴가를 나온 육군 병장이 부대로 복귀하던 길에 식당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우연히 합석한 20대 여성이 그 식사비를 대신 내준 사연이 전해졌다. 먼저 식당을 나온 이 여성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급히 달려온 군인이 “고등어 백반 결제해주신 분 맞으시죠?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웃으며 “군인이셔서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군인은 “오로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행을 받으니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고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고 SNS에 썼다. 몇 달 전엔 군인이 주문한 음료 뚜껑에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손글씨를 적은 카페 알바생의 사연이 전해져 보훈부 장관이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군인의 식사비를 대신 내거나 “당신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군인에게 감사해하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웬만한 식당과 상점, 쇼핑몰에선 군인과 제대군인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줄을 서게 되면 대부분 군인에게 양보한다. 공항에선 “군인은 먼저 탑승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승무원들은 이코노미석에 앉은 군인을 찾아 “일등석이 비었으니 옮기시라”고 권한다. 관공서와 은행에선 일반 민원인보다 군인의 업무를 먼저 처리해준다. 그래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모든 강대국이 상무 정신과 그를 뒷받침하는 보훈 위에서 생존과 번영을 누린 건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군인은 오랜 기간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군바리’란 멸칭이 더 익숙했다. 어떤 대통령은 “군대 가서 썩는다”는 말까지 했다. 군사 독재의 영향일 수도 있고, 미군 주둔 탓에 안보관이 느슨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풍토 속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은 군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희생에도 여러 유형이 있지만 20대 청년의 군 복무에 비할 건 없다.
1990년대 이후에도 우리 군의 희생은 끊이지 않았다. 1996년 강릉 무장 공비 침투 때 12명이 전사했다.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한 2002년 연평해전, 46명이 전사한 2010년 천안함 폭침,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다친 연평도 포격 도발,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잃은 2015년 DMZ 목함 지뢰 도발 등이 이어졌다. 이들의 희생 없이 우리의 일상은 존재할 수 없다.
군인은 우리 가족, 친구, 이웃이고 이들의 희생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사실은 평범하지만 너무나도 절실한 진실이다. 일반 시민들의 작은 감사 표시로도 군인들의 사기는 충천한다. 이제 김정은은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건강한 우리 청년들이 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들의 헌신을 감사히 여기는 국민이 버티고 있는 한 김정은의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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