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중복 수사, 볼썽사나운 전리품 차지 경쟁]
['검수완박'의 나비효과]
[‘검경공’ 혼돈의 계엄수사… 법원의 우려 새겨들어야]
[탄핵 정국 혼란 틈탄 反시장-反기업 입법 강행은 안 된다]
마구잡이 중복 수사, 볼썽사나운 전리품 차지 경쟁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 9명과 조태용 국정원장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하자 수사 주도권을 검찰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먼저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총리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처음부터 계엄 선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후 대통령을 설득해 계엄 선포를 철회하도록 한 사람 중의 한 명도 한 총리라고 한다. 한 총리는 대통령 직무 정지 때 권한대행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다. 한 총리에 대한 수사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그런데 성급하게 ‘피의자’ 딱지를 붙여 소환을 통보했다. 구체적 혐의를 밝히지도 않았다.
이런 난맥상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세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동시에 나선 이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지난 8일 김용현 전 장관을 체포하자 경찰은 김 전 장관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람은 검찰이 체포하고 증거는 경찰이 확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도 “기각될지 모른다”며 예비적으로 영장을 중복 청구하는 희한한 일을 하기도 했다.
세 수사기관은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검찰이 8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하자 경찰은 9일 윤 대통령을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11일 공수처장이 “윤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있다”고 하자,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 서로 무슨 전리품이라도 차지하려는 양 경쟁하는 양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다. 어느 기관이 수사 주도권을 갖느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세 수사기관은 빨리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
-조선일보(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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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의 나비효과
“재판하는 입장에서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자칫 실체 접근조차 안 될 수 있어요.”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 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벌이는 ‘수사 경쟁’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반응이다. 11일엔 검찰을 뺀 경찰·공수처·국방부가 ‘공조수사본부’를 만들었다. 공수처의 영장청구권을 앞세워 검찰과 영장청구 경쟁을 벌일 모양새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 영장이 기각될 경우의 예비용’이라며 직접 조사도 하지 않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영장에 적힌 ‘내란죄’ 성립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다퉈질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에서 범죄 구성 요건은 ‘엄격한 증거’에 따라 증명해야 한다. 법률상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에 대해 엄격한 증거 조사를 거쳐야 한다. 내란죄의 ‘국헌 문란 목적’ 또한 마찬가지다. TV로 생중계된 내용이라도 권한 있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각 수사기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수사 권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에 계엄 사건 수사권이 있는지 (법원)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다”고 했다.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1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일단 검찰 수사권을 인정했지만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한 날부터 20일 내에 재판에 넘겨야 한다. 신병은 검찰이 확보했지만 압수물은 먼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경찰이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공수처는 ‘중복 사건에 대한 이첩 요구권’을 내세워 검찰에 사건을 내놓으라고 한 상태이다. 수사 대상자로서는 ‘위법’을 주장할 소지가 곳곳에 있다. 한 판사는 “재판에서 ‘위법’ 논란에 시달리다 실체 접근을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다 특검 출범으로 이관됐고, 특검 종료 후 검찰이 이어받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큰 혼란은 없었다. 현재의 모습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에서 예견된 결과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검찰 수사권은 부패·경제 사건으로 제한됐고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권을 갖게 됐다.
여러 전문가들이 “정치권력의 검찰권 남용을 통제하지 않고 검찰 권한만 쪼개면 충돌과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무시됐다. 게다가 검찰 견제를 명분으로 출범한 공수처의 ‘이첩 요구권’은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같은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중복 청구하는 모습은 검찰 개혁 명분의 하나인 인권 친화적 수사와도 거리가 멀다.
이 기관들의 경쟁과 충돌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전이라도 조정을 해야 한다. 계엄령 발동은 현행 헌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정상적 상황이다. 그에 대한 수사마저 비정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양은경 기자, 조선일보(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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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공’ 혼돈의 계엄수사… 법원의 우려 새겨들어야
“이번 계엄 사건을 다룬 영화가 나온다면 장르는 블랙코미디가 아닐까요.”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사건을 가리켜 촌평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납득하기 힘든 근거를 들며 선포한 45년 만의 계엄은 6시간여 만에 끝났다. 야당에 대한 ‘경고’였다는 황당한 이유, 속전속결로 통과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헬기까지 타고 국회에 진입했지만 기다렸다는 듯 철수한 계엄군. 그날의 상황은 단막극처럼 끝나 버렸다.
블랙코미디의 전반전이 2024년 12월 3, 4일의 상황이라면, 후반전은 지금 진행 중인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광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 기관은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경주하듯 다툼을 벌였다. 계엄의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그는 계엄 이후 공관에서 칩거하다 5일 뒤인 8일 오전 1시 반경 예고 없이 검찰에 출석했다. 그러자 몇 시간 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공관, 집무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장관의 신병은 검찰이, 김 전 장관의 물품 등 증거는 경찰이 가져간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공수처도 가세했다. 자신들이 수사하겠다며 ‘이첩요구권’을 발동해 사건을 넘겨 달라고 검경에 요구했다.
세 기관이 기싸움을 벌이는 사이 계엄의 핵심 피의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추고 방어 논리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커졌다. 실제 법원은 경찰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등을 상대로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기관끼리 내용 중복이 있어 수사 주체를 확정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교통 정리를 요구했다.
이 혼란의 시초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그 전까지는 검찰이 검찰청법에 따라 내란을 비롯한 모든 범죄를 폭넓게 수사할 수 있었다. 문 정부는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수사 범위 축소를 추진했고 검찰청법상으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는지 모호해졌다. 그 결과 “내란 수사를 누가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9일 국회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지 많은 논란이 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틀 뒤 영장판사는 검찰의 손도 들어줬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경찰의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데 이번 내란에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연루됐으니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혼선이 나중에 재판에서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검찰, 경찰, 공수처는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발표된 공조수사본부에는 검찰만 빠졌다. 경찰이 낸 보도자료에는 검찰이 빠진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 국회에서 통과된 상설특검 등을 감안하면 결국 계엄 수사는 최종적으로 특검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도 각 기관이 ‘마이웨이’만 외친다면 그때 가서 특검은 누더기가 된 증거물과 이미 요리조리 빠져나간 피의자들만 넘겨받게 될지 모른다. 어쩐지 이번 블랙코미디의 상영 시간이 꽤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동아일보(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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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혼란 틈탄 反시장-反기업 입법 강행은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경제계에서 기업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에 대한 야당의 단독 처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의 거부권도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이어서 내수 침체, 환율 불안 등의 악재에 야당의 ‘입법 독주 리스크’까지 더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두고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해당 법안은 21일까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으면 시행되는데,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해외 체류 등으로 국회 출석을 못 하면 화상으로 원격 출석하고, 국감뿐 아니라 청문회나 안건 심사 때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업인을 마구잡이로 증언대에 세우고 영업기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일부 의원들의 구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우려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계는 야당의 강행 처리를 걱정한다. 민주당은 기업 반발을 의식해 4일 공개 토론회를 예정했다가 비상계엄 여파로 취소했다. 그런데 정국이 혼란에 빠진 6일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박주민 의원 등이 추가 발의했다.
불법 계엄 후폭풍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고, 회사채·공모주 시장이 위축돼 유동성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야당이 국내 기업에 반시장·반기업법 족쇄까지 채울 경우 한국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침체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동아일보(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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