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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자주국방을 꿈꾼다] [核보다 무서운 AI무기]

뚝섬 2025. 4. 16. 10:20

[M16 대체한 K2 소총처럼… 인공지능 자주국방을 꿈꾼다]

[核보다 무서운 AI무기]

 

 

 

M16 대체한 K2 소총처럼… 인공지능 자주국방을 꿈꾼다

 

[김정호의 AI시대 전략]

핵무기보다 치명적인 AI 무기… 화약·총알 없이 적군 무너뜨리고 승리
AI가 가짜 뉴스로 온라인 삐라 살포하고 전투 지휘관 맡아 판 흔들어
美 팔란티어처럼 군사 데이터 분석하는 한국형 국방 기업 육성해야
 

 

M16 소총은 개인적으로 각별한 추억이 담긴 군용 화기다. 지난 1986년 경북 영천에 위치한 육군 제3사관학교에서 6개월 동안 군사 훈련을 받았다. 영천 고경면에 있는 사격장에서 100m, 150m, 200m 사격 표지를 순서대로 맞히는 사격 시험을 치렀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 사용한 M16 소총은 가볍고 정확성이 뛰어난 데다,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외계인 소총처럼 유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M16 소총은 미국의 총기 개발자 유진 스토너가 만든 AR-15 계열 5.56㎜ 돌격 소총이다. 우리 군은 월남전 이후인 1970년 3월, 한미 양국이 M16A1을 국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 총을 본격적으로 들여오게 됐다.

 

그 결과 1974년 3월부터 미국 콜트사에 1정당 7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며 M16A1을 국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만 계약상 생산 수량은 60만정으로 한정돼 있었다. 당시 70만명에 달하는 정규군은 물론, 수백만 명의 예비군까지 무장시키기에는 60만 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K2 소총 개발에 나섰고, 대우정밀(현 SNT모티브)이 생산을 맡았다. M16과 K2 소총은 그렇게 우리 자주국방(自主國防)의 역사를 온몸으로 증명해 온 무기들이다.

 

국방이란 적의 침략에 대비해 국가가 마련하는 사상과 제도, 그리고 방위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그 최후의 수단은 결국 ‘전쟁’이다. 하지만 전쟁의 형태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핵무기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인공지능 전쟁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국방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적을 무력화하며 승리하는 방식이다. 화약과 총알 없는 전쟁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전쟁이다. 이제 자체 인공지능 없이는 자주국방도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 국방은 6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1단계로 군사 행정을 효율화한다. 자원의 배치, 예산의 계획, 인사의 결정, 병사 건강과 심리 검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국방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2단계에서 인공지능은 경계를 위한 자동 탐지와 판독에 사용한다. 비무장지대(DMZ) 무인 카메라에 인공지능 기능을 추가해서 비상 상황에 대한 무인 탐지와 경계 그리고 반응이 가능하다. 경계 병사의 보조 역할도 잘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졸거나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3단계에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서 정보 분석과 심리전에 사용한다. 전파 신호와 음성 신호의 자동 기록과 분석이 가능하다. GPT에 사용한 트랜스포머 모델(Transformer Model) 계열의 언어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선 병사가 하루 종일 헤드폰을 쓰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신호를 청취하고 중요한 정보만 골라 지휘관에게 정리·보고한다. 적국 데이터 해킹도 AI가 맡는다. 나아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가짜 뉴스와 영상을 만들어 퍼뜨리며 심리전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 ‘AI 삐라’ 시대다.

 

4단계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서 군사용 무기로 사용된다. 군사용 인공지능 로봇은 드론, 탱크, 전투기, 잠수함, 우주선, 그리고 인공위성까지 확대된다.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를 통하여 전쟁 수행 능력의 정확성과 효율성이 향상된다. 그리고 상황 판단에 생성 인공지능의 판단 능력과 추론 능력이 더해진다.

