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脫이념’ 연설에 빠져 있는 것들]
[2030 세대를 "고립시키자"는 민주당]
['주 52시간제 예외'에 온갖 조건 단 이 대표, 하지 말자는 것]
[李 ‘먹사니즘’ 이어 ‘잘사니즘’… 헷갈리는 우클릭 비전]
[다시 자기 말 뒤집은 이 대표, 이게 이 대표식 일관성인가]
[이재명의 변신 어디까지 진짜일까]
[민주, '주 52시간 예외' 퇴짜 놓으며 "삼성전자 6개 키우겠다"]
이재명의 ‘脫이념’ 연설에 빠져 있는 것들
[박중현 칼럼]
교섭단체 연설서 ‘성장’만 29차례 언급
‘말의 성찬’ 공허한 건 비용개념 결여 때문
싹 안 튼 AI산업 과실부터 나누자는 비약
親기업 행보 기대한 중도층은 실망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그제 연설만큼 국회 교섭단체 연설이 주목받는 경우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반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지자가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우(右)클릭’ 급변침을 추진한 영향이 크다. ‘성장’이란 말이 29번 등장한 이번 연설은 우파 성장담론의 비중을 늘리려고 애쓴 기색이 역력했다. 기존 ‘먹사니즘’ 비전을 ‘잘사니즘’으로 업데이트한 것도 ‘먹고산다’는 말이 풍기는 생계형 이미지에 경제 성장의 색채를 입히기 위해서일 거다. 하지만 좌우를 넘나드는 42분간 말의 성찬에도 그의 메시지가 공허하게 느껴졌다는 평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연설의 내용이 ‘자원은 유한하다’는 경제의 기본 전제에서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를 공식 철회할지 많은 이들은 주목했지만 “보편적 기본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결코 포기할 뜻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알려진 대로 지난 대선 때 공약처럼 전 국민에게 연 100만 원씩 나눠주는 기본소득에는 매년 50조 원 이상의 돈이 든다.
돈 푸는 정책은 거둬들이지 않으면서 A(AI·인공지능), B(바이오), C(콘텐츠와 문화), D(방위산업), E(에너지), F(제조업)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나하나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들이 수조∼수백조 원을 투입해 키우는 산업이다. 미중의 AI 패권 독점을 좌시할 수 없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AI에 투자한다고 밝힌 액수가 163조 원이다. 자유무역 질서가 해체되고,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함에 따라 산업 육성은 돈이 많이 드는 대단히 비싼 정책이 됐다.
과거 기본소득 재원조달 방법을 확실하게 내놓지 못했던 이 대표는 ‘ABCDEF 산업’ 육성의 비용도 어디서 조달할지 제시하지 않았다.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선진국 정부들은 세금에서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준다. 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은 법인세율 인하,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해왔다. 그렇다면 과도한 복지공약을 축소하려는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면서 성장정책”이라며 국민에게 돈만 나눠주면 경제가 알아서 성장한다는 ‘오리너구리론(論)’의 확장판일 뿐이다.
