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좀비가 되어버린 국민의힘, 다시 태어나려면] ....

뚝섬 2025. 7. 4. 08:56

[좀비가 되어버린 국민의힘, 다시 태어나려면]

[보수 정권의 死因은 '김건희'인가]

[송언석 “탈당한 尹과는 남남… ‘본립도생’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좀비가 되어버린 국민의힘, 다시 태어나려면

 

[이기홍 칼럼]

문재인 우원식 등 총출동한 김어준 콘서트
민주당 정권 ‘인물 저수지’의 본질 보여줘
국힘은 차기 대권과 무관한 대표 추대해
윤석열 완전 청산과 세대교체 전권 줘야

 

문재인 우원식 김민석 정청래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지난 주말 인천에서 열린 김어준 콘서트는 상당수 국민이 잠깐 잊고 있었을 ‘이재명 저수지’의 본질을 상기시켜 준다. 대선은 대통령 한 사람만 뽑는 게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논에 물을 댈 저수지(인재 Pool)를 선택하는 일이다. 유권자가 김문수, 이준석 저수지 대신 ‘이재명 저수지’를 택함에 따라 이재명과 민주당이 지닌 인물 저수지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5년간 공직을 차지하거나 권력 주변에서 입김을 미치게 됐다.

그 저수지 속에는 위성락(국가안보실장) 정성호(법무장관 내정자) 같은 온건하고 신망 높은 인물들, 그리고 이번에 등용된 기업인들 같은 테크노크라트들만 있는 게 아님을 김어준 콘서트는 새삼 일깨워 준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저수지에는 십수년간 온갖 음모론과 괴담을 확산시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격해온 선동 선전가들, 백낙청류의 원탁회의 멤버들, 민노총 전교조 시민단체들, 경기동부연합 출신들, 문재인 정권에서 단물을 빨아먹은 운동권 출신 정치꾼 등이 헤엄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신중하게 붕어 잉어 위주로 첫 조각을 했지만 물속에는 블루길 배스 등 미칠 듯한 포식력을 지닌 생태계 파괴형 잡어들, 괴어(怪魚)들이 자기들 세상이 도래했다며 흥분해 지느러미를 퍼덕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이제 나 하고 싶은 대로 다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에 빠져 ‘피곤한 균형잡기’를 팽개치는 순간 잡어들이 우수수 수면 위로 튀어 오를 것이다. 권력자가 절제하고 균형을 잡는 것은 고도의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제왕으로 변질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위태로운 균형 행보는 언제 깨질지 모른다.

이 정부가 그런 실패의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 필요한 게 강한 야당의 존재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대변해야할 야당은 좀비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차라리 소멸되면 처음부터 다시 재건을 할 수 있는데 지역 텃밭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어 소멸도 안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재기 과정을 일부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일극 체제를 만들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질주해 왔다. 물론 이재명 정권 탄생은 99%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공헌이지만, 자신들을 무소불위 절대 권력자로 착각해 황제놀음에 빠져 있던 ‘광인 부부’를 탄핵의 함정으로 빠뜨린 집요한 자극 전략과 입법독재 폭주는 민주당이 분열 없이 단일대오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위기가 닥치면 우파는 더 분열하지만 좌파는 똘똘 뭉치는 특성을 보인다.

