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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신-구세대 분리 운용 방안.. ] [모두를 패자로 ‘연금 개혁’]

뚝섬 2024. 5. 9. 10:33

[국민연금, 신-구세대 분리 운용 방안 논의하자]

[정치인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법]

[모두를 패자로 만든 무책임 ‘연금 개혁’]

[최악의 21대 국회, 임기 종료 앞두고 무더기 해외 출장]

[임기 한 달도 안 남기고 “배우러 간다”며 외유 떠난 의원들]

 

 

 

국민연금, 신-구세대 분리 운용 방안 논의하자

 

[동아시론]

개혁 시점 이전 납입 보험료는 구연금 계정
이후 납입금은 新계정으로 운용해 급여 지급
재정 안정과 미래세대 연금 보장 모두 충족


국민연금 공론화 과정에서 모수(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대안별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공론화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1안을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2안보다 더 선호하는 것(56.0% 대 42.6%)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민들은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보다는 내 노후 소득을 더욱 많이 보장받고 싶어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민주국가에서 다수의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연금개혁이 없을 경우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5년 고갈되고 1안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할 경우 적립기금은 2061년 고갈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안의 경우 2061년 적립기금 고갈 이후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2015년생은 22.2%, 2025년생은 29.6%, 2035년생은 36.1%의 평균 보험료를 납부해야 현재 세대들이 약속된 소득대체율 50%의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각종 세금, 건강보험료 외에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30∼40%를 납부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이 소득대체율 40%를 보장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율은 19.8%이고, 소득대체율 50%를 보장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율은 24.8%라고 한다. 1안(소득대체율 50%)의 보험료율 13%, 2안(소득대체율 40%)의 보험료율 12%와는 큰 차이가 있다. 소득대체율에 상응되는 보험료율로 인상하지 않는 것은 그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다. 현재 세대들은 본인들의 급여를 위한 보험료율로 인상하는 것이 경제 여건상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래 국민연금 가입자들, 미래 납세자들은 왜 현재 세대,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해 부담하는 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현재 세대보다 쉽게 동의해 줄 것으로 믿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느 회사에 직원 A와 B, 신입직원 C가 있다고 치자. 회사 급여가 너무 적다고 생각한 A와 B는 신입직원 C의 급여 소득을 반반으로 나누어 A와 B가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다수인 A와 B는 이와 같은 합의를 혹시 C가 동의하지 않을까 봐 회사 규정에 C의 소득을 A와 B에게 모두 나누어주도록 명시했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신입직원 C는 묵묵히 자신의 소득을 A와 B에게 나누어 줄까? C가 소득도 얻지 못하는 회사를 계속해서 다닐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해서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재정이 안정적으로 지속돼야만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 기존에 약속된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재정이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은 적립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뿐 아니라, 본인이 받는 급여 총액이 본인이 낸 보험료와 이를 운용한 수익보다 과도하게 크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 수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KDI의 신승룡 박사와 필자는 2월 국민연금을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분리하고 신연금은 개혁 시점부터 납입하는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운용수익에 맞춰 급여를 지급해 완전적립방식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에서도 미래 세대에 최대의 급여를 보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개혁 시점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한다. 만약 2024년에 국민연금 개혁을 한다면, 개혁 이전에 약속된 급여산식에 따라 연금급여를 지급하게 될 때 2024년 현재 가치 609조 원의 재정부족분이 발생하게 된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해결하기에 너무 큰 액수라 하고, 일부 전문가는 너무 적게 산출된 수치라고 말한다. 이 재정부족분은 신연금 개혁의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까지 국민연금에서 발생해 존재하는 재정부족분이다. 분명한 것은 신구 계정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이 재정부족분은 미래의 국민연금 가입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현재 세대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해 22대 국회로 미뤘다. 정부와 정치권은 최소한 현재 세대의 약속된 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라도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이 부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아름다운 세대 간 연대”가 현재 세대의 이익뿐인 “아름답지 못한 세대 간 착취”로 변하게 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 조부모님께서 나서길 바란다.

-이강구 KDI 연구위원, 조선일보(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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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법

 

국가 미래에 절실한 연금개혁
다수결에 맡기면 잘못된 해법뿐
“정치인 목적, 인기 관리 아니다”
‘오바마케어’ 결단을 생각한다
 

 

2014년 1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와 관련한 전화 회의를 하는 모습. 건보 가입에 따라 발생하는 보험료 부담 등이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인기가 곤두박질쳤지만 그는 "여론조사 잘 나오려고 대통령 하지 않았다"며 정책을 관철시켰다. /백악관 제공

 

