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이 좌향좌 하면 안되는 이유]
[통일 장관의 '뜨거운 아아' 궤변]
대한민국 대통령이 좌향좌 하면 안되는 이유
[이기홍 칼럼]
한미 난제 풀려면 李, 좌파·친중 의심 완전 떨치고 트럼프와 신뢰 쌓아야 하는데
자주파 활개치고 남북 두 국가론 복창.. 전작권은 실체도 모르면서 환수 몰이
좋든 싫든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과 3년 3개월을 더 동행해야 한다. 트럼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잠시 트럼프의 눈으로 들어가서 한국을 바라보자.
트럼프 정치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는 팍스아메리카나를 위협하는 중국을 상대로 한 무혈 전쟁, 둘째는 만성적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해결을 위한 우방국에의 전방위적 압박, 셋째는 미국 내 좌파 진지를 부수기 위한 이념전쟁이다.
미 지식인 사회 내의 좌파 헤게모니와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는 이탈리아 공산당 창시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화 전략처럼 곳곳이 좌편향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과 뉴욕타임스 등 언론, 실리콘밸리 등 진보진영의 심장부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번 건드려 보는 수준이 아니라 너가 죽나 내가 죽나 보자는 결기로 칼을 휘두른다.
트럼프가 잘하고 있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미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서 정작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마구 훼손시키는 행태를 서슴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어쨌든 이게 현실이라는 뜻이다.
이런 트럼프에게 이재명 정권은 어떻게 비쳐질까. 트럼프 진영 핵심에 연계를 가진 미 전직 관료의 워딩을 소개한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총리와 여당 대표를 다 반미 활동가 출신들이 차지했다. 국정원장에는 대표적인 자주파 인사를 앉혔다. 미군기지가 압수수색 되고, 친미파 종교지도자들(‘미국은 그들을 한국 내 반공을 지켜온 핵심 세력으로 본다’고 부연)이 소환조사 받고 있다.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직접 나서 노란봉투법에 우려를 전달했는데도 묵살됐다. 예상대로 개성공단을 되살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체제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제2의 문재인 아닌가?’… 대략 이런 인식이 MAGA 진영이 트럼프에게 주입시킨 한국 정권의 이미지다. 트럼프가 이를 어떻게 소화했는지는 당사자만 알지만 대략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동의하기 힘들어도 이게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냉철하게 트럼프 입장에서 역지사지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 중국 및 좌파와 싸우고 있는데 당신은 셰셰하고 있나? 우리가 수십 년 지켜준 나라라면 이럴 때 당연히 우리를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의구심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기 위한 획기적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미국의 3500억 달러 압박이 한국 정권에 대한 트럼프의 호오(好惡) 감정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의심의 여지는 있어도 객관적 근거는 없다.
베테랑 통상협상 전문가의 설명이다.
“트럼프의 한국 정권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를 유추해볼 사례는 몇 있다. 이재명 당선후 첫 통화가 이례적으로 늦어진 점. 첫 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가 SNS에 올린 숙청 혁명 운운하는 메시지, 정상회담이 분위기는 좋았다고 했는데 동맹관계와 관세무역협상 두 주제 모두 합의문이 안 나온 점 등등이 그 예다.
하지만 매크로하게 보면 미국은 한국을 콕 찍어서 공격한다기보다는 우방국인 일본 한국 유럽연합(EU)을 굴복시켜서 그 내용을 제3국, 제4국에 적용하려는 그랜드 디자인 속에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후퇴하면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 자기 패를 다 까고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강경한 것이다.”
이번 협상뿐만 아니라 앞으로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변경, 원자력 협상 등 숱한 난관들은 실무자들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트럼프를 직접 공략해야 한다. 즉 트럼프의 시각을 최대한 우호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는 게 결과에 직결된다는 얘기다. 필수 선결조건은 한국 정권이 좌파가 아니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구경꾼이 아니라 미국의 든든한 동지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거래적 관점’을 충족시킬 딜을 해야 한다.
정권 주변의 자주파들을 대통령이 확실히 제어해야 한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남북 두 국가론을 외치고 다니는 건 정상적인 정부 체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방치하면 북한 핵무장의 길을 완전 열어주고, 통일의 길을 막아버린 정권으로 역사에 낙인찍힐 수도 있다.
남북한은 국제법적으로는 별개 국가가 맞다. 하지만 별개의 다른 두 질서가 병존한다. 너하고 나하고는 한 가족이었고 다시 한 가족이 될 때까지 우리는 가족의 일원인 특수관계라고 하는 게 남북 기본합의서다. 김정은이 입장을 바꿨어도 우리는 불변이라고 해야만 대외적으로 북한 문제에 발언할 기반이 생긴다.
