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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기 문화와 인터넷 해킹] [들여다보기와 엿듣기] ....

뚝섬 2025. 5. 23. 07:25

[새치기 문화와 인터넷 해킹]

[들여다보기와 엿듣기 ]

[모든 곳 엿보는 '중국산 인터넷 카메라' 공포]

[中 인재 유치 공작에 전략기술 핵심 과학자들도 뺏기는 韓]

[중국 경제의 희생양, 링링허우]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새치기 문화와 인터넷 해킹

 

수미상응(首尾相應)이라는 성어를 곧잘 썼던 적이 있다. 학교 국어 선생님이 학생들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앞과 뒤, 서론과 결론이 서로 잘 어울려야 좋은 글이 나온다면서 말이다. 글의 앞과 뒤를 머리와 꼬리로 표현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원전인 이 성어는 사실 싸움에 얽힌 용어다. 본래는 작전(作戰)의 요령을 알리는 내용이다. 군이 기동전을 벌일 때 앞과 뒤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적군의 공세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듯 병력이 한 몸체를 이루는 것을 대오(隊伍)라고 한다. 옆으로 늘어선 줄은 횡대(橫隊), 앞뒤로 선 줄은 종대(縱隊)다. 그 줄의 흐름을 대열(隊列), 구성원들이 줄을 만들면 편대(編隊)다. 따라서 이 ‘대(隊)’는 완연한 군사적 글자다.

 

군대(軍隊)라는 단어가 우선 그렇다. 연대(聯隊)와 대대(大隊), 중대(中隊)와 소대(小隊), 해병대(海兵隊)와 특공대(特攻隊) 등 ‘대’가 들어가는 한자 군사 용어는 매우 풍성하다. 병력을 이루는 집단, 또는 그 대열을 일컫는 말들이다.

 

어딘가에 몸담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중국인들이 드러내는 집단 심리다. 길게 늘어선 줄에 슬쩍 몸을 끼워 넣는 사람들의 행위를 중국에선 삽대(揷隊)라고 적는다. 우리말로 쉽게 말하자면 ‘새치기’다.

 

‘삽대’는 문혁(文革)의 여파로 도시를 떠난 젊은이들이 시골 생산 조직에 끼어드는 것도 일컬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인들의 ‘새치기’를 일컫는다. 중국 국내와 세계 곳곳에서 늘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해킹으로 벌이는 중국의 ‘사이버 새치기’가 두렵다. 세계 각국의 여러 틈새를 첨단 해킹의 수법으로 위협한다는 소식이다. 최근 SK텔레콤 사태에서 보듯 중국의 혐의는 매우 짙은 모양이다. 심각한 안보 의식으로 대처해야 할 중국의 신종 새치기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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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와 엿듣기

 

말만 그럴듯하고 실제 행동이 없는 사람의 입놀림은 구두선(口頭禪), 전문성이 떨어져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이는 문외한(門外漢), 겉으로는 살랑거리며 웃지만 마음 바탕이 아주 냉혹한 인물은 소면호(笑面虎)….

 

입으로만 중얼거리는 데 그치는 참선, 영역 문밖에서 서성이거나 기웃거리는 정도에 불과한 사내, 이빨과 발톱을 갑자기 드러내는 흉포한 호랑이 등의 표현으로 생동감 넘치는 사람의 성정(性情)을 묘사한 중국 3자(字) 속어들이다.

 

그런 중국어 표현은 풍부하다. 허세 부리기의 주인공은 종이호랑이 지로호(紙老虎), 식견 짧은데도 아는 체만 해대는 우물 안 개구리 정저와(井底蛙), 환경에 따라 안색과 태도를 바꾸는 처세주의자 변색룡(變色龍) 등이다.

 

그런 속어에 오른 유명한 두 단어가 있다. 본래 옛 주(周)나라에서 활동했다는 고명(高明)과 고각(高覺)이 주역이다. 둘의 이름자를 풀어 각각 천리안(千里眼), 순풍이(順風耳)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먼 곳을 내다보고, 바람결의 소식을 듣는 능력자다.

