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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 넘은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에선 왜 인기 없나] ....

뚝섬 2024. 4. 14. 05:50

[엘비스 프레슬리 넘은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에선 왜 인기 없나] 

[‘억만장자’ 테일러 스위프트]

 

 

 

엘비스 프레슬리 넘은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에선 왜 인기 없나

 

음악으로 첫 억만장자, 국내에선 높아봤자 174위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1년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가 전철 객차 안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자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유튜브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5)가 세계 대중음악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일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수 활동만으로 재산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모은 첫 음악가(musician)라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음악 순위표로 꼽히는 빌보드 주간 앨범 차트에서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금까지 69주간 1위에 있었다. 전 세계 솔로 가수를 통틀어 역대 최고다. ‘로큰롤의 제왕’이라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지키고 있던 이전 최고 기록(67주)을 갈아치웠다. 스위프트는 오는 19일 새 앨범을 낸다. 앞으로도 이룰 것이 많다는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인기가 없을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국내 최대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 멜론의 월간 음악 차트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차지한 역대 최고 순위는 지난달 174위다. 팝송 등 해외 음악만 따로 추려낸 멜론 차트에서도 지난달 15위가 최고 기록. 한국 시장에서 스위프트는 팝가수 중에서도 유난히 존재감이 없는 셈이다. 인터넷에는 2011년 스위프트가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 전철을 탔다가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민망해하는 표정이 담긴 영상이 떠돌아다닌다.

 

해외에서는 스위프트를 작곡과 작사가 동시에 가능한 능력을 특별히 잘 활용한 가수라고 평가한다. 특히 그의 강점으로 스토리텔링 능력을 꼽는다. 연애, 고민 등 다양한 자기 경험을 은유적인 가사에 담아 노래로 들려주고, 팬들은 가사를 음미하면서 큰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2012년 곡 ‘Red’에는 유명 배우와 연애하며 성장한 경험을 담았고, 2017년 노래 ‘Look What You Made Me Do’에서는 자신을 비난하는 표현을 가사 소재로 활용하며 당당하게 대응했다.

 

팬들은 이렇게 스위프트가 노래로 목소리를 내고 인생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구조에 공감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의 또 다른 강점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해 다양한 곡을 상업적으로 흥행시키는 능력이다. 2007년 데뷔 당시에는 미국 중년 남성이 선호하는 ‘컨트리(Country)’ 장르 노래를 작곡해 불렀지만 이후 팝, 일렉트로닉, 포크 등 전혀 다른 장르로 음악 세계를 확장하며 팬층을 넓혔다.

 

그 밖에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암 투병 하는 어린이 팬을 방문해 치료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팬의 결혼식 축가를 도맡기도 한다. 통 큰 기부도 아끼지 않는다. 작년 토네이도 피해 주민에게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올 초 총격 사건 사망자 유족에게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각각 기부했다.

 

이런 장점은 한국에도 충분히 통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데뷔 초부터 소셜미디어로 동시대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여러 대중음악 장르의 유산을 충실히 물려받았다”며 “그런 범용성이 다른 가수에 비해 널리 인기를 끄는 요인이고, 우리 시대의 싱어송라이터가 갖춰야 할 ‘양식’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인기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작곡 스타일이 한국인이 선호하는 기승전결이 강한 멜로디가 아니고, 한국에는 아이유 등 한국만의 정서를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이미 자리 잡아 인기가 덜할 뿐이라며 “테일러 스위프트는 과거 수퍼스타의 계보를 잇는 가수”라고 했다.

 

-장근욱 기자, 조선일보(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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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테일러 스위프트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2일 발표한 올해 억만장자 명단에 미국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포함됐다. ‘오직 노래와 공연 작곡만으로 10억달러를 번 최초의 음악인’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스위프트의 재산은 11억달러(약 1조4800억원)다. 17세이던 2006년 데뷔한 스위프트는 수많은 ‘최초’ 기록을 써왔다. 지난 2월 그래미상 중 최고 영예로 꼽는 ‘올해의 앨범’을 네번째 받으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최고 인기곡인 ‘핫100′ 에 가장 많은 톱 10 곡을 올린 이도 그녀다. 가수가 자선 등 사회 활동 아닌 노래만으로 시사 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오른 것도 그녀가 처음이다.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경제와 학문까지 뻗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미국 투어는 11월까지 티켓 41만장이 팔렸다. 숙박·오락·민간 소비에서 60억달러 GDP 증가 효과를 일으키며 ‘테일러노믹스’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버드·스탠퍼드 등 명문대들도 ‘예술가와 기업가 정신’ ‘스위프트의 스토리텔링’ 등 강좌를 잇달아 개설했다.

 

▶인기 비결로 마약이나 성추문 없는 깨끗한 사생활, 삶을 대하는 열정적 태도, 세상에 전하는 선한 메시지 등이 꼽힌다. 스위프트는 러닝머신 위를 6개월 동안 달리며 숨차지 않고 40여 곡을 부르는 게 가능해진 뒤에야 무대에 선다. 성과를 독차지하는 법도 없다. 지난해 미국 투어가 끝난 뒤엔 스태프는 물론이고 공연장마다 짐을 실어나른 트럭 기사들에게 1인당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씩 총 5500만달러 보너스를 지급했다.

 

▶가수 인생이 끝날 뻔했을 때 그녀가 보여준 용기도 박수를 받았다. 2016년 한 남자 가수가 낸 신곡에서 ‘나는 스위프트와 동침할 자격이 있다’는 가사를 넣고 “스위프트도 가사 내용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스위프트는 1년간 무대에 서지 못했다. 남자 가수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져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그녀는 ‘남들은 나를 밀어내려 하지만 나를 밀어낼 수 있는 이는 오직 새로운 나일 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스위프트에게 매료되는 것이다.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당당히 공개 연애를 하고, 애인이 속한 팀이 우승하자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보란 듯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연애하다 걸리면 사과를 강요당하는 한국 아이돌 풍토를 돌아보게 한다. 스위프트가 올해 초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며 한국 공연을 원했지만 7만명 넘게 몰리는 관객을 수용할 공연장이 없어 무산된 것이 못내 아쉽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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