국힘 재건의 최우선 과제가 ‘윤석열의 완전한 청산’을 통한 단합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현실에선 딜레마가 크다. 보수의 자격을 잃은 세력까지 껴안고 갈 수는 없으므로 도려내야 한다. 그런데 자칫하면 몸통 거의 전부를 도려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윤석열 청산 작업에서 계엄과 탄핵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계엄과 윤 부부를 옹호하고 투표일까지도 윤 청산을 거부했던 옛 지도부와 윤핵관 출신 인사들은 다 청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탄핵 찬반은 다르다. 계엄을 찬성하는 국민은 거의 없지만 탄핵은 찬반 여론이 6대 4 정도로 갈렸다. 탄핵 반대에 선 이들 가운데 는 계엄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탄핵이란 국민의 주권 행사를 무효화시키는 것이며 이재명 정권 창출을 뜻하므로 고개를 저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외과적 수술은 계엄을 옹호한 세력을 정조준해 정밀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힘이 윤석열이라는 오물을 깨끗이 씻어 버리지 못하면 국민이 국힘을 버린다. 하루속히 당 강령에 윤석열 정권의 완전한 청산을 명기해야 한다. 즉, 윤 부부의 권력 남용과 독선, 당 장악, 계엄, 계엄 후 당 지도부의 윤석열과의 단절 실패까지를 모두 기술해 보수 정당사 최대의 오점으로 규정하고, 당원과 국민을 배신한 것을 처절히 반성하며 이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명기해야 한다. 그렇게 윤석열의 강을 건넌 뒤엔 계파 간의 비방전도 멈춰야 한다. 다 제 눈 찌르기다.

당 대표는 차기 대권과 100% 무관한 인물 가운데 당원과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보수 이념과 시대 흐름에 정통한 인사가 전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추대하는 길도 열어야 한다.

차기 대권과 무관한 사람이어야 선거에 제 사람 심기를 안 하고 당 재건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당내 분열에 계파를 불문하고 엄한 채찍을 휘두를 수 있다. 국힘의 절실한 과제인 세대교체도 젊은 정치인들의 자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표가 강한 의지로 세대 물갈이를 해야 한다. 혁명적 개혁을 위해 과도기적 일극 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대선주자 충동구매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책이든 인선이든 대중적 인기만을 중시하는게 정치적 포퓰리즘인데 대표적 실패 사례가 윤석열 영입이었다. 부인 리스크와 특수부 검사 시절의 거친 행태가 법조계에선 다 회자됐었는데 국힘은 내부 토론이나 인성 검증 한번 없이 모셔왔다. 수십년 전통의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가벼운 정치였다.

앞으로는 당과 더불어 커오며 인성이 관찰된 사람, 보수주의 철학과 이념을 학습한 사람, 그리고 세계의 격변을 통찰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을 검증하며 키워야한다. 반짝 인기가 아니라 이념 철학 정책방향 리더십 성정에 대한 신중한 평가를 바탕으로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국힘은 당이 국민에게 버림받든 말든 내 텃밭만 안전하면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다수를 형성하는 좀비같은 존재가 됐다. 윤석열 부부가 구치소로 들어가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민주당 정권 저수지 속의 강경 저질 인물들의 발호 같은 외부적 변수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신세다.

지난 3년간 지도부나 중진으로 당 운영에 관여한 이들은 자신들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안겨줬는지, 보수 진영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석고대죄해야 한다. 윤석열과 국힘의 행태가 몸서리치게 싫으면서도 표를 준 보수 유권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텃밭에서 금배지 연장만을 도모하며 웰빙 세력으로 온존하려는 그런 뻔뻔함은 도저히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5-07-04)-

______________

 

 

보수 정권의 死因은 '김건희'인가

 

보수 몰락의 원인 지목 '김 여사'
'여성 혐오' 기획에 스스로 '투신'
그런데 정말 '결정적' 이유 맞나
속 쓰려도 '탄핵의 부검' 해야

 

윤석열 정부는 왜 실패했나. 이 질문이 아직은 좀 이른 듯하다. 지금은 ‘지혈’의 시간이니까. 하지만 보수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에도 몰락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았다. 낱낱이 들여다보면 오롯이 박근혜만의 오류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각자의 기여분, 그에 따른 책임, 분열, 그게 무서워 보수는 정권의 시체를 들여다보며 ‘부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치된 사체에는 들짐승이 달려든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 딱지를 붙여 사망한 권력을 모욕하고, 공무원과 군인을 탈탈 털어 옥살이를 시켰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로 보수는 정권을 빼앗겼다. 예정된 패배였다고 그냥 두지 않는다. 이번에도 전 정권 관련 3대 특검이 돌아간다. 

