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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黨)’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 [민주당 점령작전] ....

뚝섬 2024. 3. 5. 11:49

[‘이재명 당(黨)’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

[비주류 이재명의 민주당 점령작전]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 비서들에 대한 민주당의 이상한 공천]

 

 

 

이재명 당(黨)’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

 

[김대중 칼럼]

시장 도지사 대선후보 당대표… 이 모든 게 10년 안 걸려
대단한 사람이기 전에 그는 무서운 사람
단지 누가 이기냐 총선 아니라 한국 좌파 내부 정리해서
민주야당 정통성 되찾는 더 넓고 의미 있는 시작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4.2.28/뉴스1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복 차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천 재심을 요청하는 임종석(전 문재인 비서실장)을 TV 화면으로 보고 있는 사진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 사진 한 장에,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고 뛰던 문재인 세력의 몰락, 그 휘하에서 구걸하다시피 어깨를 들이밀던 변방의 도지사 이재명의 득세가 상징적으로 오버랩돼 있다. 권력의 흥망은 흔히 정권 교체기에 있었다. 그런데 정당 내의 권력 교체가 공천이라는 예비전에서 이처럼 비정하게 노출됐던 기억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건국 이후 이승만이 이끈 자유당, 박정희 등 군부 세력이 만든 공화당, 이후 YS 등 보수 세력이 주도했던 우파 정치에 대항해 한국 좌파 정치의 맥을 이어왔다고 스스로 천명해 왔다. 민주주의 정치가 좌우 두 날개로 난다면 지금의 야당은 좌쪽의 족보를 잇는 셈이다. 오늘날 민주당 당사에 걸려 있는 김대중, 노무현의 사진은 민주당이 한국 야당의 적통(嫡統)임을 자부하고 있다는 증좌다. 그 정당이 지금 내부 싸움에 휘말려 있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이른바 친명파와, 운동권이 주축을 이룬 친문 또는 비명 간의 대립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당(黨) 내부의 노선 싸움이 아니라 당에 세(貰) 들어 있던 세입자 간의 대립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勢)는 ‘이재명 세입자’가 이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 ‘정치인 이재명’의 괴물성은 크게 돋보인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기 전에 무서운 사람이다. 아무런 정치적 배경, 학문적 경력, 사회적 명망 쌓기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거의 독학하다시피 변호사 하고 시장 하고 도지사 하고 대선 후보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지더니 곧바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꿰차고 이제 대한민국 최다석 정당의 공천권을 매개로 당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불과 10여 년도 안 된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 국민이 그의 이름 석 자를 알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이후였다. 가족을 둘러싼 그의 몰인간성, 대장-백현동의 불법성에 놀란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의 초고속 질주는 그칠 줄 몰랐다. 아이러니하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운동권 타도’를 이재명이 자신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의 괴물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민주당을 아예 ‘이재명 당’으로 만들고 있다. 그를 ‘하숙생’ 취급했던 운동권 내지 친문을 털어내고 ‘이재명 정당’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지는 것도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져도 좋으나 ‘이재명 당’만은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그래야 다음 대선 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민주당이 이재명 당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전통-정통 야당이 어느 권력가의 사당(私黨)이 돼서는 안 된다. 진보-좌파 정당으로서의 본성을 되찾기 위해서도 정화 작업이랄까 실지(失地) 회복 운동이랄까를 벌여 당을 사유화하려는 기도를 막아야 한다.

 

이제 민주당은 본래의 정통 야당으로 되돌아갈 때가 됐다. 이번 4·10총선에서 그동안 민주당에 기생(寄生)했던 온갖 불순물을 소독해내고 본래의 민주당으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의 민주당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계층을 보호하고, 권력이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것을 견제하고 막는, 명실상부한 좌파-리버럴-진보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시절 민주당을 그들의 기숙처로 삼았던 종북좌파-586운동권-기회주의 세력도 털어내고 이 대표의 종북 노선도 저지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 일본의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 영국의 노동당이 가는 길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접목한 민주 정통 야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민주당에도 젊은 지성은 있고 참다운 진보 정치인들이 있다. 보수정치의 횡포나 일탈을 견제하는 정신은 살아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총선을 국민의힘이 이기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는 식(式)의 게임이 아니라 한국 좌파의 내부를 정리해서 해악적인 부분은 떼어내고 본래의 민주 정당의 자리를 회복시키는 한국 정통 야당 되찾기 움직임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야당의 권력 다툼이 친명이냐 친문이냐의 차원을 넘어 좌파 노선의 물갈이 또는 운동권 세력의 퇴장이라는 더 넓고 더 의미 있는 판으로 갔으면 한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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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이재명의 민주당 점령작전

 

