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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에어 스펀지', 산불은 더 크게 날 수밖에] ....

뚝섬 2025. 5. 2. 08:00

[팽창하는 '에어 스펀지', 산불은 더 크게 날 수밖에] 

[마치 아이언돔이 미사일 요격하듯... 산불 진화 신기술]

 

 

 

팽창하는 '에어 스펀지', 산불은 더 크게 날 수밖에

 

[한삼희의 환경칼럼]

기온 오를수록 땅에서 수분 빨아들이는 대기의 흡입력 커져
말라붙는 숲, 거세지는 산불
초대형 인명 피해 경북 산불 "너무 빨라 도망갈 수 없었다"

 

3월 하순의 경북 산불로 숲 9만ha가 탔다. 국토의 거의 1%를 태웠다. 안타깝게도, 이번 산불로 큰 인명 피해도 났다. 31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산불로 이런 수준의 희생자가 난 적은 없다. 특이한 점은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난 산불이 동쪽으로 전진해 안동과 청송을 거쳐 25일께 영양과 영덕까지 닿았는데 날짜가 지나면서 인명 피해가 늘었다는 점이다.

 

최초 발화지인 의성에선 사망자가 1명이었는데, 안동과 청송은 4명씩, 영양은 7명, 영덕에선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보통은 산불이 났을 때 여간해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다. 멀리 산불 오는 걸 본 다음 대피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며칠 동안 TV가 산불 확산을 생중계하다시피 했다. 그랬는데 어떻게 인명 피해가 그렇게 많았고,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 건가.

 

산불 행동학을 전공한 산림과학원 이병두 산림재난·환경연구부장에게 문의했더니 “산불이 너무 빨리 달려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했다”고 했다. 의성에서 동쪽 끝 영덕까지 시간당 8.2km로 움직였다. 사람이 거의 뛰다시피 하는 속도다. 기상청은 초속 17m 바람부터 태풍으로 분류한다. 이번 산불 땐 순간 풍속이 초속 27m까지 달했다. 서서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태풍급 바람이 불 폭탄을 안고 달린 산불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기상청은 강풍도 문제였고, 고온 건조한 날씨가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북 일대 상대 습도는 평년 대비 15%포인트 낮았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고온 건조는 기후변화가 배경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폭우 또는 홍수 피해가 난 다음에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탓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정반대 기상 상황인 건조한 날씨도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설명이다.

 

최근 이런 의문을 해소해 주는 ‘에어 스펀지’ 이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UCLA의 환경및지속가능성연구소 대니얼 스웨인 박사가 고안한 설명 방식이다. 대기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공기가 담을 수 있는 수증기의 최대량은 7% 정도씩 늘어난다. 현재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전보다 1.4도 정도 올랐다. 만일 3도까지 올라간다면 지구 대기는 산업혁명 전 기후 조건과 비교해 22.5% 많은 수증기를 담을 수 있다. 스웨인 박사는 이 현상을 스펀지 용량이 커져 머금을 수 있는 습기가 늘어난 데 비유한다. 더 많은 양을 담아놓고 있다가 비가 내릴 때는 더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큰 스펀지로 물을 빨아들인 후 짜면 물이 더 나오는 것과 같다. 실제 지구 전체로 봐서 10년에 1%씩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폭우가 더 자주 내리는 기상 조건이 되는 것이다.

 

팽창한 ‘에어 스펀지’는 토양에서 더 많은 습기를 빼앗아 가기도 한다. 스웨인 박사는 대기가 목마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펀지가 커져 수분을 더 담을 수 있게 됐는데 충분히 들어오지 않으면 더 세게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러면 숲의 낙엽과 마른 나뭇가지 등이 품고 있던 수분이 더 강하게 증발한다. 식물과 낙엽, 나뭇가지 등 식물 잔재물이 바싹 말라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더 쉽게 불이 붙고 한번 붙으면 더 거세게 타오른다. 경북 산불 때의 상황이다.

 

지난 1월 LA 산불은 사망자 30명과 경제 피해 500억달러(약 70조원)를 냈다. LA 산불은 ‘팽창한 에어 스펀지’ 현상에다 조건이 하나 보태졌다. LA 일대는 건조 기후다. 그런데 작년과 재작년 우기인 겨울에 비가 많이 왔다. 그 탓에 수풀과 덤불, 키 작은 나무들이 많이 우거졌다. 불에 탈 연료가 풍성해진 것이다. 그랬는데 작년 2월 폭우 이후로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러자 무성하게 자란 덤불과 나뭇가지들이 말라붙었다. 스웨인 박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팽창한 대기 스펀지는 어떤 때는 한꺼번에 수분을 짜내 비가 많이 내리게도 만들고 어떤 때는 토양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식물이 바싹 마르게도 만든다. 그러다 보니 LA처럼 지역 기후가 극단에서 극단으로 급선회하는 상황도 생긴다. 채찍을 휘두를 때 몸 뒤로 돌렸다가 일순 앞으로 내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기후 채찍질’이라고 부른다. 기온이 3도 오르면 기후 채찍질 빈도가 2배가 된다는 것이다. 기후 채찍질 상황에선 마른 나뭇가지 등 연료량이 급증하고 더 바싹 말라붙어 산불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지구 평균 기온은 앞으로도 1도 이상 오를 것이다.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강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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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이언돔이 미사일 요격하듯...불길을 향해 소화 캡슐을 쏘는 산불 진화 신기술

