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에 ‘尹 동급 비화폰’… 갈수록 가관인 ‘국정 사유화’]
[국제 망신 된 尹 특검 브리핑]
김 여사에 ‘尹 동급 비화폰’… 갈수록 가관인 ‘국정 사유화’
채 상병 특검이 확보한 김건희 여사 비화폰의 등급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최고 등급인 A등급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비화폰은 도·감청이 어렵고 통화 녹음도 되지 않아 국가 기밀을 다루는 대통령과 군·정보기관의 극소수 공직자만 사용하는데 김 여사 비화폰은 등록된 모든 상대와 연락할 수 있는 A등급이었다는 것이다. A등급은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단 5명에게만 부여됐다고 한다. A등급에 속한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수행실장, 경호처장은 대통령 일정, 경호와 관련해 여러 당국자들과 실무 연락이 필수적인 직책이다. 대통령실 비서실(B등급)과 국가안보실(C등급) 당국자들도 김 여사보다 통화 가능 대상이 적었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영부인 행사 보안을 위해 비화폰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통화 가능 인원을 경호 인력으로 제한하면 될 일이다. 국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김 여사에게 애초에 비화폰이 제공됐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닌데 그것도 통화 대상이 가장 많은 A등급 비화폰이 제공됐다니 ‘국정 사유화’ 의혹이 갈수록 가관이다.
특검은 ‘영부인님’이란 등록명으로 김 여사에게 지급된 비화폰이 김 여사와 연관된 각종 의혹을 밝힐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17일 전인 지난해 7월 초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에 걸쳐 33분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검찰은 대통령실 부속 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해 ‘황제 조사’ 논란을 빚었다. 해당 비화폰 통화가 자신의 검찰 수사와 관련된 통화였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의 비화폰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말을 전후해 김 여사가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모종의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김 여사가 관련된 의혹은 채 상병 사건뿐이 아니다. 인사와 공천에 관여하거나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비화폰이 이 과정에서 비밀스러운 연락을 주고받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통화 내역과 그 배경을 철저하게 밝혀낼 필요가 있다.
‘김건희 패밀리 게이트’의 방조자들
대통령 부부의 언행이 윤석열 정부 때처럼 적나라하게 외부에 알려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를테면 김건희 여사가 고위 공직자 후보군에 대한 호불호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는 내용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 집무실에서 결정된 인사가 대통령의 퇴근 후 뒤집혔다는 말도 더해졌다. 이런 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진짜 권력 서열 얘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관가에서 김 여사를 대통령보다 앞선 ‘VIP 0’로 버젓이 부르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생겼는데도, 누가 제지했다는 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예외에 예외…” 검찰이 키운 金 특권의식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조언자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걸 결정적으로 보여준 게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였다.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죄와 외환죄를 제외하곤 불소추 특권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 부인은 일반 국민과 똑같다. 의혹이 제기되면 대통령 부인도 일단 수사를 받고 위법이든, 무혐의이든 최종 종결되는 당연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도 김 여사는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처럼 예외 대상이었다. 수사 착수의 예외는 절차상 예외 등 더 큰 특혜로 이어졌다.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사로 진작에 견제를 받았다면 뒤따랐을 김 여사의 근신도 없던 일이 됐다.