미국에서 안전벨트 착용 규제는 1960년대 말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젠 상식이 된 정책이지만 초기엔 격한 반발이 일었다. ‘과태료 거둘 명분’이라는 비난과 안전벨트 의무 장착이 초래하는 비용 증가와 관련한 불만이 많았다. ‘안전벨트 잘라버리기 캠페인’ 같은 거친 역풍을 거쳐 1990년대 들어서야 규제는 자리를 잡았다. 안전벨트 역사를 처음 들은 건 10여 년 전쯤 버락 오바마의 기자회견에서였다. 젊고 열정적이던 대통령의 인기를 추락시킨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가 의회를 간신히 통과한 직후의 일이다. “이처럼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사회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게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인기는 없어도 국가의 생존에 절실한 정책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 정치의 영역이 열린다. 지금 한국에 가장 시급한 국민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연금 보험료를 낼 젊은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받아야 할 고령자가 증가하는 문제는 급격히 악화해 왔다. 그럼에도 선거를 앞뒀거나 반대가 심하다는 등등 온갖 이유로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60→40%’로 2007년 조정되고 나서 개편된 적이 없다. 이후 못 본 척 17년이 흘렀고 저출생·고령화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내버려두면 연금 잔고는 약 30년 후 바닥난다.

 

국민연금 담당 국회의원들은 지금 해법을 찾겠다며 유럽에 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여러 해 동안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답은 나와 있다.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거나, 혹은 둘 다 해야 한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어쩔 수 없이 기분이 나빠진다. 간단한 ‘산수’이자 불편한 진실이다. 얼마 전 발표된 개혁안 초안은 그런데 이해하기가 어렵다. 보험료를 약간 더 내면 연금을 꽤 많이 탄다고 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을까. 알고 보니 시민 대표 492명이 다수결로 정했다 한다.

 

국민연금 문제는 가입자가 고통을 나누는 방식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다. 개혁안을 내놓았는데 다수가 좋아한다면 오히려 뭔가 잘못됐다고 봐야 옳다. 개인과 사회, 현재와 미래가 상충될 때 대부분 유권자는 ‘나’와 ‘지금’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을 빌리면 세금을 여론조사로 정하면 세율은 계속 내려가고 국가는 망하게 된다.” 세금을 연금으로 바꿔 읽어도 뜻은 그대로 통한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서부 르망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헌법 49조 3항’을 의미하는 숫자 49와 3을 형상화해 불을 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인터뷰 형식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행 연금 제도를 그냥 놔두면 붕괴하고 말 것”이라며 나는 (정파가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 모두 인기를 얻지는 못한다. 어떤 정책은 대다수가, 때론 모두가 반대한다. 먼 훗날 병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 지금 건보료를 내라는 ‘오바마케어’는 도입 초기 정권을 위태롭게 만들 정도로 지지도가 낮았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가 시위로 마비되고 시위대가 단골 식당을 두 번이나 불 지르는 격렬한 반발 끝에 연금 개혁안을 지난해 간신히 통과시켰다. 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눈치 보려 정치하는 건 아니다”라며 “정치는 투쟁이자 신념이자 배짱이라고 했다. 오바마가 한 말과도 통한다. “인기 관리가 목적이면 정치인이란 직업을 택하지 않았겠죠. 욕먹더라도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하려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오바마케어는 도입 초기 지지율이 30%였다. 당시 뉴욕 지하철에서 옆자리 흑인이 모르는 날 붙잡고 “빌어먹을 오바마케어, 오바마는 공산주의자야!”라고 열을 올려 놀란 적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바마케어에 대해선 취약 계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정책 지지율은 최근 60%까지 올라갔다. ‘환자 보호 및 부담 적정 보험법’이 공식 이름인 이 법은 모두가 ‘오바마케어’라 부른다. 정치인이 역사에 이름을 잘 남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김신영 국제부장, 조선일보(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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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패자로 만든 무책임 ‘연금 개혁’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연금은 보험료율(18%)이 국민연금의 두 배지만 1993년부터 적자다. 그걸 정부가 해마다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다. 내년엔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원 안팎을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연금 받는 퇴직 공무원이 69만 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혈세로 지탱하는 공무원연금은 16년 뒤 적자로 돌아서는 국민연금의 ‘예정된 미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공무원연금의 약 17배, 수급자는 10배가 넘는다. 거대한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수백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어도 버티기 어렵다.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도 아니다. ‘연금 디스토피아’의 문이 열리고 있는 데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9%에 묶여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개혁을 미루고 또 미룬 결과다. 그래놓고 세금으로 뿌리는 기초연금만 경쟁하듯 올리고 있다.

개혁 방향 합의조차 시민에게 떠넘긴 국회

개혁의 총대를 멘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조차도 기한을 두 번이나 연장하더니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유럽 출장을 가서 논의하겠다는 황당한 여유를 부렸다. 여태 소득안정에 무게를 둬야 할지,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합의조차 못한 여야가 해외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과 같은 모수만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숫자 개혁’을 하겠다는 건가.

