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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후보 “국회 단상 뛰어올랐다” 자랑] [탄돌이, 코돌이.. ]

뚝섬 2024. 5. 11. 07:10

 

국회의장 후보 “국회 단상 뛰어올랐다” 자랑, 비정상 국회 예고 

2009년 7월 22일 여야의 난투극 속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김형오 국회의장 대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자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이에 항의하며 셔츠 차림으로 의장석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인 조정식 의원이 2009년 국회 법안 대치 때 “제가 의장 단상에 뛰어올랐었다”며 “겉으론 제가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내면에는 불같은 성격이 있다”고 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조 의원이 구둣발과 셔츠 차림으로 국회의장 단상을 밟고 올라서자 국회 방호원과 의원들이 그를 제지하는 ‘활극’이 벌어졌다. 의장 단상은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법률안 가결을 선포하는 등 본회의를 진행하고 여야 갈등을 중재하는 곳이다. 의장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른 의원도 아닌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6선 의원이 구둣발로 단상을 밟았던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인터뷰에서 자랑스레 언급한다. 한국 정치의 병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의장이 된 뒤 국민의힘 의원이 단상에 뛰어오르면 뭐라고 할 건가.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에 기울지 말고 국민을 위해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은 지키라는 취지다. 그런데 의장 후보 4명은 전부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당선인은 “의장이 중립은 아니다”, 우원식 의원은 “민주주의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던 정성호 의원도 “(의장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강경파 목소리가 압도적인 민주당에서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자 김진표 현 의장이 “편파된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은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 사실상 ‘이재명당’에서 친명 표를 얻어야 당선되기 때문이다. 의장이 돼도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 서열 2위인 국회의장 후보가 특정 정치인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당론으로 정한 법안에 대해선 소속 의원들이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당이 특정 의견을 의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양심에 따른 직무’를 규정한 헌법 위반이다. 지금 ‘비명횡사’ 민주당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다. 민주당이 당론 법안을 밀어붙이고 ‘꼭두각시 의장’이 거들면 입법 폭주가 계속될 것이다.

 

과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나는 법안 통과 의사봉을 두드릴 때 한 번은 여당을, 또 한 번은 야당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보고 양심의 의사봉을 쳤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의장 후보 경선에선 ‘구둣발로 의장 단상을 밟았다’는 자랑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일지 그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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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돌이, 코돌이, 파돌이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 때 152석을 얻었고, 이 중 108명이 초선이었다. 노무현 탄핵 역풍 덕을 봤다고 해서 ‘탄돌이’라 불렸다. ‘탄돌이’라는 말 속에는 평소 같으면 도저히 당선될 수 없는 사람들까지 탄핵 역풍을 타고 당선됐다는 조롱의 뜻도 있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표현으로 하면 ‘길 가다 지갑을 주운’ 행운아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직후 그 초선들을 청와대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은 천천히, 1년 뒤 삭여도 뼈가 남아 있는 말을 하자. 어쨌든 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해다.” 중진들까지 튀지 말라고 초선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초선 군기 잡으면 그 사람을 물어 뜯겠다”는 어느 의원을 필두로 여기저기서 초선들의 ‘튀기’ 경연 대회가 시작됐다.

 

▶이들은 선수(選數)와 당론, 그리고 여야 합의를 중시했던 국회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선거 혁명이 일어났으니 문화도 바꾸자고 했다. 지도부가 다른 당과 국가보안법 개정 협상을 벌이자 “국보법 완전 폐지”를 주장하며 농성을 했다. 당내에선 이들 108명 초선을 ‘108번뇌’로 불렀다. 이들은 편 가르기에도 능했다. 한 초선이 당내 계파와 의원들 성향을 그린 자기 나름의 조직도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108번뇌’는 야당과 싸우고 자기들끼리 싸우다 4년을 보냈다.

 

▶108번뇌의 시대를 지나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이 15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이 중 82명이 초선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뉴타운 공약 덕을 봤다고 해서 ‘뉴타운돌이’로 불렸다. 2020년 총선 때 민주당 당선자 180명 중 85명이 초선이었는데, 코로나 지원금 덕을 봤다고 ‘코돌이’로 불렸다. 그때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는 “탄돌이 때의 108번뇌가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했는데, 결국 2년 뒤 정권을 내줬다.

 

▶이번 총선 민주당 당선인 171명 중 초선은 71명이다. 총선 때 민주당은 물가 폭등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대파를 한껏 이용했다. 이 때문에 이번 민주당 초선들에게 ‘파돌이’라는 별명이 생길 모양이다. 그런데 국회 등원도 전에 초선 71명 중 60명 이상이 채 상병 특검을 관철하겠다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4년 전 민주당 정치인이 ‘코돌이’ 전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004년 우리는 승리에 취해 겸손하지 못했다. 대선서 패했고 총선서 81석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치인은 ‘수박’이 아니라 친명 좌장이라는 이해찬씨다.

 

-정우상 정치부장, 조선일보(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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