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젤렌스키 처지 이승만, 美 체포 대상이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기적]
[피해국인데 패전국 취급… 젤렌스키의 슬픈 투항]
[美는 '러 침공' 부인, 유럽은 美 빠진 '핵 공유', 무너지는 질서]
[햄버거집서 ‘내란’ 모의하는 나라, ‘5천조 기업’ 창업하는 나라]
6·25 때 젤렌스키 처지 이승만, 美 체포 대상이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기적
[노석조의 외설(外說·ExTalk)]
이승만, 졸속 휴전 반대
한미상호방위조약 주장
美 골칫덩이 없애자며 '에버레디 작전' 검토
1950년 10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커버를 장식한 이승만 대통령과 2022년 12월 타임지 커버에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 /타임지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풍전등화입니다. 대통령 젤렌스키는 까맣게 다 타고 끝자락만 아슬아슬하게 남은 초 심지 같습니다. 3년간 대국 러시아의 침공에도 사력을 다해 버티고 전세를 역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원치 않는 ‘굴욕 휴전’의 압박을 다름 아닌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영토를 빼앗긴 상태로 휴전된다면, 그 자체로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판정패가 됩니다. 무엇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남의 나라의 영토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의 불법적 행위를 국제사회가 용인해주는 꼴이 됩니다.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연대와 힘을 뒷배 삼아 용감하게 버틴 젤렌스키는 패장으로 낙인찍히고 다른 성향의 지도자로 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3년간 피 흘린 군인과 국민의 희생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미국은 휴전을 이야기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 광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는 초라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등을 상대로 말싸움했습니다.
“당신은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노골적인 표현도 점잖지 못했지만, 흥분해서 상대방 말을 자르며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이렇게 우리한테 잘해줬는데, 너희는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시종일관 따진 젤렌스키의 태도도 무례했고 무엇보다 그의 처지에서 전략적이지 못했습니다. 딱했습니다.
약소국의 현실이 어떤지를 소름 돋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금의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보며, 그리고 이 나라 지도자 젤렌스키의 모습을 보며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가 않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6ㆍ25전쟁 때 우리도 똑같이 원치 않는 조건으로 조기 휴전 압박을 받았고, 그때 이승만 대통령도 젤렌스키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그보다 덜하지는 않은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이 서둘러 휴전하고 병력을 한반도에서 빼갈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휴전하더라도 북한이 다시 남침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지금 이 기회에 북진해야한다고 미국 측에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기밀해제된 이승만 대통령과 더글러스 딜런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 기록.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전쟁 때 북진 통일을 주장했고, 무엇보다 재발 우려가 있는 졸속 휴전은 안 된다고 미국에 요구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 협상 이후에도 딜런 부장관 등에게 북진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기밀해제된 미 문서에서 확인됐다. /조선DB
하지만 미국은 북진통일론 및 휴전 반대를 주장하는 이승만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존 B. 코치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와 바튼 번스타인 스탠퍼드대 역사학 박사 등이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해 해제한 미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가지 옵션을 고려했습니다.
첫째는 ‘상시 준비 작전(Operation Ever-ready)’으로, 이승만을 강제 구금하며 그를 축출하려 했습니다.
둘째는,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 중후반 무렵부터 주장하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셋째는 미군 철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미국이 선택한 방안은 이승만 대통령의 아이디어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이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 조약을 끌어내기 위해 2만명의 반공포로 석방 같은 어쩌면 무모할 정도의 승부사적 조치 등을 결단하며 협상력을 키웠습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으로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의 조약입니다.
엔비디아 같은 세계 초일류 첨단 기술 대기업이 구멍가게 수준으로 매출도 제로(0)이고 미래 가치도 사실상 전무한 신생 기업에 대규모 연구진을 보내 상주 근무하도록 하고 거액의 자금을 아예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수준의 ‘이해 불가’의 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조약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리튬, 티타늄, 흑연 등 천문학적 가치의 희토류 광물이라도 매장돼 있어, 트럼프가 젤렌스키와 이 광물로 재건 사업을 하자며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나 72년 전인 1953년이나 한국에는 미국이 눈독을 들일만한 규모의 천연자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된 조약을 그 시대에 끌어냈다니 기적적인 딜(deal)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트루먼 대통령에게 “미국이 만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주지 않으면 코리언들은 서로 싸우다가 다 죽을 것”이라고 썼는데, 실제로 이 조약은 1953년 이후 북이 재남침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3년 10월 1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나선 “이제 우리 후손이 앞으로 누대(屢代)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란 담화를 발표했는데, 이 또한 현실이 됐습니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에 너무 모질게 한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일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1952년 트루먼, 1953년 아이젠하워 때도 미국은 약소국 한국의 전쟁터에서 얼른 발을 빼고 싶었습니다. 전쟁비 지출이 막대했고, 미국 내 여론이 부담됐습니다. 오죽했으면 이승만 축출 계획까지 세웠겠습니까?
