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헌재가 ‘계엄 종결자’ 되려면] ....

뚝섬 2025. 2. 11. 11:12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헌재가 ‘계엄 종결자’ 되려면]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를 실현해야 할 때]

[‘내란 혐의’ 수사, 여기서 끝나면 숱한 논란과 후환만 남는다]

[민주당의 헌법재판소 농단]

['尹 오판' 책임 있는 친윤 의원들, 국민 시선 생각하길]

[리메이크의 교훈]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김대중 칼럼]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트럼프 관심은 한국이 아닌 북 김정은과 한반도 안정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선 윤석열, 이재명도 2차적 문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탄핵 터널 벗어난 정상 국가
그 단초가 사법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 출신의 한 법조인은 최근 신문 칼럼에서 “헌재의 판결은 고도의 사법(司法) 정치”라고 했다. 이때 정치는 오늘날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술수 정치와는 다른, 정책적 결정으로서의 정치라고 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는 사물적(事物的) 판단이 아니라, 어느 것이 나라를 올바르게 운용하는 데 준거가 될 것이냐 하는 판단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것은 헌재뿐 아니라 모든 사법 기능의 원칙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고 있는 오늘의 헌재는 그런 사법적 정치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헌재의 구성 요소가 너무 정파적이고 너무 좌파적이라는 지적이다. 거리의 반탄 집회는 이미 헌재에 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앞에는 우리나라의 정치 진로를 가름할 재판이 두 건(件) 대기하고 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관한 헌재의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를 좌우하는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다. 두 재판은 그 판결 시점의 선후(先後)와 판결 내용의 유무죄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이 대표 항소심 판결이 먼저 나올 것인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먼저 판결될 것인가에 따라 정치 지형은 전면 달라진다. 또 그 내용에 따라서도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유죄가 나면 정치권에서 아웃이다. 무죄가 나오면 그는 100% 대선에 출마한다. 그래서 그는 목숨 걸다시피 별 꼼수를 다 동원해서라도 (예를 들어 선거법 위헌 심사 신청 등) 무죄를 도모할 것이다. 다만 유죄가 예상되더라도 대선이 먼저 진행되면 선(先) 당선, 후(後) 면책 같은 트럼프식(式) 생존 방식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대표로서는 자신의 유무죄보다는 윤 대통령의 선(先) 탄핵이 최선의 목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옵션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가 기각 결정을 받는 경우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보수층은 윤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하면서도 그가 복귀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에는 회의하고 있다. 모든 것이 12·3 비상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지난 과정이 모두에게 너무 엄혹했다. 그리고 그 경우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2년여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차기를 노리는 보수 주자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효능성은 별개로 하고라도 정권 재창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입지만 살리는 데 머물지 않고 보수를 뭉쳐서 정권 재창출에 투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죽어서 사는 길’일 것이다. 그런 것이 공개적으로 천명돼 미래가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 그것은 헌재 결정에 압박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해법에 의존하게 만든 야당의 독소 조항, 즉 야당의 입법 독재, 행정권 마비, 한국 정통성 훼손 등 독소적 요소를 차단하는 가장 현실적 방식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20~30세대를 고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세대의 본질이 친윤이라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이고, 얼치기 진보·좌파에 대한 반발, 남녀 격차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빨리 이 탄핵 국면을 벗어나 정상적 국가 운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또 전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치적 변신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더욱 자국(自國) 이기주의로 이끌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적 공백과 혼란 상태에서 허우적거릴 것인가. 지금 트럼프의 관심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이고, 한국의 안전과 안정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이다. 사실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하는 문제는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서는 2차적이다. 이 터널을 빨리 그리고 발전적으로 해결할 단초가 사법의 손에 달렸다. 사법(司法)은 무엇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를 애국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법이 정치를 교정하고 나라를 구하는 상황이 됐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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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계엄 종결자’ 되려면

 

[오늘과 내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엔 이른바 ‘삼청동 안가(安家)’ 모임이 4번 등장한다.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군 장성에게 계엄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하던 지난해 3월 말∼4월 초부터, 5∼6월경, 6월 17일 각각 한 차례, 그리고 같은 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직전에 대통령이 경찰 지휘부에 국회 통제 계획을 전달했을 때였다.

