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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5000원 받은 조카의 일침에 배를 잡고 굴렀다] ....

뚝섬 2025. 5. 3. 09:14

[용돈 5000원 받은 조카의 일침에 배를 잡고 굴렀다]

["오월은 푸르구나~ 오늘은 '개린이날' 우리들 세상"]

 

 

 

용돈 5000원 받은 조카의 일침에 배를 잡고 굴렀다

 

어린이도 알 건 다 알지
그대로 자라 어른이 되지

 

며칠 전, 반려견과 동네에서 산책하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갓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어린이가 걸어왔다. 나는 개줄을 바짝 당겨 개를 바닥에 앉혔다. 개를 무서워하는 어린이도 많고, 행여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평소 아이들이 가까이 있을 때는 개와 대면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어린이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개 안아 봐도 돼요?”

 

낯선 어린이에게 대뜸 개를 안아 보게 할 수는 없어서 “안 돼요. 미안해요” 하자, 어린이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그럼 만져 봐도 돼요?”

 

“미안해요. 개가 겁이 많아요.” 아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앞에서 등 돌리기 쉽지 않아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며 말했다. “간식은 줄 수 있어요. 한번 줘 볼래요?” 그러자 어린이는 해처럼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나, 간식 한번 줘 볼래요! 나, 주고 싶어요!”

 

“손에 쥐고 주면 개 이빨이 손가락에 닿을 수 있으니까, 손바닥에 간식을 올려놓는 거예요. 그럼 개가 알아서 핥아먹을 거예요.” 어린이는 내 설명을 주의 깊게 듣더니 자못 진지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었는데, 야심 차게 쫙 뻗은 단풍손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 위에 간식을 올려놓고 말했다. “개가 앉아 있을 때, 손을 내밀어서 간식을 주면 돼요.” 간식을 몹시 좋아하는 우리 개는 진작부터 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가 손을 내밀자 개는 혓바닥을 낼름하더니 손바닥 위의 간식을 해치웠다.

 

그러자 어린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침이…….” 개 침이 손에 묻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나 보다.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서 물었다. “개 침이 묻었어요?” 그러자 어린이는 찝찝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호소했다. “개 침이……, 손에…… 손에 침이…….” 나는 가방을 뒤져 손수건을 건넸다. “이걸로 닦아요.” 어린이는 서둘러 손바닥을 닦고 나서도 좀처럼 찡그린 얼굴을 풀지 못했다. 호기롭게 간식을 주겠다고 말한 좀 전의 자신을 후회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그대로 자라 어른이 된다.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아이였던 내가 그대로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어른이 되어 살고 있는 것처럼. 사람은 자라면서 성향과 취향을 일궈나가는 것 같지만, 어린 시절부터 분명한 성향과 취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난 어린이는 개는 좋아하지만, 개의 침은 참지 못하는 깔끔한 성격 아닐까. 아기 시절에도 이유식을 먹고 나서 입을 닦아 달라고 오리 입을 하지 않았을지. 어쩌면 훗날 타인의 분비물(!)에는 유난히 민감한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이미 완성형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흥미롭다.

 

나의 첫 조카는, 아기 시절 나를 그림으로 그려보겠다며 말했다. “이모는 코가 길어.” 끝이 휘어진 나의 매부리코를 보고 ‘코가 길다’고 에둘러 말한 조카의 표현력에 감탄했다. 그날은 거울을 보며 ‘그렇지. 내 코가 다른 사람보다 길긴 길지’ 하고 새삼 깨달은 기억이 난다. 그랬던 조카는 어느새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때 촌철살인을 날리는 스무 살이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평소 근검절약이 생활화된 분이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돈은 무조건 안 쓰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으로, 대한민국 자린고비 톱10 안에 들 만한 분이다. 몇 년 전, 명절에 친척 집을 방문하신 아버지는 유치원에 다니는 친척 아이에게 용돈으로 5000원을 주셨다. 주변 친척들은 아버지의 지갑이 열려 돈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랐는데, 유치원생 아이에게는 그런 것 따위 알 바 아니었다. 5000원을 용돈으로 건네는 이모부를 향해 아이는 말했다. “이모부한테 5000원은 큰돈일지 모르겠지만요, 저한테는 아니거든요.” 그 말에 친척들은 배를 잡고 굴렀고, 아버지 역시 벌게진 얼굴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아이의 발언은 일가친척 사이에서 ‘레전드 일침’으로 꼽힌다.

 

어린이들은 다 안다. 아니, 어른보다 더 많은 것을 직감적으로 간파한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내가 가진 숫자가 작을 뿐 어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알 것 다 안다고 믿었다. 부모님이 싸우면서 “엄마 아빠 싸우는 거 아니야. 대화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실 때도 다 알고 있었다. 대화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제도 오늘도 부모님은 분명 싸우고 있다는 것을.

 

어린이날이 돌아온다. 과거에 비하면 아동 인권이 향상되고,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지만 실제로 어린이들도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이미 알 거 다 아는 어린이들은 ‘우리도 먹고살기 쉽지 않아요’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물론 다 같이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지만, 어린이날이 있는 5월만이라도 어린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먼저 저 포함, 어른들이 잘해야겠죠. 전국의 어린이 독자님들, 어린이날을 축하합니다!

