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조선 삼국지, 해양 패권 가른다]
[양적 1위 중국 vs 질적 1위 한국… '조선 영토 확장' 불붙었다]
[韓美 마스가에… 中 "위험한 도박", 日도 초조]
[생산성 5배, 비용은 반값… K조선소 본 美장관 "어안이 벙벙"]
[중국에 밀려 세계 점유율 0.1%… 침몰 직전 美조선, '마스가'를 잡다]
[세계 항구 129개 거머쥔 중국… 컨테이너 90% 움직임 실시간 파악]
韓中日 조선 삼국지, 해양 패권 가른다
조선업 역량이 주도권 핵심 변수
韓·美, 1500억달러 마스가 동맹
中은 물량 공세, 日은 합병·투자
한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중국의 해양 패권 위협에 맞서 미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기술 동맹이다. 이 프로젝트 앞엔 적잖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한미 간 이견이나 사업 지연이 그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극적인 위협은 한국의 조선 경쟁력을 빠르게 갉아먹어 프로젝트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위협, 즉 중국의 가공할 물량 공세다. 중국의 압도적인 건조량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일본 조선업처럼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5일 세계 최대 조선사 중국선박그룹(CSSC)의 핵심 자회사 2곳의 합병이 승인되며 위기감은 더 커졌다. 자산 규모 약 75조원으로 한국 1위 HD현대중공업의 4배. 세계 조선 역사상 최대 규모 조선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수주한 선박만 총 257척, 전 세계 선박 주문량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국으로선 중국을 압도하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미국·인도·사우디 등과 협력을 통해 중국이 잠식하지 못하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열쇠라는 것이다.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는 이런 전략을 위한 맞춤형 종잣돈이 돼야 한다.
글로벌 조선 시장 3위로 밀려난 일본도 권토중래하고 있다. 자국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합병을 통해 조선업의 덩치를 키워 중국과 한국에 맞서려 하고 있다. 두 조선사가 합치면 글로벌 4위의 대형 조선사가 탄생한다. 지금보다 더 밀리면 해양을 장악한 중국 앞에서 자신들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자국 조선업에 1조엔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으로선 조선업에 대한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다.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라는 면에선 한국의 마스가에 밀린 모양새지만, 일본은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 물량을 확보하자는 계산도 있다. 중국으로선, 이런 한일의 전략은 견제 대상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한·중·일 조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한국/이정구 기자, 조선일보(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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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1위 중국 vs 질적 1위 한국… '조선 영토 확장' 불붙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중공업 LNG 운반선, 중국 CMA-CGM의 LNG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일본 이마바리조선의 컨테이너운반선
미·중 해양 패권의 향방은 글로벌 조선 3강 한·중·일 싸움에서 결판이 날 수밖에 없다. 세계 조선 건조량의 90%를 이 세 나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바다를 잠식하는 물량의 중국에 맞서 첨단 선박과 조선 동맹을 앞세운 기술의 한국이 맞서는 형국이다. 여기에 일본은 자국 조선업의 몸집을 키우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조선·해운업 규제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선주(船主)들이 중국산 발주를 줄이면서 중국의 점유율은 50%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해운사가 자국 조선소에 대규모 발주를 해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대 국영 조선사를 단일화하면서 물량 기준 ‘점유율 1위 굳히기’를 강화하고 나섰다. 작년 기준 수주량, 건조량, 수주 잔량 모두 세계 1위를 달성한 ‘시장 지배자’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몸집만 키우는 게 아니다. 국가 주도로 조선소, 기자재, 해양 플랜트, 방산까지 모든 분야를 빠르게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민간 조선소도 국영 CSSC의 하청 구조에 편입돼 일사불란하게 생산이 돌아간다.

중국은 이제 ‘양에서 질’로 옮겨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저가’로 승부하는 단계를 지나 친환경 선박 등 기술력에서도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후둥중화 조선소가 프랑스 선사 CMA-CGM이 발주한 세계 최대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며 기술력도 재차 입증했다.