재판관 8명, 4 대 4 양극화에 소장 부재

공교롭게도 삼청동 안가에서 가장 가깝고, 대부분의 동선이 겹치는 곳이 헌법재판소의 소장 공관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헌재 측 인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인사는 대통령이 삼청동 안가에서 자주 저녁 모임을 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하면서 불편해했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헌법재판소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건 세 번째다. 하지만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초유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법률가 출신 현직 대통령이 공개 변론 때 피청구인석에 앉아서 재판관들에게 탄핵 사유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부하 직원이던 증인들을 대통령이 직접 신문하고 있다.

게다가 8명의 재판관 중 절반인 4명(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정형식)은 추천이나 지명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들 중 한 명은 한때 윤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로 검토했다. 증인뿐만 아니라 재판관들 역시 현직 대통령이 면전에 있다는 부담감을 적잖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마치 남극과 북극처럼 양극화된 헌재 재판관이다. 얼마 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을 기각하면서 4 대 4로 나뉘었다. 방통위의 설립 및 입법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재판관들, 방통위법을 문구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여기에 내부 불화설까지 불거지면서 헌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을 조정할 리더가 잘 보이지 않는다. 헌재 소장 부재라는 리더십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시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사안의 중대성, 파급효과 측면에서 교범이 될 정도의 재판이어야 한다. 헌법 해석의 최고 기관인 헌재의 재판 절차나 최종 판단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헌재의 위기, 더 나아가 국가의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헌재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증거들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공통점을 찾아서 전원일치 결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그 당시엔 여야 모두의 추천을 받았던 재판관이 중재 역할을 했다. “OOO 재판관이 있어 합의가 가능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한 재판관이 이번에도 나올까.

헌법재판소의 최고 의결 기구는 재판관들이 모두 모이는 평의(評議)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와 같다. 대법원과 달리 헌재에선 재판관들이 서로의 성명 대신 호(號)를 부르는 게 관례라고 한다. 소장 대행 역할을 맡고 있는 문형배 재판관은 ‘약수’로 불리는데,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전원일치냐, 아니냐’에 헌재 운명 달려

요즘 문 대행은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행부터 물처럼 더 자세를 낮추고 생각이 다른 동료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파면 여부를 떠나 비상계엄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워낙 커 만장일치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분쟁의 종결자’가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수 부국장, 동아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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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도 탄핵 찬반 소용돌이 속으로…. 젊은이마저 두 쪽으로 갈라진 나라의 미래가 걱정.

 

-팔면봉, 조선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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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를 실현해야 할 때

 

[朝鮮칼럼]

소셜미디어에선 정치 편향, 내부 정보 의혹 거액 주식 투자
디킨스 소설 술 취한 판사처럼 지금 헌재는 위험하지 않은가
좌우 국민 모두 눈 부릅뜬 지금 미리 답 정해 놓을 생각 말고
법학도의 초심으로 돌아가 헌법재판소는 법치를 구현하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섯 시간 깜짝 계엄이 환(幻)처럼 왔다 간 후 대한민국엔 기상천외의 정국이 펼쳐졌다. 대통령이 “패악질을 일삼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외치며 국회에 계엄군을 진입시킬 땐 왕당파와 의회파가 충돌하던 1640년대 잉글랜드 내전이 연상되었다. 공수처가 경찰 수천 명을 동원해 대통령 관저의 담을 넘는 장면은 1792년 8월 10일 튀일리궁으로 쳐들어간 혁명군이 루이 16세를 체포하던 순간의 데자뷔였다. 놀랍게도 그후 탄핵·소추당해 구속·기소된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여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왼쪽 국민은 무능하고 성마르고 술버릇 고약한 옹고집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비상 계엄령을 발포하여 국정을 망치고 국격을 실추시켰다며 당장 내란 우두머리로 잡아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오른편 국민은 북·중·러를 끼고 도는 낡고 썩은 거야가 중범죄 혐의를 받는 당대표를 지키려 관료 탄핵을 남발하고 망국적 예산 폭거를 자행하여 국기를 흔들었다며 분노한다. 중도층도 갈라져서 좌나 우로 빨려든 상황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성난 군중을 광장으로 불러내고 감정적으로 격동시켜 패싸움을 연출하기 일보 직전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지, 훗날 역사의 평가가 어떠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작금의 혼란상을 차갑게 직시하고 복잡한 난맥상을 엄하게 숙정한다면 이 모든 사태를 ‘숨겨진 축복’이라 부를 날이 올 수도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나라가 무너질 듯한 대혼란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켜켜이 쌓인 부패 세력과 회충처럼 스며든 기생 집단을 죄다 드러내어 일소하는 대개혁이 이뤄진 선례가 적잖다.