 

2021월 6월, 서울 강남에서 자신의 점포 앞에 그려놨던 '줄리 벽화'가 지워졌다며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후 '줄리' 루머의 봇물이 터졌다. /뉴시스

 

과거 윤석열 수사팀장이 주도했던 ‘박영수 특검팀’은 검사가 공소를 유지해 유죄판결을 받는 것보다 수사 생중계로 여론을 자극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걸 보여줬다. 선정적 아이템으로 무장한 이른바 ‘극장식 수사’다. 이번 특검도 이런 재주를 장착한 검사들이 맡았다고 한다.

 

이런 전망이 나온다. “내란 특검에서는 큰 게 나올 게 없어 보인다. 국민들도 정권 바뀌었으니 된 거 아니냐 그런 마음도 있고.” 김건희 인사 개입설이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막장극이 전개될 것이다.” 기본 옵션인 법사님과 무속, 샤넬백과 목걸이를 넘는 화끈한 소재가 발굴될 것이다. 비아그라, 오방색, 팔선녀, 굿판 같은 제목의 ‘특종’ ‘단독’이 넘쳐났던 ‘박근혜 탄핵’ 전후가 떠오른다. 미혼의 여성 대통령을 직에서 끌어내린 것은 무능 프레임과 거대한 여성 혐오적 소재였다.

 

김건희 여사는 보수의 ‘지뢰밭’이었다. 하지만 지뢰가 왜, 어떻게 폭발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저쪽의 공격력이 대단했다. 대통령 부인 중 스토킹 촬영, 몰카에 찍힌 전례가 있었나. 대통령 부인의 ‘과거’를 야당 의원까지 가세해 공격한 적이 있었나. 좌파는 ‘악녀 김건희’의 밑그림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야당의 주장에 발맞춰 김 여사는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했다. 측근과 장관들마저 여사를 두고 뒷담화를 퍼뜨리는데, 용산은 ‘능력자 여사님’ 놀이를 시작했다. 강보엘(강남, 보수, 엘리트)이 보기에 김 여사는 씹을 거리가 무궁무진한 사람이었다. 여성의 외모와 태도, 처신에 대해 잣대가 엄격한 보수는 자연스럽게 ‘안티 김건희’가 됐다.

 

김건희 악마화’는 좌파가 기획하고, 대통령 부인이 실연(實演)해 보수가 시청률을 올려준 드라마였다. 특검은 그걸 시리즈물로 업그레이드할 뿐이다. 

 

2016년 1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윤석열 수사팀장, 양재식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영수 특검, 이용복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조창희 사무국장.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대권 후보 ‘재생산’ 능력을 상실했다. 눈물을 머금고 ‘신체 포기 각서’를 쓰고 후보 윤석열을 영입했다. ‘대권 연합체’는 가치관과 이념 공동체가 아닌 오로지 이기는 것이 목표였던 집단이었다. 대통령은 취임 후 독주하며 의사, 군인, 과학자 집단을 적으로 만들고, 나머지 세력은 비평꾼이 됐다. 동료가 부상당해도 자기 양복에 흙탕물 튈 것을 더 걱정하는 이익 연합체는 순식간에 해체됐고, 독주는 ‘계엄 급발진’으로 이어졌다.

 

한덕수 전 총리가 대선에 나온다고 하자 ‘총리 부인 무속 중독설’을 야당 인사가 집중적으로 퍼뜨리고, 보수 인사들이 거기 또 혹하는 걸 봤다. 김 여사를 욕하는 건 얼마나 시원하고 편리한 일인가. 하지만 이런 식의 결론으로는 앞으로도 보수는 같은 방식으로 몇 번이고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권력에 대한 성찰과 민주적 절차, 동지애에 대한 공감대를 잃은 보수는 이제 스스로에게 ‘부검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일어설 힘이 생긴다.

