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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이재명의 유머가 재밌을 것이다] [누가 ‘비범한 사람’인가?]

뚝섬 2024. 4. 3. 09:23

[이재명은 이재명의 유머가 재밌을 것이다]

[누가 누가 더 ‘비범한 사람’인가?]

 

 

 

이재명은 이재명의 유머가 재밌을 것이다

 

[송평인 칼럼]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치는 5·18 농담
다른 세상의 유머 취향 보여준 이재명
중국에는 셰셰 하며 왕서방 흉내
안 웃기는 유머 뒤의 걱정스러운 현실 인식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회칼 테러 보복’ 운운했다는 MBC의 앞뒤 다 자른 보도는 전해들은 발언의 맥락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그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고 싶은 얘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전 수석을 흉내낸다면서 한 5·18 농담이다.

이 대표는 전북 군산 유세에서 “너 칼침 놓는 것 봤지. 너네 옛날에 회칼로”라며 쑥쑥 찌르는 동작을 반복한 뒤 “농담이야”라고 말했다. 또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옛날에 대검으로, M16 총 쏘고 죽이는 것 봤지.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것 봤지. 조심해”라며 내리찍는 동작을 한 뒤 이번에도 “농담이야”라고 덧붙였다.

군 복무할 때 경북에서도 외진 지방 출신의 소대원이 한 명 있었다. 노래를 시켜보면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를 했다. 뽕짝도 아니었다. 부른다기보다는 웅얼거렸다. 알고 보니 공사판에서 배운 ‘노가다’ 노래였다. 그런 것 말고 뽕짝이라도 하나 불러보라고 해도 부를 줄 아는 뽕짝이 없었다. 그가 보통 소대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노래를 부르듯이 이 대표는 보통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유머 취향을 보여준 것이다.

 

이 대표가 농담이랍시고 한 것은 소년공들이 공장에서 일하다 쉬면서 주고받았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다른 소년공과는 달리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들어간 사람이다. 다만 그는 대학이 제공하는 일반교양 교육에도, 광주의 진상을 알아보는 데도 관심이 없었고 곧장 사법시험에 매달렸다. 그래서 일찍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긴 했지만 정신세계는 소년공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교양이 거창한 게 아니다. 농담으로라도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능력 같은 것이다. 이 대표의 5·18 농담은 그런 능력이 떨어짐을 보여준다.

고대 로마에 잔인한 성정으로는 네로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칼리굴라라는 황제가 있었다. 성적으로도 문란했던 그는 잠자리에서 애인의 목에 키스하면서 “이 아름다운 목도 내가 원하면 잘리고 말걸”이라고 속삭였다고 한다. 그의 잔인한 성정을 과장하기 위해 꾸며낸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농담이라도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이 있다고 여겼기에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슬픔을 자아내는 얘기는 세상 어디서나 비슷하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공감한다. 반면 웃음은 국지적이다. 그래서 외국인의 유머는 즉각 알아듣고 반응하기 힘들다. 유머는 정신세계를 공유하는 집단에서만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대표의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치는’ 5·18 농담은 철없는 소년들의 정신세계에서는 재미있는 것일 수 있다. ‘2찍’ 같은 말도 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중독성이 있다. 그러나 다 커서도 그러는 것은 도덕성 진화가 덜된 ‘가여운(poor)’ 정신세계를 보여줄 뿐이다. 너무 앞서가서 알아듣기 힘든 농담을 4차원적이라고 한다면 조폭들이나 재미있다고 낄낄거릴 농담은 2차원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대표는 충남 당진 유세에서는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의 중국말),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며 두 손을 마주 잡고 고마움에 겨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가 중국 왕서방처럼 두 손을 잡고 이쪽에도 저쪽에도 헤헤거리는 모습이 조국 씨가 묘사한 적이 있는 ‘앞발을 싹싹 비비는 파리’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어 웃기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점 때문에 웃는 건 그의 의도와는 반대된다.

그는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의) 국내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뭔 상관이 있어요.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이 주한미군의 대만 이동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으로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협박까지 하는 마당에 우리와 뭔 상관 있냐고 말하는 것은 ‘셰셰’ 하며 왕서방 흉내 낸다고 재밌어지는 게 아니다.

유머는 현실의 구체적이고 예리한 파악에서 출발해 비틀고 꼬집음으로써 현실을 넘어서는 힘이다. 복잡다단한 외교·안보적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비꼬는 것은 억지로 웃기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이 대표에게 처칠이나 레이건 수준의 유머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의 웃기지 않는 유머를 걱정하는 건 꼭 필요한 현실 인식의 부족 때문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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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더 ‘비범한 사람’인가?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비범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어떻게 구별됩니까? 제 말은 여기엔 좀 더 외적인 확실성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겁니다. 저 같은 실제적이고 사상이 온건한 인간이 갖게 되는 불안이라고 여기고 용서하십시오. 이를테면 특별한 옷으로 정한다든지, 무슨 표지를, 인장 같은 거라도 지니고 다닌다든지, 뭐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만약 혼란이 생겨서 한쪽 부류의 인간이 자기가 다른 쪽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당신의 아주 적절한 표현대로 ‘모든 장애를 제거하기’ 시작한다면, 그땐 정말….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중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구 국회의원 254명과 비례대표 46명 선출을 위한 벽보가 나붙고, 선거 공보물이 배달되고, 사전 투표도 시작된다. 거리마다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확성기 광고가 요란하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비범한 사람에겐 법을 넘어설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물을 제거해서 인류를 구원하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빠는 악인이라고 판단해 전당포 주인을 죽인 뒤 죄책감이 엄습하자 자신은 평범한 사람일 뿐, 영웅 자질이 없다며 괴로워한다.

 

라스콜니코프의 살인을 눈치챈 예심 판사는 그의 논리를 인용하며,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사람인 줄로 자신을 오해하면 어떡하냐고, 비범한 사람에겐 특별한 표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 실제로 너무 많은 평범한 사람이 법 초월자를 자처한다. 별별 죄를 다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 없이 타인을 단죄한다. 자신의 면책특권이 나라와 국민을 위기에서 구한다며 수치심도 없이 사회 정의를 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 배지가 ‘비범한 사람’의 표지다. 그 표지를 얻고 싶어서 도전한 후보자가 952명, 아파트 분양권으로 돈을 벌려고 생겨난 떴다방처럼 비례대표를 신청한 정당은 38곳이나 된다. 그중 얼마나 많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사람이라 착각하고 나섰을까? 그래도 당선만 되면 180가지가 넘는, 하느님도 부러워할 국회의원 특권을 누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좋은 세상을 바라며 투표장으로 간다. 이번 선거만이라도 ‘어떤 불법과 범죄라도 행할 수 있는 특권, 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권리’를 원하는 사람을 뽑는 이벤트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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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여대생 성 상납시켜” 주장한 野 후보까지. 발언도 놀랍지만, 직업이 역사학자라는 것이 더 충격.

 

-팔면봉, 조선일보(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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