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오류'에 빠진 바이든의 자기 과신 ]
[조(Joe) 아닌 질(Jill)이 결정할 바이든 재출마]
['바이든 이후' 새판 짜기, 한국은 얼마나 대비돼 있나]
[확 짙어진 트럼프 대세론… 비상한 각오로 대비해야]
'성공 오류'에 빠진 바이든의 자기 과신
TV 토론 후 거세진 후보 교체론
바이든 여전히 "내가 최적임자"
"트럼프 이긴 사람은 나 하나"
과거의 과대평가, 미래 위기로
지난 2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 웨스트 햄튼 비치의 프란시스 S. 가브레스키 공항에 도착해 미소를 짓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때 ‘세기의 경영자’로 추앙받던 GE의 잭 웰치가 쓴 자서전 원제는 ‘잭: 직관으로부터의 결단(Jack: Straight from the Gut)’이었다. GE가 쇠락을 거듭하다 지난 4월 사실상 사라지자 과거 리더십 지침서라 여겨졌던 이 책이 이젠 실패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무리한 인수·합병, 조직을 망치는 인사 등 대부분 문제가 웰치 때 시작됐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그의 ‘직관 경영’은 조롱거리가 됐다. 행동경제학 대가인 대니얼 카너먼은 생전 인터뷰에서 웰치 같은 CEO들이 ‘촉’을 과신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성공한 사람들이니까요. ‘성공한 나’를 지나치게 믿는 겁니다.”
미국 대선의 첫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82) 대통령이 처참하게 패한 후 지지층을 중심으로 사퇴 여론이 거세다. 입 벌리고 허공을 응시하거나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뜬소문처럼 돌던 고령 리스크의 실체를 생중계로 드러냈다. 이대로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필패(必敗)할 듯 보이지만 바이든의 반응은 정반대다. 토론 후 유세에서 “이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은 여전히 나”라며 완주를 공언했다. 이 말을 듣고 웰치의 자만과 카너먼의 진단을 떠올렸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토론 후 뉴욕타임스(NYT)에 후보 사퇴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며 “바이든은 자부심이 너무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자신의 삶을 ‘역경을 이겨낸 나날들’이라고 평가한다. 가난했던 집안의 첫 대학 진학자인 그는 어린 시절 거울 앞에서 시 낭송을 연습하며 말더듬이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즐겨 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30세에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해 노련한 현직 의원을 이기며 전국구 정치에 데뷔한 입지전(立志傳)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6년 대선 출마를 고려했던 그는 2015년 아들이 뇌암으로 세상을 뜨는 비극을 겪고 물러섰다. 하지만 4년 후 극적으로 재기해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냈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트럼프 이긴 사람은 나 하나”라고 한다.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이 하려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 말을 멈추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쳐다보는 모습. /CNN 캡처
바이든의 정치 자산이었던 자신감은 어느새 완고함으로 굳어진 모양이다. NYT가 백악관 직원들을 인터뷰해 보도한 기사의 일부다. “자신의 본능을 신뢰하는 바이든은 이견을 잘 용납하지 않는다. 모두가 바이든의 (버럭 하는) 성미를 겁낸다. 그는 직원들이 ‘카드보드 컷아웃’이 되길 원한다.” ‘카드보드 컷아웃’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종이 인형이란다. 고령 리스크에 대해 바이든에 직언하기 어려울 법도 하다.
카너먼은 “경영자들은 종종 운(運)에 힘입은 성공까지도 본인의 능력 덕분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과신이 중대한 판단을 자기 직관만 따라 잘못 내리도록 유도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의 성공 사례 중에도 운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하루 수천 명씩 사망자가 나온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트럼프의 어이 없게 비과학적이었던 대처가 없었다면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의 1972년 상원의원 당선 또한 베트남전에 지친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분출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과거에도 역경을 이겼다. 이번에도 돌파한다’는 바이든의 낙관이 단순하고 위험한 이유다.
카너먼은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 “과신에 빠진 사람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다’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 끼어들었다’ 같은 온갖 변명을 갖다 붙인다”고 했다. 바이든은 토론 이후 여러 차례 “대중과 언론이 지난 4년의 성과는 안 보고 90분 동안의 토론만 파고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이 찍어주는 사안만 보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성공의 오류’에 빠진 바이든의 자기 과신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리더들이 경계하며 지켜볼 일이다.