◇중국, 미 견제에 자국 발주 늘려
한국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중국과 ‘질적’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친환경 선박·자율 운항 선박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게 관건이다. 인건비 경쟁으로는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 방산, 플랜트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한 미래 기술 동맹도 체결하고 있다. HD현대는 미 AI 방산 기업인 팔란티어와 ‘미래형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로봇, AI를 적용해 자동화한 조선소를 만들어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 AI 전환 물결에 올라타 우리 조선업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협력 파트너십’도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에 맞서는 수단이다. 조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의지와 자본은 있지만 기술 기반이 없는 인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상이다. HD현대는 지난달 초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사우디에선 합작 조선소를 이미 짓고 있다. 국내 생산 시설이 포화에 이른 한국으로선 해외 주요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
일본은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1990년대 한국, 2000년대 중국에 밀려 한 자릿수 시장 점유율까지 추락한 뒤, 내수 물량에 의존하던 일본 조선업계로선 이례적인 공격적인 행보다. 일본 내에서도 “수십 년 만에 가장 야심 찬 조선업 부활을 추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日, 조선업 생태계 복원
두 회사 모두 현재 세계 10위권 밖이지만 합병이 완료되면 세계 4위권 생산 규모를 갖출 전망이다. 일본조선산업협회 회장이기도 한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사장은 “2030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20%로 늘릴 것”이라며 “(일본의) 다른 조선·선박 회사를 모은 ‘올 재팬(All Japan)’ 전략으로 중국·한국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는 ‘조선업 재건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1조엔(약 9조4000억원) 민관 펀드 조성’ 등 자국 조선소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자민당은 “지금 대응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유럽, 미국처럼 조선업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며 “조선업 상실은 일본의 해상 물류, 경제, 안보 등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누가 더 싸게 배를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기술, 전략, 외교 역량까지 결합된 종합 산업 경쟁”이라며 “한·중·일이 각기 다른 무기를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조선일보(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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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마스가에… 中 "위험한 도박", 日도 초조
'美와 조선 협력' 한국에 밀린 일본
함정 보수·정비 수주전 뛰어들 듯

한국 LNG 운반선/한화오션
한국과 미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 협력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견제와 추격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미국과 해양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은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전인 지난달 29일 마스가 프로젝트를 ‘한국의 위험한 도박’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날 논평에서 “한국이 빠른 공급망과 무역망 재편 속에서 리스크가 큰 도박을 한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협력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한국이 미국에 더 의존하거나 종속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생산에 집중하고 인력도 보낼 경우 한국의 국내 산업 공동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중국의 관변 언론처럼 변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 1일 “한국과 미국의 합의 뒤엔 세계 조선업의 판도를 바꾸려는 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조선 산업은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고 중국 지배력을 억제하려는 워싱턴의 야망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앞세워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도 대미 협상 과정에서 미국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한 ‘미·일 조선 황금시대 계획’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타결 결과엔 양국 조선업 협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진 않았다. 한국 수준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조선업은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점유율(CGT 기준)이 2020년 13%에서 작년 5%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조선 협력과 관련해 “노후한 미국 조선업을 회복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약 1조엔을 투자해 자국 내 조선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일 동맹을 내세워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수주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어서 향후 한국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한국 기자, 조선일보(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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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5배, 비용은 반값… K조선소 본 美장관 "어안이 벙벙"
은퇴 기능장·명장 美 파견 검토
정부·국회, 정책·입법 '속도전'

정기선(왼쪽 두번째)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펠란(왼쪽 네번째)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HD현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 31일 국회에선 ‘마스가 지원법(한미 조선업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한미 조선 협력 기금 조성, 미 군함의 생산 및 수리 등을 전담하는 특별 구역 지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내 조선 ‘빅3’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 조선업 펀드에 대한 조선 업계 공통 의견도 제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조선업 펀드 투자 방안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숙련 용접공 등 미국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은퇴 기능장(技能長)과 명장 등 전문가를 미국 현지에 파견해 조선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 역사상 전례 없는 해외 진출 사업이 될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민관 차원의 ‘속도전’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 내 선박 건조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 달라”고 요청한 만큼, 민관 차원의 협력과 지원 논의가 빠르게 시작된 것이다.