 

AI 활용해 불씨 감지하고, 소화 캡슐 정확히 투하해 불길 잡아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어돔(FireDome)'이 산불이 난 곳에 소화 캡슐을 쏴 화재를 진압하는 산불 진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파이어돔은 AI 기반 시스템으로, 카메라가 불씨를 감지하고 캡슐을 투하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영상. /FireDome 홈페이지

 

“산불 진화는 전장에서 적을 물리치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마치 날아오는 적군 미사일을 쏘아 맞히는 방어 시스템처럼 산불이 난 곳에 소화 캡슐을 쏴 화재를 진압하는 산불 진화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비치볼 크기의 소화 캡슐엔 물 또는 친환경 난연(難燃)제가 10갤런(약 37L) 들어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어돔(FireDome)’의 가디 벤야미니 대표는 지난 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파이어돔 본사에서 WEEKLY BIZ와 만나 산불 진화를 이처럼 전쟁터에 비유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산불을 진화하는 파이어돔은 이미 개발 단계에서 미국·이스라엘·독일 투자자로부터 300만달러(약 4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다. 지난달 경상도 지역 초대형 산불로 국가 차원의 산불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이어돔의 화재 대응 능력을 들어봤다. 

 

파이어돔의 최고경영자(CEO) 가디 벤야미니(오른쪽)와 최고기술경영자(CTO) 아디 포메란츠. /파이어돔

 

◇산불 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파이어돔은 어떤 기술인가.

 

파이어돔은 AI를 기반으로 한 산불 진화 시스템이다. 카메라로 불씨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소화 캡슐을 발사해 화재를 막는다. AI로 풍향, 온도, 습도 같은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궤도로 캡슐을 투하할 수 있다. 산불 진화 작업을 전쟁에 비유해 보자. 소방 헬기가 공군, 소방관이 보병이라면 파이어돔은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하는 포병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언제, 어떻게 개발했나.

 

“나는 14년 동안 이스라엘방위군(IDF) 정보부대에서 복무했다. 전역 후에도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의 발생 빈도가 점점 늘고 있는데, 화재 감지 기술에 비해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난해 1월 한 기후 스타트업 행사에서 기술 전문가 아디 포메란츠를 만나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산불을 요격하는 파이어돔

 

−파이어돔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있나.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모두 생명을 빚지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 ‘아이언돔(Iron Dome)’을 모델로 만들었다. 아이언돔이 적의 미사일을 탐지한 후 궤도를 계산해 요격하는 것처럼, 파이어돔은 카메라와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산불을 감지하고 불씨에 소화 캡슐을 발사해 산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한다. 실제로 개발 과정에 ‘아이언돔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핀차스 융만이 기술 고문으로 참여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

 

“소화 캡슐이 장착된 고정 발사대를 농경지·발전소·민가 등 보호 부지에 설치하면, 첫 번째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부지 주변에 캡슐이 발사돼 일종의 ‘방화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불이 지면을 타고 번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중에서 날리는 불씨가 바람을 타고 부지 안으로 들어올 위험이 있다. 그래서 부지에 설치된 카메라가 불씨를 포착하면, 발사대에서 다시 캡슐을 쏘아 이를 소멸시킨다. 이때 발사 각도와 탄도 궤적은 풍향, 온도, 습도 등 AI가 수집하는 실시간 정보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아이언돔이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해 도시 전체를 보호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캡슐이 바닥나면 어떻게 하나.

 

“파이어돔 발사대 1기는 최대 100에이커(약 12만평) 범위를 보호할 수 있고, 3000개의 캡슐을 장착할 수 있다. 산불이 일주일 동안 지속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양이다.”

 

−기존 소방 체계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나.

 

“산불 진화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기상 조건과 지형이다. 강풍이 불면 헬기 투입이 어렵고, 산악 지형에는 소방차 접근도 쉽지 않다. 최근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의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드넓은 포도밭 사이로 좁은 길 하나만 나 있어 대규모 장비나 인력이 투입되기 어려워 보였다. 파이어돔은 현장에 미리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인력 투입 없이도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파이어돔이 설치된 구역은 자동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방 당국이 보다 시급한 지역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내년 미국에서부터 상용화

 

−상용화는 언제쯤 되나.

 

“내년 초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은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예컨대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팰리세이드 산불의 경우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미국 의회 산하 합동경제위원회(JEC)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연간 경제 손실은 4000억~9000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호주나 유럽, 아시아 국가 등 어느 곳에서든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 이미 브라질, 칠레 등 산불 피해가 심각한 국가와도 협력 논의를 하고 있다.”

 

−파이어돔이 지향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산불 문제의 본질은 결국 기후 위기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발생할 것이다. 산불이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고, 이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또 다른 산불을 유발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불씨가 번지기 전에 숲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파이어돔의 궁극적 목표다.”

 

-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조선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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