-김신영 국제부장, 조선일보(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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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Joe) 아닌 질(Jill)이 결정할 바이든 재출마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후 한 매체가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전속 사진 에이전트 사이의 통화 녹취를 폭로했다. 브리지트가 전임 대통령 문제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일에 끼어든 내용이 공개됐다. 엘리제궁에서는 그저 “보통 대화였을 뿐”이라며 “정치적 과잉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브리지트가 주간 파리 마치 커버스토리로 6번이나 등장했다는 점까지 거론되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마크롱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잠재우려 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당헌·당규에는 후보 부인의 역할이 없는데도 브리지트는 2017년 대선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고 한다. 출마를 망설이는 남편을 채근한 것도 브리지트였다. “이번에 출마하지 않으면 5년 뒤 당신 문제는 내 얼굴이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브리지트가 나이를 무려 열 살이나 속였다는 위키리크스 폭로도 있었지만, 엘리제궁이 법적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영부인 관련 예산은 44만 유로인데, 마크롱은 “아내의 역할과 영향력을 인정했다”고 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 TV 토론에서 바이든이 한참 밀렸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제 바이든의 사퇴 여부는 질 여사에게 달렸다”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질은 남편에게 “기껏 90분 토론으로 당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을 정의할 수는 없어요”라고 했다. 또 “남편은 넘어질 때마다 일어선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앞으로 무슨 일이든 그녀가 결정할 것” “(그녀가 생각하는 전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장밋빛”이라고 했다.
▶'천생 학교 선생님’인 질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2004년 남편이 대선 판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가 재선되는 걸 본 질은 훗날 말했다. “난 일주일 동안 검은 옷을 입었어요.” 부시 재선에 절망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라크전에 반대했다고 한다. 질이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걸 바꿔야 해요.” 2020년 대선 때 질은 남편 선거 캠프에서 핵심 멤버로 변모해 있었다.
▶누구든 큰일 치르고 나면 배우자에게 물을 것이다. “오늘 나 어땠어?” 질은 대답했다. “조, 너무 잘했어요.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했어요.” 미 언론은 “바이든이 포기해야 할 때가 됐는데도 질 여사 때문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참모와 후원자도 질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쪽에서는 “노인 학대를 하고 있다” “누가 군통수권자인가”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조선일보(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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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후' 새판 짜기, 한국은 얼마나 대비돼 있나
미 대선 TV토론 중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CNN
미국 대선 첫 TV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완패로 끝났다. CNN 조사에선 “트럼프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67%였다. 토론 도중 수차례 말을 더듬거나 쉽게 흥분하고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는 바이든의 모습에 많은 유권자가 실망했다. 민주당 내부와 진보 언론에서조차 후보 교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대선까지 넉 달 정도 남았다. 트럼프는 얼마 전 ‘성 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고도 지지율에서 앞서왔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커졌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은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재인·트럼프 시절 크게 훼손된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정상화한 것이 주요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8월엔 정상화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선언을 통해 3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없었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 말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대외·안보 정책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한국의 안보나 북한 비핵화에 별 관심이 없다. 동맹을 금전 논리로만 본다.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축소하거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나를 좋아한다”고 자랑하는 트럼프는 언제든 김정은과 위험한 거래를 할 수 있다. 주한 미군 철수 문제가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취임하자마자 러시아와 대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빈말이 아닐 것이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군사 기술 이전까지 시사했다. 그런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한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들인 만큼 대비해야 한다. 우선 캠프 데이비드 협정 같은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지 않도록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 재래식 무기와 통합 운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것을 작전 계획에 신속히 반영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야 한다. 트럼프의 집권을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가령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핵 옵션을 요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바이든 이후’ 안보 새판 짜기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조선일보(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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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짙어진 트럼프 대세론… 비상한 각오로 대비해야
지난주 미국 대통령 후보 간 첫 TV토론으로 워싱턴이 혼돈에 빠졌다. 고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논리적 토론을 버거워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민주당 지지층에서부터 후보 교체 요구가 강하게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우세하던 올 초 선거 판세는 최근 박빙으로 바뀌는 흐름이었지만, 트럼프 대세론이 단단해졌다.
더 커진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향후 4년간 한미 동맹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는 집권 1기 때처럼 한미 동맹을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볼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왜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를 미국 세금으로 지켜주느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의 규모를 더 감축하고, 우리가 부담하는 연간 1조2000억 원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대폭 인상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확장 억제’로 부르는 핵우산 제공은 계속할 것이지만, 재래식 무기 방어는 한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새 원칙을 트럼프 캠프는 줄곧 거론해 왔다.
북-미 간 핵 협상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이 핵을 일부 포기하는 대가로 완전한 경제 제재 중단을 요구하는 바람에 깨졌다. 요즘 트럼프 캠프의 핵심 참모들은 ‘북한이 핵 폐기가 아닌 동결에만 나서도 제재를 풀어주는’ 식의 협상을 두고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트럼프발 안보 리스크는 더 커진 것이다.
트럼프가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파장을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발언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이 40%가 적은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할 경우 일자리 위협을 느끼는 미시간주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춰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우리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1기 행정부 때 중심을 잡아주던 관록의 참모들은 다수가 그를 떠났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그의 복귀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동맹에 균열을 내고, 북한과 타협하고, 우리 첨단 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비상한 각오로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트럼프식 ‘변칙 외교’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동아일보(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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