국제사회의 현실은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고 할 정도로 냉엄하다고 합니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75년 전 스탈린을 믿고 북한이 남침했던 것과 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버젓이 일어나고, 미국 주도의 세계 패권에 중국이 노골적으로 도전하고 있으며, 유엔 등 국제기구가 유명무실해지고 각국이 군비를 늘리며 무장하기 바쁜, 각자 도생의 시간이 코앞까지 찾아왔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유지되던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이 뒤바뀌고 있습니다.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시기인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만약 지금 살아 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봅니다.
-노석조 기자, 조선닷컴(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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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국인데 패전국 취급… 젤렌스키의 슬픈 투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만큼 트럼프 시대를 맞아 신세가 뒤바뀐 지도자도 없을 듯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그는 칙사 대접을 받았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화상 연설을 포함해 2차례나 했다. 까다로운 선정 기준 때문에 일본 총리도 2차대전 이후 80년 동안 3번밖에 서지 못한 자리다. 유엔, 주요 20개국(G20) 등 외교 무대에서 젤렌스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침략당했지만, 자유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동지로 대우받았다. 그러나 28일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던 실지(失地) 회복, 나토 가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물 건너갔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광물협정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전쟁 복구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와 원유 이익금 50%를 모아두는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트럼프는 처음엔 “펀드에 720조 원이 쌓일 때까지는 미국이 전액 갖고, 그 이상 걷히면 적절히 배분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젤렌스키는 제국주의식 강탈에 가깝다며 반발했다. 최종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안전보장 다짐을 얻기 위한 ‘투항’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침공당한 피해국이지만 패전국처럼 대우받게 됐다.
▷트럼프 진영에 괘씸죄에 걸린 것이 젤렌스키의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젤렌스키는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군 소유 155mm 포탄 공장을 찾았다. 그곳은 하필 대선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였는데, 트럼프식 ‘일방적 전쟁 중단’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계 유권자가 10만 명 넘게 사는 곳이다. 민주당 주지사가 밀착 수행하면서 젤렌스키가 트럼프보다 민주당 후보를 편든다는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는 초기 구상에 거부감을 보인 젤렌스키를 “지지율 4%에 그치는 독재자”라고 불렀다. 젤렌스키가 2019년 임기 5년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전쟁통 계엄 상태에서 지난해 선거를 치르지 않고 건너뛴 것을 꼬집은 것이다. 미국 갤럽의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 지지율은 5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런 정도 숫자 오류는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는 “그를 독재자라 불렀었나? 믿기지 않는다”며 빠져나갔다.
▷트럼프 2기가 표방하는 강대국 중심 외교는 더 선명해졌다. 이상과 가치를 나누는 국가끼리 동맹하고 연대하는 2차대전 이후 외교 문법보다는 강대국끼리 자기 세력권을 인정받아 이익을 챙기는 19세기 외교 방식이 중심에 서게 됐다. 약소국의 이익은 잊힐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번 주 유엔 안보리에 “러시아에 전쟁 책임이 있다”는 표현을 뺀 결의안을 냈다. 우리가 알던 미국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워싱턴에 정권교체가 있었을 뿐인데, 국제 외교의 틀이 150년 전으로 후퇴한 느낌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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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국왕 초대’, 日 ‘황금 투구’ 선물하며 트럼프 환심 사기. 지금 한국이 줄 수 있는 건 오직 마음뿐….
-팔면봉, 조선일보(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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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러 침공' 부인, 유럽은 美 빠진 '핵 공유', 무너지는 질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24일 전쟁 3년을 맞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aggression)’이란 표현을 문제 삼으며 우크라이나 결의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침공’ 대신 ‘양국 분쟁(conflict)’이라고 쓴 독자 결의안을 유엔에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가 지켜본 것이다. 3년 전 미국 주도의 유엔은 ‘러시아 침공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했었다. 이제 와서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침략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까지 했다.
