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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몰래 투표하라"] [‘샤이 해리스’ 美 백인 여성] [여성 유권자]

뚝섬 2024. 11. 4. 06:15

["남편 몰래 투표하라"]

[‘샤이 해리스’ 美 백인 여성]

[여성 유권자]

 

 

 

"남편 몰래 투표하라"

 

작년에 조사했더니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 술자리도 못한다’가 33%,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못한다’가 무려 71%였다. 올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호전되진 않았을 것이다. 사회가 통합도는 하락하고, 갈등은 심화되는 추세인데, 부부도 이 갈등의 골에 휩싸이곤 한다.

 

▶여성 커뮤니티에는 구구절절 사연이 많다. 남편은 윤 대통령 지지, 아내는 야당 대표 지지, 혹은 반대가 된 사연들이다.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다, 매번 싸움으로 끝난 뒤 터득했다’는 글이 눈에 띈다. ‘한 이불 덮고 살기 힘들다’ ‘사고 회로가 달라 끔찍하다’는 절실한 의견도 있다. 결국 대화는 단절되고, ‘남편은 거실, 아내는 안방에서 따로 유튜브 본다’고 했다. 어떤 회원은 ‘남편하고 싸울 정도로 정치인이 국민 위한다고 생각지 않아요, 좌든 우든’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미 대선을 앞두고 “남편 몰래 해리스에게 투표하자”는 광고를 내보냈다. 당장 트럼프 쪽 폭스뉴스 진행자가 “사실상 불륜 아니냐”며 발끈했다. 다소 억지스럽긴 했으나 배우자 몰래 무슨 일을 하면 그게 곧 불륜 아니냐는 소리였다. 백인 밀집 지역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로버츠 광고’는 보수층 남성이 집안 목소리가 크다고 본 것 같았다. ‘남편 모르게 트럼프 찍자’는 광고는 못 들어봤다.

 

▶지인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파트 거실 앞쪽에 십자가가 걸려 있고, 뒤에는 부처님이 좌정하고 있었다. 상당한 크기였다. 부부가 종교가 달라서 그렇게 합의했다고 한다. 가족이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제각각이란 얘기는 약과다. 중계 TV 앞에서 티격태격하다 금세 돌아설 수 있다. 취미가 달라도 교집합을 찾을 여지는 있다. 그런데 부부 사이에 대선 지지 후보가 갈리면 간단치 않다.

 

▶인공지능에게 물었더니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 하란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서로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고, 개인도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모범 답안 같기도 하고, 하나 마나 한 소리 같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남편 몰래 할 수 있는 것’으로 비밀 재산 만들기, 사채 쓰기, 친정에 돈 펑펑 주기, 출장 떠나는 남편 미행하기 같은 게 떠 있다. 책임 못 질 소리들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투표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란 로버츠 목소리는 좀 솔깃하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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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해리스’ 美 백인 여성

 

미국에서 인종과 성별 상관없이 투표권이 보장된 1960년대 이후 백인 여성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준 건 딱 한 번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6년 재선에 나섰을 때가 유일하다.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 출마한 2016년 대선 때도 ‘첫 여성 대통령’ 도전자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더 지지했다. 2020년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후보를 찍은 백인 여성은 46%에 그쳐 트럼프(53%)보다 적었다.

성별에선 약자지만 인종적으론 강자인 게 미국의 백인 여성들이다. 평균 임금을 보더라도 백인 여성은 백인 남성 대비 83% 정도지만 흑인 여성(70%), 히스패닉 여성(65%)보다는 많이 번다. 백인 여성들은 노예제 폐지나 흑인 인권운동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1960년대까지도 백인 여성들은 직업 선택에 제약이 많았고 남성의 서명 없이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웠다. 이런 성차별은 여성과 유색 인종이 힘을 합쳐 각종 차별 반대 투쟁을 벌인 끝에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투표장의 백인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보단 주류적 인종 집단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보여왔다.

주로 공화당을 지지해온 백인 여성들이지만 이번 대선에선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백인 여성의 51%가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학 학위가 없는 여성들은 공화당 지지가 여전히 강하지만 대졸 이상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은 2016년 클린턴 후보가 패했을 때 ‘샤이(shy) 트럼프’의 영향이 컸듯, 초박빙인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해리스’ 백인 여성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인 여성은 미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투표 집단이다.

 

▷할리우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참여한 해리스 지지 광고는 백인 여성들을 정면 공략한다. 그는 “남편 모르게 해리스에게 투표하자”면서 “투표소에서 있었던 일은 밖에선 아무도 모른다”고 속삭인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의 딸 바버라 부시, 부시 행정부 때 부통령이던 딕 체니의 딸 리즈 체니도 해리스 지지 유세에 나서며 백인 여성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백인 여성들의 변심 가능성이 높아진 주요인은 50년 만에 무력화된 낙태권이다. 이런 변화를 만든 장본인이 ‘낙태 반대’ 대법관 3명을 임명한 트럼프여서 해리스에 반사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백인 여성들의 핵심 관심사는 경제(29%)에 이어 낙태(24%)가 두 번째로 높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선 애리조나 등 경합주를 포함한 10개 주에서 낙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함께 진행된다. 하지만 ‘샤이’라는 말 자체가 주변에 속마음을 숨긴다는 뜻이다. 낙태의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진 누구도 알 수 없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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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유권자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Tammy Wynette 'Stand By Your Man'(1968) 

 

태미 와이넷의 스탠드 바이 미

 

마지막 투표함이 열릴 때까지 모른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사상 유례없는 초박빙 양상이 개표 막바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부인 멜라니아는 거의 은둔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을 꿈꾸며 정력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해리스 후보의 남편 엠호프와는 다르다. 멜라니아는 선거보다는 자신의 회고록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인상이다.

 

많은 선거 전문가는 이번 선거가 여성 유권자와 백인 남성 노동자층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992년 대선 과정에서 클린턴의 배우자인 힐러리는 “태미 와이넷의 노래처럼 남편 옆이나 지키는 여자가 되지 않겠다”고 당돌하게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노래는 보수적인 백인 컨트리 장르의 고전이며 태미 와이넷은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수퍼 스타이면서 당시로는 드문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때때로 여자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에요/ 한 남자에게 모든 사랑을 바치며/ 그대는 힘든 시간을 겪을 거예요/ 그리고 그는 좋은 시간들을 보낼 거고/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일 거예요/ 하지만 그를 사랑한다면, 그를 용서할 거예요/ 비록 그를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그를 사랑한다면, 그를 자랑스럽게 여겨주세요/ 결국 그도 그저 한 남자일 뿐이니까요

 

(Sometimes it’s hard to be a woman/ Givin’ all your love to just one man/ You‘ll have the bad times / And he’ll have the good times/ Doing things that you don’t understand/ But if you love him, you’ll forgive him/ Even though he’s hard to understand/ And if you love him, oh, be proud of him/ ’Cause after all, he’s just a man).”

 

이 노래가 발표된 1968년은 반전 운동과 여성 해방 운동을 비롯한 진보적인 사회 운동이 뜨겁게 타올랐던 때다. 그래서 이 노래의 전통적인 여성관은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힐러리는 남편의 외도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남편을 옹호한 반면에 이 노래를 부른 태미 와이넷은 결혼을 다섯 번이나 했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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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 다가온 美 대선 지지율 박빙 초접전. ‘샤이 해리스’ 對 ‘샤이 트럼프’, 누가 더 많이 숨어 있었는지가 관건.

 

-팔면봉, 조선일보(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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