◇생산성 5배, 비용은 반값… K조선소 직접 본 美장관 “어안이 벙벙”
글로벌 조선업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시작됐다. 바이든 정부 때였던 지난해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당시 미 해군부 장관은 HD현대중공업(울산)과 한화오션(거제) 조선소를 둘러봤다. 그는 “이렇게 디지털화한 선박 건조 시스템은 처음 본다. 선박을 만들면서 실시간으로 생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력에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에 대한 러브콜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뒤 강도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이던 지난해 11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 핵심 관계자와 군 고위 인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로선 처음으로 한국 조선소를 방문한 존 필랜 현 해군부 장관은 “우수한 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소와 미 해군이 협력한다면 미 함정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0일(현지 시각)에는 러셀 보트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과 미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를 시찰했다. 두 사람의 방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미국 해군부 장관들은 한국 조선소가 선박 계약 단계부터 납기 일정을 정확히 제시하고, 실시간 건조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한국 조선소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된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구조다. 생산성도 비교할 수 없다. 한국 조선소가 지난 10년간 상선 2405척을 생산할 때, 미국은 37척에 그쳤다. 한국이 약 6억달러면 만드는 이지스함을 미국에서 만들려면 16억달러가 든다. 한국은 한 조선소 안에서 상선, 이지스함, 잠수함을 다 건조할 수 있지만 미국은 조선소마다 연간 1척 생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바이든·트럼프의 SOS
이번 관세 협상 때 우리 협상단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트럼프 취임 전부터 시작된 밀도 높은 교류가 바탕이 됐다. 협력 방안을 구상해 왔던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이 마스가라는 이름까지 작명했고 이를 협상팀에 제안한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 “사실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며 “우리가 수리 정비나 인력 양성 프로그램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미국 측은) 우리가 이렇게 다방면으로 연구가 돼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서 조선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마스가에 절실하게 기대하는 것은 ‘미 상업 조선업의 경쟁력 복원’과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강화’라는 두 갈래다. 수십 년간 방치된 미국 조선의 선박 건조 능력과 해양 인력을 되살리고, 건조보다 퇴역 속도가 더 빠른 미 해군의 유지 보수 및 정비 수요를 감당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 조선 업계는 2000년대 해외로 진출해 현지 조선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마스가는 난도 면에서 ‘비교 불가’다. 현지 조선소를 새로 짓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인력을 기르고 기자재 공급망까지 이식해야 한다. ‘A부터 Z까지’ 모든 걸 해내야 하는 셈이다.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거점을 마련한 한화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현지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지엔 선박 부품·기자재 공급망도, 숙련공도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군산·거제 등지의 가동률이 떨어진 중형 조선소를 활용해 미 해군 함정의 정비·보수를 우선 맡기고, 미 현지에는 한국 조선업의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이식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조선 업계에선 ‘모듈형’ 협력 시스템도 아이디어로 거론된다. 미국의 상선, 군용 선박을 만들 때 우리 조선소에서 여러 개의 모듈 형태로 만들어 배로 옮긴 뒤, 이를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자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 관계자도 지난 3월 하원 청문회에서 언급한 방식이다.
이런 구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수십 년에서 최대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의 자국 조선업 보호법들이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이 대표적이다. 미국 내 운송에 사용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운항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1960년대 제정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미국 함정 및 주요 부품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미 해군 함정은 예외 없이 미국 조선소에서만 건조·정비하도록 묶어둔 것이다.
미 의회에서는 이들 규제를 풀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6월 공화당의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톰 매클린톡 하원의원이 각각 ‘미국 수역 개방 법안(Open America’s Waters Act)‘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존스법을 폐지해 미국 내 연안 해상 운송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韓 기술력을 美에 이식 관건
규제 완화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조선 업계는 다양한 방식의 협업 구도를 만들고 있다. 한화그룹은 현지 해운사(한화쉬핑)까지 설립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 LNG 운반선으로 미국 LNG 운반까지 노리고 있다. HD현대는 미 최대 군함 조선소인 헌팅턴 잉걸스, 상선 조선사 ECO와 공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엔지니어를 상호 파견해 미 현지 공정 효율화 개선에 나섰다. HD현대는 장기적으로 미 AI 방산 기업 팔란티어, 안두릴과 무인 함정도 개발한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단순 하청이 아닌 기획부터 기술 이전, 운영까지 총괄하는 주체가 돼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 없던 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구/정한국 기자, 조선일보(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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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밀려 세계 점유율 0.1%… 침몰 직전 美조선, '마스가'를 잡다
[美는 왜 '마스가'를 택했나]

김동관(왼쪽 네 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은 7월 30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러셀 보트(왼쪽 두 번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존 펠란(왼쪽 세 번째) 미 해군성 장관에게 조선소 주요 시설을 안내했다. /한화그룹
지난 30일(현지 시각) 오후 2시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한국 기업이 보유한 유일한 미국 조선소인 이곳에 존 필랜 미 해군부 장관 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나타났다. 존 필랜은 미 해군 정책을 주도하고, 러셀 보트는 정부 예산을 쥔 채 정부 기관의 대통령 공약 추진 여부를 감독하는 핵심 인사다. 두 사람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필리조선소에서 용접 기술을 배우고 있는 현지 직원들과 만나고 한화 등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조선소 투자 계획 등을 들었다. 이들이 조선소를 떠난 지 2시간쯤 뒤인 오후 6시 16분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의 전격적인 방문은 미국이 조선업 부활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지난 세기 조선업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해군력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이끌어냈고, 전쟁 후 미국 중심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한 토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위대한 미국’을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지난해 자국 조선소에서 선주에 인도한 배는 단 7척이었다. 선박 인도량(CGT)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0.1%. ‘초라하다’는 말도 부족한 신세가 됐다.