 

고명과 고각은 각각 천리안과 순풍이라는 별칭으로 중국 민담 역사에서 큰 활약을 펼친다.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서유기(西遊記)’에서도 천궁(天宮)의 신장(神將)으로 등장했고, 아예 중국 민간 종교인 도교(道敎)의 신선(神仙) 자리도 꿰찼다.

 

이들의 능력은 곧 ‘감지(感知)’다. 다른 이보다 빨리 정보를 습득하는 기능이다. 세상 모든 구석에 눈과 귀를 들이대고 기민하게 첩보와 정보를 잡아내는 둘의 능력이 급기야 종교적 신앙 대상으로까지 오른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럴까. ‘천리안과 순풍이’의 전통이 중국 국내는 물론 해외로 뻗는다. 세계 곳곳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 색출에 혈안이다. 방대한 인력으로 벌이는 해킹은 정보 대국인 미국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중국의 눈과 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을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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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 엿보는 '중국산 인터넷 카메라' 공포 

지난 2022년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국내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에 침입해 거실 등 아파트 내부 공간을 몰래 촬영한 영상 일부를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해 판매하려 한 피의자를 검거했다./뉴스1

 

중국의 음란물 사이트에서 중국산 IP캠(인터넷 카메라)으로 찍은 한국인들의 사생활 동영상이 대거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IP캠에서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이트엔 한국의 가정집 거실이며 산부인과 분만실, 탈의실, 수영장, 마사지숍 등 신체를 노출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해킹한 동영상들이 널려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연예인 등 환자들 탈의 과정 등이 무단 유출돼 논란됐던 동영상도 올라 있었다. 한 중국 사이트엔 ‘한국인’으로 분류된 동영상이 전체 국가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았다. 일상생활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 음란물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집 돌봄용이나 상업·공공시설에서 방범용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된 IP캠의 80%는 중국산이다. 중국산 IP캠은 제조사가 서버·기기에 사용자 정보를 빼갈 수 있는 ‘백도어’를 심어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값싼 중국산 IP캠을 해외 직접 구매로 구입하고 있어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심지어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로봇 청소기 제품에도 IP캠이 장착돼 있다. 미국 IT 매체는 중국산 로봇 청소기가 해킹 되면 이용자를 감시하고 사생활 정보를 유출하는 채널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부와 차단된 CCTV와 달리 IP캠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킹에 취약하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사용자들의 보안 의식은 미흡하기만 하다. IP캠을 사용하는 기업체의 65%는 국산과 중국산 제품의 정보 유출 가능성에 차이가 없다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주요국들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영국·호주 등도 주요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부대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CCTV) 1300여 대가 중국산인 걸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철거키로 했다. 군대뿐 아니라 가정집 안방과 상업시설까지 침투한 중국산 IP캠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중국산 IP캠 제품과 IP캠이 장착된 전자 기기에 대한 보안 점검을 통해 해킹 위험과 대비 방법을 사용자들에게 널리 홍보해 알릴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한 해킹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선책으로 중국산 IP캠 사용자들에게 우선 처음 사용할 때 설정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조선일보(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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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재 유치 공작에 전략기술 핵심 과학자들도 뺏기는 韓 

 

