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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년 전, 먼로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美 세력권으로 선언했다]

뚝섬 2025. 1. 19. 05:40

이미 200년 전, 먼로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美 세력권으로 선언했다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트럼프의 발언 이후 세계의 관심이 북극으로 쏠리고 있다. 면적 210만㎢의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섬이다. 약 5만7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그린란드는 그 이름과 달리 전체 면적의 75%가 두께 4000m의 영구 빙하로 뒤덮여 있다. 북극점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를 통해 바라보면 북극해를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가 러시아가 마주 보고 있다. 그린란드는 생각보다 북미 대륙과 매우 가깝다.

 

역사적으로 미국에 그린란드는 익숙하고 중요한 곳이었다. 그린란드와 미국의 인연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선언했다. 서경 20도 서쪽을 가리키는 서반구에는 아메리카 대륙 전부와 카리브해의 섬들, 그리고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가 포함된다. 1860년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시절에는 그린란드를 매입한다는 아이디어가 논의되었다. 1867년 미국 국무부는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의 자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와 풍부한 자원을 고려할 때 그린란드를 사들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미국은 워싱턴 주재 덴마크 대사인 헨릭 카우프만과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 ‘그린란드 방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본국이 나치 독일에 점령된 상황에서 대사 단독으로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지금도 유효한 이 협정 제10조는 미주 대륙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험이 해소되었다고 합의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면 언제까지라도 그린란드에 주둔할 수 있는 것이다.

 

협정에 의거해 미국은 그린란드에 공군 기지를 건설하고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기 중계 기지로 활용했다. 그린란드의 광물인 빙정석도 미국 승리에 기여했다. 빙정석은 알루미늄의 녹는점을 2000도에서 1000로 낮춰서 항공기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생산을 쉽게 해준다. 당시 빙정석은 오로지 그린란드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빙정석을 독점한 미국은 항공기 생산에서 독일과 일본을 압도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1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각을 제안했다. 1억달러 상당의 금 또는 알래스카의 포인트 배로 지역과 교환하는 조건이었다. 포인트 배로 지역은 1967년 대규모 알래스카 유전이 발견된 지역이다. 만약 덴마크가 교환에 응했다면 미국으로서는 속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냉전이 시작되자 그린란드의 중요성은 다시 높아졌다. 그린란드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면 소련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폭격기와 미사일을 조기에 파악하고 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600기의 대규모 핵무기 발사 시설을 빙하 아래에 건설하는 캠프 센추리 프로젝트가 덴마크 몰래 진행되기도 했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자원 개발이 용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극권에 약 900억 배럴의 원유와 47.3조 입방미터에 이르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약 175억 배럴의 원유와 42조 입방미터의 천연가스가 그린란드 주변 해저에 매장되어 있다. 전체 북극권 에너지 지원 분포에서 그린란드가 핵심 지역인 것이다.

 

그린란드 석유 자원에 대한 탐사는 1970년대 셸, 엑손모빌과 같은 거대 석유 기업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석유 채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술력도 부족했고 가격 경쟁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1세기 들어 석유 가격 급등에 따라 그린란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20개 이상의 석유 채굴 허가가 발급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여름에도 녹지 않는 두꺼운 얼음층과 해류를 따라 유입되는 얼음들이 혼재한 환경으로 인해 탐사와 시추는 어려웠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로부터 석유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면서 덴마크 정부는 2021년 7월 더 이상 신규 탐사 및 개발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매입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겠다고 하지만 현재의 유가 수준으로는 높은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얼음이 녹으면 미래에는 보다 쉽게 석유 탐사와 생산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린란드의 석유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 자원 이외에도 그린란드에는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자원으로 분류한 50종 가운데 43종이 매장되어 있으며, 막대한 양의 희토류도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북극권에서의 러시아와 중국의 존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극권에서의 천연가스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북극 해상 운송 항로를 개발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북극해의 선박 통행량은 37% 증가한 상태다. 미국으로서는 미래의 전략적 요충지인 북극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2019년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대해 비웃던 미국 주요 언론들도 좌우를 떠나 트럼프의 의도에 대해 외교적으로 잘 협상해서 병합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는 논조가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를 비웃던 유럽 국가들도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나라의 주권과 영토가 존중되던 시대는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그린란드의 빙하처럼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는 이런 급속한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美 2척, 러시아 40척… 美, ‘쇄빙선 강국’ 핀란드에 SOS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의 얼음은 기후변화에 따라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선박들의 항해를 방해하고 있다. 북극권에서 선박들이 연중 항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얼음을 깨고 항로를 열어줄 수 있는 쇄빙선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등 북극권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쇄빙선 상황은 열악하다. 북극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해안경비대가 보유한 극지 쇄빙선은 대형 1척, 중형 1척을 합해 단 2척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대형 쇄빙선은 1976년에 취역해서 예상 수명 30년을 크게 초과한 상태이다. 미국 해안 경비대는 5척의 대형 쇄빙선 확보를 원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및 건조 지연으로 2030년이 되어서야 신규 쇄빙선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북극에서 미국의 경쟁자인 러시아는 4척의 원자력 쇄빙선을 포함해 약 40척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쇄빙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신규 원자력 쇄빙선을 진수시키는 등 쇄빙선 세력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3척의 쇄빙선을 북극에 파견하는 등 쇄빙선 세력 증강에 나서고 있으며, 원자력 쇄빙선 건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은 2024년 7월 캐나다, 핀란드와 협력하여 쇄빙선을 건조하는 쇄빙선협력협정(ICE Pact)을 체결하였다. 11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는 핀란드는 세계 쇄빙선의 80%를 설계하고 60%를 제조하는 쇄빙선 강국이다. 그러나 중립국으로서 미국과의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24년 핀란드가 NATO에 가입하면서 북극권에 대한 양국의 협력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북극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조선일보(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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