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 마르고 대학병원 줄도산 할 판인데 대체 언제까지]
[사분오열 의료계의 진짜 입장은 도대체 뭔가]
[의대 증원 최종 숫자, 반드시 고려할 과제가 있다]
[140분 면담 후 대통령 “입장 존중”, 전공의 “미래 없다”]
[“이생망” 아닌 “이총망”… 대통령은 전공의들 보쌈이라도 해오시라]
환자 피 마르고 대학병원 줄도산 할 판인데 대체 언제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와 140분간 면담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전공의 사태 이후 45일 만에 가진 첫 면담에 대해 정부는 어제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 방침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해 온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면담 제의를 내부 합의 없이 수락했다는 이유로 대표를 탄핵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대화가 이어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무너져가는 의료 체계를 생각하면 성과도 없고 대화 재개의 기약도 없이 끝난 면담이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국 200여 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후 당장 수술이 급한 암 환자들도 몇 개월씩 수술 차례를 기다리느라 암세포가 전이라도 될까 피를 말리고 있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 앞까지 왔다가 병상이나 의사가 없어 돌아가는 사례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매달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온 사람들은 정작 중병에 걸리거나 응급 상황이 생겨 의사가 절실히 필요할 때 도움을 못 받는 기막힌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가 전공의 즉각 복귀, 교수 사직 철회 및 조속한 진료 정상화 위해 정부와 사용자 대책 수립, 환자와 병원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촉구를 위한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현장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4.4.1/뉴스1
전국의 수련병원들도 환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하루 1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암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40일간 511억 원의 적자를 냈다. 병원마다 무급휴가를 시행하며 비상경영을 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도산하는 병원이 속출할 전망이다. 1학기 개강을 미룰 대로 미뤄온 전국 40개 의대들이 다음 주부터 수업을 시작하면 의대생의 85%가 집단 유급할 가능성이 있다. 의대 증원에 유급생들까지 더해질 경우 내년부터 의대 강의실과 실습실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의료 체계도 의사 양성 체계도 당장 손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응급 상황인데 언제까지 10년 후에나 효과를 볼 의사 증원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텐가. 정부는 의료계에 의대 증원에 대한 ‘통일된 대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분오열 중인 의료계에 단일안을 내라고 하는 건 정부 뜻대로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수동적으로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의사들도 강경파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직업의 무게를 생각해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동아일보(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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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의 진짜 입장은 도대체 뭔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목련이 핀 나무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의 첫 만남 이후 정부는 “전공의와 대화의 물꼬를 텄다”며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이 연일 ‘유연한 입장’을 강조하는 등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한 의료개혁 방안에 대해 의료계 등과 타협할 생각임을 밝히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할 때 의료계가 주요 현안에 대해 단일한 입장을 갖고 나오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의대 증원 철회 주장만 계속하고 있다. 도대체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이 뭔지 알 길이 없다. 대통령과 면담을 놓고도 임현택 차기 의사협회장이 ‘내부의 적’ 운운하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전공의들 내부에서 박 위원장을 탄핵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내부 갈등마저 보이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7주째에 접어들면서 지금 의료현장은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장에 남아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진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태이고, 언제 어디서 의료진 공백에 따른 대형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한 달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진료 쪽 말고도 인턴 등록 기간이 지났고, 의대생 대량 유급 시기도 다가와 자칫 실기하면 그 부작용이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지금부터라도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의대생은 물론 주요 병원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의료 현안에 대한 단일 입장을 내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들의 불편에 일말이라도 책임의식을 보이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늘리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면 대화 테이블에 나와 합당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대 증원 규모 문제만 아니라 필수·지역 의료를 살릴 방법,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방안 등 주요 현안들은 모두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으면 풀기 힘든 문제들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강보험과 예산 투입 의지를 밝히고 있는 지금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
-조선일보(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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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최종 숫자, 반드시 고려할 과제가 있다
[朝鮮칼럼]
의료 자원 낭비의 직접적 원인 실손보험 시급히 개혁하고
의사의 필수 진료 기피 이유인 충분한 수가 인상 병행해야
노인 간병·보톡스 등 피부 미용은 굳이 의사에게 맡겨야 하나
의대 증원 숫자 최종 결정엔 이 모든 개선 과제 유념해야
지난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뉴스1
주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를 대통령으로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고 자세하게 설명을 했고 4일에는 전공의 대표와 직접 대화했다. 이제 의사 측에서 의대 정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근거를 같은 수준으로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각한 의사 부족 현상을 일선에서 겪고 있는 병원들을 대변해야 할 병원협회도 더 이상 방관만 하지 말고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논의의 핵심이 될, 장차 의사가 얼마나 부족할 것이냐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양측이 모두 유념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통령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분야 등 임상 진료에 종사하지 않는 의사의 필요성과 코로나 이전 이미 50만명에 이르렀던 해외 환자의 유치 등 우리 의료 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는데 복지부의 의사 수요 전망에는 이런 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무한대일 수도 있는 이런 수요부터 추정,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 평균보다 3배 이상의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들의 노동 강도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지도 양쪽 모두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의료 자원의 낭비와 수급 불일치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인 실손보험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2020년을 전후해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매년 2조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비급여 의료에서 과잉 진료가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분야에서 만연한 실손 진료를 많이 취급한 개원의들의 소득이 그만큼 빠르게 늘어났고, 이것이 의사들을 피안성 개원으로 쏠리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가 필수 의료에서의 의사 부족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안다.
