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ICT-Animal9]

[지금은 인공지능이 연금술사인 시대… 신물질도 AI가 창조한다] ....

뚝섬 2025. 2. 5. 11:35

[지금은 인공지능이 연금술사인 시대… 신물질도 AI가 창조한다]

['50 늙은이'의 새해 변명]

 

 

 

지금은 인공지능이 연금술사인 시대… 신물질도 AI가 창조한다

 

[김정호의 AI시대 전략]

인류의 '新물질 창조'의 꿈… 중세엔 연금술사, 요즘엔 AI가 맡아
구글 딥마인드, 새로운 물질 구조 220만개 추출… 인간은 800년 걸려
고성능 HBM에도 첨단소재 필수, 신재료 개발할 인재 확보도 중요

 

초등학교 때 집에서 화학 실험을 한 기억이 있다. 구두약을 금속통에 담아 연탄불 위에서 녹여서 새로운 탈모제를 위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보려는 실험이었다. 왜 그런 실험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즘 탈모가 많이 진행돼 딱 필요한 물질이 됐다. 이렇게 인간은 누구나 오래전부터 ‘신물질(新物質) 창조’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고대부터 ‘연금술(鍊金術)’이 생겨났다. 물질의 본질과 변화를 탐구하고자 했던 학문적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중세기에 구리와 납 등으로 금(金)과 은(銀) 등의 귀금속을 만들려고 해왔다. 

 

이후 연금술 개념은 과학적 실험의 도구로 변모되었다. 연금술을 위해 증류기, 여과기, 플라스크 등 실험 도구가 개발됐고, 여러 원소를 기호를 통해 나타내려는 노력이 시도됐다. 그리고 지금의 주기율표가 탄생한다. 지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이러한 신물질의 발견에도 AI가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AI가 ‘마법(魔法)의 연금술사’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AI를 둘러싼 새로운 물질을 AI 자체가 개발하는 시대가 개막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쉽게 말해 연금술사의 역할을 AI가 대체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하면 신물질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거나 합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AI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는 무기 물질의 결정 구조 개발을 목표로 한 AI 모델을 발표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분자 구조의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망을 개발했다. 이 모델을 ‘그래픽 기반 신물질 탐험망(GNoME)’이라 부른다. 초거대언어 AI 모델에서 단어 간 관계를 학습하듯이 시각적 그래프를 이용해 원자 간의 관계를 학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모델을 사용하면 분자 구조식을 그래프로 표현해 해당 구조가 어떤 에너지 값을 가지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GnoME를 활용해 구글 딥마인드는 안정성을 갖는 새로운 결정 구조 220만개를 추출했다고 한다. 새로운 물질을 창조해나가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GnoME가 추출한 결정 구조 데이터 220만개를 사람이 구축한다고 하면, 80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AI는 무기물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운 유기 물질 발견에도 사용될 수 있다.

 