중국의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첸런(千人)계획’에 최소 13명의 한국 전문가가 동참해 중국으로 건너갔던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신소재, 생명공학, 인공지능(AI) 등 국가 전략기술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보여 준 핵심 인재였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학자도, 전공 분야에서 ‘세계 상위 2%’ 명단에 오른 과학자도 있었다. 첸런계획은 공식 종료됐지만 중국의 한국 인재 빼가기는 이름을 바꿔가며 은밀하고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첸런계획에 참가한 한국 학자들을 추적해 보니 중국은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들에게 접근했다. 주로 학자들이 해외에서 알고 지낸 중국인 교수나 한국에서 가르친 중국인 제자들을 통해 포섭했다. 학자들이 흔들린 건 노후를 보장하는 돈보다는 제대로 된 연구환경이었다. 은퇴 후에도 계속 연구하고 싶은 노학자, 연구비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하고 싶은 과학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첸런계획은 인재 및 기술 유출을 우려한 해외 각국의 반발로 종료됐지만 ‘치밍(啓明·계몽이라는 뜻)계획’ 등으로 이름을 바꿔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구인구직 플랫폼 등을 통해 대상을 물색하는데, 차세대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밝힌 전문가들이 주요 접촉 대상이 된다. 보조금과 월급, 연구비 등을 합쳐 1인당 연 24억 원 수준의 지원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재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도 유출됐다. 첸런계획에 선발된 한 약학 분야 석학은 지원 조건으로 연구 관련 특허를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KAIST 교수는 2년여 동안 첸런계획에 참여하면서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 등 핵심 기술 72건을 중국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에 집중하면서 2022년 기준으로 국가 핵심 과학기술 11대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은 중국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인 인재를 키우는 데도, 지키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이공계로 데려와야 할 두뇌는 의대에 빼앗기고, 기껏 양성한 인재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대학은 제대로 된 연구장비를 확보하기는커녕 가르칠 교수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인재도 지키지 못하는 마당에 최상위급 해외 인재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동아일보(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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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희생양, 링링허우

 

[특파원 리포트] 

 

중국 베이징 외곽의 빈민촌에 '청년 분투'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걸려 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베이징 외곽 마쥐교(馬駒橋) 인력시장에서 큰 길 따라 500m 걸어가면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세촌(日貰村)’이 나온다. 4인실의 하룻밤 숙박료는 단돈 20위안(약 3700원). 취업난 속에 청년들이 요즘 이곳에 둥지를 튼다. 이달 초 방문한 한 숙박업소 마당 빨랫줄에는 ‘청년 분투(奮鬪)’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걸려 있었다. 희망의 흔적을 발견한 것 같아 숙박업소 주인에게 “청년들이 아직 투지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라고 말을 걸었다. 그랬더니 “미쉐빙청(저가 밀크티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생 유니폼인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경제 위기로 인해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것은 ‘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한 20대)’가 아닐까. 부동산 시장 침체·소비 부진, 지방정부 부채·과잉 생산 등 복합적인 난관 속에 이들의 미래가 발목 잡혔다. 경제 성장이 더디니 일자리가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여름 중국의 대학 졸업생이 사상 최다인 1179만명에 달했고, 코로나 기간에 누적된 실업자들도 취업 시장에 쏟아지면서 청년실업률이 18%(8월·재학생 제외 기준)를 돌파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대학생들은 “부모님이 귀하게 키워주셨는데 ‘란웨이와(爛尾娃·취업 실패로 ‘미분양’된 아이)’로 전락해 죄송하다“고 하소연한다. 대도시의 청년들은 취직을 위해 중소 도시로 내려가고, 유능한 이들은 몸값을 깎고 또 깎는다. 중국 임시 노동자의 50%가 25세 이하(작년 11월 구직 사이트 즈롄자오핀 집계)란 통계도 있다.

 

중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한 세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말을 최근 들은 적 있다. 중국 정·재계에 발이 넓은 이의 말이었는데, 그의 머릿속에서 ‘중국’은 5000년의 생(生)을 이어가는 생물이었다. 큰 그림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장기적인 내부 안정을 위해 당장의 경제 회복보다 ‘기술 돌파’ ‘국가 안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니 청년들의 고통은 거대한 용(龍)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생채기로 치부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청년들은 아무리 맞아도 잠잠[風平浪靜]하다”는 자조 섞인 글도 올라온다. 이에 대해 베이징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온(穩·가만히 있다)하지 않으면 어쩌겠느냐”면서 “인터넷 대출로 돌려막고, 부모님에게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CCTV 감시와 인터넷 검열이 촘촘하고, 애국주의 교육이 충분히 이뤄진 나라에선 반항도 낯설다.

 

그러나 청년들이 풀 죽으면, 당장의 경제 성장뿐 아니라 미래까지 저당 잡히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중국 베이징 상업 중심 지구인 궈마오의 쇼핑 거리 스마오톈제는 한때 청년들로 붐볐지만 이젠 가게들이 문 닫고 회전목마가 철거됐다. 이곳의 스산한 풍경은 청년들이 신음하며 식어가는 중국 경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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