정말 심각한 건 김 여사가 수사를 회피하거나 거부만 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김 여사에게 유리하도록 수사 지휘 체계까지 바꾼 것이다. 대통령의 결재 없이 불가능한 조치다. 대표적인 것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상계엄 7개월 전인 지난해 5월 갑자기 교체한 인사였다. 새 지휘부는 검찰총장 몰래 경호처 건물에서 김 여사를 방문 조사한 뒤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반발했는데, 김 여사 입장에선 서울중앙지검을 사실상 변호인단처럼 활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를 위한 검찰의 ‘고의적 수사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3번이나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했다. 주로 결혼 전 의혹이라거나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계엄 이후 조기 정권교체가 되면서 김 여사는 이제 주가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명품 수수, 각종 인사 및 공천 개입 등 최소 16가지 의혹으로 수사받는 처지가 됐다. 수사 대상이 김 여사 부부뿐만 아니라 김 여사의 모친, 모친의 동업자, 김 여사의 오빠, 그 오빠의 장모 등으로 사실상 ‘김건희 패밀리’로 확대됐다. 의혹 구도 역시 누가 봐도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
실세를 감시 못 하는 수사기관, 필요 없다
김건희 특검의 출석 요구를 김 여사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6일 수사기관의 포토 라인에 처음으로 서게 된다. 그동안 김 여사의 행태는 현 야당의 잇단 선거 참패는 물론이고 계엄의 트리거였다는 해석까지 있다. 적어도 남편이 대통령당선인 신분일 때, 아무리 늦어도 검찰 수사 라인을 교체하기 전에라도 수사를 자청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경계심을 잃고 특권을 당연시한 김 여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김건희 패밀리’의 특권의식을 키우고, 방조한 건 검찰이었다.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검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시중에 상당히 알려진 이들의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실세 감시와 수사를 제때 제대로 하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 필요하다면 수사기관끼리 이중 삼중으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향후 수사기관 개편의 핵심이어야 하는 이유다.
-정원수 부국장, 동아일보(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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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망신 된 尹 특검 브리핑

지난 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이 불발되자 한 외신이 이를 “한국의 윤 전 대통령, 속옷 차림으로 누워 심문 거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France24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김건희 특검팀’의 체포 영장 집행에 불응했다. 당시 피의자가 어떤 복장 상태였는지 특검팀은 상세히 기자들에게 알렸다. 몇 시간 지나자 주요 외신에서 ‘한국’ ‘전 대통령’과 함께 ‘속옷(underwear)’이라는 단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러닝셔츠와 속옷만”(로이터) “속옷 색상에 관한 정보는 없다”(AFP) “새로운 저항 방법”(AP) 같은 문장의 행간에 조롱이 담겨 있었다.
친여(親與) 진영은 이런 외신 보도에 환호하며 “나라 망신”이라고 피의자를 비난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는 인공지능(AI)으로 피의자가 벌거벗고 드러누운 사진을 만들어 돌리며 낄낄거렸다. 한 전직 검사는 유튜브에서 “다음 체포 땐 이불을 뒤집어씌워 (보쌈해) 나오자”고 했다.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22년 대선 땐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국격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특검팀과 지지층이 국제 망신을 당하는 나라의 국민임을 잊은 양 이 사태를 즐기는 듯해 민망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 명분으로 기틀을 놓았던 ‘인권보호수사규칙’엔 피의자의 사생활을 지키게 돼 있다. 특검 브리핑은 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 과거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에 이를 갈던 지지층이 외신의 ‘속옷 보도’에 열광하는 모습은 낯설다.
“국민께 송구하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파면 11일 뒤 검찰에 출석하며 한 말이다. 노태우·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피의자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섰을 때 비슷한 말을 했다. 국민은 이후 수년간 수갑에 묶인 채 호송차에서 법정으로 압송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 무더위에도 긴팔 재킷에 바지 차림이었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피의자는 지난 1월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돼 구속되는 초유의 혼란 속에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상투적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 수감 중 체포 영장 집행이 ‘망신 주기’라고 생각하고 거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일개 국민이자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선택하는 순간, 더 무거운 책임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치욕은 같은 길을 걸은 전임자들이 나라의 체면을 위해 감내한 역사이기도 했다.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치를 보도하는 서구 언론의 태도엔 알게 모르게 우월감이 깔려 있었다. “급속한 경제·문화적 성과에도 제도권에 뿌리박힌 권위주의”(가디언) “냉전적 분열의 뿌리는 군사정권”(월스트리트저널)…. 한국 경제·문화가 아무리 전성기를 달려도 그 토대인 민주주의만큼은 ‘아시아답게 열등’하기를 바라는 욕망처럼 읽혔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특검팀은 법률과 절차에 따른 품격 있는 언어로 대한민국이 민주 문명 국가임을 보여주기 바란다.
-원선우 기자, 조선일보(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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