 

김상균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은 지난달 ‘더 내고 더 받는’ 식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선택한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고 했다. “국회가 공론화 과정으로 도출된 방향성을 충분히 고려해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개혁 방향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회의 시간’이 선행해야 제대로 된 개혁이 된다. 그걸 건너뛰고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에게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중 양자 택일을 하라는 선택지를 덜컥 던졌으니 세대 간 불신과 갈등이 커졌다. 미래 세대는 “왜 조금 더 내고 많이 받아 가느냐”고 반발하고, 기성세대는 “더 내면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한다. 내면에 깔린 ‘손실 회피’ 성향이 작동하면, 사람들은 모두가 패자가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모두가 승자’ 믿음 생겨야 연금개혁 성공

이해관계자가 많은 까다로운 개혁이 성공하려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우리는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미래 세대와 연금 재정을 희생할 수 없고, 재정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노후 빈곤을 방치할 수도 없는 ‘복합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더 많이 내되 조금만 더 올려 받는’ 식으로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제3의 길’의 방향을 정치권이 제시하고 전문가들에게 얼마를 더 내고 얼마나 더 받으면 지속 가능한지 합리적 실행 방안들을 내게 했다면 국민의 선택은 한결 쉬웠을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쳐놓은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이라는 틀에 갇혀 각자의 손실만 따지는 각자도생을 고민할 일도 없었다.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면 모수개혁과 함께 기업 설득이 필요한 납입기간 연장과 정년 연장, 소득재분배 기능이 겹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역할 조정, 일본처럼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게 연금액을 수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같은 어려운 개혁 과제도 추진할 힘이 생긴다. 그래야 어떻게 더 내고, 얼마를 더 받아야 할지 개혁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2040년이면 국민연금을 마지막으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금이 모두 적자로 돌아선다. 그때가 되면 모두 진짜 패자가 된다.

-박용 부국장, 동아일보(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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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21대 국회, 임기 종료 앞두고 무더기 해외 출장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과 공동 민간자문위원장 2명이 내일부터 5박 7일간 영국·스웨덴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해외 사례를 직접 살펴보며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출장이라는데 지금 그럴 시점인지 의문이다. 오는 29일이면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연금특위 활동 시한도 끝난다. 그 전까지 특위 산하 공론화위에서 최근 도출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을 확정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막판 대타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견을 못 좁히면 지난 2년간의 특위 활동은 없던 일이 되고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지 모른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해외 출장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우리 국회에선 임기 종료 직전 상임위별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의원 2명은 농산물 직불제와 산림 정책을 돌아본다며 최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고,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 2명은 한국의 보건 의료 지원 사업 현장을 살펴본다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중남미와 미국을 도는 10박 15일짜리 출장에 나선 상태다. 여야 의원 5명을 포함해 수행원 10여 명을 대동했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도 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일본 출장 중이다. 국회 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이다.

 

이런 임기 막판 출장이 4·10 총선 이후에만 최소 15건이라고 한다. 이 기간 해외로 나가는 의원은 50명이 넘고, 쓰게 될 나랏돈도 2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올해 국회가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위해 잡아 놓은 예산도 역대 최대인 202억7600만원이다. 이런 출장을 전부 외유성으로 매도하긴 어렵다. 하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우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야 의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5830건이지만 처리된 건 36.6%인 9454건에 불과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대 국회의 36.4%에 버금간다. 그래도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유를 떠난다. 4년 내내 3류 정치 해놓고 임기 막판 1류 정치 공부하러 간다니 영문을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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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한 달도 안 남기고 “배우러 간다”며 외유 떠난 의원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막판 외유성 출장이 줄을 잇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5월 중 확정된 해외 출장만 8건이다. 대부분 조사·연구나 의원외교가 목적이라는데,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의원들이 뭘 배우고 무슨 의원외교를 한다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출장자 명단엔 낙선·낙천 의원들이 여럿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 “말년 휴가” “마지막 배려”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은 8일부터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한다. 유럽의 연금제도 현황을 파악하고 현지에서 합의를 시도해 볼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 연금제도 현황을 몰라서 연금개혁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건가. 그렇잖아도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가 최근 내놓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에 대해 ‘개악’ 논란이 큰 상황에서 특위 활동 시한 종료를 코앞에 두고 해외에 나가면 답이 나오나.

새로운미래 설훈 의원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등 3명이 9일부터 탄자니아를 방문하는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이들 중 2명은 낙선자다. 당초 이들은 한-아프리카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출장 계획서를 올렸지만 국회사무처가 마다가스카르 일정은 제외를 권고해 탄자니아만 방문하는 것으로 축소됐다고 한다. 애초 임기가 끝나기 전 평소 가기 힘든 나라를 가보자는 식의 발상 아니었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4명과 국민의힘 2명 등 6명의 의원도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의원외교 차원이라고 하지만 어떤 시급한 현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막판 출장 신청이 쇄도하자 국회사무처가 “방문 목적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놓은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어떤 비교섭단체 의원은 5월에만 3건의 해외 출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국회사무처 지적에 따라 제외된 사례도 있다. 각종 민생 법안 처리는 팽개친 채 막 내리는 21대 국회의 또 다른 볼썽사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동아일보(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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