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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친람, 이기친람, 만기친람] [지금 산재 말고도.. ] ....

뚝섬 2025. 8. 11. 09:06

[윤기친람, 이기친람, 만기친람]

[지금 산재 말고도 시급한 국가 현안 많지 않나]

[마침내 현실로 다가온 석유화학 위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윤기친람, 이기친람, 만기친람

 

[천광암 칼럼]

‘만기친람’ 성향 보이는 이 대통령
공직사회 대통령 입만 쳐다보게 만들 우려
킬러문항, 채상병, R&D예산, 대왕고래…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이기친람’ 싹 잘라야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야당 대표와 대권 후보를 거치면서 보여준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은 잘 알려져 있다. 만기친람 성향은 ‘마이너리티’ 한계를 딛고 자수성가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는 특징이고, 그것이 성공의 ‘밑천’이었기 때문에 한 번 굳어지면 잘 바뀌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났지만 그런 징후들이 여러 군데서 엿보인다. 이 대통령은 광주 대전 부산에서 3차례나 타운홀 미팅을 가지면서, 공항 이전 문제 등 민감한 지역 현안 해결에까지 직접 뛰어들었다. 인터넷 댓글과 전화 문자를 일일이 챙겨보고, SNS에 직접 글을 올리는 일도 잦다.

그중에서도 ‘단독 드리블’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산업재해 문제다. 이 대통령은 산재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SPC 공장에는 직접 찾아가서 경영진에게 질책성 질문을 줄줄이 쏟아냈다. “교대 시간은 몇 시냐” “쉬는 시간에는 누가 업무를 대신하는가” “나흘간 12시간씩 연속 노동이 가능하냐” 등 내용도 근로감독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건설 현장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구체적인 방식까지 직접 거론하며 관련 부처에 ‘최대한의 제재’를 주문했다.

 

SPC와 포스코이앤씨에 법적-행정적으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명과 관련된 산재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는 것도 시비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 행보가 내포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이다 같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 실패의 씨는 잘나갈 때 뿌려지기 때문이다.

만기친람의 가장 큰 폐해는 공직사회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대신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해법보다는 대통령의 뜻에 충실한 해법을 우선하는 것이 오랜 경험칙으로 확인된 공직사회의 생리다. 더구나 대통령이 먼저 ‘디테일’을 말하면 공직사회의 사고(思考) 폭은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이 대통령이 언급한 면허 취소가 과연 최선의 해법일까. 포스코이앤씨는 임직원 수만 5700명에 이른다. 이들의 가족과 2100여 곳에 이르는 협력사 직원 및 가족까지 감안하면 수만 명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이들 모두에게 산재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한가. 이미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찾아낼지 의문이다.

만기친람의 의도는 선하다. 하지만 국정에서는 의도보다 과정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단적인 예 중 하나가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수능 킬러 문항 소동일 것이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자고 하는 데 누가 반대를 할 것인가. 하지만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공정 수능’과 ‘사교육 카르텔 혁파’를 외친 결과는 참담했다. 경찰 교육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총동원돼서 사교육을 잡겠다고 덤볐지만, 지난해까지 사교육비는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당시 정부와 여당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던가. 여당 정책위 의장은 “(윤 대통령은)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했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라는 인물은 “제가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한술 더 떴다. 어느 정도 개인의 아부 성향 탓도 있겠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대통령이 만기친람할 때 여당과 공직사회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 이런 것이다.

만기친람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그 말의 유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기친람은 원래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서경(書經)의 ‘일일이일만기(一日二日萬幾)’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랏일에는 하루이틀 사이에도 만 가지 조짐(기미)이 있으니 미리미리 잘 살피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뒤이어 이어지는 구절, ‘적임자를 등용해, 한 가지 직무라도 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즉 독주(獨走)가 아닌, 적재적소 인재 배치와 권한 위임을 통해 국정을 빈틈없이 살피라는 취지인 것이다.

굳이 시대 배경이 4000년 전인 서경을 거론하지 않고, 시야를 3년 전으로만 넓혀도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답은 나와 있다. 수능 킬러 문항 소동 외에도,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번복, 월 단위 근로시간 도입 혼선, 대왕고래 광구 해프닝 등등…. 산처럼 쌓인 ‘윤기친람’의 잔해물들이다. 이기친람’의 싹을 미연에 과감히 잘라내지 않으면 이 대통령도 이런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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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산재 말고도 시급한 국가 현안 많지 않나 

 

산재 관련 대통령 지시 사항 브리핑 하는 강유정 대변인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휴가 복귀 후 내린 첫 지시다. 전날 아파트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웬만한 사건과 사고는 국정상황실이 수집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번 지시는 대통령이 산재 문제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의 산재 사망자는 2098명이다. 질병 사망자를 제외하면 827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이 산업 현장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매일 2명 이상 산재 사고로 사망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많은 국민이 이해할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안전 관리와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한국은 경영 책임자에게도 산재의 형사 책임까지 묻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강경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산재가 줄지 않는 데에는 현장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 외에도 불법 하도급, 외국인 근로자의 소통 문제, 고령화 등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대통령이 산재 사건에 대해 최우선 직보를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이 대통령은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산재에 대한 발언과 대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대출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더니 “반복 공시를 통해 기업의 주가를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회사 문을 닫게 만드는 ‘건설 면허 취소’ 방안도 언급했다. 정부와 민주당도 강경한 대책과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분노하면 일시적으로 사고가 줄어드는 듯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이 반응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은 과잉 입법, 산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안보 위기, 경제 성장, 산업 경쟁력 등 대통령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받아야 할’ 국정 과제가 적지 않다. 현시점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과제가 산재는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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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현실로 다가온 석유화학 위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5대 기간 산업인 석유화학의 위기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기업 2만7000여 곳에 고용 인원 43만명, 한국 5대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의 대표기업 여천 NCC가 오는 21일까지 3100억원을 갚지 못하면 부도가 유력하다고 한다. 5년 전만 해도 매출 5조원 이상에 1조원 넘는 흑자를 내던 기업이 최근 3년 연속으로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3월 이 회사의 주주인 한화와 DL(옛 대림)측이 각각 1000억원씩 추가 출자를 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했다. 회사채 발행이나 대출마저 막힌 상태라고 한다. 이에 DL 측은 추가 출자에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부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한국 석유화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8년만 해도 국내 전체 수출의 8.2%(약 500억달러)를 담당하며 세계 4위 생산국에 올랐던 한국 경제의 효자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과 중동 공세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여천 NCC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LG화학이 작년부터 줄줄이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GCG)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50%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생산 라인은 멈춰 서고, 투자 계획은 철회되며, 일자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내 석유화학은 나프타를 NCC(나프타 분해설비)에 돌려 화학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면서 그 차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에틸렌을 기반으로 비닐, 필름, 전자기기, 마스크는 물론 기저귀, 병뚜껑까지 만든다. 그런데 이 사업 구조는 중국과 중동 등의 대규모 증설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작년 기준 글로벌 에틸렌 생산 능력은 약 2억2900만t, 수요는 1억8800만t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 개념이 희박한 중국은 물론 중동 기업조차 나프타 없이 에틸렌을 생산하는 기술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석유화학 산업은 단순히 화학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수많은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제조업 전체와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위기가 국내 핵심 산업조차도 중국 공세 앞에서 구조적 한계로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엔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건설업, 이차전지 등에서도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런 산업 곳곳의 위기 경고음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수년 전부터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위기다. 그런데도 그 위기가 현실이 되는 시점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다.

 

-조선일보(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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