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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거두고 뒤집고 미루고… ‘양치기’ 트럼프] ....

뚝섬 2025. 4. 16. 10:23

[지르고 거두고 뒤집고 미루고… ‘양치기’ 트럼프]

[美 “먼저 하면 이득”… 서둘다 ‘원스톱 쇼핑’ 당하는 일 없어야]

[관세 협상 첫 대상 된 한국, 민주당도 원 팀 돼야]

 

 

 

지르고 거두고 뒤집고 미루고… ‘양치기’ 트럼프

 

하루만 한눈을 팔아도 이 롤러코스터를 따라잡을 수 없다. 11일 미국 정부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13일 전자제품 관세 예외는 없고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일 뿐이라 했다. 다음 날인 14일엔 자동차 부품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경과 유연의 냉온탕을 오간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관세를 가지고 ‘신호등(red light, green light)’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지러운 변덕엔 패턴이 있다. 일단 질렀다가 미국이 손해 볼 것 같으면 거둬들인다. 미국을 얕잡아 본다 싶으면 다시 공세로 돌아선다.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상호관세를 밀어붙이더니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90일 유예 카드를 꺼냈다.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애플 아이폰 값 급등 우려에 스마트폰 관세를 접었다가 ‘중국에 대한 양보’라는 평가가 나오자 다시 예외는 없다고 했다. 자동차 부품 관세 면제를 거론한 것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3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중국의 대응이다. 2018년 1차 무역전쟁 때처럼 엄포를 놓으면 꼬리를 내리며 협상에 나설 줄 알았더니 결사항전의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1기의 경험으로 기술 자립과 내수 진작에 공을 들여 맷집을 키웠다. 세 자릿수 관세에 곧바로 보복관세로 응수하고, 전략물자인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까지 꺼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부터 동남아 순방에 나서 대미 공동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동맹국들의 반발과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도 고민거리다. 처음엔 동맹국들을 상대로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 먹혔지만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을 ‘양치기 소년’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총리가 날아가 투자와 방위비 증액 보따리를 내밀었던 일본조차 이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국 내에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애덤 포즌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트럼프가 ‘경제적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68년 북베트남의 ‘구정 대공세’는 작전 자체는 실패였지만, 베트남전의 운명을 가르는 전환점이 됐다. 미국대사관이 공격받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졌고 반전 여론이 고조됐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엔 ‘관세는 중국 기업이 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론 미국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들이 깨닫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지게 될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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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먼저 하면 이득”… 서둘다 ‘원스톱 쇼핑’ 당하는 일 없어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부청사로 향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다음 주 한국과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먼저 움직이는 나라에 어드밴티지(이득)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속히 성과를 내려는 미국 측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 경우 한국이 필요 이상의 양보를 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베선트 장관은 14일 한국과의 협상 일정을 공개하면서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 각 나라가 뭘 들고 왔는지 보고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심의 협상단을 구성하고, 이른 시일 안에 방미를 추진해 본격적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영국 등 동맹국과 협상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우산’을 필요로 하는 동맹국의 경우 경제적 득실만 따지는 다른 나라들보다 수월하게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원하는 건 밝히지 않으면서 각국의 협상안을 받아본 뒤 가부를 결정한다는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맹국 중에서도 한국은 취약한 처지다. 작년 한국 수출의 5분의 1이 미국행이었고, 경제 성장의 95%는 수출에 의지했다. 90일 유예됐지만 한국에 매겨진 25% 상호관세율은 동맹국 가운데 제일 높다. 중국, 유럽연합(EU)처럼 보복관세를 물리거나, 다른 나라와 공동 대응하며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카드를 모두 꺼내 놓고 미국의 ‘선처’만 기대하는 건 현명한 협상전략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 등 안보 현안과 무역·경제 사안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을 경우 자칫 미국이 원하는 ‘원스톱 쇼핑’에 판을 깔아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도 투자액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아 정밀한 검토 없이 섣불리 수락할 일은 아니다.

미국의 물가, 주가, 국채금리가 불안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폰, 반도체의 관세 부과 시점을 미뤘다. 자동차 부품 관세의 조정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협상 환경은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 호흡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조선 협력,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등 미국이 간절히 원하고, 한국에도 필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동아일보(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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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첫 대상 된 한국, 민주당도 원 팀 돼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오른쪽)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으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보인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15일 당 회의에서 “권한도 책임도 취약한 대행 정부가 막대한 국익이 걸려 있는 관세 협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치적 목적으로 협상을 서두르다가 퍼주기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 의장은 또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협상을 서둘러야 할 이유도 크지 않다”고 했다.

 

지나치게 협상을 서둘러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보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 정부의 정책이 트럼프 한 사람의 뜻에 좌우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한 협상도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런 얘기를 하는 진의는 다른 데 있다. 대미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 대행의 국민 지지가 올라갈까 걱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을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첫 관세 협상 대상국으로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인도를 지목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싫다고 관세 협상을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것이다. 미국이 발표한 관세 90일 유예 기간은 7월 8일쯤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 내에 한·미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 지적대로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부품과 관련한 품목별 관세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고정되기 전에 협상을 해야 우리 입장을 설득할 여지도 있다.

 

이날 민주당은 “이렇게 중대한 통상 협상은 국회와 협의하에 진행해야 한다”며 국회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관세 협상 기간이 정권 변화기와 맞물려 있다. 현 정부에서 시작된 협상을 대선 후에 새로운 정부가 이어받을 수도 있고, 어쩌면 현 정부에서 협상이 모두 끝날지도 모른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협상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지금부터 각 정당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상 방향을 협의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나라 전체가 원 팀이 돼야 전례 없는 무역 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조선일보(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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