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표라서" 불구속한다던 법원, 대통령에겐 "증거인멸 염려"]
[대통령 탄핵·체포에서 구속까지 이어진 초유의 사태]
[한달 새 11전11패… 반성 없이 절차 탓만 하다 구속된 尹]
"野 대표라서" 불구속한다던 법원, 대통령에겐 "증거인멸 염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입장해 휴대폰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밝힌 구속 필요 사유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 15자가 전부였다. 보통 구속영장 심사에서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에 대한 판단 근거와 이유가 제시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법원이 밝힌 사유는 15자, 한 줄이었다. 증거 인멸이 걱정되는 이유도 밝히지 않았고, 도주 우려나 범죄 소명 여부는 설명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압수 수색과 소환에 불응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 증거 인멸 우려의 판단 근거로 추정할 뿐이다.
법원이 유력 정치인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법원은 야당 일부까지 동의해 국회 체포 동의안까지 통과됐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기각했다. 조국 대표에게는 2심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하지 않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길을 터줬다. 이와 비교해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며 법원이 밝힌 ‘15자 구속 사유’는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2023년 9월 이 대표 영장을 기각했던 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를 600자 분량으로 설명했다. 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중에는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는 사유도 있었다. 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배경을 불구속 사유로 들었던 법원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왜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체포영장을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영장 쇼핑’ 논란을 불렀던 공수처는 구속영장도 서부지법에 청구했다. 그런데 영장심사가 주말에 이뤄지면서 대통령 영장 심사는 영장전담 판사가 아닌 주말 근무 당직법관에 의해 이뤄졌다. 과거 대형 사건의 경우 주말이라도 영장판사들이 했던 전례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힘들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교사, 대장동, 대북 송금 사건을 다루는 법원으로 쏠려 있다. 특히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선거법 사건은 법을 지킨다면 2심은 2월 15일, 대법원 판결은 5월 15일까지 나와야 한다. 만약 공정하지 못한 재판 지연으로 논란 속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그때는 사법부도 감당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조선일보(25-01-20)-
______________
대통령 탄핵·체포에서 구속까지 이어진 초유의 사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내란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와 체포를 당한 데 이어 구속까지 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비상계엄부터 구속까지 47일 동안 우리 국민은 ‘초유’의 사태를 여러 번 목격해야 했다. 계엄 당일 헬기를 타고 도착한 계엄군은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본회의장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 보좌진과 대치했다. 계엄 해제 후에는 수사기관들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경쟁적으로 벌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조가 대통령 관저 앞에서 같은 국가기관인 경호처와 버스 차벽을 사이에 두고 장시간 대치했다. 모두 황망하고 참담한 장면들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훼손됐다.
남은 일은 이 불행한 사태가 야기한 혼란을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하는 것이다.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처신을 삼가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근거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와 법원도 마찬가지다. 이 사태에서 현직 대통령의 구속만큼이나 뼈아픈 것은 우리 사법기관이 공명정대한 수사와 판결을 하리라는 완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역시 자신이 주장해온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당당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구속은 불행으로 점철된 우리 대통령사에 또 한번 얼룩을 남겼다.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한 극한 대립과 정쟁이 어떤 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정치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비상계엄 선포와 그후 47일간의 수습 과정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분열돼 있고, 우리 법 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드러냈다. 야당은 국정보다 정치적 득실을 앞세운 줄줄이 탄핵을 반성하고, 공수처 졸속 출범과 검수완박이 불러온 수사권 혼선을 정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부정선거론에 동조하기 전에 분명한 증거부터 제시하고, 서부지법 난동 같은 폭력 사태는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와 외교에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할 것이다.
-조선일보(25-01-20)-
______________
한달 새 11전11패… 반성 없이 절차 탓만 하다 구속된 尹
이젠 대통령답게 갈등 헤집지 말고 ‘법의 시간’ 마주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판사는 윤 대통령과 공수처 양측의 진술을 들은 뒤 8시간 넘게 검토한 끝에 오전 3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조치를 통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고,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던 윤 대통령도 법정에 직접 나와 계엄 발령의 배경을 40분 넘게 진술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구속이었지만, 대통령 측이 내놓은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무장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탄핵소추에 이어 구속을 당했는데, 송구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변호인단은 “법치가 죽었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야당의)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라며 국민의힘도 사과한 계엄을 두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체포, 구속영장의 청구 및 발부는 형사사법제도 틀 안에서 적법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시스템 안에서 최고의 권력과 지위를 누려온 존재다. 그런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그 제도를 존중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사실상 불응과 거부로 일관해 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검찰총장 출신 법률가 대통령이 그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는 계엄이 저지된 직후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 기술을 총동원해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서부지법에서 5번, 헌재에서 6번 등 모두 11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 측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다.
서부지법은 체포영장을 1차 발부했고,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2차 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중앙지법이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것까지 포함하면 윤 대통령은 5전 5패다. 헌재 쪽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측은 우편, 인편, 전자 방식으로 최소 11차례 서류 접수를 거부했는데 헌재는 송달로 간주했다. 헌재는 변론준비기일 연기 신청을 불허했고,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헌재가 5차례의 변론기일을 한꺼번에 지정한 게 부당하다며 낸 이의신청 역시 기각했고, 변론기일 변경 요구도 거절했다. 검경 등 수사기록을 헌재가 송부받는 것에 대한 이의신청도 헌재는 “규정에 맞다”며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자기방어권을 주장하지만, 한 달 사이에 11번이나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대통령답지 못한 절차 시비였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윤 대통령이 계엄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내린 핵심 결정에 대해 공수처와 탄핵 소추위원들이 묻는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는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태도를 바꿔 ‘법의 시간’과 마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후 모두의 대통령이길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관저 앞 친윤 시위대를 ‘애국시민’으로 불렀고, 비상계엄을 민주주의 훼손으로 여기는 상당수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체포도 회피하고, 수사도 거부하는 지금의 윤 대통령은 법원과 헌재의 최종 판단에 승복할 것 같은 태도와도 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했다. 이런 약속은 ‘빛나는’ 시절에만 지켜야 할 게 아니다. 지금처럼 탄핵 위기에 몰리고, 구속된 마당에도 국민과 헌법 앞에 다짐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갈가리 찢긴 사회 갈등을 헤집지 않고, 사법 절차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그 길이다.
-동아일보(25-01-20)-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에는 우주 쟁탈전?… 新대항해시대 개막 vs 지켜야 할 공유지] (0) | 2025.01.20 |
---|---|
[법원 난입, 경찰 폭행, 판사 위협, 나라 망신 자해 행위] .... (1) | 2025.01.20 |
['우리법연구회'는 단순히 법을 연구하는 조직인가?] .... (0) | 2025.01.19 |
[이미 200년 전, 먼로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美 세력권으로 선언했다] (0) | 2025.01.19 |
["중국에 셰셰" 이젠 "미국에 감사".. 이재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외교] (0) | 2025.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