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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어린이' 비극] [부모 집 비운 새 또 희생된 ‘나 홀로 어린이’]

뚝섬 2025. 7. 5. 07:07

['나홀로 어린이' 비극]

[부모 집 비운 새 또 희생된 ‘나 홀로 어린이’]

 

 

 

'나홀로 어린이' 비극

 

몇 해 전 호주에 파견 나간 회사원이 아이를 전학시키기 위해 현지 초등학교 교장과 면담했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교장은 대뜸 “아이 혼자 등교시켜선 안 되고 하교 때도 부모나 가이드가 오지 않으면 아이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교장이 “한국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혼자 보내고 외출할 때도 아이 혼자 두고 나가던데 여기서 그랬다간 아동 학대로 경찰서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 했다.

 

한국인은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범죄란 인식이 약하다. 몇 해 전 해외여행을 갔던 법조인 부부는 자녀를 20여 분 남짓 차에 두고 쇼핑 센터에 들렀다가 현지인 신고로 체포돼 벌금을 물었다. 미국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던 한인 여성이 밤에 일하러 나간 사이 넘어진 옷장에 아이가 깔려 숨진 일도 있었다. 엄마는 “내가 아들을 죽였다”고 한국식으로 자책했다가 자백 증거로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표현임이 인정돼 훗날 감형됐지만 끝내 무죄는 아니었다. 아이를 홀로 두고 나간 것과 문을 밖에서 잠근 것 등이 용납되지 않았다.

 

▶많은 선진국이 아동 방임을 무겁게 처벌할 뿐만 아니라 혼자 둬선 안 되는 구체적인 상황과 연령대까지 꼼꼼하게 정하고 있다. 8~9세 아동은 초저녁까지만 최장 1시간 30분간 혼자 있을 수 있고, 심야에는 이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혼자 있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식이다. 미국 워싱턴주는 우리 기준으론 다 큰 아이인 만 15세 아동도 보호자 없이 종일 방치하면 최고 10년 형에 처할 만큼 무겁게 처벌한다. 우리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어린 자매가 숨졌다. 열흘 전에도 다른 자매가 비슷한 화재로 숨졌다. 이런 비극이 해마다 반복된다. 대개 심야 시간대이고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벌어지는 것까지도 비슷하다. 어른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으니 더 안타깝다.

 

▶아이 방임을 법으로 다스리는 한편으로 맞벌이 부부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일하러 나갈 때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설 확충에도 나서야 한다. 모든 아이는 우리의 아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도 절실하다. 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웃을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 하교 시간 초등학교 주변은 마치 비상 사태인양 모두 조심하고, 스쿨버스 추월은 큰 벌칙을 당한다. 우리도 인식을 바꾸고 비상한 각오로 나서면 더 이상의 비극은 막을 수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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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집 비운 새 또 희생된 ‘나 홀로 어린이’

 

2일 밤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새 8세, 6세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부모가 외출하며 켜둔 에어컨 주변 멀티탭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부모가 새벽 청소 일을 나간 동안 10세, 7세 자매가 불길에 숨진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같은 부산에서 비슷한 참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불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이번에 희생된 자매는 평소 부모가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공부하다 오후 8시 어머니와 함께 귀가하고 아버지는 남아 자정 무렵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는 부부 모두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귀가했다가 외출한 상태였다. 대개는 집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린이 안전사고의 절반가량은 집에서 발생한다. 특히 보호자가 없을 때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올 2월에도 인천의 한 빌라에서 부모가 신장 투석 치료와 식당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사이 12세 여아가 화재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자녀가 12세 미만인 경우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 신청을 하고 평균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턱이 높다. 특히 밤이나 새벽, 주말 같은 돌봄 취약 시간에 쓸 수 있는 긴급돌봄 서비스의 경우 돌보미 인력이 부족해 10번 신청하면 4번은 실패할 정도로 이용이 어렵다고 한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홀로 방치되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어느 시간대이든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역 기반의 촘촘한 돌봄 망을 짜야 한다.

 

부산에서 연달아 발생한 비극적 사고를 보며 아이를 혼자 두는 일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12∼16세 미만 아이를 보호자 없이 방치할 경우 엄벌한다. 한국도 비슷한 법규를 두고 있지만 연령대가 명시돼 있지 않고 법 규정도 모호한 편이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린 자녀를 집에 떼놓고 나가는 부모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아이를 혼자 둬도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동아일보(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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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기대 학과장 “서울대 10개보다 5배 좋은 학교 하나 만들어야.” 양보다 질로 승부하란 말씀.

 

-팔면봉, 조선일보(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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