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해진 김정은… 北의 체제 변화 대비해야]
[북유럽은 지금 폭풍 전야]
[“한국이 중립이라 해도, 중·러 눈엔 서방일 뿐”]
절박해진 김정은… 北의 체제 변화 대비해야
북한의 체제 변화는 가능한가? 여기서 체제 변화란 정권교체나 붕괴(regime change) 같은 급변 사태가 아니라 개혁, 개방같이 점진적 노선 변경(transformation) 유도를 의미한다.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현실성이 있고 또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이를 자유와 평화의 북진 논리로 완곡히 표현하고, 북의 전체주의적 폭정과 인권 탄압에 대응해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전파해야 3·1정신이 자유통일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목표와 부합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대북 정보전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선의의 공작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남과 북 모두가 사는 길이다. 구소련의 해체와 동독의 붕괴 및 동유럽 체제 혁명 과정, 그리고 중국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화와 베트남의 실용적 도이머이 혁신정책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한마디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아래의 집단적 공멸 의식이 혁명적 임계점에 이르는 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이른바 대를 이어 충성하는 세습적 봉건왕조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긴 하다. 그러나 1994년 김일성이 핵위기 속에 왜 갑자기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정면돌파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후 김정일이 남한을 핵인질 삼아 어떻게 미국과 평화 담판을 시도하려 했는지 정보 현장에서 지켜봤다. 당시 북한의 선택은 한중 및 한소 관계 정상화 속 고립 위기에 처한 평양의 생존 전략이었다. 또한 이번에 김정은이 아예 통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우리 식대로 살겠다며 오히려 전쟁까지 위협하고 나선 것도 역설적으로 그만큼 절박한 체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북 자유화 정책 방향은 새로 작성하는 통일 방안에 담도록 하되, 전략적으로 몇 가지 우선순위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남북 간의 평화는 돈 주고 살 수 없고 통일은 대박이기 전에 대란의 위기 과정을 수반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먼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안보가 곧 통일이라는 철저한 전략현실주의를 요구한다. 이것이 바로 서독의 대동독 흡수통일의 원동력이었고 이스라엘의 힘에 의한 평화정책이다.
둘째, 통일 비용이라는 차원에서 한미 연합작전 체제의 평시 억제력 및 전시 방어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실전화시켜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무모한 핵무력 군비경쟁은 바로 자멸 행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저들의 군비경쟁 출혈 징후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셋째, 미 국가정보국(DNI)처럼 정보가 최대의 무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땅에 유입시킬 수 있는 각종 자유화 바람은 물론이고 정보공작 차원의 전후방 심리전을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 통일지향적 전선에는 성역이 없다.
넷째, 이와 연계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승부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인권 문제는 국제 공조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명분과 실리가 모두 있으니, 대북 압박의 채찍과 인도적 지원의 당근을 동시에 쓰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효과가 있다. 결국 공산주의자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온건 평화론자들이 아닌 강력한 전략현실주의자들이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경기대 석좌교수, 동아일보(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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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지금 폭풍 전야
1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스웨덴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스웨덴은 나토의 32번째 동맹국으로 합류했다. 2024.03.12/AFP 연합뉴스
최근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다. 이로써 북극해에서 남유럽까지 나토의 ‘러시아 봉쇄선’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외신이 전하는 두 국가는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진 모양새다. 세계 최대 군사동맹에 합류했지만, 동시에 러시아를 정적(政敵)으로 돌리면서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핀란드와 맞댄 국경으로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를 하며 보복하고 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소식이 전해지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이들 국가 인근에 무기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가운데 두 나라에서는 민방위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전국의 6만여 개 민방위 대피소를 경보 48시간 이내에 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재정비하는 사업에 올해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냉전 시기에 대부분 지어진 이 대피소들은 오늘날 운동 시설이나 지하철역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유사시 이곳이 벙커로 쓰일 수 있게 다시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칼 오스카 보린 민방위부 장관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을 타깃으로 했다”며 “저항하기 위해선 비상 피난처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하 벙커가 있는 주택이 스웨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거 스키 부대로 소련군을 떨게 한 핀란드는 사격을 국민 스포츠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달 19일 사격 가능 지역 300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현재 핀란드에는 약 670곳의 사격 가능 지역이 있는데, 정부는 2030년까지 이 규모를 1000곳으로 늘린다고 한다. 핀란드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유카 코프라는 “우리의 방어 모델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격 기술을 보유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국방훈련협회(MPK)가 예비군 및 민간인을 상대로 진행하는 훈련 과정은 지난해 예년에 비해 약 두 배 높은 11만6000일의 훈련 일수를 기록했다.