만약 동조하면 통일 탈북자 북한인권 북-중 북-러 관계 등등에 대해 한국은 아무런 상관없는 존재가 된다. 북한 급변 사태 시 중국군이 북한 땅을 점령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주파가 밀어붙이고 이 대통령도 힘을 실어 준 전시작전권 전환도 위험천만하고 무책임한 질주다. 자주파 인사들 그리고 이 대통령이 전작권 시스템의 실체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 집권당 인사들의 인식 수준을 엿볼수 있는게 전작권이 소재로 쓰인 영화 등에 대한 반응이다. 좌파감독들이 만든 영화나 드라마엔 미군이 자국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한국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미칠 군사작전을 결정해도 한국 대통령이 속수무책인 상황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런 영화를 보며 민주당 정치인들은 쌍수를 들고 전작권 전환을 외치는데 전작권은 그런 제도가 아니다.
전작권은 미군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미 간에는 데프콘(DEFCON·방어준비태세)의 각 단계별로 한미연합사에 배속시킬 부대를 규정한 ‘포스 리스트(Force List)’가 있다. 이 리스트엔 ‘자동배속(automatic)’과 ‘요구에 따라(requested)’의 두 항목으로 각각의 부대들이 구분돼 있다. ‘요구에 따라’로 규정된 부대는 연합사령관의 배속 요청을 한국 측이 수용해야지만 배속된다. 데프콘 격상은 한미 양국 합의로 정한다. 한국 대통령이 데프콘 격상에 동의 안 하면 아예 지휘권이 넘어갈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리고 연합사령관은 양국 합참의장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MC), 그리고 그 위로 양국 대통령이 대표하는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의 지휘를 받게 된다. MC와 NCMA는 양국 간 합의제여서 항상 양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느 한쪽의 반대가 있으면 연합사령관은 아무 작전도 할 수 없다.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한 나라들은 다 전시 단일지휘체계를 택한다. 서유럽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참여해 미군인 나토 사령관에게 지휘권을 맡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32개 국이 다 국방자주권을 포기한 나라들인가? 사실관계와 국제현실이 이런데도 수십 년 전 낡은 패러다임에 고착된 자주파 인사들은 끊임없이 대통령에게 ‘작전권도 뺏긴 나라’ ‘우리 민족’ ‘미중 균형론’을 불어넣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좌파든 우파든 투표에 이긴 쪽이 노선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에게 외교안보는 그런 선택의 자유가 없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선택지는 하나고 정답은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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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장관의 '뜨거운 아아' 궤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정부 내에서 ‘나 홀로’ 주장하는 ‘평화적 두 국가론’은 말장난에 가깝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차용한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겠다며 서독의 대(對)동독 정책이 두 국가론인 것처럼 말하는 건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서독은 기본조약 전문과 부속 문서(서한)에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했고 기본법(헌법)에도 1민족 1국가 원칙을 명시했다.

199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정원식(오른쪽) 당시 국무총리와 북한의 연형묵 정무원 총리가 남북 기본합의서 타결 이후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남북간의 화해와 교류, 불가침 등의 내용을 담은 기본합의서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19년만에 남북이 이룬 합의였다./연합뉴스
서독은 동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눈감지 않았다. 서독은 1961년 동독 인접 지역에 설립한 인권침해 기록보관소를 기본조약 체결 이후에도 통일될 때까지 약 30년간 운영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 언급을 회피하고, 북한 인권 업무·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독은 1민족 1국가, 1민족 2국가를 주장하다 1970년부터 2민족 2국가 정책으로 전환했다. 모두 아는 것처럼 이런 동독의 2국가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서독의 길인가, 동독의 길인가.
정 장관이 말하는 체제 존중, 국경 불가침 등 동서독 기본조약 내용은 이 조약을 본떠 남북이 1991년 타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이미 다 포함돼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로 돌아가자고 하면 될 일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는 북한과 ‘기본협정’을 체결하겠다며 두 국가론을 들고나온 건 패착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로 규정한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모든 정부는 기본합의서상의 ‘남북 특수 관계론’에 입각해 대북·통일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특수 관계 속 두 국가론”이라는 설명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궤변이다. 특수 관계 자체가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로 보지 않는 접근인데 “특수 관계 속 두 국가론”이라니 어불성설이다.
국민의힘 의원은 “솔직히 장관 설명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북한은 아마 더 황당할 것이다. 기본합의서든 기본협정이든 합의 사안을 지키지 않으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 남북 간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게 문제지, 합의문이 없어서 남북 관계가 이 지경이 된 게 아니지 않은가.
급할수록 돌아가고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견지하는 게 남북 관계에도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정 장관의 독주는 그 취지가 선의일지언정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정부 내 ‘원 보이스(한목소리)’ 원칙까지 허물어가면서 지속할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차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까. 정치인에게는 무플(무관심)보다 악플(악성 댓글)이 낫다지만, ‘정치인 정동영’보다는 대북·통일 정책 부처의 수장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김민서 기자, 조선일보(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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