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숨겨진 '아킬레스건']
[강제피임]
그린란드의 숨겨진 '아킬레스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resort to all sorts of unreasonable tactics) 그린란드 병합 야심을 노골화하고(blatantly reveal his ambition) 있는 가운데, 그의 심산에 변수(a variable in his ulterior motive)가 될 수도 있는 그린란드의 ‘아킬레스건(Achilles’ heel)’이 발견됐다.
국제 학술지 ‘Geology(지질학)’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빙상(氷床·ice sheet) 아래 흙과 모래로 이뤄진 거대한 퇴적층(sediment layer)이 빙하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지하자원 채굴(extraction of underground resources)을 어렵게 하는 지질학적 취약점(geological weakness)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략적 이유(strategic reason)뿐 아니라 석유·금·흑연·구리·철·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탐내(covet its abundant underground resources)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여온(cast covetous eyes on it) 트럼프의 북극 접수 각본(Arctic playbook)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봉착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를 ‘전략적 요충지(strategic foothold)’이자 ‘천연자원 보물창고(treasure trove of natural resources)’로 점찍고 덴마크로부터 ‘매입’을 모색해왔다. 빙상 아래 매장된 지하자원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그린란드의 아킬레스건’으로 명명한 지질학적 취약점이 드러나면서(come to light) 미국의 자원 강국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throw a wet blanket on it) 것이다.
단단한 암반(solid bedrock)이 아닌 연약한 퇴적층 지반은 지하자원 채굴의 최대 걸림돌(greatest obstacle to underground resource extraction)이다. 안전한 시추를 위해서는 빙상 아래 밑바닥이 기반암이어야 한다. 흐물흐물한 흙과 모래층은 채굴용 드릴의 날이 막히게 하고(clog drill bits) 잦은 장비 손상과 붕괴 위험(collapse risk)을 초래해 작업 중단을 반복하게 한다(force repeated shutdowns of operations). 게다가 흙·모래 퇴적층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면서(act like a lubricant) 대형 빙하가 바다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횟수가 빈번해져 해상 석유 시추 시설(offshore oil drilling facilities)도 막대한 위험과 비용 상승(enormous risks and sharply rising costs)에 직면하게 된다.
빙상 밑 200m 깊이까지 쌓여 있는 흙·모래 퇴적층이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행보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로 떠올랐다(emerge as an unexpected obstacle). 그린란드의 아킬레스건이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 될지, 아니면 트럼프의 전략적·경제적 이익 추구(pursuit of strategic and economic gains)가 자연의 한계를 넘어설(overcome the limits imposed by nature)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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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서도 온통 화제는 ‘그린란드’. 우크라戰도 이란 시위도 다 삼키는 블랙홀, 그게 바로 ‘트럼프의 입’.
-팔면봉, 조선일보(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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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피임

“자식을 낳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부부 동거실을 배정받았어요. 낳으면 안 되니까, 그전에 정관수술을 받도록 했지요. 그래도 아이가 생기면 낙태 수술을 받지 않을 도리가…"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한센병(문둥병) 환자들의 생육 권리를 빼앗는 국가의 강제 불임과 낙태 수술을 차분하게 고발한다. 2017년 대법원은 국가의 위법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끔찍했던 비극의 이면에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우생학(優生學)이 있다.
▶우생학의 뿌리는 영국의 인류학자 프랜시스 골턴(1822~191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찰스 다윈의 사촌인 골턴은 다윈 진화론을 인간에게 적용해 인류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월한 유전자의 출산을 장려하고 열등한 유전자는 억제하자는 것이다. 20세기 후반까지도 우생학은 최첨단 과학이었다. 학자와 정치인은 물론, 대중까지 심취했다.
▶흔히 나치 독일을 먼저 떠올리지만, 국가 차원에서 법률로 제정해 실행에 옮긴 나라는 미국이 먼저였다. 1907년 인디애나주를 시작으로 30주 이상에서 ‘단종법’을 통과시키고 정신질환자·범죄자·빈곤층의 강제 불임을 시행했다. 대법원까지 “3세대에 걸친 바보를 만들 순 없다”며 우생학 불임수술을 합법화했다. 극단적 인종주의와 결합한 독일 나치는 유대인·집시·동성애자를 열등한 인종으로 규정하며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일본도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우생보호법’의 이름으로 1만6000명 넘게 당사자 동의 없는 강제 불임수술을 강행했다.
▶고전적 우생학의 과학적 근거가 폐기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현대 유전학은 정신적 능력·범죄 성향·가난과 같은 복잡한 사회적 특성까지 단일 법칙으로 유전된다는 유전 결정론을 부정한다. 수많은 유전자와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주 차원에서 사과와 배상에 나섰고, 일본도 지난해 최고재판소가 우생보호법 위헌을 확정한 뒤 당시 기시다 총리가 사과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1953년 정식 영토로 흡수하면서 인구 조절이라는 명분하에 원주민 이누이트족 여성 4500여 명의 자궁에 피임 장치를 삽입했다. 엊그제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를 찾아가 강제 피임을 사과하고 배상을 약속했다. 일각에선 그린란드를 넘보는 트럼프에 맞서 주민들의 이탈을 막으려는 위선 아니냐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그런 반인륜적인 행태가 불과 얼마전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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