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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 천국'] [中 쇼핑앱의 공습… ‘헐값의 역습’ 대비해야]

뚝섬 2024. 12. 14. 06:24

['반품 천국'] 

[中 쇼핑앱의 공습… ‘헐값의 역습’ 대비해야]

 

 

 

'반품 천국'

 

1970년대 박봉의 한국 외교관들은 부부 동반 파티에 입고 갈 연미복, 드레스를 살 돈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쓴 꼼수가 백화점에서 옷을 산 뒤, 파티 당일 하루 입고, 그다음 날 반품하는 것이었다. 필자에게 이 얘기를 들려준 주요국 대사 아내는 “가격 꼬리표를 감추느라 식은땀을 흘렸고,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써야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유럽 특파원 시절, 식탁을 구입했다가 불량품이 배달돼 애를 먹었다. 상판 2개를 붙여 6인용 식탁이 되는 구조였는데, 두 상판 아귀가 맞지 않았다. 가구점에 반품을 요구했더니 한 달 반이나 지난 뒤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줬는데 역시 아귀가 맞지 않았다. 반면 조립 가구 판매점, 이케아의 ‘반품 코너’에선 가성비 좋은 소품 가구를 얻을 수 있는 재미를 맛봤다. 약간의 흠결만 감수하면 가격도 싸고 직접 조립하는 수고도 덜 수 있어 좋았다.

 

▶택배 천국, 한국에선 반품 서비스도 세계 최고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산 물건이 마음에 안 들거나 하자가 있을 때,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도로 가져간다. 반품을 전제로 색상·사이즈별로 옷, 신발을 구매한 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소비자도 많다. 신선 식품을 구입한 뒤 일부를 먹고 반품하거나, 여름철 선풍기를 산 뒤 실컷 쓰고, 반품 기한(30일) 하루 전 반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도 있다고 한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들은 한국 시장을 공략할 때 ‘무료 반품’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반품을 요구하면, ‘제품 폐기 요청’과 함께 반품 없이 환불해 주고, 그 비용은 판매자에게 떠넘겼다. 참다 못한 중국 판매업자들이 본사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무기한 반품’을 자랑해 온 코스트코는 비용 부담이 커지자, TV,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 전자 제품의 경우 반품 허용 기간을 3개월로 제한했다.

 

유통업체들은 반품 물건을 상태에 따라 ‘미개봉/최상/상/중’ 4등급으로 분류한 뒤, 최대 90% 할인한 가격으로 재판매한다. 쿠팡, 11번가, 롯데홈쇼핑 등에선 반품 상품만 따로 파는 ‘반품 마켓’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반품 비용을 줄이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옷, 신발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가상 피팅’, 신체 크기를 정교하게 측정하는 앱까지 만들었다. 고객의 반품 요청이 들어오면 AI 상담원이 “가격을 50% 깎아줄 테니 그냥 사용하시라”면서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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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쇼핑앱의 공습… ‘헐값의 역습’ 대비해야

 

‘운동화 청바지가 1000원대, 그것도 무료 배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앱에 들어가 보면 국내 플랫폼 가격의 절반 이하인 물건이 수두룩해 진짜 이 가격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알리 지옥’ ‘테무 지옥’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왔다. 쇼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중년 남성들까지 해외 직구 시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알리의 한국 월평균 이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717만 명으로 1년 전 336만 명과 비교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 2위인 11번가 앱 사용자(759만 명)를 위협할 정도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진출 직후인 지난해 8월 52만 명이던 이용자 수가 지난달 571만 명으로 11배가 됐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비를 쏟아붓고, 각종 할인 및 쿠폰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플랫폼의 경쟁력은 초저가를 넘어선 ‘극초저가’다. 치솟는 물가에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생활용품, 소품, 의류 등은 1만 원 이하인 경우가 많고, 1000원대 상품도 따로 모아 판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중간 유통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니 국내 업체는 경쟁이 안 된다. 경기 침체로 국내 소비가 급감한 중국이 자국 생산품을 해외에 헐값에 내다 판다고 ‘디플레 수출’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충전기를 구매했는데 충전이 안 되고, 이동식저장장치(USB)는 저장이 안 된다는 식이다. 옷이 사진과 달리 사이즈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등의 불만도 있다. 국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위조한 ‘짝퉁’도 여과 없이 판매된다. 제대로 된 고객센터를 갖추지 못해 반품, 환불 등 민원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신고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새 5배로 늘었다.

소비자들은 싸게 사서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 플랫폼의 저가 공습은 국내 유통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관세·부가세, 안전인증(KC) 비용 등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국내 유통업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소비재시장을 장악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제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이야 초저가와 각종 혜택을 앞세워 유혹하지만 국내 유통산업 기반을 잠식하고 나면 언제 포식자로 돌변할지 모른다. 중국 플랫폼발 ‘헐값의 역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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