 

영어 속담대로 캔 뚜껑이 열린 다음에야 꿈틀대는 지렁이가 기어 나오는 법. 좌우로 나뉜 국민 어느 쪽도 순탄하게 잘나가던 나라가 돌연 평지풍파를 만났다고 생각하진 않을 듯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입법·행정·사법부의 각계각층에 들어앉아 헌법을 유린하고, 법률을 악용하고, 직권을 남용하고,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를 저버리며 진영에 충성하는 모리배와 간신배, 정상배와 소인배가 암약해 온 정황이 뻔히 읽힌다. 계엄의 충격으로 국가라는 큰 캔의 뚜껑이 열리기 무섭게 정부 3권 모든 기관에 은닉하던 ‘지렁이’ 떼가 일제히 기어 나와 꿈틀대고 있다. 국익 우선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략에만 빠진 국회의원, 불법으로 내란죄를 수사하고 공문서까지 위조한 공수처, 대면 수사도 없이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 편을 짜서 특정 법원을 점령한 판사들···.

 

법치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는 어떠한가? 에스엔에스(SNS)에 정치 편향의 잡글을 올리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주식 투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헌재를 점령한 현실은 디킨스 소설에나 등장하는 취한 판사의 재판정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알량한 편견에 휩싸여 자기 부족에 충성하는 자들은 헌법을 수호할 자격이 없음에도 헌재의 결정을 뒤집을 방도는 없다. 오직 국민적 감시와 비판만이 허술하게 살아온 편향된 헌법재판관들에게 법복 입은 판사의 책무를 일깨울 수 있을 뿐.

 

지금껏 헌법재판소는 때론 졸속하게, 때론 질질 끌며 여론 추이만 살피다 슬그머니 입을 맞춰 얼렁뚱땅 넘어가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일삼아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 눈치만 보다 다수 국민을 내세워 미리 정한 결론으로 법리를 꿰맞춘다면 헌재가 헌법을 유린하는 격이다. 광장 여론에 압도된 8년 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과연 제대로 된 법치주의의 발로였을까? 그 점에서 오히려 양분된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상황이야말로 헌재의 재판관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재판관의 인터넷 잡문이나 주식 투자 성향만 봐도 그가 내릴 결정을 내다볼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의 존립 가치는 대체 무엇인가? 좌우 국민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는 지금, 헌재의 재판관들은 옷깃을 여미어야 한다. 미리 답을 정해놓고 딴전 피울 생각 말고 법학도의 초심으로 돌아가 냉철한 이성으로 법치를 구현하라. 헌재의 결정문이라면 교과서에 실려 널리 읽힐 만큼 치밀하고 정의롭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과거 인터넷에 무슨 잡글을 써서 올렸든, 어떤 방법으로 얼마의 차액을 실현했든, 그대들의 결정문이 진정 헌법 정신과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면, 적어도 그 문장만큼은 청사에 길이 남아 법치의 전범으로 인용되리니.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조선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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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전국 각지서 탄핵 찬반 집회, 참여 인원도 늘어. 진영 갈등 심할수록 헌재가 기댈 곳은 법과 원칙뿐.

 

-팔면봉, 조선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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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 수사, 여기서 끝나면 숱한 논란과 후환만 남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2차 내란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이 내란죄 특검법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낸 것은 이번이 2번째다. 최 대행은 거부 이유로 “대통령과 군경 핵심 등의 재판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며 추가적 조치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 대행은 지난해 말 1차 특검법안 거부 때는 야당이 갖는 특검 비토권을 이유로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하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2차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 2명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하고,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했다. 또 북한과 무력 충돌도 불사했다는 의혹을 다루는 6가지 외환죄 등도 삭제된 채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자 이번엔 ‘특검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의 논리를 댄 것이다.