최근 이 대표의 친기업 행보에 기대를 걸었던 기업인들은 이번 연설을 보고 기겁했을 공산이 크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란 표현은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그가 내비쳤던 전향적 태도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그는 한국의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라는 통계를 인용해 “AI와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힌다”며 ‘주 4일제’ 도입도 주장했다. 이제 막 AI에 투자하자면서 나중에 맺힐 과실을 분배할 궁리부터 하는 셈이다. 그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을 때 “비행기가 수직 이착륙하는 시대가 열린다”면서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했던 것만큼 중간 과정을 한참 건너뛴 비약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 38개 회원국 중 33위로 바닥권이란 통계는 무시됐다. AI를 도입해 높아질 생산성만큼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건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의미한다. 높은 최저임금을 피해 ‘신기술’인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직원 수를 줄인 자영업자에게 남은 직원에겐 5일 치 임금을 주면서 4일만 근무시켜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원전보다 훨씬 생산비용이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자는 에너지 정책은 연설문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의 직격탄을 맞은 게 이 대표가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까지 선포해 지원하자는 철강, 석유화학 산업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화석연료까지 마구 퍼내 전기요금을 낮춰주겠다고 한다. 게다가 연설 전문을 뒤져봐도 비용 안 들이고 기업을 뛰게 만들 ‘규제 완화’ ‘규제 개혁’ 같은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주류 경제학에선 경제성장을 자본, 노동, 생산성의 함수로 본다.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주장하려면 이 정도 기본 전제에는 동의해야 한다. 연설에 나타난 이 대표의 성장, 기업에 대한 인식은 일반 상식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번 연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을 기대하면서 이 대표가 중도 확장을 노리고 내놓은 ‘대선 출사표’라는 해석이 많다. 그렇다면 최소한 중도 성향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상적 논리로 가다듬어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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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를 "고립시키자"는 민주당
박구용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인 박구용 전남대 교수가 최근 2030세대에 대해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스스로 말라 비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그들은 사유(思惟)는 안 하고 계산만 있다”고 했다. 2030세대가 고민이나 생각 없이 자기 이익만 챙긴다는 말이다. 박 원장은 작년 12월에는 대통령 탄핵 집회에 2030 여성들이 많이 나오니까 2030 남성들도 많이 나오라는 식으로 발언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다.
최근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기존의 중장년층 중심에서 2030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 일색이었던 대학에서도 최근 들어 탄핵 반대를 공개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면서 탄핵 갈등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통상 젊은 층은 진보 성향, 친(親)민주당이라는 기존 인식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다.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그동안 해온 방탄과 연쇄 탄핵 등 폭주 행태에 젊은 층이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 뒤에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에 대한 거부감도 더해졌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586세대가 민주당에 대해 ‘묻지 마 지지’를 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연령층을 싸잡아 비난해온 전력이 있다. 과거 ‘60대 이상은 뇌가 썩는다’고 발언했던 유시민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2030 남성들에 대해 “나는 ‘니들 쓰레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라는 청년층 비하 현수막을 만들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은 탄핵 반대 단체가 오는 15일로 예고한 광주시 5·18광장 집회 사용을 불허했다. 같은 장소에서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는 허용하면서 탄핵 반대 집회는 불허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공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2030세대를 “고립시키자”거나 탄핵 반대 단체를 극우·내란 세력으로 몰아세워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게 민주당 전체의 본심인지 묻게 된다.
-조선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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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예외'에 온갖 조건 단 이 대표, 하지 말자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나'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면서 반도체 주52시간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하더니,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아 사실상 봉쇄하는 식으로 또 말을 바꿨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도체 연구직의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하다 11일 조건부 허용 입장을 밝혔다.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에 대해, 이들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노동시간 변형에 따른 연장·심야·주말 수당을 전부 지급하는 조건으로, 수년간 한시적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자고 했다. 사실상 하지 말자는 것인데 입장 번복이란 비판을 피하려 말을 길게 늘인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구애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3일엔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고 ‘주 52시간제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했다.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나”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그러다 노조와 민주당 강성 의원이 반발하자 곧 말을 바꾼 것이다.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 산업계의 요구는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 collar exemption)’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선진국 거의 모두 이렇게 하고 있다. 미국은 1938년 근로기준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영국은 1998년, 일본에선 2019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글로벌 표준이다. 대만·중국 등도 근로시간 규제가 있지만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연하게 적용된다. 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 연구센터가 1년 내내 24시간 가동되고, 2차전지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연구 인력이 ‘8·9·6 근무’(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로시간 규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일반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와 달리 고소득 전문직은 몇 시간 일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아니다. 일의 결과에 따라 평가받고 보수도 그에 따라 책정된다. 이런 전문직들이 자의에 의해 더 일하겠다는데 국가가 법으로 금지하는 게 말이 되나. 이 대표가 내건 전제 조건을 다 지키려면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시행하는 기존의 ‘특별 연장 근로’와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은 엊그제 집권 후 성장 플랜이라면서 AI(인공지능)·바이오·문화·방산·에너지·식량 분야에서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저녁이면 기업 연구소에 불이 꺼지게 만들고 무슨 수로 이렇게 한다는 건가. 거짓 선전일 뿐이다.
