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막스 베버의 경고 "주술에서 벗어나라" ]
[정치와 점술]
[“영적 대화”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 참 해괴한 얘기들]
100년 전 막스 베버의 경고 "주술에서 벗어나라"
[김두규의 國運風水]
비보술은 주술 행위고 풍수는 터잡기 기술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탈마법화'라고 했다. 온갖 주술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위키피디아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는 21세기 대한민국 ‘의식 흐름’의 막장을 보여주는 유행어다. 근원은 도대체 어디일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탈마법화(Entzauberung)라 하였다. 온갖 주술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그는 ‘주술에서 세계를 해방한 합리화 과정’을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으로 보았다. 이 합리화 과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학문’이다. 베버에게 학문은 바로 세계의 합리화 과정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100년 전 이야기다.
베버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과학·예술·경제·국가 발전에 ‘합리화가 결여되었다’고 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중국(그 영향권에 있는 한반도)의 종교는 서양처럼 종교의 합리화를 거치지 않은 ‘주술 종교(Zauberreligion)’였을 뿐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학자마다 ‘학문’의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필자에게도 ‘명증(明證)’한 학적 방법론이 있다. 그 시작은 ‘의심과 부정(Negation)’이다. ‘부정의 부정(Negation der Negation)’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풍수학자로서 감히 OX 문제를 제시한다. <정답은 맨 아래>
1. 한반도 풍수학의 비조라 알려진 도선(道詵)은 실존 인물이다.( )
2. 도선의 조언에 따라 고려 태조 왕건의 아버지는 송악에 집을 지었고 아들이 왕이 되었다.( )
3. 왕건은 삼한 통일을 예언한 도선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
4. 왕건은 후대 왕들을 위해 10가지 지침 ‘훈요십조’를 남겼다.( )
5. ‘훈요십조’에는 도선의 비보 풍수를 엄수하라는 내용이 있다.( )
6. 비보 풍수란 도읍지 옮기기[遷都], 궁궐과 정자 신축, 법회, 굿 등을 통해 재앙을 복으로 바꾸는 개운(開運) 행위다.( )
7. 묘청·신돈은 도선의 제자를 자칭하고 서경(평양)·충주 천도론을 주장했다.( )
8. 단재 신채호 선생은 묘청의 서경 천도론을 높이 평가했다.( )
9. 무학은 태조 이성계를 위해 한양(현 서울)을 도읍지로 정했다.( )
10. 개국 공신 정도전은 풍수설에 따라 도읍지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기는 데 찬성했다.( )
11. 무학과 정도전은 북악산과 인왕산 주산 논쟁을 벌였다.( )
12. 무학 대사는 고승으로서 당시 조정과 동료 승려들에게 존경받았다.( )
13. 고려와 조선의 풍수관리[일관·日官과 지관·地官]는 비보 풍수 행위 전담자들이었다. 따라서 풍수술과 비보술은 같은 것이다.( )
14. 승려도 속인도 아닌 ‘비승비속(非僧非俗)’들인 묘청·신돈·진령군·라스푸틴 등이 나라를 멸망케 하였다.( )
위 문제들 가운데 몇 개가 참이고 몇 개가 거짓일까?
한국학 학자들뿐만 아니라 주요 칼럼니스트들까지 이에 대한 본질적 의심을 하지 않은 채 신문과 방송의 ‘만만한’ 주제로 삼는다. 비보술은 주술 행위이며, 풍수술은 터잡기의 기술(예술)이다. 따라서 서로 전혀 다르다.
결론이다. 도선은 실존하지 않았다. 왕건의 탄생과 삼한 통일을 예언하였다면 왕건은 그를 위해 포상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였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 ‘도선의 스승’인 혜철(785~861)과 ‘도선의 제자’인 경보(869~948)의 비문에 도선은 언급되지 않았다. 도선은 1000년 넘게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면서 주술이란 검은 비를 뿌리는 늙은 악마였다. 그리고 검은 비에 맞은 이들은 왕부터 학자 그리고 서인에 이르기까지 주술에 걸렸다.