최 대행의 이런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이 제각각 수사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계엄 관련자 11명이 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미진한 상태로 법원의 유무죄 판단만 기다리면 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경우 공수처의 수사를 시종 거부했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기소됐다.

 

윤 대통령의 공소장은 다른 계엄 가담자들의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작성됐을 뿐 계엄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언제 누구에게 계엄을 지시했는지, 계엄을 상의한 사람이 기소된 몇몇 장성들과 경찰 수뇌부뿐인지, “NLL(북방한계선)에서 북 공격 유도” 메모의 실체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주장 등도 앞으로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사안들이다.

더구나 이번 비상계엄은 1987년 이후 우리가 공들여 온 민주 정치의 근간을 뒤엎은 행위다. 그런 만큼 계엄의 실체를 모두 밝혀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묻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놓을 책무가 있다. 지금처럼 검찰, 경찰, 공수처로 나뉜 체제에선 다시 보완 수사를 하더라도 이런저런 절차적 시비나 수사권 논란에 휩쓸릴 공산이 크다. 이를 총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건 궁극적으론 특검밖엔 없을 것이다.

이대로 수사를 어정쩡하게 마무리한다면 숱한 논란과 후환을 남길 뿐이다. 앞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사 과정상의 법적, 절차적 미흡함이 드러나면 소모적인 갈등과 분쟁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2차 특검법을 재의결할 것이냐, 이후에 3차 특검법을 도입하느냐 여부는 국회의 몫이다. 과거 BBK-다스 사건처럼 검찰 수사, 특검을 거친 뒤 부실수사 논란이 일면서 10년쯤 지나 검찰의 재수사로 이어진 적도 있다. 두고두고 논란과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고 최소한의 승복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후대에 경계를 삼기 위해서도 ‘내란 혐의’ 수사를 이대로 끝내면 안 된다.

 

-동아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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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헌법재판소 농단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채용비리 사건 관련 선관위와 감사원 간의 권한쟁의 공개변론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재판관 3명이 퇴임한 헌재는 민주당이 후임 인선을 미루면서 두 달간 재판관 공석 사태를 맞았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재판관 후임인선애 나섰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로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다. 지난 10월 재판관 3명이 퇴임해 헌재 공백 사태가 생긴 지 두 달 만이다. 공석 3명은 여야가 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게 돼 있다. 민주당은 이를 어기고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하겠다면서 공석을 채우는 것을 미뤄왔다.

 

민주당이 이러는 것은 자신들이 탄핵 소추한 정부 관료들에 대해 헌재가 탄핵 심리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계산도 있었다. 거의 모두 탄핵 요건이 안 되는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탄핵 소추한 것이어서 헌재가 이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헌재 공백이 현실화하면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리 등이 중단됐다. 헌재는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헌재가 일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헌재 재판관만이 아니라 방송통신위원 추천도 1년 넘게 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방통위를 마비시키려는 계산이었다.

 

그러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할 필요가 생기자 급히 헌재 재판관 추천에 나섰다. 헌재가 탄핵·위헌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9명 중 7명이 있어야 하고, 6명의 찬성으로 탄핵·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신속하게 심리해 6명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 내려면 재판관을 빨리 충원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헌재와 같은 중대 헌법기관까지 정치적 유불리로 마음대로 마비시키고, 충원시키고 한다. 헌재 농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를 놓고도 논란이 있다. 그는 2009년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민노당 보좌진 등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 판례와 맞지 않는 상식 밖 판결이었다. 결국 2심은 ‘잘못된 재판을 다시 하라’고 바로잡았다. 그는 또 이 판결 직전 노회찬 전 민노당 의원의 후원회에 가 후원금을 냈다. 이로 인해 구두 경고를 받았다. 헌법재판관은 건전한 법 상식을 가져야 하고 정치적 중립성도 요구된다. 아무리 정당 몫이라 해도 내부 검증을 거쳐 기준에 맞는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 헌재를 고의로 마비시키더니 재판관 후보자까지 편향적·정파적 인사를 추천하고 있다.