미국이 조선 약소국으로 전락한 사이 글로벌 물류의 90%가 움직이는 바닷길을 중국이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겼고 보유 군함 수는 미국을 앞질렀다. 세계 129곳 항만과 글로벌 물류 데이터도 장악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해군 장관을 지낸 카를로스 델 토로는 “어떤 나라도 조선·해운 분야에서 강국이 되지 않고는 위대한 해군 강국으로 지속되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이런 교훈을 곱씹고 있는 미국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제안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협상 타결로 답했다.
-정한국 기자, 조선일보(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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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항구 129개 거머쥔 중국… 컨테이너 90% 움직임 실시간 파악
해양 물류 장악한 중국

중국 상하이 코스코(COSCO) 항구./로이터 뉴스1
중남미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찬카이(Chancay)항(港)은 태평양을 가운데 두고 중국과 정반대에 있지만 ‘남미의 상하이’로 불린다. 중국 자본 약 5조원이 투입돼 건설됐고 지분 60%를 확보한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가 항만 운영권을 가진 사실상 중국 항구다. 작년 11월 중국이 투자한 남미 첫 항만으로 개항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으로 개항식에 참석할 정도였다. 시 주석은 “이 항구는 양국 발전을 위한 기본 기둥이자 남미 최초의 스마트 항만”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라고 했다.

미국은 찬카이항 개항 전부터 신경을 곤두세웠다. 로라 리처드슨 전 남부사령관 등은 미국 턱밑의 이 항구가 중국군 교두보 역할을 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찬카이항이 대중 관세 우회 통로가 될 수 있어 이 항구를 거치는 물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중국은 “찬카이항 덕분에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도 남미 대륙 동쪽의 국가들과 교역할 수 있게 됐다”는 경제적 이유를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 찬카이항 같은 항구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조선·해운·물류망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내세운 이래 중국이 소유하거나 운용하고 있는 전 세계 항구는 129곳에 이른다. 아프리카의 경우 상업 항만의 3분의 1을 중국 자본이 사실상 점유하고 있다.
◇‘물류 대란’이 바꾼 해양 패권의 룰
중국은 일대일로 선언 이후, 코스코와 항만 운영사 CMPort 등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요충지 등 전 세계 항만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남극 대륙을 제외한 전 대륙에 중국 자본이 들어간 항만이 존재하며, 이는 경제를 넘어선 안보 문제”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세계 바다를 누비는 상선 5척 중 한 척(19%)은 중국 국적이다. 중국의 거대한 경제 규모, 막대한 상선 건조 능력을 감안하면 중국 상선단의 덩치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금의 상황을 안보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상업 공급망에서 중국에 절대 불리한 위치로 내몰린다는 것에 더해 유사시 중국이 전략 물자의 운송을 차단하면 미국으로선 치명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류 데이터 ‘제2의 화웨이’ 우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세계 무역량의 80~90% 이상이 해상으로 운송된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해운 물류 데이터’마저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주요 항만과 유통망에 스며든 중국산 물류 데이터 플랫폼 ‘LOGINK(로진크)’를 그 첨병으로 지목한다. 로진크는 당초 중국이 내수용으로 개발한 공공 물류 정보 시스템이다. 2010년 ‘물류 흐름 개선’을 목적으로 한·중·일 주요 항만에도 이 플랫폼이 연결됐고, 중국의 해외 항만 투자와 맞물려 세계 각국에 거미줄같이 뻗어 나갔다. 세계 90여 주요 항만에서 컨테이너선의 실시간 운항 정보, 200여 곳 이상 물류 창고, 이와 연결된 500만대 이상 트럭 정보 등을 수집한다. 한국, 일본,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의 항만들과도 연동돼 있다. 특히 전 세계 컨테이너 90% 이상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국이 글로벌 물류 흐름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 물류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통제하면서 미국 내 물류 흐름이나 주요 전략 물자 이동을 왜곡시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주요 물자의 운송을 방해하거나 적대 세력에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무역대표부(USTR) 공청회에서도 “미국 내 화물의 이동 경로와 군수 물자 흐름까지 중국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중국의 로진크가 항만·해운 분야의 ‘화웨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통해 미국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의심했고, 결국 화웨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이정구 기자, 조선일보(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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