막스 베버는 주술에 노출된 인간들에게 경고한다. “주의하라, 악마는 늙었다. 그러므로 악마를 이해하려면 너도 늙지 않으면 안 된다.” 노회한 악마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노회해야 악마의 주술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답(순서대로): XXXXOOOXXXXXXO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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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점술
미국의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지난 8월 점성술사들이 미국 대선을 이용해 추종자를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미 트립이란 점성술사는 2020년 X(옛 트위터)에 “토성이 귀환하기 때문에 카멀라 해리스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글을 썼다가 해리스가 출마하면서 유명해졌다. 다만 그는 “트럼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런 온라인 정치 점성술사들에 대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예언을 해서 유명해진 뒤 고액의 개인 상담을 하는 “수익성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점술과 주술은 고대부터 정치와 연관이 깊었다. 중국 고대의 상(商) 왕조는 소뼈나 거북 딱지를 불태워 나오는 균열을 보고 국사에 대한 점을 쳤다. 이때 점술사인 정인(貞人)이 점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 중국 한자의 시초인 갑골문이다. 그리스·로마 정치가들은 무녀의 신탁을 받았고,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성술을 중시했다. 신미양요, 병인양요 때 조선 왕실은 무녀의 말에 따라 궁궐 뒷마당에 솥단지를 묻었다고 한다.
▶현대에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낸시가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에게 의존했고,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점성술사 엘리자베스 티시에에게 자문했다. 1981년 인도의 한 점성술사가 일간지에 ‘인디라 간디 총리가 이번 달 암살당할 것’이란 예언을 해서 경찰이 그를 연행하는 소동이 일었다. 간디 총리는 그 3년 후 암살당했다. 운인지 신기인지 신통력을 발휘한 정치 점술가도 많았다. 일본 정치 평론가가 쓴 책에 자민당 내 한 파벌을 돕던 예언가가 다음 총재 선거 결과를 득표수까지 거의 정확하게 맞혔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선거 때마다 ‘누가 된다’ ‘누구는 안 된다’고 예언하는 점술가들이 등장해 소문을 탄다. 각 캠프가 이 점술가들을 관리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이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정치인이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 나가지 말라’는 점술가 말을 따라 대문을 피해 사다리로 담을 넘어 출근했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 공무원들이 점을 많이 본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승진과 보직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명태균씨와 관계가 있는 강혜경씨가 출석해 김건희 여사가 명씨의 “예지력”에 의존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대통령 내외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곳에 조문하지 않았던 것 등이 명씨의 조언이란 얘기다. 2021년 대선 경선 때 ‘손바닥 왕(王) 자’부터 시작된 주술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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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대화”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 참 해괴한 얘기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못지않게 주목받은 내용은 김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나눴다는 ‘영적 대화’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 씨는 “명 씨가 김 여사와 영적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고 주변에 여러 번 자랑했다”고 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에서 근무했고, 공천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이자 보좌관이었다.
강 씨에 따르면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은 칼을 잘 휘두르는 ‘장님 무사’이고,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앉은뱅이 주술사’이니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고 김 여사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국정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듯한 주장이다. 명 씨는 또 ‘꿈자리가 사나운데 비행기 사고가 날 것 같다’며 김 여사에게 조언해 김 여사가 대통령 해외 순방 출국 일정을 바꾼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나 동남아 순방 때 정상들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거절도 명 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강 씨의 증언 내용은 황당한 데다 명 씨의 전언 형태여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해괴한 얘기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그리고 나온 ‘王(왕)’자의 기억이 생생한 데다 그동안 국정과 관련해 석연찮은 일이 발생해도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 지나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이 불발되자 “현지 교통 사정 탓”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에도 “일부러 지각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여권에서도 “서울에서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국감에서 제기된 “지난 대선 당시 명 씨가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거나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는 강 씨 주장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명 씨가 대선 기간 윤 후보를 위해 81회 여론조사를 했고, 조사 비용 3억7000만 원을 김 여사에게 받아 온다면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는데 돈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국감장에선 이를 뒷받침하는 명 씨, 김 전 의원과의 통화 음성도 공개됐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가려야 한다.
-동아일보(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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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24명, 野 3명 포함된 ‘명태균 리스트’ 때문에 여의도 와글와글. 明하고 스치기만 했어도 重傷 입을 판.
-팔면봉, 조선일보(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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