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제공자가 외국인이라”… 더 옹색해진 권익위의 변명]
["배우자가 받으면 되나요?"]
“디올백 제공자가 외국인이라”… 더 옹색해진 권익위의 변명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에 대한 추가 설명을 했으나 군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관련자에 대한 조사 없이 결론을 내려 맹탕 조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 부위원장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신고 의무가 없다”고 전제한 뒤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디올백을 선물한 최재영 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선물은 공직자윤리법 15조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에 해당하고 그것은 대통령기록물로 간주돼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씨의 선물이 관례상 어쩔 수 없이 받는 선물이라고 볼 수 없고 게다가 관례상 받는 선물은 지체없이 신고하도록 돼 있다. 가정을 한 것이긴 하지만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알선수재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혐의가 의심되면 수사를 의뢰한다. 정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언급하면서 “불소추에는 기소뿐만 아니라 조사나 수사도 포함된다고 봐서 대통령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여겼다”며 다른 법률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기소되지 않는 특권일 뿐이고 조사나 수사는 가능하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 때 그런 사례도 있다. 정 부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의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권익위 조사까지 처음부터 배제되는 불합리한 결론이 나온다.
정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가 윤 대통령 대선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갔다. 윤 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경찰국 신설 논리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권익위는 사건을 접수하면 90일 안에 처리해야 하나 김 여사 사건은 미루고 미루다가 6개월 만에 처리했다. 종결 처리 시점이 하필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는 중이어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까지 나온다.
-동아일보(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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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받으면 되나요?"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뉴스1
“나도 ‘배우자’더러 받으라고 해야겠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 백 수수 사건’에 대해 “법 위반 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다음 날인 지난 11일 점심 시간, 세종시의 한 중앙 부처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 있던 중년 남성 공무원이 말했다. 옆에 세워진 TV에서 “대통령의 ‘배우자’라 제재 규정이 없다”는 해설이 흘러나오자 던진 말이다. 옆에 서있던 다른 공무원들이 “흐흐” 하고 웃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민관 관계자들이 공무로 찾는 세종 청사의 일상에서 목격된 대화다.
서울 여의도동과 서초동에선 이 사건을 법률적인 문제로 본다. 그래서 특검 도입과 뇌물죄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툰다. 그런데 관가가 있는 세종시에서 이것은 하나의 정신적 문제다. 관료(官僚)가 관(官)의 정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 사건을 바라보며 관의 청렴함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이 흔들린다고 한다. 개념이 흔들리면 의문과 의심이 싹튼다. 어떤 행동이 바로 뒤따르진 않지만, 관료로서 가지는 ‘프라이드(자부심)’에 상처가 난다. 그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무력감이 저런 반어적인 농담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나도 지키는 걸, 왜 꼭대기에서 안 지키냐”는 질문이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한 채 관가의 공기 속을 떠돌고 있다.
관의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고들 한다. 30~40년 전만 하더라도 관료가 여러 국가 정책을 주도해 나갔는데, 지금은 정치 권력과 민간 산업 권력이 관을 흔든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가 주도 개발을 했던 20세기 중·후반과, 민간이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는 지금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순 없다.
보상의 격차도 확연하다. 많은 고위 공무원들이 현 월급의 몇 곱절 이상을 주는 사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한다. 사무관들은 ‘평생 전문직’인 변호사나 의사가 되기 위해 관문을 떠난다.
그럼에도 관료의 길을 묵묵히 걷는 이가 적지 않다. 매일 밤 세종 청사의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다. 속 얘길 들으면 관의 정신이 느껴진다. “어디 갈 능력이 없어서…”란 겸양을 한 꺼풀 벗기면, “소관 업무에선 내가 곧 대한민국”이라는 프라이드가 나온다. 어떤 정책에 대해 이들이 모르면 사실상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이들이 검토하면 곧 정부가 검토하는 게 되는 차원이다. 국가는 사심(私心)이 없으므로 당연히 청렴하다. 남에게 세우는 권위는 그 전보다 줄었어도, 스스로 지탱하는 정신은 이처럼 살아있는 것이다.
권익위의 이번 결정은 이렇게 남아있는 관의 정신, 청렴에 모욕을 줬다. 법률 논쟁은 차치하고, 공직자의 배우자가 그런 선물을 받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과 판단이 들어있지 않아서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권익위의 결론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실질적 고민이 생략된 채 결론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권순완 기자, 조선일보(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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