이런 문제를 시정한답시고 만든 제4세대 실손보험조차도 손해율이 130% 정도여서 보험사들은 고객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디마케팅에 열심이다. 보험사가 손해인 만큼 가입자는 이익이니 이런 상품 구조로는 의료 남용을 막을 수가 없다. 실손보험 설계에서 당국이 손을 떼고 보험사들이 책임지고 건강보험과 같은 수준으로 진료 내용과 수가를 제한하게 해야 실손보험이 초래한 도덕적 해이와 의료 자원의 낭비를 바로잡을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 개원의들에 대한 수가 인상률을 지속적으로 병원보다 높게 책정한 것도 의사들이 전문의 취득과 병원 봉직을 기피하게 만든 요인인바, 이를 시정한다면 개원 쏠림으로 인한 필수 의료 의사 부족을 많이 완화할 수 있다. 필수 의료에 대한 충분한 수가 인상도 물론 병행되어야 한다.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의료 수요 증가의 주요인이라는데, 여기저기 아프지만 딱히 의사가 수술이나 치료를 할 것은 없는 이런 수요에 대해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방문 간호 전문 기관 등 다양한 형태의 의사 없는 의료 기관을 늘리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의사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PA(Physician Assistant), NP(Nurse Practitioner)제도 등을 도입하여 저난도의 의료 행위를 커버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성싶다. 우리는 꼭 의사가 해야 할 진료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고 있다. 보톡스, 레이저 시술 등 피부 미용, 문신 등도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의료 행위라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의사 수요를 부풀리는 요인이 된다.
비대면 진료나 개인용 휴대 의료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의사 수요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고 AI(인공지능)를 얼마나 활용하느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간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의 종류를 적어도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고, 처방전 주는 것 이외에 별로 진료할 것도 없는 만성질환자에 대해서 병원과 의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권한다면 의사 수요도 줄이고 환자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의사나 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대면 진료를 요청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병·의원 개설에 드는 엄청난 투자비를 감안할 때 비대면 진료 전문, 왕진 전문 의료 기관을 허용하라는 주장은 의사들 쪽에서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정부와 의사협회는 앞으로 의사 부족 전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위에서 지적한 제도 개선 과제들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며 어떤 전제로 의사 부족을 전망했는지를 먼저 밝혀서, 양자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사 부족 전망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토대로 원만한 해결책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조선일보(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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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분 면담 후 대통령 “입장 존중”, 전공의 “미래 없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8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8.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면담했다. 대통령실은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이 의사 증원 논의 때 전공의들 입장을 충분히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단 위원장은 면담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썼다. 면담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면담 전 내부 공지에서 “기존 요구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기존 요구는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비대위는 또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도 했다.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정부가 백기를 들지 않으면 다시 눕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은 상당수 의대 교수들이 현장을 지키며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곳곳에서 한계에 이르러 응급·중증 환자 진료마저 차질이 생기는 지경이다. 지난달 말에도 충북 충주에서 넘어진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병원 3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결국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약도 없이 하염없이 수술을 기다려야 하는 암 환자들과 가족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의대 증원 2000명 숫자에 대한 정부의 비타협적인 자세와 함께 의료계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의대 증원 철회 주장만 해온 것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의대 증원 규모에 문제가 있다면 의료계가 합리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통일된 안을 갖고 와달라는 대통령 주문도 일리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의대생 등의 의견을 모아 단일안을 내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린다면 해법 마련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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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망” 아닌 “이총망”… 대통령은 전공의들 보쌈이라도 해오시라
[김순덕의 도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젊은이들이 하는 말이란다. ‘이총망(이번 총선은 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 담화에 ‘애국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가슴을 친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긴 침묵 끝에 대통령이 앞에 나섰으면, ‘의대 2000명 증원’ 문제로 지치고 불안한 국민 심신을 풀어줘야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정부가 옳고 의사들이 틀렸다고 ‘나는 불통 대통령’ 같은 표정으로 51분간 원고만 읽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기자들 질문받기는커녕 출입까지 막았다. 검찰총장도 이런 식으로 수사결과 발표를 하진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 가운데는 텅 비어있고, 참모들만 한켠에 배석해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그날 나는 총선 유세현장을 가보려고 국민의힘 서울 한 지역구 후보의 동선을 먼저 물어보고 있었다. 오전만 해도 곧 알려주겠다던 출입기자 말이 오후가 되자 달라졌다. ‘이총망’…대통령 때문에 이번 총선은 망했다는 분위기라며 오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 2년 전에도 자칭 ‘애국보수’ 애태우더니
2년 전 대선을 코앞에 두었을 때도 윤석열 당시 국힘 후보는 어지간히 지지자들 애를 태웠다. 잠깐 잊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혼자 힘으로 대통령 된 게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대선 2주 전인 2022년 2월 22일 깨졌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달랑 1%포인트였다(윤 37%, 이 38%로 지고 있었다·갤럽 조사). 하도 답답해 2월 26일 ‘도발’에다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고 썼을 정도다.
