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입에서 나온 '대법관 증원과 4심제' 이유]
[별무성과 ‘공수처 5년’… 형사사법 개편은 이 모양 돼선 안 돼]
[자연법 거스르는 정권]
민주당 의원 입에서 나온 '대법관 증원과 4심제' 이유

21일 대전 동구 국가철도공단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대법원 개혁 문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때는 사법 개혁 이야기가 없었다’는 진행자 지적에 지난 5월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최종 심의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단이 없다. 국회가 재판 소원 논의로 자연스럽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 ‘사법 개혁’은 없었을 것이란 말과 같다.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 소원을 낼 수 있는 재판 소원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이 대통령 사건을 뒤집으려는 시도라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 이 의원은 재판 소원이 사실상 ‘4심제’라는 지적에 “현실적으로 그런 효과가 일부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특보를 지냈고, 대장동 사건 등에서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기 전에는 ‘사법 개혁’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이 대통령이 대장동 등 각종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을 압박했고,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자 사법부를 겨냥했다. 검찰은 결국 해체가 확정됐고, 이제 법원을 압박하는 중이다.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짐작은 했지만 민주당 의원 입에서 이 대통령 재판 때문이라는 취지의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법 왜곡죄’ 도입도 지시했다. 판검사가 법령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경우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이런 전대미문의 법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의 개헌자문위는 헌법을 고쳐 법관 파면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퇴임 후 재개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14명을 26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중 22명을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이 90% 가까운 상황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유죄가 나오면 재판 소원을 활용해 헌재에서 사실상 4심을 받을 수 있다.
사법 시스템은 나라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특히 4심제는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 제도를 사회적 합의 없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이유가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민주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조선일보(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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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성과 ‘공수처 5년’… 형사사법 개편은 이 모양 돼선 안 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동아일보 DB
출범 5년이 돼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공수처는 이 기간 동안 고작 6건 기소하는 데 그쳤고, 검찰에 8건 기소 요구를 했다. 직접 기소한 6건 중 2건은 무죄로 결론 났고, 유죄인 1건은 선고유예였다. 구속영장은 출범 이후 8건 청구했는데 발부된 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한 2건이 전부다. 이 기간 투입된 예산은 776억 원이었다. 2021년 권력형 비리 근절을 목표로 출범한 기관으로서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다.
일차적 실패 요인은 수사력 부족이다.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을 다 채운 적이 한 번도 없고 지난해엔 14명까지 줄어들면서 인력난에 시달렸다. 검사 임기(3년)가 짧아 신분은 불안정한데 업무는 과중해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이 오지 않는 문제도 지적돼 왔다. 초대 김진욱 공수처장과 현 오동운 처장도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 주요 사건에서 이렇다 할 수사 지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견제로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연임안 결재를 끝까지 미루다 임기 만료 직전에야 재가했다. 당시 여당도 김 전 처장 후임에 친윤 후보를 내세우다 추천 절차가 지연돼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를 빚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공수처는 삼류들이 가는 곳”이라며 비하했다.
이처럼 공수처가 안팎으로 흔들린 데에는 입법 과정의 설계 부실도 작용했다. 2019년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강행 처리했다. 애초 논의 과정에서 검사 50명에 6년 임기로 하려다가 일단 법부터 통과시키자며 타협책으로 이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법 조항에도 구멍이 적지 않다. 대통령까지 수사할 수 있게 해놓고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를 넣지 않아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수사를 두고 법적 분쟁이 생길 빌미를 줬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형사사법 제도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을 없앤 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이 이미 통과됐고, 시행까진 불과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새 제도가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수사력 공백과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 등 혼선을 막기 위한 촘촘한 대비가 필요하다. 공수처의 실패는 대의명분만 앞세운 허술한 제도 개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이보다 좋은 반면교사가 없다.
-동아일보(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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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 거스르는 정권
[송평인 칼럼]
배임죄 폐지, 허위사실공표 개정은
권력자를 입법의 최초 수혜자로 만드는 것
대법관 정원 늘려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건
자기가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되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이 연내로 형법상 배임죄를 없애기로 했단다. 배임을 형사 처벌에서 제외해 손해배상이 가능한 민사상 불법행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나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일찍부터 그런 주장을 폈던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은 안 된다.
그 이유는 배임죄로 기소된 이재명 씨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그의 재판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중단됐지만 임기가 끝나면 법원이 유죄든 무죄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그는 면소가 돼 사실상 무죄가 된다. 그것은 로크가 ‘통치론’에서 언급한 대로 입법의 최초 수혜자가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입법의 최초 수혜자가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가 됐던 근래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문재인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을 할 때 개정을 추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공인의 경우 검찰 출석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이 사라진 것이다. 조 대표는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을 때 이 조치의 첫 수혜자가 돼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할 수 있었다.
민주당 정권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배임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그때부터 배임죄를 민사적 불법행위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행동했으면 모르되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배임죄를 써먹을 대로 다 써먹고 이제는 이 대통령이 대상이 되자 배임죄를 없애겠다는 것은 입법의 최초 수혜자를 따지기도 전에 후안무치한 짓이다.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더욱더 임기가 끝난 뒤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으면 된다. 배임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온 지가 수십 년이 됐지만 그대로 지내왔고 당장 배임죄를 폐지할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입법의 최초 수혜자가 권력자가 되지 않을 시점, 다시 말해 이 대통령의 재판이 끝난 뒤 폐지해도 늦지 않다.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대상에서 ‘행위’를 제외한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이미 법사위를 통과해 언제든지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상태로 있다.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전 세계에 한국에만 있다는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은 틀리다. 주요국에도 있다. ‘행위’가 제외되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환송한 이 대통령의 거짓말도 면소가 된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이 역시 입법의 최초 수혜자는 권력자가 된다.
거의 미친 듯한 민주당은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표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수를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법관 1명을 늘리면 재판연구관은 10명 정도 는다.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게 상책(上策)인지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한 해에 4명씩 늘리면 법원이 점점 더 가분수 모양이 된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12명의 신설 대법관과 9명의 기존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원을 자기 편으로 채울 수 있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자연법으로 사회계약론을 전개한다. 제1자연법은 ‘평화를 추구하라’, 제2자연법은 ‘평화를 얻기 위해 필요할 경우 자기의 자연권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야 한다’다. 그 주장을 쭉 따라가다 보면 제17자연법이 나오는데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자기 사건에 자기가 재판관이 되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이 자신을 말도 안 되는 혐의로 옭아맸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답게 더욱더 재판으로 무죄를 받는 당당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홉스는 제17자연법 앞에 친절하게 ‘재판의 쌍방 중 일방이 재판관이 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고 하더라도’라는 단서를 달면서까지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자신이 재판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로크의 유명한 저항권이 입법의 최초 수혜자가 권력자가 되는 대목에서 나온다. 그는 입법의 권력이 가장 큰 권력인 대신 입법의 목적은 권력자 자신이 아니라 주권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이 원칙을 무시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해 권력을 전복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로크나 홉스라면 현 사태를 사회계약이 깨지는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송평인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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