 

-박은주 기자, 조선일보(25-07-04)-

______________

 

 

송언석 “탈당한 尹과는 남남… ‘본립도생’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인터뷰
편향적 혁신은 절대 성공 못 해… 분열을 통합하는 것도 혁신
전당대회 룰 바꿀 이유 없어
자유우파 철학 충실해야 길 열릴 것… 야당다운 야당으로 비정상엔 싸울 것
주주 우대 무시할 수 없어 상법 처리… 李 대통령 한 달은 점수 주기 민망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혁신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한다고 해서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것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남남이다.” 국민의힘은 1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 파동과 대선 패배로 이어진 7개월을 되돌아봐야 할 과제가 비대위 앞에 놓여 있다. 20%대로 주저앉은 당 지지율과 무너져가는 보수의 혁신을 이뤄내고, 제1야당의 존재감을 회복해 거여(巨與)에 맞설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난파선의 키를 쥔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안철수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쇄신의 닻을 올렸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송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한 자연인”이라고 강조했다.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우려엔 “좌파는 분열해서 망하고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했는데 거꾸로 됐다”며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에 충실해야 길이 열린다)’을 강조한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목소리 높이고 투쟁하고 싸우는 게 야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대 특검이) 우리 당을 어떤 이유로 고리를 걸어서 직접적으로 (수사를) 한다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지지율이 많이 내려갔다. 보수 지지층도 이탈하는 모습이다. 원인이 무엇인가.

“대선이 끝난 후 한 달도 채 안 됐다. 한 달에서 100일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나 새 정부 정책에 대해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는 시기라 그쪽으로 지지율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다만 대선 패인에 대한 분석과 혁신에 대한 의지가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보여지진 않았다고 본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개혁점수는 빵점”이라고 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혁신 과제가 100개라면 (김 전 비대위원장 발언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걸 하면 혁신이 되고, 안 하면 혁신이 안 되는 거라고 두부 자르듯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이 우리 당의 유일한 혁신 과제인가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훨씬 많다.”

―‘
윤 전 대통령 함께 간다는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한 자연인이 됐다. 자연인에 대해 계속 단절하라고 하는데, 우리 당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단절하라는 건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 윤 전 대통령과는 한마디로 남남인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체포한다고 할 때는 윤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보다는 내란죄 수사권 논란, 영장 쇼핑 논란 등 절차적 문제에 대해 법치주의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잘못을 단죄하는 건 좋지만 단죄하는 과정에서 법치주의 정신에 따라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윤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가 수직적이고,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혁신위가 당내 민주주의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쉽지 않다. 우리 당은 계파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하나가 생기면 그냥 한 180명이 쭉 (같이) 간다. 거기가 당내 민주주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안별로 다른 목소리가 계속 상존하고 있다. 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거로 봐야 한다. 야당은 더 시끄러워야 한다. 내가 볼 땐 우리가 (민주당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과거 혁신위는 전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혁신안을 지도부가 추인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혁신을 어떤 계파, 특정 부류, 어떤 개인에 편향적으로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혁신은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대화와 소통, 설득이다. 계파는 엄연히 실체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혁신한다고 해서 특정 집단이 다른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린치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한 것도 그런 차원인가.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많은 분을 접촉해 추천도 들었다. 안 의원이 제일 적임자였다.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하지만 당내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혁신해야 한다는 입장에선 (안 의원에 대해) ‘별로 뭐가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고, 당내 소위 주류라고 하는 분들에게선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그걸 다 끌고 가야 하는 게 지금 내 숙명이다.”

송 비대위원장이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인가.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서 갈 건지 고민하는 게 혁신 과제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의정 활동이나 당 활동에서 힘을 결집할 때 전체가 다 같이 가야 한다. 대화와 토론으로 논쟁할 때는 치열하게 하지만, 최종 결정된 사안에 대해선 같이 가야 한다. 최근엔 그러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혁신이다.”