-조선일보(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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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먹사니즘’ 이어 ‘잘사니즘’… 헷갈리는 우클릭 비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며, 민생을 살리는 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한 실용주의 선언의 연장선이다. 42분간 ‘성장’을 29번이나 언급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넘어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옥죄는 상황에서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그러자면 이 대표가 강조한 대로 낡은 이념이나 진영논리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재명식 실용주의’가 일관성이 부족하고 내용마저 모호하다는 데 있다.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에 대해 이 대표는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3일 정책토론회에서 “‘좀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냐’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한 것과는 뉘앙스가 달라졌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유연화도 하겠다는 건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대표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며 한동안 언급하지 않던 ‘기본사회’ 화두를 다시 던졌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선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문제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었다.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위해서라면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할 것이라고 하더니 3일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면서는 민생지원금과 지역화폐를 다시 언급했다.
최근 이 대표는 중도층을 겨냥해 성장과 친기업의 우클릭 메시지를 냈다가 지지층이 반발하면 별다른 설명 없이 메시지를 거둬들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먹사니즘’이든 ‘잘사니즘’이든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명확하고 구체적인 비전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수시로 말이 바뀐다면 실용주의로 평가받기 어렵다.
-동아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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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기 말 뒤집은 이 대표, 이게 이 대표식 일관성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 연설에서 ‘기본 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또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 4일 근무제를 제안했다. 주 52시간 예외 인정에 대해선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최근 내놓았던 입장과 다른 말을 쏟아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신년 회견에서 기본소득·주택·대출 등 기본 사회 공약에 대해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심각하게 (재검토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성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도 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가는 ‘기본 사회 정책’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불과 2주일여 만에 이를 다시 들고나왔다.
이 대표는 ‘주 52시간 예외 허용’에 대해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데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당내 강경파와 민주노총이 반발하자 애매한 표현을 쓰며 사실상 후퇴했다. 성장을 24번이나 강조하면서도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를 주장했다. 이를 모두가 잘 사는 ‘잘사니즘’이라고 포장했지만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노선일 뿐이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이 대표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그때그때 말을 바꾸기 때문이다. 작년 당대표 출마 때도 지지율이 떨어지자 성장과 ‘먹사니즘’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과 남아도는 쌀 매입법, 노조 편향적인 ‘노란 봉투법’ 등을 밀어붙였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반도체법과 전력망 확충법, AI 기본법 등 처리는 계속 미뤘다. 기업들이 호소해도 중대재해법 등 친노동·반기업 정책은 계속됐다. 말로만 성장·실용이고 실제는 이념과 포퓰리즘이었다.
이 대표는 정치 개혁을 위한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의원 임기 중 국민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소환제 1호 대상은 바로 이 대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년간 정치권과 국회에서 벌어진 각종 파행과 갈등은 대부분 이 대표 비리 방탄과 입법 폭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국정이 수시로 왜곡·마비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한 말부터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 바꾸기’가 이 대표의 ‘일관성’으로 굳어질 것이다.
-조선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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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산업’ ‘성장’…. 우클릭 한다던 이재명 국회 연설에서 좌·우파 용어 뒤죽박죽. “진심은 뭐냐” 헷갈릴 만.
-팔면봉, 조선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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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변신 어디까지 진짜일까
[천광암 칼럼]
“재벌체제 해체” vs “기업성장이 국가발전”
어느 쪽이 진짜 이재명?
‘주 52시간 예외’ 공감 표하더니 백지화하나
“삼성전자급 기업 6개 육성” 무슨 수로?
“지금 대한민국을 틀어쥐고 있는 거악은 정치권력조차 쥐락펴락하는 경제권력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재벌 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습니다.”
“(지금은)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경제의 발전입니다.”
앞은 2017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인 ‘손가락혁명단 출정식’에서 했던 말이다. 뒤는 지난달 23일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두 발언 사이에 놓인 8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감안하더라도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극과 극을 달리는 발언들이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대표의 ‘우클릭’이 올 들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면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먹사니즘’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강도가 세진 것만은 분명하다. ‘먹사니즘 선언’ 때만 해도 자신의 간판 정책인 ‘기본시리즈’에 집착과 미련을 보였지만, 이제는 이것마저도 버릴 수 있다고 한다.