AI가 ‘21세기 연금술사’가 된다는 의미가 비단 새로운 물질을 AI가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AI 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나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물질이 탄생하고 있다. AI로 인류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과정이 이어질수록 ‘새로운 소재의 향연’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AI 시대에는 ‘실리콘 반도체’가 ‘금(金)’이다. 여기에 더해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SI)을 가능하게 하려면 꿈의 신재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 HBM에서 수직으로 적층된 디램(DRAM)의 내부에는 전자를 저장하는 셀(Cell)이 있다. 논리적으로 전자가 채워지면 ‘1’이고 전자가 비워지면 ‘0’이다. 이 좁은 공간에 전자를 더 많이 가두기 위해서는 높은 유전율을 가진 물질이 필요하다. 유전율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전자를 가두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나 GPU나 HBM 내부에 신호를 주고받을 때는 최소 수량의 전자로 디지털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신호선에는 낮은 유전율 물질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호를 더 빠르게 보내려면 전도도(傳導度)가 높은 금속도 새롭게 필요하다. 연금술사에게 증류기, 여과기, 플라스크가 필요하듯이 AI 반도체를 위한 새로운 물질의 제조와 공정 개발에도 새로운 소재와 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AI 컴퓨터 성능을 결정하는 HBM에도 신물질이 더 필요하다. 특히 디램을 적층하는 데 칩의 중간에 필름이나 채움 물질(Underfill)을 넣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열 전도성이 높아야 하고, 공기 방울 없이 잘 채워져야 한다. 추가로 열 방출을 위한 열전도성이 높은 열전달 구조물(Heat Pipe)도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추가로 GPU와 HBM을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인터포저)에도 신물질이 필요하다. 지금은 주로 실리콘 기판이 사용된다. 하지만 가격이 낮은 유리 기판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는 미래에는 상온 초전도 물질 기판이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면 열이 발생하지 않으며 에너지 손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그래핀(Graphene)이나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와 같은 탄소 결정 구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물질들을 탄소 동소체(同素體)라고 부른다. 탄소 원자가 같은데도 성질이 달라지는 이유는, 원자의 결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기적, 열적, 기계적 특징이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이 AI 반도체에 사용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 반도체의 최종 경쟁력은 ‘신재료의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 이 반도체들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초 과학기술은 기본이고 이를 개발할 우수 인재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AI가 유용한 개발 도구가 된다. 이제 신물질 개발 과정에서도 AI가 새로운 연금술사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AI 반도체의 자주 독립을 위해서는 AI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세계적으로 AI 패권 전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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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늙은이'의 새해 변명

 

[김도훈의 엑스레이]

 

늙으니까 정신이 없다. 새파란 애송이가 어디 늙었다는 소리를 함부로 하냐. 역정 내는 독자도 계실 것이다. 나도 올해 쉰이 됐다. 막 늙기 시작한 애송이 정도는 될 것이다. 더는 새파랗지도 않다. 화가 많아 얼굴도 벌그죽죽하다. 뉴스를 그만 봐야 한다.

 

어머니가 사람 많은 곳만 가면 “정신이 없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신 나이가 딱 지금 내 나이다. 얼마 전 홍대 앞에 갔다. 젊음의 거리에 젊음이 지나치게 많았다. “아이고 정신없다”는 말을 영감처럼 소리 내어 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우리의 부모가 된다.

 

늙은이는 정신이 없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탓이다. 늙으면 새 기술 같은 건 안 배워도 지장이 없어야 마땅하다. 반평생 배운 거로 살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는 자비가 없다. 카카오 택시를 몰라 길에서 애타게 손 흔드는 늙은이에게도 없다. 키오스크 앞에서 아직도 긴장하는 쉰 살 늙은이에게도 없다.

 

늙은이들은 그래서 보수적으로 변한다. 보수가 거꾸로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수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변화 앞에서 주저한다. 주저한다는 건 결국 변한다는 이야기다. 속도가 젊은이들보다 좀 느릴 뿐이다.

 

기후변화를 가장 불신하는 게 베이비붐 세대라는 글을 봤다. 지구를 망쳐놓고 모르는 척하면 다냐는 투의 글이었다. 늙은이들이 덜 민감하다고 화내지 말자. 그들은 1970년대에는 곧 인구가 폭발해 다 굶을 것이고, 80년대에는 곧 석유가 고갈돼 문명이 멈출 것이고, 헤어스프레이를 너무 써서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 모두 피부암에 걸릴 것이며, 2000년이 되는 순간 컴퓨터가 멈춰 지구가 종말할 거라는 지구적 재앙 예고편에 시달린 자들이다. 늙으면 의심도 많아진다.

 

그래도 우리는 헤어스프레이를 버렸다. 광견병 걸린 푸들 같던 80년대 헤어스타일과 함께 버렸다. 오존층은 지켰다. 뭐라도 지구를 위해 한 게 있긴 하다는 늙은이의 새해 변명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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