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들 이상하잖아요, 안 그래요?"]
[공소장 공개와 美 검찰의 자신감]
"저 사람들 이상하잖아요, 안 그래요?"
[朝鮮칼럼]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트럼프 세력 '이상한 사람들' 규정
정상 對 비정상 프레임과 보수의 언어로 보수 공격
진보·급진적 태도 앞세우기보다 유연하게 바람직한 변화 추구
태도로서의 보수주의 내세운 그런 리더십이 우리도 절실
“그거 이상한 사람들입니다.”(These are weird people.)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을 두고 한 말이다. 한국에서는 중학생도, 미국에서는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한 문장이다. 그런데 바로 이 한마디가 지금 미국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돗자리’를 깔고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변으로 점철된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를 누가 감히 예단할 수 있겠나.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다. 정치 담론의 측면에서 보자면, 설령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해리스-월즈 대신 공화당의 트럼프-밴스가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승기를 잡았고 공화당은 수세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월즈의 ‘이상한 사람들’ 발언 때문이다. 월즈는 ‘정상’ 대 ‘비정상’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자신과 민주당을 정상으로, 트럼프와 밴스, 그리고 공화당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저 사람들 이상하잖아요, 안 그래요?’
이러한 프레이밍의 함의와 여파는 결코 간단치 않다. 민주당이 기존에 트럼프를 향해 던지던 비난의 화법과 비교해 보자. 성차별주의자, 혐오 선동가, 사기꾼, 감옥에나 가야 마땅한 사람, 등등. 이런 식의 공격은 ‘집토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하며 결집시키지만, 정치 담론으로서 구조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보수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진보 진영의 전형적 화법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들’ 발언은 그렇지 않다. 저들이 이상하다면 이쪽은 누구일까.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 기존의 상식을 깨지 않는 사람들, 즉 침묵하는 다수와 그 대변인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로 나눠본다면 보수의 사고방식에 더 가깝다. 누군가를 콕 찍어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은 보수가 진보를 공격할 때 동원할 법한 화법이다. 팀 월즈는 보수의 언어로 보수를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미네소타 주지사가 된 후 그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이 언어 전략은 더욱 이채롭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월즈는 낙태권(權), 인공수정, 성소수자 인권 등 미국 정치의 첨예한 이슈에서 가장 ‘왼쪽’에 있고, 강경 진보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출산하지 않는 여성을 향해 폭언을 내뱉었던 밴스를 향해 ‘여성혐오자’라 하지 않는다. 그저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뿐이다. 왜? 미국은 자유의 나라고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 모든 미국인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가치, 즉 보수적인 가치를 앞세워, ‘문화 전쟁’의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안에 담긴 내용은 보수적이지 않지만 그것을 보수주의의 언어에 녹여 내는 이러한 화법을 ‘태도로서의 보수주의’라고 이름 붙여보자. 태도로서의 보수주의는 필승 카드다. 정치에 100%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원하지만 나의 일상이 급격하게 뒤흔들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급진적 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절감할 때조차 그것이 최대한 평화롭고 차분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말하자면 유권자는 대체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 유의미하고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하되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진보적, 급진적 태도를 앞세우는 것보다 대체로 우월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정치의 역사에서도 입증된 사례다. 1997년, 대한민국은 IMF 외환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었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이 한계에 달했고 급진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위기 상황이기에 최대한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도 분명했다. 새천년민주당 후보 김대중은 유권자의 모순적 요구를 잘 이해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걸어 평생을 야권 대선 후보로 살며 70대의 나이가 된 스스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다시 프레이밍했다. 태도로서의 보수주의를 앞세워 염원하던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이 교훈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특히 지난 총선 이후 정치권은 ‘이상한 사람들’이 넘쳐 나고 있으니 말이다. 북한에서도 나오지 않는 지지율로 똘똘 뭉치는 그 수준에 대한민국이 몽땅 빨려들어가지는 않을까 두렵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태도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추동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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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총격에 공화당 지지율 상승, 바이든 못 견디고 물러나니 민주당 상승세. 새옹지마 연쇄 효과 어디서 멈출까.
-팔면봉, 조선일보(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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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공개와 美 검찰의 자신감
[특파원 리포트]
7월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뉴저지)은 뇌물 등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로이터 뉴스1
미국 검찰의 정치인 관련 수사가 재판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국 법조계에는 ‘검사는 공소장을 통해 말한다’는 격언이 있는데 그 표본이 미 검찰이다. 미 법무부는 보통 기소하면서 범죄자의 혐의가 담겨 있는 공소장을 공개한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공소장을 볼 수가 있는데, 대상이 실력자라고 해서 이 법칙에 예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소장도 전부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공소장을 먼저 공개하는 법이 없다. 기자들은 주로 국회 법사위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로부터 받는다.그마저도 증거 관계 중 중요한 부분은 가려진 상태로 제공된다.
미 검찰은 기소하면서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를 공개한다. 예컨대 지난해 9월 검찰은 미국 연방 상원의 민주당 중진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뉴저지)을 기소하면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증거물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가 받은 금괴나 현금 뭉치 사진 등이 포함됐는데, 이를 본 유권자들은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메넨데스로부터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이랬다면 정치인들이 ‘무죄 추정의 법칙’을 운운하며 펄펄 뛰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표적 수사’라고 불릴 만한 일도 벌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다. 그는 1년 남짓한 시간에 4개 형사사건에서 기소됐다. 당내 대선 경선이 진행되는데 이리저리 법정에 불려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에서는 표적 수사 ‘논란’은 있을지언정 나라가 두 쪽 나지는 않는다. 기소된 정치인의 소속 정당에서 “검사를 탄핵하자”는 선동질도 하지 않는다.
정치인 수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차이 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각 나라 국민과 정치권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존경과 수사받는 정치인의 수준 및 품격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강력한 법의 통제하에 유지되는 국가이며 이를 아는 국민도 사법 시스템을 존중한다. 수사의 대상이 된 정치인은 지지자들을 향해 억울함은 호소할지언정, 당 전체가 나서서 괴롭히지는 않는다. 나라의 분열 대신 통합을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재판 결과다. 트럼프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서 34개 혐의를 받았다. 사실상 한 개의 범죄에 대해 많은 혐의가 적용돼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잠재운 것은 검찰의 유죄 입증이었다. 모든 혐의에 대해 배심원 12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그만큼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공소장과 증거물을 거리낌 없이 공개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바탕이 된다. 미 검찰의 모습을 지켜보며 새삼 힘이 센 정치인 관련 수사는 철저히 수사해 결과로 입증하는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한국 검찰이 참고해야 할 단순한 진리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조선일보(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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