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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식 앞줄은 머스크·베이조스 몫이었다] ....

뚝섬 2025. 2. 12. 09:55

[트럼프 취임식 앞줄은 머스크·베이조스 몫이었다]

[K원전, 체코 프로젝트 이후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트럼프주의’에 함축된 미국인들의 속내]

 

 

 

트럼프 취임식 앞줄은 머스크·베이조스 몫이었다

 

[경제포커스]

미국, 정치인보다 '산업 戰士' 우대
어떤 최첨단 무기 퍼레이드보다
더 부럽고, 더 두려웠다
우리는 정말 잘 살 준비 하고있나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부터),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와 그의 약혼녀,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가 참석하고 있다./EPA 연합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렸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앞줄 풍경이었다. 기억하다시피 미국 억만장자 순위 1, 2, 3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자리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후보자 등은 그 뒷자리였다. 이들과 조금 떨어져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저우서우쯔 틱톡 CEO 등도 보였다. 이날 취임식에 온 기업인들의 순자산이 1조3000억달러(약 1880조원)가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3배가 넘는다. 이들은 AI, 클라우드, 전기차와 자율 주행차, 우주 산업 등을 이끌며 미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산업 전사(戰士)’들이었다.

 

만약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이었다면 맨 앞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이 나란히 설 수 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대통령 취임식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아니 가장 강력한 테크 기업 CEO들이 앞줄을 차지한 상징성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선택한 최우선 파트너가 ‘산업 전사’임을 선명하게 발신한 메시지였으며, 수신자들에겐 어떤 최첨단 무기의 퍼레이드보다 부러웠고, 두려웠을 장면이었다.

 

기존 질서를 워낙 거칠게 다루는 트럼프 스타일에 벌써 세계는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트럼프는 모두가 알다시피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이 지금 정조준하는 미래는 AI 시대 주도권이다. 그 핵심 중 핵심은 칩(반도체)과 에너지 경쟁력 확보다. 칩은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있지만 생산 기지까지 미국에 유치해 안보도 챙기겠다는 것이다. 다음이 에너지 패권이다. ‘규제를 다 풀어서 에너지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송배전망을 완전무결하게 구축하자’는 구체적 방안도 나와 있다.

 

인류의 일부만 사용하는 챗GPT, 그것도 하루 평균 1분도 채 안 쓰는 지금도 에너지 부족 타령인데 인류 대다수가 하루 몇 시간씩 AI를 쓴다면 필요한 전기는 얼마나 될까. 전기 확보는 물가 관리에도 필수가 될 것이다.

 

미국은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등 물리적 영토만 늘리려는 게 아니다. 산업 전사들을 내세워 디지털 영토를 넓히고 있다. 얼마 전 MS의 클라우드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는 무서운 현실을 목도한 적이 있다.

 

우리는 어떤가. 미래 먹거리의 요체인 반도체법 하나 처리 못 한다. 세계 최고 경쟁력의 K원전은 영화의 ‘망상’에 사로잡힌 리더의 패착으로 5년 넘게 뒷걸음질쳤고, 지금도 그 후예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에서 전기가 가장 절실한 나라가 자원개발을 둘러싸고 정치 논쟁에 빠져들어 자해 행위를 일삼는 게 지금 우리다. 더욱이 우리는 산업 전사들을 키우기보다 그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에 더 매진한다. 기업인들을 감방에 못 보내 안달이고, 기술자들은 더 일 못 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꼴이라면 너무 지나친 주장일까.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잘살게 될 것이란 믿음으로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뤄냈다. 그 성과가 참으로 대단하지만 거기서 멈추고 있다. 겨우 구워낸 ‘빵’ 앞에서 분배 방식을 놓고 싸우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시대를 목도하는 지금 우리는 정말 잘살기를 원하는가. 스스로에게 다시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인열 산업부장, 조선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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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 체코 프로젝트 이후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 및 한국전력공사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년여 만에 법적 분쟁을 중단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로 다음 달로 예정된 체코 원전 계약 체결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프로젝트는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유럽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향후 폭발적으로 열릴 신규 원전 시장을 점유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끝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에 가까운 경쟁은 계속된다. 원전 시공 능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시공 능력, 가격, 평판 등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국내와 UAE에서 건설·운영해 온 원전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었다. 국내 원전 산업의 높은 자급도와 잘 갖추어진 공급망은 해외 원전 수주 시 시공, 기자재·부품 제조, 발전소 운영 등 전 분야에 걸쳐 국내 기업들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강점이 된다. 이는 ‘팀 코리아’로서 우리 원전 산업 생태계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앞으로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는 팀 코리아라는 집단적 강점뿐만 아니라, 각 기업과 기관이 개별적으로 갖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 원전 시장은 2033년까지 매년 19~33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 원전 전성기에 버금가는 규모다. 또한 2050년까지는 1000GW 가까운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 팀 코리아도, 웨스팅하우스도 모든 것을 독식할 능력도 안 되고 규모도 안 된다. 모두가 최대의 공급을 기록해도 될까 말까 한 시장 규모다. 여기서 잘하면 더 크게 자랄 것이고,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이번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라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유럽 시장을 내주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시장 나눠 먹기식 합의는 사실 불가능하며, 있었다고 하더라도 향후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유럽 소비자가 담합으로 더 저렴한 원자력을 가질 기회를 박탈당한 것으로 결론 나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지 걱정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 ‘팀 코리아’의 각 선수는 프리랜서가 되어 팀 코리아뿐만 아니라 여러 팀에서 경기를 뛰게 될 것이다. 결국 경쟁력이 있어야 다른 팀에서 불러주는 선수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팀 코리아는 더 강한 선수들이 뭉친 한 단계 위의 팀이 될 수 있다. 또한 팀 코리아 2, 팀 코리아 3가 생겨나야 한다. 한전·한수원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팀 외에 민간 기업이 이끄는 팀 코리아가 많이 생겨야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 토양이 견실해질 수 있다.