한국갤럽이 2022년 3월 4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한국갤럽 홈페이지.
지금은 이렇게 써야하나 싶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보쌈이라도 해오시라.” 원래 지지율도 안 챙기고, 공감 능력이 좀 떨어지는 대통령이라고는 한다(대통령 탈당을 주장했다 철회한 서울 마포을 함운경 국힘 후보는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가게를 찾아왔던 대통령에 대해 “사실관계를 설명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별로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 했다).
선거와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인식이다. 2021년 9월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다시 뒤집힌 지지율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이력이 불거졌는데도 한사코 사과도 안 하고, 국힘 내 갈등까지 폭발하면서 2022년 1월 초 26%(윤)-36%(이)까지 뒤졌다(죄송해요. 욕설 아니에요). 이걸 다시 뒤집은 것이 이재명 부인 김혜경의 과잉의전 논란이다. 공식선거운동 개시일 2월 17일 41%까지 올라갔던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또 뒤집혔다. 누가 누가 더 싫은가, 더 부도덕한가를 가리는 듯한 역대급 비호감 대선.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3월 2일 지지율은 39%(윤)-38%(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2%였다.
● 대선 때도 1주일 전 후보 단일화
마침내 다음날 아침. 안철수가 ‘조건 없는 윤석열 지지’를 발표하고 후보를 사퇴했다. 대선 꼭 일주일 전이다. 전날 밤 마지막 TV토론회 뒤 윤석열과 머리를 맞대고 두 시간 반 동안 서로의 정치철학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는 거다. 그 장소가 이번 총선 전에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찐윤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이었다. 그리하여 결과는 48.56%(윤)-47.83%(이). 0.73%포인트. 역대 최소 격차였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2년 전 얘기를 꺼내는 이유를 알아챘을 것이다. 총선이 코앞인 지금, 엄정한 ‘정치중립’을 해야 마땅한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의정갈등을 일으켰다 전격 해결에 나선 것이라곤 보지 않는다. 그러나 총선과 상관없이, 풀 것은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 젊은 의사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마침내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과 만날 모양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윤정 홍보위원장이 2일 브리핑에서 “박단 (전공의협의회장) 대표에게 부탁한다”며 “만약 윤 대통령이 박 대표를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말한 다음, 대통령실에서 신속하게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전공의 거주지 현관문에 보건복지부가 보낸 사전 행정명령 등기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있는 모습. 박형기 기자
● 제발 입을 닫고 귀를 여시라
만나거든, 윤 대통령은 제발 좀 듣기 바란다. 전공의 대표를 만나 또 혼자 계속 자기주장을 되풀이하면, 꽝이다. ‘역시 대통령은 꼰대 중에 상꼰대…’ 젊은 의사들은 실망해 차갑게 마음을 닫을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안 만나는 것만 못하다.
전의교협 조윤정이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을 간곡히 당부하는 말에 문제 해결의 단초가 담겨 있다. 그는 “대통령의 열정과 정성만 인정해도 대화는 시작할 수 있다”며 전공의들을 향해 “대통령의 열정을 이해하도록 잠시나마 노력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을 향해서는 “우선 이 젊은이들의 가슴에 맺힌 억울함과 울음을 헤아려 달라”며 “대통령께서 먼저 (전공의들에게) 팔을 내밀고 대표 한 명이라도 딱 5분만 안아 달라”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 밤낮으로 뛰어다니고 자정 무렵이 돼서야 그날의 한 끼를 해결해야만 했던, 새벽 컨퍼런스 시간에 수면 부족으로 떨어지는 고개를 가눠야 했던 젊은 의사 선생님들이 바로 지금까지 필수 의료를 지탱해왔던 분들”이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조윤정은 브리핑 도중 목이 메면서 “법과 원칙 위에 있는 것이 상식과 사랑이라고 배웠다. 아버지가 아들을 껴안듯 윤 대통령의 열정 가득한 따뜻한 가슴을 내어달라”고 했다. 이보다 감동적인 말을 찾을 수 없어 그대로 옮기는 거다. 그렇게 대통령이 공감력을 키우고, 그리하여 대통령이 달라질 수 있다는 모습만 보여준대도…다수 국민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사족 1. 대통령과 전공의 간의 ‘조건 없는’ 만남을 요청했던 조윤정은 3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철회와 대통령 사과가 우선”이라고 밝히고 홍보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하루새 얼마나 힘들었을지…이해한다. 그럼에도 만남은 이루어지길.
사족 2. 대선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은 지금 잊었겠지만 절체절명의 시기에 후보직을 양보했고, 그 뒤 대통령실로부터 말 못할 수모도 겪었던 던 의사 출신 안철수 국힘 의원이 2일 대안을 제시했다. 의료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국제기구로 구성된 협의체를 조속히 꾸리되 시간이 부족하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내년으로 넘기자고.
-김순덕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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