 

5단계에서는 인공지능 에이전트(Agent)가 지휘관을 대체한다. 일종의 군사용 전문 참모인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보병, 포병, 정보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학습을 받는다. 그리고 언어 모델(LLM)을 이용해서 사병 또는 동료 지휘관들과 직접 소통한다. 사관학교 수준 교리와 추가로 전문 학습을 시킬 수도 있다. 교관 매뉴얼도 학습한다.

 

마지막 6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전쟁 전체를 자체 수행할 수 있다. 여기서는 게임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으로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모델이 사용된다. 전쟁의 시작과 종결도 인공지능이 결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 국방 시대에는 이를 뒷받침할 전문 AI 방산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다. 회사명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마법의 구슬 ‘팔란티어’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란티어 관련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요 거래처에는 CIA, FBI, 미 해병대, 공군 특수작전사령부, 영국 비밀정보국 등 각국의 국방·안보 기관이 포진해 있다. 팔란티어는 방대한 군사 데이터를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설루션을 제공하며,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예측 기술을 앞세워 급성장 중이다.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군사 작전에 데이터 분석 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 인공지능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독립된 인공지능 국방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군사 전용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며 단계별 실전 훈련을 해야 한다.

 

AI 데이터 센터는 1만대 이상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깊은 땅속이나 산속 터널 내에 설치하여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팔란티어와 같은 국방 인공지능 기업을 육성해 국방 분야에서의 데이터 분석 및 예측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이 인공지능 방산 기술을 발전시키고,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방산 기업들에 학습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의 패권 국제 정세에서 핵무기가 없으면 우크라이나처럼 ‘외교의 협상 카드’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래 국방력은 핵무기 다음으로 인공지능 무기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 국방 무기’가 없으면 ‘외교의 협상 카드’도 없다는 얘기다. K2 소총을 기억하면서 인공지능 자주국방을 꿈꾼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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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보다 무서운 AI무기

 

미 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올 5월 개발한 무인(無人) 잠수함 추적선 '시 헌터(Sea Hunter)'는 인간의 개입 없이 수개월간 수천㎞를 항해하며 인공지능(AI)으로 적(敵) 잠수함을 추적한다. '시 헌터'의 1일 운용 비용은 2만달러로 능력이 비슷한 구축함을 하루 띄우는 비용(70만달러)보다 훨씬 싸다.

떼로 몰려가 지형 정보를 교신하며 표적을 골라 공격하는 드론(drone), 전장을 누비며 기관총을 쏘는 AI보병, 며칠씩 공중에 떠 있다가 적의 신호가 감지되면 바로 폭격하는 드론 미사일…. 최근 실전 배치되고 있는 AI 응용 무기들이다. 항공모함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케네스 페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군사학)는 "자동 방어 무기를 갖춰도 500~1000파운드 폭탄을 실은 드론 1만개가 사방에서 고속으로 공격해 온다면 항공모함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AI, 화약·핵무기 이은 전쟁의 제3 혁명

화력(火力)은 물론 사이버 전쟁에서도 AI는 상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무기 가동 소프트웨어의 약점을 발견해 교란할 수 있다. 상대의 최첨단 전략 무기를 무력(無力)하게 만드는 전형적 '비대칭(asymmetrical)' 무기인 셈이다. 올 4월 제네바에서 모인 80여 나라 AI·군사 전문가들은 "AI로 장착한 킬러 로봇은 화약과 핵무기에 이은 전쟁의 '제3 혁명'"이라는 데 동의했다.
  

 

중국군 수뇌부가 AI의 군(軍) 활용성에 주목한 것은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었다. '뉴아메리칸시큐리티'의 중국군 전문가인 엘사 케이니아는 "그들에게 이 대결은 AI가 전쟁에 견줄 만한 복잡한 분석과 전략 수립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전환점"이라고 했다. 현재 AI는 데이터를 소화해 비디오·음성 등의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에서 새로운 데이터에 적응해 실시간 최적의 선택을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 확보한 中 '세계 1위' 야심