이들에게 안보는 군의 전유물도, 고리타분한 가치도 아니다. 오히려 북유럽 국가에선 시민 개개인이 안보의 주체다. 이러니 이들의 안보 의식은 한국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어떤가. 북한의 도발에도, 남중국해 등 한반도 인근에서 벌어지는 이웃 나라 간 충돌 사태에도 무감각해진 지 오래다. 민방위기본법에서 매월 15일을 민방위의 날로 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다시피 하니 오히려 아는 편이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2년 전 러시아가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눈 떠보니 문 앞에 전쟁이 와있는 상황을 상상해본다. 그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일지. 지리적·역사적 차이를 똑 떼어놓고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북유럽이 폭풍 전야라면 한국은 천하태평이 아닌가 싶다. 총선을 앞뒀지만 그럴듯한 안보 공약이 실종된 듯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나영 기자, 조선일보(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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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립이라 해도, 중·러 눈엔 서방일 뿐”
스웨덴 석학 요엘 안데르손 인터뷰
얀 요엘 안데르손 EUISS 선임 연구원. /EUISS 제공
스웨덴이 11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공식 가입 행사를 치렀다. 스웨덴과 함께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가 지난해 4월 먼저 나토의 일원이 된 지 11개월 만이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1814년 이후 계속된 210년간의 ‘중립 노선’을 깬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중립 노선을 펼쳐온 이 북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를 더욱 자극해 서방과의 대결 국면을 더 고조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브뤼셀에서 만난 얀 요엘 안데르손(53) 유럽안보연구소(EUISS) 선임 연구위원은 그러나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를 중립으로 본 적이 없다”며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이후 계속 미뤄져 왔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는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과도 매우 유사하다”고도 했다. 그는 스웨덴은 물론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안보 전문가다. 현재 EU의 외교·안보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는 EUISS에서 몸 담으며 포린어페어스 등 외교 안보 전문지의 필자로도 활약 중이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필연이었나.
“(안보 전략의 영역에선)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러시아는 항상 스웨덴과 핀란드를 미국과 서방 세력의 일원으로 생각해왔다. (러시아와 육·해상 경계를 마주한) 이 두 나라는 ‘중립’을 표방했고 서방과 러시아 간 ‘완충 지역’ 취급을 받았지만, 러시아는 (두 나라를) 결코 중립적이라고 보지 않았다. 끊임없이 (두 나라) 영공을 침범하고, 군사 훈련을 했다.”
러시아가 스웨덴과 핀란드를 ‘공격 가능한 대상’으로 보는 한 양국은 안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 나토 가입에 나서야 했다는 의미다.
-스웨덴과 한국의 유사점은?
“스웨덴도 한국처럼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정파 간 갈등이 있었고, 결국 국민 통합 차원에서 중립을 내세워왔다. 한국이 미국·서방 동맹과 중국·북한 사이에서 계속 국내 정치적 갈등을 겪고, 중간자적 입장을 유지하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눈에 스웨덴이 서방의 일부란 사실은 항상 분명했듯, 중·러도 한국을 명백한 미국과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보고 있다. 그들의 시각에 한국은 미국에 의해 풍요를 누리게 된 나라,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다.”
안데르손은 “(강대국 사이에 낀) 어떤 나라가 중간 지점에서 플레이(play·전략적 행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고 했다. 국가 간 ‘인식의 격차’로 인한 잘못된 예측이나 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 나토 가입의 국제 정치적 의미는.
“(힘이 우선하는) 현실주의 국제 정치(Realpolitik)의 귀환을 방증한다. 핀란드는 항상 ‘러시아의 이익을 존중하면 러시아도 핀란드를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더 이상 나토의 확장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하는 순간 산산이 깨졌다. 핀란드의 이런 변화는 스웨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핀란드는 냉전 시기 러시아에 극도로 유화적인 외교 정책을 펼쳐 ‘핀란드화(finlandisation)’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는 대화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나라’라는 핀란드의 믿음하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안데르손은 “러시아가 ‘같은 뿌리’라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학살을 벌이는 것을 보며 핀란드는 ‘러시아가 우리가 알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그 동맹들의 도발 가능성은.
“북유럽부터 아시아의 동쪽 끝까지 세계의 안보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며, 우리 모두가 다시 ‘위험한 세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유럽 등 나토 회원국들과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 관계를 강화하고, 방위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전략적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시도를 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러시아는 현재 유럽(우크라이나) 문제에 여념이 없다. 중국 혹은 북한이 대신해 (러시아에 이익이 되는) 도발에 나설 수 있다.”
-나토와 한국이 서로 ‘파트너’ 관계를 맺으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유럽 국가들이 ‘당장’ 무기가 필요해졌다. 무기를 많이, 또 빨리 생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냉전 후에도) 무기를 지속적으로 대량 생산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산이 많고 겨울이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나라다. 한국 무기는 그런 환경에 맞춰 만들어져 유럽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한국이 (나토 회원국에) 대량의 무기를 만들어 팔 의지가 있느냐인 것 같다.”
스웨덴 입양아… 10년 전 스웨덴 나토 가입 예견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스웨덴에 입양됐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과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UC버클리와 스톡홀름대 교수 등을 거쳐 유럽방위청에서 일하면서 유럽연합(EU)의 군사 안보 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확장 정책으로 인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이미 10년 전에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 5월 핀란드와 스웨덴이 동시에 나토 가입을 신청하자, 2014년 4월 그가 나토의 북유럽 확대에 대해 쓴 미국의 국제 외교 저널 ‘포린어페어스’지(紙) 글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엔 EU 회원국들의 무기 공동 구매·생산 체계 논의를 주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4년 전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기 위해 딱 한 번 찾은 적이 있다. 현재 유럽안보연구소(EUISS) 선임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이 연구소는 대테러부터 난민, 분쟁 예방,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EU의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로 2002년 1월 출범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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