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美 주식 4년 반만에 10배… 800억 달러 넘었다]
['한국' 팔고 '미국' 사는 개미들, 모든 개혁 실종 국가의 한 단면]
[ 연금 개혁 무산 후폭풍, 국내 투자 비중 줄이는 국민연금]
‘서학개미’ 美 주식 4년 반만에 10배… 800억 달러 넘었다
‘국장(국내 증시) 대신 미장(미국 증시)으로.’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입문했던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깃발을 내리고 ‘서학개미’로 바뀌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821억1849만 달러(약 113조 원)로, 사상 처음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만 해도 84억 달러 정도였는데, 4년 반 만에 10배로 늘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3위인 LG에너지솔루션(82조6020억 원) 주식을 전부 사고도 30조 원이 남을 만큼 엄청난 규모다.
▷서학개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관련주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만 147% 오르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요즘엔 주식을 1주 미만으로 거래하는 소수점 거래를 통해 소액으로 꾸준하게 해외 주식을 사 모으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상속과 증여 목적으로 유망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부모도 많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자산을 많이 보유한 것을 전적으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시장이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50억 달러(약 21조 원) 늘어나는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1조5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미국 S&P500지수는 12.74%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2.54%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은 AI발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돼 있는 데다 지난해 증시를 이끈 2차전지 관련주도 주춤해 마땅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수익률은 낮은데 배당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변동성은 심하다. 테마주, 주가 조작 등이 판을 치면서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미국 투자 상위 상품은 배당·테크 관련인 데 반해 국내 상품은 단기 투자 성격의 ‘레버리지’ 상품에 쏠려 있다.
▷올해 4월 한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가 2030세대 투자자 593명에게 물어보니 5명 중 4명(78.8%)은 현재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 않거나 앞으로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기업들의 주된 자금 조달 통로인 주식시장의 물길이 마르면 기업과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을 높이고 후진적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면 한국 증시를 버리고 미국으로 향하는 서학개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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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팔고 '미국' 사는 개미들, 모든 개혁 실종 국가의 한 단면
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11조원 이상 순매도한 반면 미국 주식은 60억달러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증시가 횡보세를 이어가면서 투자금의 미 증시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2차 세미나 장면. /연합뉴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11조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미국 주식은 61억달러(약 8조원)나 사들였다. 그 결과 개인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이 무려 800억달러를 넘어서 5년 새 10배로 불어났다. 직접투자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주식형 펀드 상품도 미국 투자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주식형 ETF의 개인 순매수 톱10은 모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였고, 국내 ETF는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두 나라 증시의 실적 차이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 중이지만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는 올 들어 12% 상승했지만 한국 코스피는 1%대에 그쳤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유럽 주요국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데 한국 증시만 지지부진하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이 한국 증시보다 600조원이상 많아졌다. 2~3년 전만 해도 대만과 한국 증시 시총은 비슷했으나,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의 약진과 삼성전자의 부진이 맞물리며 시총 격차가 벌어졌다.
연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배당 확대 등을 기대한 외국인 투자금이 몰리며 한때 반짝 상승장이 펼쳐졌다. 그러나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후속 대책이 늦어지면서 외국인 투자 열기도 시들해졌다. 그 와중에 국민연금마저 앞으로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계속 줄이기로 결정해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식시장은 가계의 여유 자금을 기업 투자 재원으로 공급해 경제 전반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국부(國富)를 늘리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에서 외국 증시로 투자금을 이전하는 것은 개인으로선 합리적 선택일 수 있지만, 국민 경제 관점에선 손실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기업 지배 구조 개선, 주주 환원 확대, 소액주주 보호 강화, 장기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세제 등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종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개혁 정체가 아니라 개혁 실종 상태에 처해 있다. 경제만이 아니라 각종 사회 개혁도 기득권 집단의 저항과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략 탓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일반 주식 투자자들이 ‘한국’을 팔고 ‘미국’을 사는 것은 이런 나라의 미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조선일보(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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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무산 후폭풍, 국내 투자 비중 줄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현재 14.2%인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3년 뒤부터는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더 많아져 보유 자산을 팔아 부족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금 개혁 지연으로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지 못한 것이 증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21대 국회 막바지에 국민연금 모수 개혁(보험료율·지급율 조정)이 성사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 합의했지만, 막판에 해병대원 특검법 논란이 불거지며 대통령실과 여당이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해 무산됐다. 26년간 묶여 있던 보험료율을 여야 합의대로 4%포인트 올렸으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졌을 것이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도 한숨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는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6.3% 수준인 반면 해외 주식 투자에선 그보다 배 가까이 높은 연 11%의 수익을 올려온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6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 고수익을 내는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리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 투자를 늘려 증시 수급 기반을 든든히 다질 필요가 있다. 상장 기업들이 연금의 주식 투자금을 받아 신규 투자를 더 늘리고 기업 이익을 배당금으로 연금에 환원하면 국민 경제 선순환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중 국민연금의 보유 비율은 5.8%인 반면 일본 공적 연금은 일본 증시 시가총액의 25%를 보유 중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K밸류업을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개혁이 절실하다. 22대 국회는 하루빨리 연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민연금·기초연금 통합 같은 구조 개혁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시간이 걸리는 만큼 21대 국회 때 이미 합의된 모수 개혁부터라도 우선 실행해야 한다.
-조선일보(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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