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되는 네옴시티]
[빈 살만의 ‘네옴시티’ 사막의 신기루 되나]
축소되는 네옴시티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해온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네옴시티의 핵심은 사막에 높이 500m 초대형 거울벽 건물을 양측에 길게 두 동 세워서 직선형 도시 ‘더 라인’을 건설하는 것인데 그 길이가 170㎞에 달했다. 그것이 2.4㎞로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막에 상상 이상의 건축물을 세운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군 기원전 바빌로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복자이자 건설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메디아 왕국의 아미티스 공주와 결혼했다. 북부 산악 지대에서 사막으로 시집와 향수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왕은 수도 바빌론에 산(山)처럼 7층 계단식 구조 건물을 짓고 테라스와 옥상을 정원으로 꾸몄다. 500㎞ 떨어진 메디아 왕국에서 수백종의 나무와 꽃을 가져오는 엄청난 역사(役事)였다. 7층 높이 꼭대기까지 물을 끌어올려 거대한 정원에 물을 줬다. 이 ‘공중 정원’을 보고 그리스인들이 고대 7대 불가사의 건축물의 하나로 꼽았다.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세계 최초로 루브르 해외 분관을 유치했다. 2017년 개장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축물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품이다. 사막인 사디야트섬 해안에 건물 공사를 끝낸 후 바닷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건설했다. 55개나 되는 건물의 집합체인데 그 위를 직경 180m 금속제 돔이 덮고 있다. 석유가 나기 전 아부다비는 대추야자 재배가 전부였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야자 잎사귀 사이로 떨어지는 비에 착안해 미술관을 설계했다. 금속망을 겹쳐 만든 거대한 돔은 구멍이 숭숭 뚫려 빛도, 비도 통한다.
▶두바이 빈 라시드 알막툼은 온갖 기록적 건축물을 세우고 두바이를 중동의 금융·물류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높이 828m의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 바다를 매립한 3개 인공 섬으로 이뤄진 야자수 모양의 팜 아일랜드 등으로 두바이는 일약 사막의 신기루 같은 도시가 됐다. 최근에는 ‘부르즈 칼리파’를 중심에 두고 주위에 550m 높이로 거대한 기둥을 5개 세워 그 위에 반지 모양 구조물을 만드는 ‘다운타운 서클’ 구상도 발표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머니의 힘으로 상상 초월의 ‘21세기 바벨탑’, ‘현대판 공중 정원’을 세우고 있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단숨에 이를 능가할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진짜로 가능할까 싶던 그 구상이 결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설비 때문에 상상만으로 끝나는 모양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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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의 ‘네옴시티’ 사막의 신기루 되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 위에 짓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주거지구 ‘더 라인’이다. 조감도를 보면 홍해 연안에서 사막을 향해 좁다란 담벼락 두 개가 끝없이 이어진 것 같지만, 실상은 서울 롯데월드타워만 한 높이 500m의 빌딩 두 채가 200m 간격을 두고 170km 길이로 서 있다. 이 거대한 유리빌딩에 사람들이 산다. 두 빌딩 사이엔 숲이 우거지고 강이 흐르고, 건물 안엔 사무실 학교 병원 등 필요한 게 다 있다. 170km면 서울에서 대전쯤 거리인데, 지하 고속철도로 20분이면 닿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3년 전 이 길쭉한 선형 도시의 계획을 발표했을 때 웬만한 공상과학(SF) 영화도 울고 갈 정도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라는 비판에도 더 라인 프로젝트는 2022년 11월 첫 삽을 뜨며 현실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우디의 미래를 이끌 대역사에 국내 건설사도 참여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더 라인의 핵심 기반시설인 지하 철도 터널 공사를 맡고 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인구가 700만 명인데, 현대 과학기술을 집약해 900만 명이 거주하는 최첨단 선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빈 살만의 야심 찬 구상이다. 1단계로 2030년까지 150만 명을 거주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1단계 목표 인구가 30만 명으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 개발 속도라면 2030년까지 전체 170km 중 2.4km 정도만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재정 상황도 회의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 라인을 비롯해 네옴시티 전체 공사비는 당초 5000억 달러에서 1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초기 사업비를 대야 하는 사우디 국부펀드는 축구, 골프, 게임, 전기차 등에 돈을 펑펑 쓰면서 보유 현금이 1년 새 5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낮게 유지된 탓에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순이익도 지난해 25%나 줄어 오일머니를 투입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사우디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무실을 연 데 이어 전 세계 은행 관계자들을 현장으로 초청해 투자 설명회를 연다고 한다. 최근 ‘세계 최대 토목공사가 24시간 진행되고 있다’는 문구를 달아 더 라인 공사 현장을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했다. 빈 살만이 ‘탈(脫)석유’를 위해 추진하는 네옴시티에는 더 라인 외에도 바다 위에 조성되는 산업단지 ‘옥사곤’, 2029년 겨울아시안게임이 열릴 관광레저단지 ‘트로제나’ 등이 들어선다. 완전체 도시를 표방한 네옴이 사막의 기적이 될지, 신기루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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