 

-김신회 작가, 조선일보(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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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푸르구나~ 오늘은 '개린이날' 우리들 세상"


반려동물 양육 급증
어린이날까지 챙겨
 

 

사진 왼쪽 절반은 반려동물용 간식과 음료, 오른쪽 나머지는 일반 ‘인간용’ 피자와 치킨이다. 크기만 다를 뿐 모양은 비슷하다. ‘멍소주’와 ‘멍맥주’는 색만 술과 비슷하게 냈고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다. 치킨무 모양 반려견용 간식은 락토프리 우유를 주재료로 만든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아이들 데려가려던 카페에 연락해보니 예약이 이미 찼다네요. 뛰어놀기 좋고 재미난 장난감도 많아서 5월 5일에 꼭 가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선물 사주고 집 근처 공원이나 가서 놀아줘야겠어요.” 직장인 박은영(33)씨가 아이들을 데려가려던 ‘카페’는 키즈카페가 아니다. 서울 인근에서 예약제로 운영되는 인기 애견 카페다. 활기 넘치는 ‘아이들’은 두 살과 네 살인 웰시코기 품종 반려견 두 마리.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28.6%.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증하면서, 박씨처럼 어린이날을 반려동물과 함께 기념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5월 5일을 어린이날 대신 ‘개린이날’ ‘묘린이날’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과 ‘개’와 ‘고양이(묘)’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 ‘멍린이날’이나 ‘냥린이날’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동요 가사를 ‘오늘은 개(묘)린이날 우리들 세상~’으로 바꿔 불러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기도는 어린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을 ‘반려동물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5월은 반려동물 용품·간식 대목

 

반려동물 용품·간식 업계에서 5월은 대목으로 자리 잡았다. 자녀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듯, 반려동물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이나 전용 간식 매출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동용품 못지않게 급증한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식당과 카페는 예약하기도 힘들다. 애견 카페 주인 A씨는 “그나마 올 어린이날은 연휴 중 하루라서 방문객이 분산돼 덜 붐비는 편”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전용 간식을 만들어 파는 20대 박모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간식 세트 주문 건수가 평소보다 50%가량 늘었다”며 “어린이날이 공휴일이지만 매장 방문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가게 문을 열고 나와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매출 규모는 어린이용 완구와 아동복이 더 크지만, 성장률만 보면 반려동물 카테고리가 월등히 높다”고 했다.

 

개린이날·묘린이날은 결혼하지 않았거나 자녀 없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더 철저히 챙기는 편이다. 결혼 17년 차인 박모·김모씨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고, 대신 반려견 ‘먼지’를 8년 전 입양해 키우고 있다. 남편 박씨는 “먼지는 우리 부부에게는 자식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린이날을 맞아서 자식에게 선물을 주는 건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올해는 먼지의 얼굴을 담은 ‘강아지 얼굴 케이크’와 눈 영양제, 한우 곰탕, 통조림으로 구성한 선물 세트를 준비했어요. 5일에는 애견 카페에서 ‘개족사진’도 찍을 예정이고요.”

 

◇피자·치킨·맥주 함께 먹고 싶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특별 간식은 피자·치킨 등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을 빼닮은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용 맥주·소주·막걸리도 있다. 끼니까지 같이하는 진정한 식구(食口)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사람 음식과 같지만, 염분·설탕·향신료 등 동물이 섭취하면 안 되는 식재료는 빼고 소화하기 쉬운 재료로 만든다. 음식을 공유한다는 만족감은 주되, 반려동물의 건강을 배려한 메뉴다.

 

강아지 케이크는 고구마·닭고기·오리고기 등으로 만든다. 반려동물용 피자는 동물이 소화하기 어려운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도우를 만들고, 소고기·고구마·닭가슴살 등으로 만든 토핑을 올린다. 치킨은 닭가슴살을 아마씨 등과 섞어 작은 닭다리 모양으로 빚는다. ‘펫비어’는 고구마·옥수수·보리 등을 첨가해 맥주의 구수한 맛을 낸다.

 

반려견 ‘루방’이를 키우는 김모씨는 “혼자 치킨·피자 배달시켜 먹을 때 애처롭게 쳐다보던 루방이에게 미안했다”며 “이번 개린이날에는 반려동물용 치킨과 맥주를 주문해 함께 먹겠다”고 했다.

 

애견 오마카세 가게도 인기다. 100% 예약제로, 펫 요리 전문가들이 프라이빗룸에서 7가지 요리를 코스로 낸다. 소형견 기준 8만8000원. 100만원이 넘는 구찌 등 명품 브랜드 의상도 입을 수 있다. 견주가 식사 비용을 따로 내면 겸상도 가능. 떡라면, 떡볶이, 김치볶음밥 등이 1만~2만원대로 강아지 밥값보다 싸다.

 

-김성윤 기자, 조선일보(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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