정확하고 깊숙한 추론을 하는 AI 개발엔 방대한 데이터가 핵심적이다. 13억9000만개의 스마트폰이 사용되고 있으며, 10억여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있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AI 환경이다. 이는 미국과 인도 두 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합계보다 3배나 많다. 중국인의 스마트폰 상품 결제 금액은 미국인의 50배가 넘는다. 대만 출신의 AI 전문가인 카이푸 리는 "중국은 이런 데이터를 사적(私的) 정보에 대한 고려 없이 모두 중앙 집중화해 민과 군, 정보 당국이 긴밀하게 활용한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작년 7월 '차세대 AI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래 전 세계 AI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이 급증하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1년 새 중국의 AI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1500억달러로 전 세계 투자액의 48%에 달해 미국(38%)을 능가한다. 중국은 AI와 주요 응용 분야에서 2025년까지 미국과 동등한 수준을 이루고, 2030년에는 '지배적 위치'에 오르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달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부(副)장관 등 안보·AI 전문가들은 "지금이 우리 시대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1957년 소련이 먼저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처럼 지금은 AI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美 "AI 차르 설치해 中 도전 물리쳐야"

물론 최적의 AI 알고리즘을 만드는 능력을 갖춘 인재 집단은 미국이 아직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구글 브레인·구글 클라우드·딥마인드 등 구글 한 곳이 전 세계 최고 AI 과학자의 50%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AI 칩 디자인·개발에서도 미국의 인텔과 AMD, 엔비디아(NVIDIA) 등이 뛰어나다. 하지만 중국은 치밀한 기술 절도(竊盜) 등으로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일례로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최근 10년간 중국군 과학자 3000명이 신분을 숨기고 서방 명문대의 AI 프로그램에서 배웠다"고 지난달 밝혔다. 중국 내 최대 AI·인터넷 기업들과 군의 엘리트 컴퓨터 과학자 간 융합 연구가 활발한 것도 AI 기술 절도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는 미국의 대응력은 취약하다. 구글이 드론 공격기의 실시간 영상 판독 능력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메이븐(Maven)'에 참여하자 구글 직원 4000여 명이 올 4월 순다이 피차이 CEO에게 "비윤리적"이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고, 이후 구글이 '자동 살상 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게 이를 보여준다. 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IT 기업들이 자사 고객의 데이터 보호에 필사적인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슈턴 카터 전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초 "핵무기를 제조했던 맨해튼 프로젝트나 우주 경쟁을 한 항공우주국(NASA)처럼 지도력과 비전을 갖추고 AI 경쟁을 이기기 위해 자원을 관리·조정하는 'AI 차르'(tsar)가 필요하다"고 했다. 종합적 국가 전략을 갖춰 AI 시대를 열고 있는 중국에 맞서러면 국가적 차원의 총괄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AI 무기는 100만분의 1초 단위로 공격 판단… '인간의 통제' 여부 논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군사 무기가 고도화하면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 4월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는 보고서에서 "AI 무기의 위력을 과신하는 국가가 우위를 점하려고 타국의 무기와 통제 시스템을 선제공격하고, 핵(核) 보복 능력까지 제압하려는 재앙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AI 무기는 매 순간 결정이 '마이크로초(秒·100만분의 1초)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기존 재래식 무기나 인간을 압도하게 된다.

전쟁 과정에서 인간이 결정하던 '발사 명령'이 AI에 넘겨지는 데 따른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 미 국방부의 'AI 무기 사용 지침'은 '인간의 통제'를 강조한다. 하지만 수백, 수천 개의 AI 드론이 동원된 공격을 AI 무기로 맞서는 상황은 결국 인간의 손과 통제 범위를 벗어나 '로봇 대(對) 로봇'의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전쟁의 어느 단계에서 AI와 기계가 '전범(戰犯)'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유엔에선 1년 전부터 이런 자율살상무기(LAWS·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를 금지하자는 전문가 모임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셔널 인터레스트'지(誌)는 올 8월 "매우 효과적인 살상(殺傷) 무기들은 결국 금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도 장궁(長弓)·석궁·기관총·잠수함 등에 대해 도입 초기 도덕·윤리적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현대적 무기에 포함됐다.
 

 

-이철민 선임기자, 조선일보(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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