트럼프는 전쟁 피해가 막대한 우크라이나에 매장 희토류 지분의 50%를 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가 거부하자 드론 운용 등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미국의 위성 통신망 이용을 끊을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세계 경찰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난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는 모습이다. ‘약탈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린란드, 파나마, 가자지구, 캐나다에도 조폭식 위협을 가하고 있다.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기독민주당 대표가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프랑스와 핵 공유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일은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고 있다. 미 전술핵이 배치된 독일·이탈리아 등 나토 회원국 5곳은 미국과의 협정에 따라 핵 사용 결정 과정에 의견을 반영하고 핵 투하도 자국 전투기로 한다. 핵폭탄 최종 활성화 권한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핵 보유 및 통제권은 공유하는 것이다. ‘나토식 핵 공유’는 한국이 도입할 수 있는 북핵 대응 카드 중 하나였다. 핵 공유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의 막강한 핵 억지력에 동맹국들이 기댄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다 보니 미국을 배제한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0년간 미국은 동맹과 손잡고 전체주의 위협에 함께 맞서며 국제 안보 질서를 지켜왔다. 그런데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트럼프 2기 시대에 이런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알아왔던 미국, 그 미국에 의존해 왔던 세계 질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조선일보(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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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안보 요구 외면하면서 “우크라 재건 위해”라며 거금 요구하는 美. ‘널 위해서’ 너무 강조하면 수상한데.
-팔면봉, 조선일보(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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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집서 ‘내란’ 모의하는 나라, ‘5천조 기업’ 창업하는 나라
[천광암 칼럼]
모든 걸 ‘머니’로 환산하는 ‘트럼피즘’
그런 트럼프에 대응하기 바쁜 세계
‘분배 중시’ 시진핑도 “선부(先富)”
오직 한국만 속수무책에 무사태평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21일 현재 시가총액은 약 4736조 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총예산의 7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요즘 반도체 주식이 약세인데도 이 정도다.
엔비디아는 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데, ‘발상지’도 멀지 않다. 자동차로 15∼20분 거리다. 치즈버거를 비롯해 토스트, 팬케이크 등을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가 그곳이다. 10대 시절부터 데니스에서 접시닦이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 젠슨 황은 데니스 구석 자리에 죽치고 앉아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구상했고, 그 결과로 1993년 엔비디아가 탄생했다.
미국 전역에 1300여 개 점포를 가진 데니스는 한국으로 치면 롯데리아 같은 곳이다. 한국 젊은이들도 롯데리아에 앉아 ‘조 단위 시총’ 기업을 창업하는 꿈을 키울 수 있을까. 가벼운 상상만으로도 무리일 것 같다. 검찰과 경찰의 내란 혐의 수사로 백일하에 드러났듯이, 불명예 전역한 예비역 군인이 현역 정보사령관과 영관급 장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 서버를 탈취하고, 직원들을 감금·폭행할 모의를 한 장소가 롯데리아다. 한 공간에 이 두 행위가 공존하는 것을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나라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롯데리아 모의’가 2024년 한국에서 벌어진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특별히 가슴이 쓰려 오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햄버거집에서 시총 3조 달러짜리 기업을 창업하는 나라’와 ‘햄버거집에서 내란 모의하는 나라’의 극명한 대비가 요즘 현실 세계에서 너무나 실감 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한 달여간 행보를 보면, 2기 트럼피즘의 실체는 더 볼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모든 문제를 미국 국익과 관련된 돈과 비즈니스로 환원시키는 ‘경제 지상주의’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해법에 230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이나 인권은 안중에 없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그의 눈에는 해안 휴양지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우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과 관련해서도 ‘약소국을 침탈하는 강대국의 횡포’나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 국가들의 안보’ 따위는 트럼프 사전에 없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이용해 희토류와 같은 자원을 챙길 계산부터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 예상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이 옳고 그른지는 둘째 문제다.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국제 정치의 세계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 ‘코드 맞추기’나 ‘대응 태세 구축’에 들어간 상태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거듭된 조롱까지 꾹꾹 참아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대대적인 펜타닐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달 초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1조 달러짜리 대미 투자’와 ‘방위비 증액’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상호관세의 주요 표적 중 하나인 유럽 국가들의 정상도 잰걸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각각 24일과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대미(對美) 전선의 선봉에 세우고 ‘경제 대 경제’로 대응하는 카드를 빼 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7일 중국의 간판급 빅테크기업 CEO들을 부르면서, 그간 ‘괘씸죄’에 걸려 은둔 생활을 해온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를 함께 불렀는데 작년까지의 중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게 있다. 경제보다 이념을 앞세우고 ‘공동부유(共同富裕·분배중시론)’를 주창해 온 시 주석이 CEO들 앞에서 “선부(先富·성장우선론)”까지 공공연히 언급하고 나선 점이다.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다.
트럼피즘과 함께 밀려오는 거대한 파고 앞에 오직 한국만이 속수무책이고 무사태평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는 여태껏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한 통 못 하는 처지다. 여당은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에 휩싸여 국정을 주도할 의지와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야당은 “먹사니즘”이다 “잘사니즘”이다 말만 요란했지, 입법으로 보여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여야정이 마주 앉은 국정협의회이니 뾰족한 결과물이 나올 리 만무하다.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을 겨냥한 관세 폭탄의 시곗바늘만 무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나라를 이런 궁지에 몰아넣은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의 책임이 크고도 무겁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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