지난 대선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계파와 모임으로 구성된 시끌시끌한 당이었다. 청와대 출신 친문재인 그룹(고민정 김영배 윤건영 윤영찬 한병도 등)을 주축으로 노무현 정부 출신 친노 그룹(김한정 이광재 전재수 등)이 있었고, 친이해찬계(김성환 윤호중 조정식 등), 친정세균계(김교흥 김영주 안규백 이원욱 등), 친이낙연계(설훈 이개호 등)에 더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이 주축이 된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강훈식 기동민 우상호 등)와 김근태 의원계 모임인 민평련(우원식 이인영 홍익표 등)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친이재명(친명)계는 존재감 없는 비주류 중 비주류였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던 이 대표는 개인기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계속 당선됐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행정가일 뿐, 중앙정치 경험이 없어서 안 된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 때 ‘비문’으로 찍힌 뒤론 완전히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원내 측근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함께 한 정성호 의원 등 극히 소수였다.

그렇게 음지에서 버티던 이 대표는 2021년 20대 대선 경선 때 이낙연 당시 대표가 삐끗하면서 자신에게 넘어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 대선 후보가 된 그는 다시는 ‘주류’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듯하다. 이듬해 대선에서 지고도 보궐선거에 나가 기어이 의원 배지를 달았고, 8월 전당대회까지 직행했다.

 

그러고는 민주당의 오랜 체계에 야금야금 손을 댔다. ‘이재명 방탄용’이란 비판을 샀던 당헌 80조 개정이 대표적이다. ‘부정부패로 기소 시 즉시 당직을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에는 ‘정치 탄압 등으로 인정되면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대표는 실제 지난해 3월 기소 당일 이 예외조항을 이용한 ‘셀프 구제’를 통해 당 대표직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당헌을 개정해 전당대회 때 대의원 투표 비중을 줄이고, 대신 권리당원 비중을 대폭 키웠다. 자신에게 배타적이던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직업 정치인의 권한을 줄이고 강성 지지층에 힘을 실어준 거다. ‘개딸’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자연스레 원내에서도 ‘친명 호위무사’ ‘친명 호소인’을 자청하는 ‘신(新)친명’계가 주류가 됐다. 요즘 그의 엄청난 총선 공천을 보면 이것도 차기 전당대회까지 내다본 사전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 다른 계파들은 와해됐다. 2022년 6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자 이낙연계와 정세균계는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우리도 자진 해산할테니, 이재명계도 작작 하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2년가량 지난 지금, 당시 친이낙연계 대표로 모임 해체 기자회견을 했던 이병훈 의원은 경선 탈락 후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재심을 요구 중이고, 정세균계 김영주 이원욱 의원은 탈당했다.

당에 남은 친문, 운동권도 지리멸렬하긴 마찬가지다. 친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 더미래 소속 기동민 의원은 경선도 하기 전에 컷오프됐지만 이재명 지도부의 ‘갈라치기’ 앞에 더 이상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계파’는 없다. 이미 ‘비주류’ 이재명이 완전히 당을 점령한 것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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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 비서들에 대한 민주당의 이상한 공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2월 2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를 ‘배우자실 부실장’이란 직함으로 보좌한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공천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권씨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지역구를 ‘여성 전략특구’로 지정해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킨 뒤 권씨를 공천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여성전략특구’를 지정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권씨에 대해서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권씨 공천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이 대표의 극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대선에서 ‘배우자 실장’으로 김씨를 수행한 이해식 의원은 지난달 서울 강동을에 단수 공천됐다. 김씨를 지근 거리에서 수행했던 배우자실 실장, 부실장이 민주당 공천 파동 와중에도 경선을 치르지 않고 총선 본선행 티켓을 손쉽게 받은 것이다. 특히 권씨가 공천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혜경씨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민주당 관계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혜경씨를 보좌하는 ‘사모님 팀’을 통해 사적인 영역의 보좌를 받은 것도 수사 중이다. 김혜경씨의 위법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선 당시 쟁점이 됐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김혜경씨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관련 대책을 논의했던 주변 인물들을 배려해 입막음한 것이 김씨 비서들 공천의 숨은 뜻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자신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민주당 대표직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장차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민주당을 완전히 ‘이재명당’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 자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도를 넘는 행태에 민주당 내에서도 개탄이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의 아내 비서들까지 사실상 국회의원이 된 것과 다름없는 공천을 주고 있다. 전통의 주요 정당이 이처럼 개인의 사유물처럼 된 적은 없었다. 이 대표의 폭주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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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에선 한 치도 밀리지는 않는 與野 대표. 말의 기술보다는 생각의 깊이에서 승패 갈릴 듯.

 

-팔면봉, 조선일보(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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