 

이제 우리 원자력 산업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이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해결하면서 중요한 장애물을 제거했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K원전 산업’의 사활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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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주의’에 함축된 미국인들의 속내

 

[콜린 마샬 한국 블로그]

 

미국 캘리포니아에 계시는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어머니는 내가 한국에 사는 것이 다행이라고 하셨다. 지난달에 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로 대통령에 취임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다. 현재 문제는 트럼프 그 자체뿐만 아니라 트럼프 때문에 미국에서 심화되는 내부 투쟁과 정치적 분열이다. 현재 한국도 그러한 상황에 시달리는 듯 보이지만 미국만큼은 아닌 것 같다. 내 어머니는 트럼프를 싫어하시는 반면 아버지는 트럼프를 응원하시는데, 이처럼 미국인들이 완전히 다른 정치적인 색깔로 나눠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는 트럼프 팬이 아니지만 그의 매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는 대부분의 정치인과 달리 유머 감각이 있다. 미국인들은 코미디언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말해 준다’며 칭찬하곤 하는데, 트럼프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한다. 2018년 이민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과 트럼프가 만났을 때 트럼프는 아이티를 언급하며 “왜 거지 소굴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계속 받아주는 것이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언론은 거친 발언을 한 트럼프를 꾸짖었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바로 그 질문에 응답한 것 같다.

‘트럼프주의’라고 부를 만한 일관성 있는 이데올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럼프나 지지자들의 말을 들으면 여러 가지 테마를 인식할 수 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을 재미교포 기자 웨슬리 양이 2021년에 트위터(현 X)에서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주의’의 핵심은 무역이나 전쟁, 이민자 유입처럼 미국의 경계 밖에서 벌어지는 세상과 점점 더 복잡화되는 구속으로부터 철수하려는 충동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폭력 범죄가 많고 문화가 파괴된 21세기의 미국을 비춰보며 과연 이 상황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도출할 수도 있다.
 

 

이른바 ‘미국의 세기’라고 하는, 미국이 독보적인 존재로서 세계에 영향을 주는 시기는 트럼프가 태어나기도 전인 1945년에 시작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 지배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한다. 간과하기 쉬운 것은, 미국이 세계에 군사기지를 두기는커녕 대규모 군대도 없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1830년대에 민주주의를 조사하러 미국에 갔던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이웃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이해관계가 없어서 충돌할 이유도 거의 없다’고 썼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그 당시든 지금이든 그들이 지니는 고립주의 성향을 이용해서 정권을 쟁취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4월 타임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한국에 4만 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면서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사실 주한미군은 3만 명도 안 되고,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이 말에 동의한다. 왜 다른 나라들을 지키는 데 자원을 그렇게 많이 투입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이 연합군의 일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이겼을 때부터 해 온 ‘세계 경찰’ 역할의 가치보다 비용만 부각시키며 그 역할을 불편해 한다.

트럼프 현상이 ‘미국이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려고 하는 신호’라면, 이는 각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고할 시점이란 뜻일지도 모른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조사에 따르면 미국 동맹국들 중 시민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제일 부정적으로 여기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누군지가 그렇게 걱정스러운 일이라면 미국과 한국 사이에 거리를 조금 더 두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한국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각별한 관계를 바꾸면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그 관계도 그다지 각별하지 않을 수 있다. 속말을 주저하지 않는 트럼프와 그에게 투표한 많은 사람들이 한미 관계를 ‘혈맹’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해진 친구도 없고 정해진 적(敵)도 없는 미국은 국익만을 염두에 둔다’는 발언이 자주 인용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남긴 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키신저가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난관에 처한 ‘제국’을 운영하는 미국 실체의 한 측면을 반영한다. 한국에 사는 미국인인 나는 트럼프에 대해 생각하면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국의 세기가 2045년에 끝난다면 한국은 준비가 돼 있을까?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동아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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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이 가자 갖겠다” 발언으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깨질 판. ‘오럴 리스크’ 또 어디서 터지려나.

 

-팔면봉, 조선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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