 

-조선일보(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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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오판' 책임 있는 친윤 의원들, 국민 시선 생각하길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마친 권성동 의원이 회의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장련성 기자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후보로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나섰다고 한다. 친윤계가 원내 압도적 다수이니 그가 당선될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5선인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윤 대통령 당선 후엔 원내대표를 지냈다. 대표적 친윤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금 국가적 혼란 사태는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빚어졌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가 됐는데 친윤 핵심인 권 의원이 원내 사령탑으로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된 데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아무리 친윤계라고 해도 여당은 민심을 잘 살펴 이를 대통령에게 전달해서 정책과 정치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그 민심이 대통령을 화나게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여당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길이다. 정치의 상식이다.

 

그런데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추종만 했다. 윤 대통령 몰락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김건희 여사 문제지만, 친윤계는 이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을 해왔다. 이런 친윤계는 점차 민심에서 멀어졌고 이는 총선 참패의 한 원인이 됐다.

 

이번 사태 때 대통령의 파국적 결정을 막는 데 친윤계는 어떤 역할을 했나. 친윤계인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계엄 해제 표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사로 불러 모았고 결과적으로 의원 60여 명이 해제 표결에 불참하게 만들었다. 계엄 해제는 여야나 계파를 떠나 급박하고 불가피한 일이었는데 친윤계는 계엄 해제마저 방해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 오명은 두고두고 국민의힘에 짐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정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당내 다수인 친윤계는 국민이 자기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생각했으면 한다.

 

-조선일보(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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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2·3월 尹 퇴진’ 로드맵 나온 날, 親尹 권성동 원대 출마. ‘질서 있는 퇴진’ 통할지 의문인데 집안싸움.

 

○ 비상계엄 후 ‘텔레그램’ 가입 급증, 검열 우려 ‘SNS 피란’ 분석. 범죄 온상서 순식간에 민주 성지로 변신?

 

-팔면봉, 조선일보(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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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의 교훈

 

[김도훈의 엑스레이]

 

사람들은 프로도를 싫어한다. 나도 싫어했다. 프로도는 ‘반지의 제왕’ 주인공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꼭 보기를 권한다. 이 시리즈는 현대의 고전이다. ‘스타워즈’나 ‘해리 포터’처럼 주인공 이름 정도는 설명 없이 인용해도 괜찮아야 마땅하다.

 

프로도는 성가시다. ‘절대 반지’라는 악의 근원을 제거하는 임무를 별 능력치도 없는 난쟁이족에게 맡긴 것부터가 실수다. 프로도는 계속 악의 유혹에 빠져든다. 끝없이 징징거린다. 귀찮은 녀석을 끌고 때로는 업고 가야 하는 친구 샘이 불쌍해질 지경이다.

 

프로도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있다. 너무 나약해서다. 나약한 영웅은 답답하다. 프로도는 절대 반지를 용암에 스스로 빠뜨리는 데도 실패한다. 너무 나약해서 악의 유혹에 잠시 굴복한다. 요행으로 반지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한다. 이게 무슨 영웅인가?

 

프로도를 싫어하는 사람은 원작이 출간된 1954년부터 계속 있었던 모양이다. 원작자 J. R. R 톨킨은 이렇게 말했다. “프로도를 영웅으로서 실패했다는 사람들은 단순한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경멸의 의미는 아니다만. 그들은 간단한 진실과 완벽한 이상만을 원한다.”

 

톨킨 말은 옳다. 프로도를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단순한 사고의 소유자들이었다. 결국 절대 반지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건 프로도다. 가장 나약한 존재에게도 거대한 악을 무너뜨릴 힘이 있다는 것이 톨킨의 교훈이다. 책의 교훈을 또 너무 단순한 사고로 해석한 거 아니냐고? 좋은 영웅은 복잡하지만 좋은 교훈은 단순하다. 백성을 두려워하라던 다산 정약용 교훈이 그렇듯이 말이다.

 

‘반지의 제왕’을 리메이크하려는 계획이 있다. 20년 전 영화다. 뭘 이리 빨리 하나 싶었으나 뉴스를 보다 생각을 바꿨다. 한국이 반세기 만에 스스로를 리메이크하고 있었다. 젊은 세대에게 교훈이라도 주려는 용도인가. 그렇다면 ‘반지의 제왕’ 리메이크도 나쁘지 않겠다. 역사적으로 리메이크의 교훈은 모두 알고 있다.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리메이크는 없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예를 들어보시라. 물론 이건 다 영화 이야기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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