분열을 통합하는 것도 혁신이라는 뜻인가.

“좌파 유튜버들은 자기들이 어젠다를 가지고 뒤에서 민주당을 도와준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것들을 끌고 간다. 우파 유튜버들은 당에 욕을 한다. 옛날엔 좌파는 분열해서 망하고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했는데 거꾸로 됐다.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가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행동으로 보여 드리지 못한 점은 굉장히 송구하다. 다만 큰 배가 한 번에 방향을 180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진통을 겪으면서도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변화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전당대회 룰을 바꿔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룰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나. 전당대회 하고 선거할 때마다 룰을 바꾸는 건 안타깝다. 룰 자체에 대해 나한테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한 분도 별로 없었다.”

혁신위도 룰 논의를 안 하나.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날짜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의 노선이나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늘 아침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적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길이 열리고 우리가 살아날 방법이 생긴다는 뜻이다. 자유우파의 기본 철학에 충실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겠나. 기본을 튼튼히 해놓고 확장하는 건 그 다음이다. (그동안) 중도를 지향하는 생각을 가지고 확장하다 보니까 우리 컬러나 철학에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하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거 아닐까 싶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 헌법이 가진 기본적 가치에 충실하게 법안이나 정책이 가야 한다. 거기에 플러스알파로 중도층, 청년, 4050세대 부분들을 타기팅 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원내대표 취임 후 ‘야당다운 야당’을 많이 강조했다. 민심을 되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그것인가.

“그 역시 근본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우리 당이 지향하는 철학과 비전에 맞춰서 가야 한다. 정책이나 입법에서 협치하는 쪽으로 (여당과) 합의해서 가는 것도 있겠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목소리 높이고 투쟁하고 싸우는 게 야당이다.”

상법 개정안 입장을 바꾼 이유는….

“경제계에서 안 하면 좋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을 줬다. 두 번째는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서 주주들을 조금 더 우대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고, 우리가 완전히 그걸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만 하고 있다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가는 것보다는 민주당과 경제계의 가운데 선에서 조정하는 것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여당과 합의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이 또 있을까.

“상속세 개편은 조금만 노력하면 합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정기국회까지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는데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논의할 대상으로 인가를 안 해줬다. 이제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니 상속세는 손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문제는 방송 3법이다. 틀 자체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는 거라 동의하기 어렵다.”

―3대 특검 수사가 본격화됐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없지 않나. 우리 당을 어떤 이유로 고리를 걸어서 직접적으로 (수사를) 한다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는데, 국민들이 볼 때는 ‘특검에 그렇게 반대하더니 그거 봐라. 너희들은 그런 놈들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서 대응하겠다.”

―3
대 특검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나.

“정상적인 당 지도부가 구성됐을 때 입장을 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지금은 전당대회까지 당을 추스르고 혁신 과제들을 발굴해서 대안을 만드는 쪽으로 치중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특검 수사가) 지금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기소가 된 것도 아니지 않나.”

이재명 정부의 협치 수준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평가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 점수를 주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한 달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념적인 색채가 그렇게 강한 것 같지는 않다. 본인은 실용이라고 치장하지만 민주당의 주류도 이념적인 색채가 덜한 분들이 형성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것은 법원과 검찰을 장악해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어떤 분들은 조국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내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얘기해 왔던 것이다. 협치나 민생 얘기를 하면서 대외적인 데커레이션일 뿐이고 양보할 생각이 없다. 대화의 상대방인 우리 당을 인정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62)

△1963년 경북 김천 출생
△1985년 29회 행정고시 합격
△2014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5년 기획재정부 2차관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입당
△2018년∼현재 20·21·22대 국회의원(경북 김천)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2022년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2024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유성열 정치부 차장/김준일 기자/이상헌 기자, 동아일보(25-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