이달 3일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근로 예외’와 관련한 토론을 이 대표가 직접 주재한 것도 이목을 끌 만한 장면이었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이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없더라”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이런 이 대표의 행보에 ‘중도 확장’을 통한 집권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이른바 집권플랜본부가 이 대표의 성장 담론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발 벗고 나선 것도 한 방증일 것이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6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제시된 이 대표 집권 후 경제 청사진은 한마디로 ‘장밋빛’이다. 1%대인 경제성장률을 5년 내 3%대, 10년 내 4%대로 끌어올리고 삼성전자급 ‘헥토콘 기업’ 6개를 육성하겠다고 한다. 말대로 된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이를 담보할 만한 구체적인 정책이 있는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일단 간단한 예로 ‘헥토콘 기업 6개 육성’만 놓고 한번 생각해 보자. 헥토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미국의 리서치기관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12월 17일 기준으로 이런 기업은 전 세계에 3개뿐이다. ‘숏폼 동영상 신드롬’에 불을 붙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우주개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스페이스X,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두말할 나위 없는 선두 주자로 입지를 굳힌 오픈AI다.
이런 기업을 3개도 아니고 6개씩이나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자면 창의성으로 이런 기업을 능가하거나, 창의성이 달리면 최소한 부지런함으로라도 이런 기업들을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헥토콘 기업 중 하나인 스페이스X의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경우 스스로는 주 120시간을 일하면서, 회사 핵심 인재들에게는 주 80∼100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I시대의 총아로 등극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나는 눈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한다. 1주일에 7일간 일한다. 일하지 않을 때는 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다. 당연히 이런 CEO 밑에서 일하는 엔비디아의 핵심 인재들이 주 7일, 때로 밤 1∼2시까지 일하는 것은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기업들과 경쟁하거나 협업하기 위해서 우리 기업계가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 바로 ‘주 52시간 근로 예외’다.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주 52시간 틀은 지키되,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R&D 등 직군의 억대 이상 고연봉자에 한해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한꺼번에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앞서 주 52시간 관련 토론회의 발언을 보면 이 대표는 이런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토론회가 열린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입법을 ‘백지’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택은 자유겠지만, 그 선택이 ‘이 대표의 변신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이 대표가 앞세운 실용주의의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지’ 등 많은 의문들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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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주 52시간 예외' 퇴짜 놓으며 "삼성전자 6개 키우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기 대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AI·바이오·문화·방산·에너지·식량 등 여섯 영역에서 유니콘 기업 100개와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성장에 방점을 둔 ‘우클릭’ 기조를 내세웠지만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 특별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1억3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받아들일 것처럼 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이틀 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느냐”고 말을 바꿨다. 결국 민주당은 “여야 이견이 없는 국가적 지원 부분을 먼저 처리하자”면서 ‘반도체 특별법’의 핵심 조항인 ‘주 52시간 예외’는 빼고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극도로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에 민주당이 강행한 대표적 반(反)기업 정책이다. 필요한 시기에 집중력 있게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분야까지 ‘주 52시간제’를 적용해 이 치열한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 우리나라 기업에 황당한 족쇄를 채웠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 직원들은 종종 새벽 1~2시까지 일하고 주 7일 근무도 한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연구 센터도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된다. 중국은 최고의 AI 인재들이 밤낮없이 혁신에 몰두한 결과 전 세계에 ‘딥시크’ 충격을 안겼다.
반면 우리나라 연구·개발 인력은 아무리 급해도 연구를 멈추고 불 끄고 일찍 퇴근해야 한다. 이러고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요행을 바라는 심리다. 민주당은 기업을 온갖 규제로 옭아매는 친(親)노조, 반(反)기업 법안을 쏟아냈다. 그 기조에서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래 놓고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육성하겠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조선일보(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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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이재명 일극체제’ 비난하는 非明계.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티끌 모아 태산’ 사이 그 어디쯤.
-팔면봉, 조선일보(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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