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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혼다-기술의 닛산 합병… ] [로봇도 보행자?] ....

뚝섬 2024. 12. 24. 06:46

[엔진의 혼다-기술의 닛산 합병… 새 도전 만난 현대차-기아]

[로봇도 보행자?]

 

 

 

엔진의 혼다-기술의 닛산 합병… 새 도전 만난 현대차-기아

 

1973년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 회원국의 원유 금수 조치로 시작된 1차 오일쇼크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꿨다. 국제유가가 4배로 뛰면서 미국에선 기름 많이 먹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대형 세단 대신 작고 연비 좋은 일본 차를 찾는 소비자가 폭증했다. 이때 약진한 ‘일본 차 3총사’가 도요타, 혼다, 닛산. 내구성의 도요타, 엔진의 혼다, 기술의 닛산’이라 불려 각 회사의 개성도 뚜렷했다.

▷도요타에 이은 일본 내 2·3위, 글로벌 순위 7·8위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세계 자동차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4위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병 대상이다. 일본 2∼4위 완성차 업체가 한 지붕 안으로 들어가는 대규모 지각변동이다. 세 회사의 작년 세계 판매량은 총 813만 대. 1123만 대인 1위 도요타와 923만 대인 2위 독일 폭스바겐보다 적지만 730만 대인 현대차·기아를 넘는 3위 수준이다.

 

▷내연차 기술에 집착하다가 전기차 시대에 늦게 대응한 일본 차는 중국 시장 판매량이 급감하고, 한때 완전히 평정했던 동남아 시장에서도 값싼 중국 전기차에 밀리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의 글로벌 판매 대수는 1년 안에 혼다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해 돈을 번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진출을 위해 닛산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합병 속도가 빨라졌다.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카마겟돈(Car+아마겟돈)’에 직면해 오랜 경쟁 기업이 한 몸이 돼 생존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후 저조한 중국 실적, 러시아 시장 철수 등 악재를 이겨내고 글로벌 3위에 오른 현대차·기아에 두 회사의 통합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폭스바겐이 흔들리면서 머잖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2위 자리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닛산의 악화된 내부 사정 탓에 합병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도요타에 이어 다양한 경쟁 차종을 보유한 ‘일본산 공룡’이 등장하는 건 만만찮은 도전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등에 업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 각국의 보조금을 받아 회사를 키워 놓고, 이젠 사다리를 걷어차겠다는 심보다. 중국 BYD는 한국 진출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 현대차 혁신센터를 찾아 우리가 걸어온 여정은 훌륭했지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거센 도전이 더 많이 닥친다는 건 그만큼 정상이 가까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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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도 보행자?

 

최근 인천에서 배달용 로봇 ‘뉴비’가 무단 횡단을 하다가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험 처리 과정에서 이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보행자’이기 때문에 운전자 과실도 있다는 얘기에 운전자가 황당해하면서 인터넷에 사연을 올렸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행자가 무단 횡단을 했더라도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도 책임을 물린다. ‘뉴비’도 보행자 자격을 취득했으니 인간과 같은 법 조항과 보험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 비슷한 대우를 받는 건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얘기였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원통형 로봇 R2D2는 성실하고 의리 있으면서 재치 넘치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아 시리즈 전편에 등장하는 ‘주연급’ 로봇이다.

 

▶이제는 현실에서 로봇의 법적 권리를 논하는 시대다. 지난 2017년 유럽의회는 로봇에게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 시민법 규칙’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각국이 준수해야 하는 법은 아니고 관련 국내법 만들 때 참고하라고 낸 권고문이지만 논란을 야기했다. 로봇은 자율성과 감정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법적 권리까지 주는 건 지나치다고 유럽 각국의 로봇 전문가, 변호사, 기업가 등이 반대 서한을 냈다.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로봇의 법적 지위 부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많다. 반면 조안나 브라이슨(독일 헤르티행정대학) 같은 학자는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경우 그 결과에 책임을 물려야 한다며 로봇의 법적 지위 부여를 주도한다. 로봇을 도덕적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학자(데이비드 건켈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교수)도 있다. 물론 이때도 로봇을 인간처럼 감정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자는 건 아니고 인간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법적,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능형 로봇법’이 시행되면서 배달, 순찰, 청소 등의 서비스를 수행하는 실외 이동 로봇은 운행안정 인증을 받을 경우 법적으로 보행자 지위를 얻게 됐다. 로봇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은 아니다. 로봇도 보행자와 동일하게 무단 횡단 금지 등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 어기면 범칙금도 물린다. 로봇이 사고를 일으킨 경우, 법적 지위가 없으면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어 만든 조항이다. 똑똑해진 기계와 더불어 살려니 그에 걸맞은 법과 제도도 촘촘하게 갖춰야 한다. 그래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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