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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칼텍’ 꿈꿨던 포스텍] [포스코 CEO 후보 6인 압축… ]

뚝섬 2024. 2. 2. 06:16

[‘한국의 칼텍’ 꿈꿨던 포스텍]

[재계 5위 포스코 CEO 후보 6인 압축… 오직 비전·능력만 보라]

 

 

 

‘한국의 칼텍’ 꿈꿨던 포스텍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포스텍 교내에 설치된 빈 좌대./조선DB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 기념일에 파리의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다. 이 퍼레이드에는 언제나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이 선두에 선다. 이 학교는 사관학교가 아니다. 이공계 그랑제콜(고등교육기관) 중 하나다.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이 선두에 서는 것은 나폴레옹 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프랑스가 얼마나 이공계 인력을 우대하고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프랑스 학생들은 지옥 같은 경쟁을 치른다.

 

▶이승만은 1907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공부할 때 근처에 있는 MIT를 방문했다. 이때 그는 미국이라는 거대강국의 힘이 과학과 공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전쟁 중인 1952년 하와이 한인회관을 매각한 대금 등을 합쳐 ‘한국판 MIT’를 목표로 인하공대를 설립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소득 100달러 시절에 1인당 6000달러씩 국비를 써가며 238명을 유학 보낸 것도 나라가 죽고 사는 게 과학기술에 달렸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은 1985년 5월 칼텍(캘리포니아공대)을 방문했다. 이 대학은 짧은 기간에 우수한 연구 조건을 갖추고 뛰어난 학생과 세계 최고 연구자를 모은 대학으로 유명하다. 박태준이 “한국에 칼텍과 같은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하자 칼텍 부총장 얼굴엔 농담이 지나치다는 듯 웃음기가 번졌다. 칼텍을 모델로, 언젠가는 칼텍과 견줄 수 있는 대학을 목표로 1986년 문을 연 대학이 포스텍(포항공대)이다.

 

▶이후 포스텍은 포스코의 아낌없는 지원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연구 중심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공계열 학생들 사이에서는 서울대와 포스텍, KAIST를 묶어 ‘서포카’라고 부르기도 했다. 1994년 한 국내 대학 평가에서 1위에 오르고 1988년 한 홍콩 언론이 포스텍을 ‘아시아 최고 과학기술대’로 소개할 정도였다. 그러나 근래 포스텍은 개교 30년을 넘기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어느덧 시설도 낡아 쇠락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대학 평가에서 연세대, 고려대에도 뒤져 학내에서도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포스텍이 올해부터 10년간 학교법인 등에서 모두 1조2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세계 톱(top) 대학들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국내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받기로 한 것이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부와 미래, 생존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한국에도 MIT와 칼텍이 생기고 그 대열에 포스텍도 이름을 올리길 바란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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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위 포스코 CEO 후보 6인 압축… 오직 비전·능력만 보라

 

4일 오후 포스코 포항제철소 초대형 사일로에 ‘포항사랑‘ 표어가 적혀있다. 아파트 25층 높이로 사일로 당 5만톤 규모의 원료를 저장할 수 있고 기존 사일로를 포함해 모두 18개의 사일로에 103만5000톤의 원료저장 능력을 갖추게 됐다. 사진=뉴스1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가 포스코 출신 3명, 외부 후보 3명 등 6명으로 압축됐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했다. 내외부인 차별 없이 공평하게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작년 말 국민연금의 압박을 받아들인 모양새다. 하지만 이달 8일 이 중 누구를 최종 후보로 선정해도 절차의 공정성, 외풍 개입 여부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는 12명으로 압축됐던 후보군을 절반으로 추려내 그제 공개했다. 포스코 전현직 인사로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외부 출신자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포함됐다.

이런 결과를 놓고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을 의식한 후보추천위가 내외부 후보 숫자를 기계적으로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이기도 한 7명의 후보추천위원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있다.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한번에 7억∼8억 원씩 소요되는 캐나다, 중국 현지 이사회를 다녀오고, 비용을 자회사에 분담시킨 게 문제다. 이달 초 3연임을 노리던 최 회장을 탈락시킨 데 이어, 이번에 현직 부회장들까지 후보에서 제외한 것도 경영진과 밀착됐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란 해석이 제기된다.

 

문제는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후보추천위가 누구를 최종 후보로 결정해도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철강산업을 잘 아는 전현직 포스코 인사가 선정될 경우 경영 안정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추천위원들의 자격 문제를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다시 문제 삼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외부 인사로 결정된다면 전문성 부족이란 비판, 모종의 외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그룹 안팎에서 반발이 일 수 있다.

 

한국 재계 순위 5위인 포스코는 지금 심각한 외부의 도전을 받고 있다. 철강값 하락과 외국산 철강 수입 증가로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9.0% 줄었다. 신수종 부문인 2차전지 소재 사업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리더십 난맥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이다. 후보추천위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진 유능한 인물을 찾는 데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동아일보(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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